
1
…일어나 보니 주위는 황무지였다.
“이런, 야단났군. 뭔 일이 일어난 거야?”
주위를 이리저리 둘러보면서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
그렇게 보이진 않겠지만, 나는 지옥 같은 일들을 꽤 많이 겪어왔었다. 용한테 쫓긴 적도 있었고, 홍수에 휩쓸린 적도 있었고, 피를 단 한 방울도 흘리지 않고, 야만족들의 요새를 점령하라고 요청받은
적도 있었다. 거기에 사흘 간 사경을 헤맨 적도 있었다.
이렇게 산전수전을 다 겪었으면 이런 상황을 어떻게 대처할지 알 법하지만…
“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답이 안 나오네. 레이드 군이랑 파르세일 군이 한밤중에 대폭포로 데려갔을 때나, 에키드나 군이 실수로 숲을 통째로 날려버렸을 때는 그래도 해결할 방법이 떠올랐는데…”
같이 여행을 다니던 소중한 동료들의 얼굴을 떠올릴 때마다, 내가 어떻게
죽지 않고 이들이랑 같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는지 정말로 놀랍긴 했다.
당연하지만, 다른 동료들이 자신의 부담을 덜어준 덕분이었다.
어쨌든,
“분명히 어젯밤에는 오랜만에 밖이 아니라 실내, 아예 여관방에서 잤었지.”
이렇게 긴 여행길을 가는 중에 밖에서 자는 건 이상할 게 없다. 문제는, 나는 다리 한쪽을 절고 다녀서 지팡이를 짚고 다녀야 했다. 그로
인해 다른 애들에게 끼칠 민페를 생각할 때마다 정말로 고개를 들기가 힘들었다.
내가 뒤쳐질 때마다 몇몇 애들은 무자비하게 나를 강제로 끌고 가기도 했지만. 어쨌든, 내 정신과는 무관하게 내 육체는 한 걸음 걸을 때마다 고통에 몸부림 치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다른 애들은 다 한참 좋은 시절인데 나는 나이를 많이
먹은 아저씨니 어쩔 수 없는 걸까.
플뤼겔 군이 알려줬던 “마사지”라는
걸 받고 나서 그냥 일찍 잠들었어야 했는데. 그랬다면 적어도 앞으로 있을 험난한 여행길에 푹 쉴 수
있었을 것을.
문제는…
“나 혼자 이상한 곳으로 온 것 같네… 플뤼겔 군도 옛날에 이런 일을 겪었었다는데, 그 때 진지하게 그
말을 들어 줄걸.”
볼을 살짝 긁고 나서, 나는 일단 상황을 다시 분석하고, 모을 수 있는 정보는 모으기로 마음먹었다.
이렇게 현실적인 꿈일 것 같지는 않으니, 일단은 꿈이나 환상일 거란
가정은 미리 없애는 게 나을 것 같다. 대신,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자.
이 황무지에서 죽지 않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 살 방법을 찾아야 한다.
“어쩌다가 단순한 은자가 이렇게 나서게 된 걸까. 사테라 군이 찾아주지 않았다면 아마 그냥 쓰레기처럼 살다가 죽지 않았을까… 어찌됐든, 아직 죽어서는 안 되겠지.”
다행스럽게도 이 황무지에 왔을 때, 맨몸으로 온 것은 아니었다.
음식도 있고, 내 물병도 있고, 내
외투는 가방 속에 있었다. 무엇보다도 제일 다행스러운 점은, 내
지팡이가 근처에 있었다. 그게 없었다면 일단 걷는 것도 힘든 것도 있고, 잃어버렸다면 파르세일 군의 잔소리가 실컷 쏟아지겠지.
그걸 변상하는 상황이 생겼다간 내 빚은 아마 측정이 불가능할 정도로 불어날 거다.
“빚이 얼마든지 늘어나도, 걔네들을
만날 수만 있다면 상관 없긴 하지만.”
“걔네들이 소중하다”라는
말을 했다간 비웃음 당하겠지만, 내가 이 사실을 깨닫기 전에 이미 어느샌가, 그렇게 되어 있었다.
내 경험법칙에 의하면, 아마 나만 이 이상한 상황에 처한 건 아니겠지. 어쩌면 나머지 애들도 다 이 상황을 겪고 있으려나.
그럼 죽을 가능성이 높은 건 내가 두 번째겠네. 사테라 군이 최선을
다해 나를 찾으려고 아마 열심히 노력하겠지.
에키드나 군은 사테라 군이 안 보이면 깜짝 놀라서 마찬가지로 찾으러 다니겠지.
레이드 군은 뭐 괜찮겠지. 어차피 죽을 것 같지도 않으니까. 파르세일 군도 마찬가지일 거고. 그 사람은 어떤 상황에 처해도 별
문제 없이 넘어갈 수 있으니까.
“플뤼겔 군은… 솔직히
나보다 더 잘 죽을 것 같긴 한데…”
플뤼겔 군은 굉장히 믿음직스럽지 않았지만, 거기에다가 위험을 끌고
오는 기질이 있었다. 나보다 더. 스스로 위험에 뛰어든 적도
있었다. 뿌린 대로 거둔다지만, 그래도 솔직히 내가 걱정할
정도면 말이 다 나온 거지.
어쨌든, 그럼 어떻게든 내 동료들을 다시 찾아가야겠지. 그리고,
“일단 여기가 어디인지부터 알아내야지.”
우리가 떠난 여행은 굉장히 중요한 여행이었다.
내가 어디 가서 떠벌리거나, 자랑하는 쪽은 아니지만, 솔직히 굉장히 중요한 건 맞긴 하니까.
…세계를 구할 여행인데, 당연한
거 아닐까?
2
내가 말하긴 좀 그렇지만, 나는 꽤 비관주의적인 편이다.
레이드 군은 내가 그냥 겁쟁이라고 비웃는 편이지만, 나는 변수들을
모조리 다 파악해야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부류의 사람이다.
게다가 내가 운이 안 좋다는 점도 내 천성에 한 몫을 했다.
어쩌다가 상황들이 좋게 돌아가도, 나는 눈치가 빠른 편이 아니어서 일단 무슨
일이 일어나는 지 알아야 마음이 편했다.
게다가, 내 불운에 다른 사람들이 휘말리게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황무지에 던져진 지금 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낙관주의적인 생각은 버리고, 지금 이 상황을 최대한 비관적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내 동료들과 다시 언제쯤 다시 만날 수 있을 지 감이 안 잡혔다.
음식과 물이 일단 제일 중요했다. 내 가방에 있는 것들로는 부족하다. 처음에야 괜찮겠지만, 나중에 가다가는 다 떨어져 버릴 거다.
그래도, 있기라도 해서 다행이었다.
솔직히 내 불운을 생각해보면 며칠도 못 버티고 황무지 어딘가에서 굴러다니고 있어도 놀랍지 않을 것 같았다.
나는 파르세일 군처럼 사치를 부리는 성격은 아니지만, 그래도 황무지에서
굴러다니는 걸 운이 좋다고 말해야 되는 게 슬프긴 했다.
“벌써 2주는 됐나…”
이제는 덥수룩한 수염을 쓰다듬으면서 힘없이 말을 중얼거렸다.
이 황무지에 내던져진 지 2주가 지났고, 동료들은커녕 살아있는 인간 하나조차 발견하지 못했다. 오직 나만이 있었다.
음시과 물은 찾을 수 있어서, 강을 따라가보다 보면 있을 수도 있는 마을을 찾고 있었다. 문제는 여기가 낯설기도 했고, 솔직히 외롭기도 해서 생각만큼 많이
진도가 나가진 않았다.
굶주림은 강가에서 자라는 풀을 뜯어서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강가에서 자리 잡기에는 있는 지는 불확실하지만, 있을 가능성이 높은 야수와 접촉할 위험성이 있어서 못하고 있었다.
“…진짜 힘드네.”
정신에 서서히 금이 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 혼잣말을 들어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건조한 바람조차도
내 말을 들어줄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지금까지 몰랐던 것이지만, 나는 다른 사람들하고 같이 있는 게 더 좋았다. 한때, 그들하고 만나기 전의 나는 은둔하고 다녀서
내 본성을 모르고 있었다.
아니, 사실은 알고 있었다. 나
혼자서 살 수는 없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 버틸 수가 없었다. 그렇게 자살하기 직전에, 한 손길이 나를 구원해줬다.
누군가가 나를 원했고, 죽음의 문턱에서 나를 끌어내줬다. 말 그대로 살아있어서 살아가던 것일까.나는 그 전까지 삶과 죽음을, 내 인생을 제대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내 한심한 본성이 서서히 다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한다면 다들 뭐라고 화를 내겠지?”
내 건조한 입술은 웃음을 짓기 시작했다.
사테라 군은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화를 내겠지. 플뤼겔 군도 얼굴이
새빨개져 있겠지? 레이드 군과 에키드나 군은 그냥 지겹다면서 신경도 안 쓸 거고. 파르세일 군은, 외로웠던 적이 있긴 하려나? 외로움이라는 걸 이해는 할 수 있을까.
“하하.”
모두를 떠올릴 때마다 내가 웃을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립다. 겨우 2주 Tahoma">밖에 Tahoma">안 Tahoma">지났는데, Tahoma">이렇게 Tahoma">약해져 Tahoma">있었다.
너희들을 다시 보고 싶어.
꼭 보고 싶어.
3
…시간은 멈추지 않고 잔인하게도 계속 흘러갔다.
이제는 며칠이 지났는 지도 잊어버렸다.
깊게 생각하지 않고 상황을 받아들이고, 다리를 움직여서 매일마다 죽지
않으려고 발버둥쳤다.
“…”
안 돼. 생각하지 마. 그
황무지도, 이 황무지도.
이건 내가 알던 그 세계가 아냐.
동료들과 같이 다니던 그 세계가 아냐.
그래서 동료들은 나를 영원히 못 찾을 거야.
안 돼, 이런 생각 하면 안 돼. 외로워. 누구라도 좋으니까 다른 사람을 보고 싶어.
사람도, 동물도, 그냥
하늘과, 물과, 꽃한테 계속 혼자서 말하고 있었다.
내가 은자였을 땐 괜찮았다. 그 때 나는 이 세계에 관심을 끊었고, 내가 관심을 끊은 거라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서야 깨달았다. 내가 관심을 끊은 게 아니었다. 세계가 나한테서 관심을 끊은 것이었다.
사테라 군, 플뤼겔 군, 레이드
군, 에키드나 군, 파르세일 군. 너희들은 나를 걱정하고는 있을까?
나를 찾아보고는 있을까.
보고 싶어.
보고 싶어. 보고 싶어. 보고
싶어.
보고 싶어. 보고 싶어. 보고
싶어. 보고 싶어. 보고 싶어. 보고 싶어. 보고 싶어. 보고
싶어.
보고 싶어. 보고 싶어. 보고
싶어. 보고 싶어. 보고 싶어. 보고 싶어. 보고 싶어. 보고
싶어. 보고 싶어. 보고 싶어. 보고 싶어. 보고 싶어. 보고
싶어. 보고 싶어. 보고 싶어. 보고 싶어. 보고 싶어. 보고
싶어. 보고 싶어―
“…아.”
갑자기 어떤 생각이 불현듯 떠올랐다.
생각하지 않으려 하면, 오히려 생각하게 된다. 그런 걸 생각하면 안 되는 상황이어도.
하지만, 고독함과 외로움은 터질 것 같았다. 결국은 참을 수가 없었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머리를 부여잡고 지팡이를 내던진 채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위의 하늘은 어떠한 변화도 없이 여전히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싫다. 끔찍하다. 대체 왜 나를 이렇게 괴롭히는 거야.
결국 이게 내 본성이다. 나는 이 정도 밖에 안 되는 인간이다. 그래, 이 정도밖에 안 되는 놈이었다.
누군가의 옆에 서서 기대받는 일을 해내면, 내가 여기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나 자신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사람들은 나를 비춰주는 거울이었다. 그리고 그 거울들이 나라는 존재를
규정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아무것도 없다. 내가 비춰질 어떠한 거울도, 내가 해야 할 일도 없었다…
“…저기, 알렉 씨. 우리를 위해서라도, 죽지 않고, 살려고
노력해줄 수 있어?”
그 때, 나는 얼음장처럼 차가운 물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한 소녀가 나한테 이 말을 해주면서 나를 꺼내줬다.
대담하면서도, 순수하고, 순진한
소녀였다. 가혹한 운명을 짊어졌는데도 이를 드러내지 않았다. 그녀의
선량한 마음을 본 나는 그녀를 돕기로 마음먹었다.
그녀 곁에는 늘 그렇게 마음씨 좋은 사람들이 있었다. 나는 솔직히
순수하지도, 마음씨가 좋지도 않았지만, 그들이 그런 사람을
바랬기 때문에 나는 그런 척했다.
여기까지구나.
이렇게 중간에 나가떨어질 줄은 몰랐지만, 내 여행에는 이제 끝이 다가오고
있었다. 내가 없어도, 우리 여행은 잘 되겠지.
내가 없어서 슬프거나, 그립겠지. 하지만, 괜찮을 거다. 그 아이들은 앞으로 계속 나아갈 테니까.
내 소중한 동료들이니까, 그렇게 믿을 수 있다.
그러니…
“…”
무의식적으로 하늘을 올려다보자, 하늘에 변화가 생기고 있었다.
정확히는, 나를 내려다보던 불쾌한 하늘 위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나타났다.
―돌로 이루어진 거대한 물체였다.
저게 살아있는 거라는 것은 직관으로 알 수 있었다. 누가 만든 것인지, 자연적으로 생긴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야, 딱 좋네. 정말 딱 좋아.”
내 지팡이는 저 멀리 어딘가에 있을 거고. 내 다리는 이미 지쳐 있었다.
내 연약한 몸으로는 도망칠 수도 없을 거다. 어차피 살고 싶은 마음이
있던 것도 아니지만.
갑자기 플뤼겔 군이 한 말이 떠올랐다. “위험한 상황일 때, 진짜로 사람을 죽이는 것은 폭력이 아니라, 절망이야.”
정작 그 말을 한 플뤼겔 군은 레이드 군의 손가락에 그대로 짓밟혀 버려 그 말을 취소했지만.
“하.”
즐거웠던 날의 기억들이 스쳐 지나갔다. 무의식적으로 웃음이 새어 나왔다.
얼굴이 굳어서 제대로 된 웃음이 나오진 않았다. 마지막으로 웃은 지
얼마나 됐을까? 우리의 여행에서는 늘 웃음기가 가득해 늘 웃으면서 걸을 수 있었다.
그래. 이제야 알았다. 우리
여행은 즐거웠구나.
그리고 이렇게 끝을 맞이하다니, 이런 상황은…
“…못 받아들여.”
고개를 들었다.
눈 앞의 거대한 돌덩어리 ―돌사람이라고 부를까― 가 거대한 팔을 들어올렸다.
의도는 불 보듯 뻔했다. 눈 앞의 작은 생명체를 으깰 생각이겠지.
피할 방법은 없다.
대화할 생각이 없는 존재에게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내 동료들이
없었다면, 나는 단순히 무기력한 사람일 뿐이었다. 여행을
하면서 이런 감각을 수없이 느껴 왔었다. 저게, 내 목숨을
거두겠구나.
알고 싶지 않았던, 마음 깊은 속으로부터 혐오스러운 가혹한 현실이었다.
“머어어어어어엄춰어어어어!!”
갑자기 엄청 큰 소리와 함께 한 작은 존재가 나와 돌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
우리 둘 다 멈칫했다. 이유는 달랐지만.
돌사람은 “멈춰”라고 들어서
멈춘 것 같았고, 나는 낯선 사람의 등을 보고 있어서였다.
이 황무지에서 내 동료들하고 헤어져, 나 혼자서 있었는데, 내 눈 앞에 다른 사람의 등이 보였다.
“하늘이 부르고, 땅이
부르고, 사람이 부른다! 이 예상치 못한 만남에 깜짝 놀랐지만, 더 중요한 건 내가 딱 맞춰서 도착했다는 것이다!”
그 존재는 과장스러운 몸짓을 하면서 내 쪽을 돌아봤다.
눈 앞에는 작은 소녀가 있었다. 하지만 평범한 소녀는 아니었다. 몸의 일부는 도저히 사람이라고볼 수가 없었다.
소녀는 나를 위아래로 쑥 훑었고 그 다음에 고개를 끄덕인 채 허리춤에 손을 올렸다. 나는 그냥 얼어붙어 있었다.
“세 달 전, 동쪽에서
거대한 에너지를 느껴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계속 찾아봤는데… 당신이었군! 그래서 당신은 대체 무엇인가!?”
“어… 음…?”
“그렇군! 음씨로군! 내 이름은 판타그뤼에르! 나는 인간형 골렘으로 일만 명의 골렘을
통솔하고 있다!”
이 갑작스러운 상황의 변화를 나는 도저히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내
눈앞에 선 소녀는 기묘한 자세로 서 있었다. 더 놀라운 것은, 방금
전에 나를 으깨려 한 돌사람이 그녀와 똑같은 자세로 서 있다는 점이었다.
“골렘이라면… 네 뒤에
있는 거대한 돌 사람을 말하는 건가?”
“응! 얘 말고도 더 있다! 겉모습은 달라 보일 지 몰라도, 나 또한 이들의 동료 골렘이다!”
“그렇군… 아니, 잠시만, 더 묻고 싶은 게 있긴 한데…”
“뭔가?”
하고 싶은 질문은 산더미였지만,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대신, 나는 내 손을 그 소녀 ―판타그뤼에르―에게 내밀었다. 그녀는 수상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음, 뭐하자는 거지?”
“우정을 뜻하는 손동작, 악수일
뿐이야. 너 덕분에 산 거 같으니까.”
이건 나를 위한 것일 뿐이었다. 판타그뤼에르를 본 덕분에, 한동안 박살나 있던 내 정신이 순식간에 멀쩡해졌다.
마침내 누군가랑 대화를 나눌 수 있다니, 누군가랑 같이 있을 수가
있다니.
“아, 악수로군! 그래서 이게 악수인가! 직접 해본 건 처음이야, 음 씨!”
판타그뤼에르는 눈을 반짝이면서 내 손을 위아래로 흔들었다. 나는 이
귀여운 모습을 보면서 긴 한숨을 쉬었다.
방금 전까지 혼자서 외롭게 죽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만나서 정말로 반가워, 판타그뤼에르. 그리고, 한 가지 말할 게 있는데 괜찮을까?”
“물론! 음 씨, 무슨 일인가?”
굳어버린 내 볼을 나머지 한쪽 손가락으로 움직여서 어떻게든 웃음을 일단 지어보고, 말을 이었다.
마침내, 나는 고독함을 몰아내준 이 이상한 소녀, ―이 이상한 친구―에게 내 이름을 밝혔다.
“내 이름은 음이 아냐. 내
이름은 알렉… 알렉 호신.”
“…! 알렉 호신.”
“알렉이라고 불리는 게 더 익숙하긴 하지만 말이지.”
내 동료들이 나를 그렇게 불렀으니, 나는 나 자신을 그렇게 생각했다.
판타그뤼에르는 “알렉, 알렉”이라고 계속 중얼거렸다. 그녀는 여전히 내 손을 놓지 않고 방방 뛰고
있었는데, 뒤의 돌 사람도 이를 그대로 따라하고 있어서 솔직히 불안했다.
내 작은 걱정거리는 둘째 치고,
“좋아! 알렉 씨! 내 집으로 같이 가보세! 여기에 혼자 지내는 건 위험하기도 하지만, 외롭지 않겠나!”
“――. 그래, 그렇군. 큰 도움을 받았어. 외로웠거든.”
그녀의 표정은 40대에 접어든 나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나는 웃으면서 그 초대를 받아들였다. 이걸 거절하는 건 무례하기도 하니까. 판타그뤼에르는 아직도 내 손을
놓고 있지 않았다.
어쩌면 내 집으로 갔을 때, 이쪽 세계 출신의 존재들을 더 만날 수도
있다. 운이 좋다면, 다시 동료들을 만나러 갈 수도 있다.
그러니까…
“믿고 있을 게, 판타그뤼에르.”
“음, 알겠네! 맡겨주게, 알렉 씨!”
판타그뤼에르는 밝게 웃었고, 나도 따라서 웃었다.
우리는 걸어가기 시작했다. 돌사람도 뒤에서 따라오고 있었다.
“네~코♪ 네~코♪ 네~코 냐앙♪ 냥냥 네코 네~코
냐앙♪”
“그건 뭔 노래지?”
“나를 만든 네코냥 씨의 테마곡일세!”
“네코냥이라… 이상한 이름이네.”
“당신도?! 정말로?! 나는 멋지다고 생각하는데!”
멋지다라는 말을 하자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테마곡”이라는 말을 어디선가 들어봤었는데. 그러고 보니, 플뤼겔 군도 비슷한 말을 하지 않았었나…
“뭐, 상관없겠지.”
내가 너무 과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이렇게 흥겹게 부르고 있는데, 괜히 초를 치는 건 좀 그러니까.
“네~코 네~코 냐앙…인가?”
내가 노래를 따라부르는 걸 듣자, 판타그뤼에르의 눈은 반짝이고 있었다.
그 눈동자를 보니까, 잘된 거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중에 우리가 도착한 곳에 판타그뤼에르 말고 아무도 안 산다는
소리, 즉 다른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듣자마자 나의 마음은 곧바로 다시 비관주의로 떨어졌다.
이 이야기를 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지만.
해당 특전은 현재 통상적인 방법으로는 구하는 것이 불가능한 특전임.
따라서 이렇게 번역본을 올렸으며, 정발된 버전하고는 세세한 점에서는 차이가 있을 수 있음.
네코냥이 처음 나왔을 때 한 대사는 가면라이더 스트롱거의 등장 대사의 패러디본이라고 함. 정확한 거는 나도 몰?루?
우선적으로 이 특전의 내용 자체는 비정사가 맞음. 그러나, 이 특전 중에서 호신이 언급한 플뤼겔 파티의 내용들은 전부 정사로 처리됨. 따라서 1과 2번, 그리고 3번 문단 초반부까지는 정사가 맞다고 보면 됨.
여기서의 호신은 그 황무지의 호신이 맞음. 그리고 여기서 6장에서 나왔던 여섯 명의 손자국은 각각,
남자 4
:플뤼겔, 알렉 호신, 파르세일 루그니카, 레이드 아스트레아
여자 2:
에키드나, 사테라
로 확정이 되는 거임. 즉 샤울라는 여기서 언급이 없음. 3기 BD 특전이 샤울라에 관한 내용일 것이기에 특히나, 매우, 더더욱 중요한 정보라고 봄.
또한, 여기서는 에키드나가 사테라가 사라지면 기겁하고 찾으러 다닐 거라고 했음. 알렉 호신이 이들 둘의 관계를 착각한 것인지, 아니면 이 에키드나가 정말로 사테라를 우호적으로 생각한 건지에 대해서는 불명임.
네코냥의 개발자는 이세계 콰르텟 설정집이었나에서 대충 언급하지만, 오버로드 쪽 6대신 중 바람의 6대신이라고 함. 리제로하고는 무관한 내용이니 그냥 오버로드에 관심이 있는 사람만 기억해두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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