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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왕선전일담 진영결성비화 :「전쟁 여신과 「파랑」과 검귀와」1-3

oo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6.19 05:3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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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생원은 바로 알 수 있다. 고함소리는 건널 복도 바로 아래의 난간에서 몸을 내밀면 내려다보이는 왕성의 실내 정원에서 들려온 것이다. 정원에는 제철의 꽃이 피는 화원이 있어 왕성에서는 몇 안 되는 휴식처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 고함소리 섞인 대화는 그런 정원의 분위기를 난폭하게 깨부쉈다.

 

눈 아래 정원에서 말다툼하는 것은 두 사람의 인영, 어느쪽도 장신의 남성이다. 한 명은 페리스 일행에게 등을 보이고 있지만 그 등을 보인 자를 상대하는 인물의 얼굴은 확실히 보였다.

 

대머리에 험악한 이목구비를 지닌 덩치 큰 노인――보르도 체르게프다. 페리스에게는 지인이자 현인회 일원인 왕국 중진 중 한 명이다.

 

국왕부재의 왕국을 지탱하는 현인회, 보르도는 그 중에서도 가열한 의견과 강한 무력으로 의론을 이끄는 중심 인물이라고 알려져 있다. 현인회의 대표인 마이크로토프 맥마흔이 온건파의 필두라면 보르도는 강경파의 필두라는 느낌이다.

 

무엇보다 페리스에게 있어 보르도는 현인회와는 별개의 접점이 있는 인물이다. 그 사람됨도 풍문 이상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지금 크게 놀랐다.

 

누군가와 말다툼을 벌이는 보르도의 표정에서 그답지 않은 나약함이 엿보였기 때문이다.

 

「……보르도 님, 답지 않은 얼굴을 하고 계시네요

 

눈에 띄는 곳에서 말다툼을 하는 것도 보르도 공 답지 않군

 

페리스와 비슷한 소감을 밝히며 크루쉬가 어떻게 된 일이냐며 팔짱을 꼈다.

 

이게 단순한 언쟁이라면 외부자가 끼어들어 일을 키울 필요는 없다. 하지만 설사 그 내용이 사소한 것이라도 지금은 때와 장소가 나쁘다.

 

그 정도의 사실을 보르도가 모를리가 없었지만――

 

「―――」

 

크루쉬 님?

 

문득, 크루쉬가 숨을 삼키는 기색이 들어 페리스는 의아해 한다.

 

그녀의 시선은 보르도의 정면에 서 있는 인물, 그 등에 못박혀 있었다. 꼭 눈을 뗄 수 없다고 말하듯이.

 

――그것은 꾀죄죄한 누더기를 두른 인물이었다.

 

누더기의 정체는 구겨지고 올풀림과 얼룩이 돋보이는 짙은 감색의 망토다. 그 누더기를 걸친 사람의 머리는 하얗고, 노성에도 늙음을 연상시키는 갈라짐이 있었다. 하지만 뒷모습에서도 드러나는 곧게 뻗은 등줄기와 늠름한 어깨너비에 여린 인상은 추호도 없다.

 

그것과 동시에 눈치챈 것은 그 노령의 인물을 감싸는 이상할 정도의 검기다.

 

……」

 

무인으로서 페리스의 재능은 한탄하고 싶어질 정도로 뒤떨어진다. 검을 휘두르는 힘은 없고 기술을 단련해봤자 2류에도 닿지 못한다. 치유 마법이야말로 내 길이라고 자신을 몇 번 위로했던가.

 

그런 무인으로서 삼류 이하의 페리스도 알 수 있는, 압도적인 검기――검사로서도 일류인 크루쉬가 무심코 매료되는 것도 납득할 만한 존재감이다.

――대체, 저 인물은 누구인가.

 

네 일은 안타깝게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은 시기가 안 좋아. 너무 안 좋다. 말을 바꾼 건 진심으로 사과하지만, 이것만은 알아줬으면 좋겠다

 

알아달라……알아 들으라고? 이걸, 이 횡포를 말이냐?

 

의문을 품은 두 사람을 두고 보르도와 남성의 대화는 재개되고 있다. 하지만 보르도가 한 말은 남자의 반감을 사고 갈수록 골이 깊어질 뿐이다.

 

그런 말로 납득할 수 있겠나! 왜, 갑자기 변심한거냐? 그토록 말하지 않았나. 지난 14년 동안 몇 번이나……!」

 

「……네가 나쁜게 아니다. 시기의, 시기만의 문제다. 포기하라고는 안 해. 이번엔 미뤄줬으면 좋겠어. 지금 내 입으로는 이 이상 말할 수 없어. 미안하다

 

그런 바보같은……!」

 

계속해서 반발하는 남자에게 보르도의 말은 알맹이가 없고 끝맺음도 나쁘다.

 

보르도의 입이 무거운 것은 그에게 부과된 현인회 일원으로서의 입장이 이유일 것이다. 왕국 존망의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섣부른 발언을 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

 

단지 그 중책을 이유로 보르도와 남자 사이에 있던 어떠한 약속을 어기게 되었다. ――그것만은 외부인인 페리스 일행도 알 수 있다.

 

볼라키아 제국과의 관계 악화 이야기라면 나도 들었다. 만약 그것 때문에 출병을 주저하는 거라면, 제국에 사자를 보내는 것만으로도……」

 

아니야, 아니야. 제국을 자극하고 싶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그것만이 이유는 아니다. 기회는 또 만든다. 오늘은 그걸로 물러나줘

 

그래선 제 때에 맞추지 못해! 말했을 터다. 늦어도 다음 달에는 결론이 난다. 그걸로 확증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적어도 이걸 보고 검토를……」

 

완강히 거부하는 보르도의 태도에 남자는 열심히 애원한다. 그는 이야기를 끝내려는 보르도에게 품에서 종이뭉치를 꺼내 내밀었다.

 

색이 바래고 손때로 얼룩진 두꺼운 종이뭉치――그 종이조각을 잡는 손가락에서 남자의 마음의 편린이 엿보였다.

 

그게 그가 목숨을 걸고 끈질기게 매달리는 가는 실이라는 걸 한 눈에 알 수 있다.

그러나――

 

「――작작해라!

 

가슴 앞에 내민 종이뭉치를 보르도가 난폭하게 팔로 털어냈다.

 

그 반응이 남자에게는 예상 밖이었는지, 혹은 보르도 자신도 모르게 강한 힘이 들어갔는지, 아마 양쪽이 겹친 결과다.

 

충격을 받은 종이뭉치가 남자의 손가락을 떠나 정원 위로 흩어져 간다.

 

성 안에 부는 바람은 강하지 않지만 그래도 종이조각은 하늘로 날아올라 마치 흰 꽃잎처럼 화원으로 흩날려 들어갔다.

 

순간 보르도의 눈동자에 후회가 떠오르는 것을 페리스는 보았다.

 

직후, 그 이상의 극적인 반응이 정원에서 폭발하듯 부풀어 올랐다.

 

「――보르도ー!」

 

그윽……」

 

날카롭게 소리친 남자가 보르도의 멱살을 잡아 벽에 밀어붙이고 있었다.

 

등을 맞고 신음하는 보르도, 그 다리가 살짝 떠 있다. 벽에 밀어붙이고도 모자라 그 거구를 들어올리는 완력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크루쉬 님!?」

 

그 검기에 휩쓸려 반응이 늦은 페리스 옆에서 크루쉬가 재빨리 움직이고 있다. 그녀는 망설임 없이 난간을 넘어 눈 밑의 정원에 일직선으로 낙하한다.

 

건널 복도에서 정원까지는 높이 5미터 정도. 크루쉬라면 무사할 높이지만――

 

그래도 걱정은 되니까요……!」

 

황급히 몸을 내밀어 정원에 착지한 크루쉬를 확인하고 한시름 놓는다.

 

그대로 크루쉬는 허리에 찬 보검을 뽑더니 보르도를 벽으로 밀어내는 남성의 등에 칼끝을 들이댔다.

 

왕성에서의 행패는 거기까지다. 저항하지 않고 투항하는 것을 추천하지

 

씩씩하게 고하는 크루쉬지만 남자의 농밀한 검기에 긴장은 감출 수 없다. 주인의 긴박함을 짐작하고 페리스는 서둘러 정원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정말, 정말, 정말이지, 크루쉬 님은 막무가내만 부리시고……거기 두 사람! 따라 와!

 

페리스 경 대체……」

 

됐으니까! 크루쉬 님이랑 보르도 님이 위험하다구!

 

도중에 순회하는 위병을 문답무용으로 연행시키고 페리스는 정원으로 가는 대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꽃향기의 환영을 받는 페리스. 그 눈 앞에서 조금 전의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크루쉬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는 남자의 등에 검을 겨눈 채 고했다.

 

성 안에서 현인회의 일원을 향한 폭행이다. 간과할 수는 없어. ――이 장소에는 개인적인 추억도 있다. 따라서 나의 검도 너를 용서하지 않는다.

 

크루쉬 님…...」

 

말로 표현된 크루쉬의 추억에 페리스는 가슴을 맞고 발걸음을 멈추었다. 크루쉬가 지금 뇌리에 누구와의 추억을 그리고 있는지 페리스는 아플 정도로 알 수 있다.

 

그 주종의 상처와는 별개로 페리스가 불러들인 위병들은 상황을 알아차리자 크루쉬와 마찬가지로 남자에게 무기를 겨누고 그를 포위한다.

 

일촉즉발, 아차하면 이대로 살육전이 발발할 것 이라고 생각했지만――

 

「――미안하다

 

사죄하고 돌연 남자가 보르도를 해방했다. 벽에 등을 기댄채로 무너지는 보르도는 목에 손을 대고 괴로운 듯 호흡을 반복한다.

 

그 모습을 내려다보며 남자는 어깨에서 힘을 빼고 돌아섰다. 그 모습에 위병은 경계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냈고 페리스도 처음으로 정면에서 보는 남자를 유심히 살핀다.

 

선이 굵은 잘생긴 얼굴에 약간 무정하게 수염을 기른 노령의 남자다. 누더기 상의도 그와 어우러져 청결감은 떨어지지만 안광이 번뜩이는 푸른 눈동자는 일절 수그러들지 않고 위압감을 품고 있다. 

 

하지만 경계하는 페리스 일행 앞에서 남자는 무저항을 표하듯 두 팔을 들어올렸다.

 

아무것도 갖고 있지 않아. 저항할 생각도 없다. 얌전히 따르도록 하지

 

「―――」

 

위병은 그 말에 당황했지만 크루쉬가 소리를 내며 검을 거두는 것을 계기로 곧바로 남자를 양팔을 구속했다.

 

관례에 따르면 남자는 이대로 위병의 초소로 연행돼 그곳에서 조사를 받게 된다. 하지만――

 

「……기, 다려. 그럴 필요는 없다. 풀어줘라

 

한쪽 무릎을 꿇는 보르도가 남자의 구속에 이의를 제기한다. 하지만 그 말에 고개를 저은 건 다름 아닌 남자 자신이었다.

 

보르도 경. 제가 이걸 말을 할 자격은 없지만, 그래서는 본보기가 되지 못합니다. 왕성을 지키는 역할을 맡은 군사에게 수상한 자를 놓치게 만들건가?

 

「.…..그렇다면, 감옥탑에서 하룻밤 동안 구속하라. 추궁할 필요도 없다. 내일 아침 석방해도 좋아

 

남자에게 설득당해 보르도가 뒷맛이 쓴 얼굴로 지시를 정정한다. 그것을 듣고 위병들은 남자를 데리고 정원 출구를 향해 발길을 돌렸다.

 

그대로 연행되는 남자와 크루쉬가 스쳐지나가는 순간이었다.

 

감사를

 

단 한마디로 고해진 말은 크루쉬 외에는 청각이 뛰어난 페리스에게만 닿았다. 그 말의 진의를 확인해볼 틈도 없이 남자가 정원에서 연행되어 빠져나간다. 그것을 배웅하고 페리스는 드디어 긴장을 풀고 한숨을 내쉬었다.

 

크루쉬 님~ 너무 걱정끼치지 말아주세요. 수명이 줄어버린단 말이에요

 

미안하다. 너의 재치에 도움을 받았어. 역시 페리스다

 

저, 정말이지. 그런 말로 얼버무리셔두 속아 넘어가지 않으니까요

 

뺨을 붉힌 페리스가 크루쉬의 말에 속아넘어간다. 그리고 나서 페리스는 당사자 중 한 명인 보르도 쪽을 돌아보고 말했다.

 

그런데, 보르도 님은……얼라랴?

 

뒤돌아보자 보르도는 화단 안으로 들어가 조금 전 흩어진 종이조각을 한 장씩 모으고 있었다. 진흙에 옷이 더러워지는 것도 신경쓰지 않고, 꽃을 밟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우리도 돕지

 

 

크루쉬의 짧은 말에 페리스도 이견없이 협력한다. 세 명이서 흩어진 서류를 주워 모으고 마지막으로 보르도에게 건내 모으게 하면 회수는 끝이다. 마지막 한 장을 받아 들고 종이 뭉치를 다시 묶은 보르도는 깊이 탄식한다.

 

감사를 표하지요, 칼스텐 경. 그대에게는 못 볼 꼴을 보였군요

 

이렇게 갸륵한 보르도 공을 보는 것은 드물군. 그것만으로도 지켜볼 가치는 있었다. 그래서, 자세한 사정을 물어도 되나?

 

「―――」

 

크루쉬의 물음에 종이뭉치 겨드랑이 사이에 끼운 보르도는 말이 없다. 그러나 그 무언에는 거절의 색이 강해 크루쉬는 알았다며 얌전히 물러난다.

 

답하고 싶지 않다면 억지로 캐묻지 않는다. 그것이 크루쉬의 판단이다.

다만――

 

「――그럼 보르도 님은 페리쨩이 방으로 모시겠습니다. 지금 걸루 어디 다치기라도 했으면 피차 곤란하니 말이죠

 

아니, 나는 괜찮……」

 

됐으니까 그렇게 사양하지 마시구. 자, 혹시라도 보르도 님에게 무슨 일이 있으면 책임은 조금 전의 상대에게로 향하게 되구요. 제 말 맞죠?

 

천연덕스럽게 다가서는 페리스에게 보르도는 더 이상의 반론을 포기한다. 그 노인의 태도에 페리스가 눈짓을 하자 크루쉬는 잘했다고 깊이 수긍했다.

 

――그 크루쉬의 품에 깜빡전달을 잊은 종이조각 한 장이 들어 있는 것. 그것을 오랜 시간 알고 지낸 페리스는 총애의 힘으로 간파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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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5278 💬 색욕이 하는말들 맞는거 같은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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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5277 💬 다들 리제로 굿즈나 피규어 사는편임?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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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5276 💬 4기 대박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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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5275 💬 1,2,3기 서적으로 봐도 재밌음?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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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5273 💬 그러고 보니 3기 짤린 장면 중에 그거 있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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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5272 🚫북스 스포)23권 질문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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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5271 💬 10장 끝나면 들어가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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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5270 💬 4기 2쿨임?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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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5269 💬 제국편 읽기전에 꼭 읽어야되는 단편이 뭐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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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5268 4기스 스포)6장에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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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5267 💬 3기 엔딩 시리우스 왤케 여신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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