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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34권 점포특전 : 「늑대의 나라/약자는 죽어야 한다, 자비는 없다⑨」2

oo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7.05 13:5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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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하기 아깝다는 표현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상대방에게 보석을 선물할 가치를 찾지 못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빈센트의 말투로 보건데──

 

그 애는 걸물이다. 보석이나 드레스에 파묻히는 것보다 더 적합한 게 있을거다

 

각하께서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는 건가요

 

놀라 중얼거린 치샤에게 빈센트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꽤 놀라운 평가다. 빈센트에게는 사람을 보는 눈이 있다. ──능력적인 부분을 꿰뚫어 본다는 의미에서 자화자찬의 의미도 섞이게 되지만, 사실이다.

 

치샤와 세실루스, 아벨쿠스 령이 거느린 수 많은 인재들은 빈센트의 눈에 든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빈센트가 이렇게까지 말하다니.

 

하지만, 우수하다고는 하지만 그게 여동생 분이라면......」

 

볼라키아 황족의 숙명, 기다리는 그것은 너무나 어두워 결코 다른 황족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는 없다.

 

그렇게, 치샤는 충언을 건내려고 했지만,

 

언젠가 잃게 되는 것에 가치가 없다면 태어난 것에도 가치는 없다. 생물은 결국엔 모두 죽는다. 그 이치에 따라 말한다면, 치샤에게도 각하에게도 저에게도 가치는 없을텐데요?

 

세실루스......」

 

분명히 입에 담지 않은 말, 그 뒷부분을 정확하게 찌른 세실루스의 말에 치샤가 눈살을 찌푸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어린 검사는 조리로 세게 바닥을 밟아 누르면서 말했다.

 

뭐 괜찮지 않나요! 각하가 하고 싶은대로 해도. 선물을 하고 싶다. 완전 괜찮죠! 이왕이면 도움이 되는 걸로 주고 싶다. 이것도 좋습니다! 우리는 각하께서 거둔 신하로서 각하의 희망에 부응하도록 힘쓰도록 합시다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그쪽한테 들으니 순순히 수긍하기 어려운 의견입니다

 

상대에 따라 태도를 바꾸는 건 좀 꼴사납지 않나요?

 

고개를 갸웃한 세실루스, 그의 지적은 모두 문제의 본질을 포착하고 있다.

 

덕분에 그를 찾아낸 빈센트의 안목이 옳다는 것을 다시금 증명하고 말았다.

 

그래서……과연, 책을 선택하신 것이군요

 

맨 처음 문 너머로 들려왔던 빈센트와 세실루스의 대화가 떠올라, 치샤는 비로소 두 사람이 하던 대화의 핵심을 따라잡았다.

 

보석이나 드레스를 선물하는게 아니라, 그녀의 ──프리스카의 재치에 걸맞은,그걸 더 키워주고 싶다고 고심한 결과 책에 도달하는 건 알기 쉬운 이야기다.

 

치샤도 빈센트에게 고용됐던 당초에 아벨쿠스 가문이 소유한 어마어마한 장서의 수를 보고 가슴을 떨었던 기억이 있다. 수 많은 책이 호기심을 채워주고 지성을 연마시켜주는 건 틀림없다.

 

그 치샤의 이해에 빈센트도 그 말대로다라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어떤 재주라도 연마되지 않으면 그 진가는 발휘되지 않는다. 칼을 갈고 닦기 위해서는 숫돌이 필요하고 지성을 갈고 닦기 위해서는 책이 필요하다

 

따라서 책이라는 말씀이시군요. 그건 저희도 납득했습니다만, 뭔가 문제라도 있으신지?

 

「──거기 있는 놈이, 내가 선택한 건 선물하기에 부족하다고 계속해서 호언장담하고 있다

 

네! 정말이지 부족하기 짝이 없어요!

 

허리에 손을 얹은 채 돌아보고, 세실루스가 치샤와 빈센트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본다.

 

쓸데없이 빛나는 두 눈과 마주하며 치샤는 세실루스의 발언에 고개를 갸웃할 수 밖에 없었다. 빈센트의 노림수는 틀리지 않은 것 같다고 생각하는데.

 

그쪽은 왜 그게 안된다고 말하는거죠?

 

애초에 뭔가 하나로 좁히려는 사고방식 자체가 안된다는 거에요! 분명 도움이 될 거라고 책을 선물하는거야 좋죠!  그렇다고 보석이나 드레스를 선물하는 걸 주저하는 이유란? 네, 그래요! 딱히 이유가 없는데도 분위기에 휩쓸려 말하고 있는 거잖아요!

 

「──허나, 그것들이 대체 무엇에 도움이 되지?

 

좋은 것에 둘러싸인다는 건 곧 좋은 걸 보는 눈이 길러진다는 말이에요. 봐주세요, 각하. 제가 각하께 졸라서 손에 넣은 이 칼을

 

말하면서 세실루스가 내민 것은 허리에 걸린 한 자루의 칼이다. 그 자신이 말한대로 빈센트가 그에게 준 아주 잘 드는 명검이다.

 

세실루스는 칼집에서 뽑아 빼낸 칼날을 보여주며 말했다.

 

달인은 도구를 가리지 않는다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지만 그건 아닙니다! 기술로 사람을 베는 달인이야말로 기술 없이도 사람을 벨 수 있는 좋은 무기를 가져야만 합니다. 우리들이 상대해야 하는 건 한 명이 아니라 다수, 다수를 넘어 군단! 그러기 위해서는 다루는 무기를 보는 눈 또한 기를 필요가 있는거죠

 

「……이 놈은 가끔 이렇게 수긍이 가는 이야기를 하는게 열 뻗치는군

 

지당한 말씀입니다. 아아, 세실루스, 각하의 집무실에서 부주의하게 칼을 뽑지 마세요. 다음 번에는 주의로 끝나지 않습니다

 

당당히 단언한 세실루스의 주장에 반박할 점을 찾지 못한 치샤는 일단 세실루스의 태도에 주의를 주고 황급히 칼을 갈무리하는 그를 뒷전으로 한 뒤 빈센트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세실루스의 조언에 따르는 건 부아가 치밀지만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바입니다. 보석과 드레스도 준비하는 걸로 하고…… 책은 무엇으로 할까요

 

그것도 궁리할 대목이겠지. 건방지게도, 세실루스는 나의 의견이 시원찮다고 기각시켰다만 ……어디, 네놈은 필시 나의 기대에 부응해 보일테지?

 

「──이쪽에 엄청난 부담이 돌아오는 바람에 고개를 조아리는 싶어지는 바입니다.

 

요컨대 세실루스가 이래저래 자기 하고 싶은 말을 다 해버린 탓에 제안을 전부 부정당해 심사가 뒤틀린 빈센트는 치샤에게 이 일을 완전히 떠넘길 기세인 것이다.

 

이게 인재등용이나 영지 관련 같은 정무라면 몰라도 실제로 얼굴을 마주한 적도 없는 여동생의 비위를 맞추는 건 치샤 입장에서도 진퇴양난의 대위기다.

 

그렇다고는 해도 주인이 의견을 요구하는데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 건 치샤의 직책에 어울리지 않는다. 생각에 잠긴 치샤는 자신의 검은 눈썹을 올리고 문득 생각난 것을 말했다. 

 

그건──

 

「──그렇다면 지식을 담은 책이 아니라 이야기책을 선물하는 건 어떨까 하는 바입니다

 

뭐라?」

 

오오, 이야기!」

 

치샤의 제안에 듣는 이들의 반응은 극과 극이다. 빈센트는 의아해했고 세실루스는 눈을 반짝이며 되물었다.

 

치샤도 독서인으로, 그렇게까지 많이는 아니지만 이야기책을 즐겨봤던 적도 있다. 다만 빈센트는 그런 식으로 지어낸 이야기를 접한 적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새롭게 다가올 수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짐작컨데 각하께서 마음에 드신다는 것은 프리스카 님도 각하와 마찬가지로 지성을 갈고 닦는 분이 아니신지? 그렇다면 각하께서 읽으신 책은 언젠가 프리스카 님도 직접 그에 도달하실 거라고 생각하는 바입니다.

 

언젠가 걸어나갈 길이라면 더 효율적인 길을 선도해주는 것에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만, 그럼에도 네놈은 이야기책이라는 저속한 것을 추천했지. 그 이유가 무엇이냐?

 

아니, 기다려주세요!  이야기책을 저속하다고 단정짓는 건 아무리 각하라도 간과할 수 없어요!

 

그쪽은 이미 충분히 떠들었잖아요. 지금은 제 생각을 말할 시간입니다

 

뛰쳐나오려던 세실루스의 입을 틀어막은 치샤가 빈센트와 마주본다.

 

이쪽의 속셈을 살피려고 들여다보는 시선에 치샤는 자, 그럼하고 떠오르는대로 머리 속에서 이론무장을 시작했다. 애시당초, 떠오르는대로 라고 말해도 적당한 안건이 있는 건 아니다. 출처가 머릿 속일 뿐 사고에는 반드시 토대가 존재한다.

 

치샤 골드가 그 발상에 이르기 위한, 토대라는 것이.

 

조금 전, 저속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만 각하께서는 이야기를 즐겨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그런 경험없이 단정적으로 판단하는 건 식견이 부족하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습니다

 

혓바닥 한 번 잘 놀리는군. 그렇다면, 저속하다고 판단하는 건 일단 물렀다 치고, 나나 프리스카가 이야기책을 탐독하는 것에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다는거지? 그로부터 어떠한 식견을 얻을 수 있지?

 

「──아무래도, 이야기를 읽음으로써 정신을 연마할 수 있다는 부분일까요

 

뭐라?」

 

목소리를 낮추는 빈센트에게 치샤는이야기의 존재의의를 생각하면서 말했다

 

빈센트는 말했다. 검을 갈고 닦는데에는 숫돌이, 지성을 갈고 닦는 데에는 책이 필요하다고. 그렇다면 이야기란 마음을 갈고 닦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닐까.

 

역사를 통해 깨달음을 얻는 것과 같이 사람은 이야기를 통해 학습합니다. 타인의 마음 또한 이해한 뒤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되지요. 이웃 마을에서 수해가 일어났을 때 얻을 수 있는 교훈은 그저 수해로 인한 피해 뿐일까요? 누군가를 잃고 말았다는 사실을 통해서도 배울 것이 있지 않겠습니까?

 

「……이야기책을 읽으면, 그러한 식견을 얻을 수 있다고?

 

각하는 이미 태생부터 볼라키아 황제로서 살아가지 않으면 안되는 몸. 그렇다면 더더욱 이야기책이 다른 사람의 생각을 알기 위한 길라잡이가 되어주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는 바입니다

 

말하면서도 생각보다 훨씬 그럴싸한 의견이 완성되어 자신이 말하고도 놀랐다. 자신의 뜻을 지금이 되어 스스로 이해한 느낌이 들어 나 자신에게 감탄하고 만다.

 

실제로 빈센트도 그에 생각하는 바가 있었는지 입을 다물고 진지하게 생각하는 모습이다. 특별히 이야기를 읽게 만들고 싶다는 고집이 있었던 건 아니었지만──

 

아아, 아주 좋네요 치샤. 분명 이 복선은 빛을 발할거에요

 

입을 틀어막은 손으로부터 능숙하게 빠져나와 스스럼없이 웃던 세실루스가 그렇게 재잘댄다.최근 들어 그가 자주 사용하는 복선이라는 단어에 치샤도 쓴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세실루스의 드문 칭찬에 치샤가 어깨를 으쓱해하자

 

나에게는 없던 사고방식이었다. 허나, 한 번도 읽지 않고 선물하는 건 도리에 어긋나겠지

 

그거 좋은 생각이네요! 그럼 저는 티레오의 장미기사를 추천드리죠!

 

「『아이리스와 가시나무 왕정도의, 잘 알려진 이야기부터 시작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하는 바입니다

 

독서에 긍정적으로 임하겠다는 빈센트의 발언에 세실루스와 치샤가 각각 책을 추천한다. 두 가지 모두 유명한 것이었지만 빈센트의 반응은 애매해서 정말로 문외한이시구나, 하고 다시금 이해했다.

 

여동생 분을 핑계로 삼은 것 같아 죄송스러웠지만 치샤로서는 빈센트가 때때로 이와 같이 나이에 맞는 반응을 보이거나 색다른 것에 흥미를 갖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었다.

 

덧붙여, 이때 치샤가 품었던 발상은 기대 이상으로 빈센트와 프리스카 남매에게 먹혀들어, 이후 다양한 이야기를 접하고 때로는 마음에 드는 작가의 신간까지 고대하는 문학 남매가 되어버리고 말지만, 그건 또 한참 뒤,  별개 이야기의 복선인 것이다.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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