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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우리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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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실에서 들려오는 그 소리를 알아차린 것은 전세 낸 수영장에서 30분 정도 헤엄쳤을 무렵이었다.
「……리코의 소리일까?」
9월도 중순에 접어들었는데 여전히 무더운 공기가 스며드는 그런 날. 그저 등교만 해도 나른해지는 더위 속에 이른 아침부터 학교에 피아노를 치러 오는 사람이 이 학교에 그렇게 많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
「…………」
어쩐지 얼굴이 보고 싶네, 그런 생각을 한 것은 여기만의 비밀. 나는 빙긋 웃으며 고글을 벗고 풀사이드에 손을 얹어 몸을 들어올렸다.
「아가씨, 일찍 나오셨군요」
피아노 소리가 끊긴 타이밍을 가늠해 문을 열자 거기에는 예상대로의 인물이 있었다. 갑작스런 내방객에 놀란 리코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자 그녀는 황급히 시계를 쳐다보고는 안심한 듯 숨을 내쉬었다.
「……순간 벌써 수업 시작했나 했어」
리코는 눈꼬리를 내리며 웃고는, 좋은 아침이야 요우, 라고 평소와 같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좋은 아침 항해! 리코 오늘 빨리 왔네」
「요우야말로. 갑자기 문이 열려서 깜짝 놀랐어」
「나름대로 피아노 소리가 안 나는 타이밍을 노렸는데…… 그렇게 놀랬어?」
「응. 마침 요우를 생각하고 있었거든」
「그래그래」
어깨를 으쓱하는 나를 보며 리코가 키득키득 웃는다. 리코는 가끔 이런 농담을 한다. 처음에는 농담인지 진담인지 몰라서 반응하기 곤란했지만, 지금은 슬쩍 흘리는 것이 정답이라는 것을 학습했다.
「곡 만들고 있었어?」
「그럴 생각이었는데…… 지금 건 한숨 돌리는 의미의 피아노려나」
「그랬구나」
맞장구를 치며 리코의 등 뒤에 서서 기대어 놓은 악보를 들여다본다. ……여전히 내가 볼 땐 암호 같단 말이지. 그런데 이것이 어엿한 한 곡이 되니까 역시 피아노는 마법 같다.
「요우는 수영장에서 수영하고 왔어?」
「정답! 용케 알았네」
「그야 요우한테서 수영장 냄새가 조금 나는걸」
그렇게 말하며 리코가 얼굴을 가까이 해서, 왠지 갑자기 부끄러움이 몰려와 나도 모르게 몸을 뺐다.
「그, 그건 그렇고 작곡은 어때? 순조롭게 진행 중--」
「…………」
「……인 것 같진 않네」
「……응」
리코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미안한 듯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이번엔 일찌감치 가사가 나왔으니까 열심히 해 보려고 했는데……. 곡이 안 나오면 요우도 의상 디자인에 못 들어가지」
먼저 남을 걱정하는 부분이 다정한 그녀답다. 음악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그래도 작곡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쯤은 나도 알고 있으니까 그렇게 신경 쓸 필요는 없을 텐데.
「나는 신경 안 써도 된다니까」
가급적 가벼운 어조가 되도록 유의하며 등을 툭툭 두드리니 리코의 표정이 조금 풀려서 안심된다.
「전부터 생각했는데 노래를 만드는 건 정말 대단한 거 같아. 난 악보 같은 건 전혀 몰라서 이쯤 되면 완전 암호라구」
리코의 어깨 너머로 오른손을 살짝 뻗어 악보를 가리킨다. 오선보가 인쇄된 그 자리에는 리코의 글씨로 많은 기호가 적혀 있었다.
「요우는 요령이 좋으니까 제대로 배우면 피아노도 칠 수 있을 거야」
「그럴까?」
「괜찮다면 가르쳐 줄까?」
「음, 아니, 나한텐 잘 안 맞을 것 같기도 하고……」
사쿠라우치 선생님에게 「완전 엉망이야!」라고 야단맞는 상황이 쉽게 상상이 돼서 쓴웃음을 짓는데, 갑자기 리코가 깜짝 놀란 표정으로 이쪽을 보았다.
「요우, 그 상처 어떻게 된 거야!?」
무슨 말이냐고 말하는 동시에 리코의 말뜻을 이해했다. 악보를 향해 팔을 뻗는 바람에 교복 소매가 걷어올려져 그 밑에 숨겨져 있던 청자색이 삐져나와 있었다.
「으-, 역시 들켰나」
「그, 그거 혹시…… 멍이야?」
조심조심 물으면서 리코가 꽉 하고 주먹을 만들었다. 이런 거, 리코는 잘 못하는 모양이다.
「어제 하이다이빙 연습을 하다 실수해버리는 바람에 멍이 들었지 뭐야」
「괘, 괜찮아……?」
「그냥 평범한 멍이야. 리코도 어디 부딪치면 멍들지?」
「그건 그렇지만, 그래도」
「참, 리코도 걱정이 많다니까」
나는 웃으며 리코의 손을 잡고 꽉 쥐어져 있던 손을 천천히 풀어간다. 리코의 손가락은 길고 가늘어 손톱 모양까지 예쁘다. 마법을 만들어내는 이런 예쁜 손가락에는 주먹이 어울리지 않는다.
나에게 손을 잡힌 동안 리코는 어쩐지 우물쭈물 입을 우물거리다가, 뭔가 말하려는 듯 헛기침을 했다.
「그거 아파?」
「꾹 누르거나 하지 않으면 아프진 않아. 근데 생긴 게 좀 요란해서……」
쓴웃음을 지으며 어깨를 쓰다듬는다. 몸을 넓은 수면에 부딪치게 되면 아무래도 멍도 그만한 크기가 되고 만다. 이번엔 아슬아슬하게 교복으로 숨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렇게 투덜거리고 있는 리코의 손끝이 살짝 멍에 닿았다.
「아파?」
작은 목소리로 그렇게 물어서,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대답한다.
마치 상처를 치유하듯 손가락을 미끄러뜨리는 리코를 멍하니 바라보며, 역시 리코는 미인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행동 하나하나가 절로 그림이 된다. 몸에 생긴 멍 같은 건 나에겐 이미 익숙하지만 리코의 부드럽고 예쁜 피부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오늘은 연습 쉬는 게 좋지 않을까. 치카에게--」
「괘, 괜찮아! 연습할 수 있어!」
순간 입에서 그렇게 튀어나와 버려서 아차 싶었다. 명백히 동요한 모습을 보인 나에게 리코가 이상하다는 듯 표정을 짓는다.
「요우…… 무슨 일 있었어?」
입을 다문 채 굳어 있었더니 리코가 다시 한 번 내 이름을 불렀다. 머리는 계속 빙글빙글 돌고 있지만, 그래도 걱정스러운 눈동자를 앞에 두고 침묵한 채로 있을 수도 없어서 나는 체념하고 입을 열었다.
「……치카한테는 다친 거 비밀로 해줬으면 해」
리코가 뭐라고 하기 전에 나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그, 그게 말야 치카는 그래 봬도 걱정이 많거든. 괜히 걱정 끼치고 싶지 않아서」
그러면서 싱긋 완벽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그것이 남이 발을 들여놓지 못하게 하는 방파제 역할이 된다는 것을 나는 언제부터 알았을까. 눈치 채고 보면 이미 자연스럽게 그런 행동이 몸에 배어 있었던 것 같다.
리코는 무언가 말하고 싶은 듯 나를 올려다보다, 이내 포기한 듯 가늘게 숨을 내쉬었다.
「알았어. 비밀로 할게」
「……고마워」
「요우의 부탁이니까」
「…………」
그것을 끝으로 대화는 끊기고 말았다.
「왜, 왠지 방해만 했네. 미안, 피아노 계속 쳐도 돼」
나는 가능한 한 밝은 목소리를 내면서 리코에게서 조금 떨어져 창가로 다가갔다.
「방해 안 할 테니까 여기서 들어도 돼?」
「……물론 괜찮아」
리코는 부드럽게 미소지으며 의자에 다시 앉아 건반에 손을 얹었다. 하지만 리코의 긴 손가락은 툭 소리만 내고 그대로 멈춰버렸다.
「……저기 있지, 요우」
「응?」
「나, 계속 요우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 있어」
「리코?」
왠지 들어본 문구다 싶어서 금방 떠올랐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전할 때 이런 식으로 서론을 꺼내는 일이 여러 번 있었다.
「왜, 왠지 고백받는 거 같아서 두근거리네」
농담 삼아 그런 말을 하자 리코의 시선이 나를 옭아맨다. 곧은 시선에 심장이 쿵쾅거리는 소리를 낸다. 이 분위기. 몇 번을 겪어도 익숙지 않은--
「요우, 실은 있지」
리코가 가늘게 숨을 들이쉬었다.
「나, 요우가--」
***
하이다이빙을 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모양이다.
작곡의 힌트가 될지도 몰라 보고 싶다는 것 같다.
하이다이빙이 힌트가 되어 태어나는 곡은 어떤 곡일까.
그건 그렇고 헷갈리는 분위기를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사쿠라우치 씨.
다이빙 시설이 있는 수영장까지 가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늦는다든가. 수영장에 도착해도 스트레칭이나 육상 트레이닝이 있기 때문에 실제로 뛰어들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린다든가.
그런 변명도 리코의 작곡에 대한 열의에는 통하지 않았던 것 같다. 결국 며칠 후 리코를 데리고 수영장에 향하게 되고 말았다.
대회에 나가면 많은 사람들 앞에서 연기를 하고, 남에게 보이는 것 자체가 그렇게 거북한 건 아니지만.
「하아……」
풀사이드에 병설된 스트레칭용 공간에서 유연성 운동을 하면서 큰 한숨을 내쉰다. 입은 운동복 너머로 색이 살짝 옅어지기 시작한 멍을 살살 어루만진다. 통증은 이제 거의 없다.
리코에게 그런 의도는 없었겠지만, 그 타이밍에 부탁을 받으면 거절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부상을 입은 사실을 비밀로 해준다고 리코는 내 부탁을 들어줬다. 그렇다면 나도 그녀의 부탁을 들어줘야 공정한 법이다.
「왠지 나, 볼품없네」
맡겨달라고 웃으며 시원하게 뛰어들어 보이면 될 뿐인데. 이 멍이 생긴 날을 생각하면 몸이 모래주머니를 단 것처럼 조금 무거워진다.
하이다이빙은 원래 부상이 많은 스포츠라서 이 정도 멍을 몸에 만드는 일은 다반사다. 그러니까 멍든 것 자체는 문제랄 게 없다.
딱히 난이도가 높은 기술에 도전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회전 도중 균형을 잃은 것은 내가 집중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다이빙대를 찼기 때문이다.
그날은 잠에서 깬 순간부터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옛날 일이 꿈에 나왔어--그렇게 이야기하면 아마 다들 「그래서?」라고 리액션을 돌려줄 테지. 하지만 내가 그날 본 그것은, 깨어났을 때 자기 나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사실적이고, 그러면서도 또 선명해서.
중학교 1학년 여름. 전국으로 가는 티켓을 건 대회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경기 인구가 그다지 많지 않은 하이다이빙 근처에서는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와타나베 요우」의 이름이 알려져 있었던 것 같다. 다이빙대 계단을 오르며 술렁이는 경기장의 공기를 피부로 느낀다. 원래 별로 긴장하는 타입은 아니었지만, 그때만큼은 수영복 밑에서 심장이 세게 뛰었다.
「……치카」
다이빙대 위에서 치카의 모습을 찾는 것은 나만의 의식 같은 것이었다. 치카가 있는 곳은 대강 알고 있기 때문에 이 위치에서도 모습을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긴장한 듯 주먹을 불끈 쥐고 있는 치카가 금세 보였다.
……나보다 치카가 더 긴장한 것 같아.
그런 생각을 하면서 살짝 웃었더니 어느새 굳어 있던 몸에서 조금 힘이 빠졌다. 의식이 정말로 효과가 있었던 모양이다.
그럼 먼저 첫 번째 시도를 기분 좋게 마치러 가자. 그렇게 생각하고 발을 내딛으려던 그 순간, 나는 보고 말았던 것이다. 치카가 지은, 너무나 쓸쓸해 보이는 표정을.
치카와 눈이 마주쳤다. 심장이 크게 뛰어서 나도 모르게 숨을 삼켰다.
「왜……」
치카, 왜 그런 표정을 짓고 있어?
정신을 차려보니 다이빙대에 선 지 시간이 꽤 흘러 있었다. 직원의 시선을 느낀 나는 황급히 오른손을 들었다. 서는 위치를 정하고 다이빙대를 찬다. 내가 수면에 내동댕이쳐진 것은 그로부터 단 1초 뒤였다.
사려깊게도 꿈속에서는 의무실에서 펑펑 우는 치카까지 재현돼 있었기에 내 자신의 뇌가 싫어졌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단지 그것뿐인 사건이다. 그 뒤로 치카와 싸운 것도, 어색한 분위기가 된 것도 아니었다. 말하자면 평소대로. 이듬해에는 무사히 전국대회에 출전할 수 있었고 아무 문제 없었을 텐데.
어찌됐든 꿈에 마음이 흐트러지다니 선수로서는 실격이다. 나는 두 손으로 뺨을 찰싹 때리고는 입고 있던 운동복을 벗었다.
오늘은 가볍게 땀 나는 정도로만 해 두라며 내 어깨를 보고 쓴웃음을 짓는 코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다이빙대를 올라간다. 10미터 높이에 도달할 때까지 원래는 집중력을 높여가는데, 오늘은 왠지 심장이 빨라지고 있었다.
……나, 왜 긴장하고 있지?
정상에 이르러서 숨을 크게 들이마신다.
그날 이후 뛰어들기 전에 응원석을 보는 것은 그만뒀을 텐데,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는 도중 시선이 그쪽으로 향하게 된다. 텅 비어 있는 그곳에서 리코를 찾기는 쉬웠다. 당연하지만 거기에 치카의 모습은 없다.
리코의 부드러운 미소를 보면 조금은 진정될 것 같았는데, 그때에 비해 약간 시력이 떨어진 눈으로는 어떻게 해도 초점이 맞지 않는다.
중학생 때 봤던, 꿈에서 본 치카의 얼굴이 또다시 머리를 스친다.
손끝이 차갑다.
다이빙대 끝. 아슬아슬한 곳까지 걸어가 수면에 눈길을 돌린다.
높은 곳도 좋아하고, 물속도 좋아하고, 그런데 이상하다.
여기가 이렇게 무서운 곳이었던가?
***
재봉틀의 규칙적인 소리가 기분 좋았다.
이렇게 집에서 재봉틀을 돌리고 있었더니 멤버 전원의 의상을 만들고 싶어졌지만, 리코의 곡 만들기가 조금 난항을 겪는 것 같아서 곡의 분위기가 정해질 때까지는 취미인 제복 만들기에 몰두하기로 했다.
「…………」
달그락달그락, 재봉틀 소리가 조금씩 느려지다가 완전히 정지한다.
시력 저하는 하이다이빙에서 좋을 거 하나 없으니 눈에는 주의하라고, 코치는 틈만 나면 말한다. 적당히 하는 편이 좋을지도 모른다.
나는 안경을 벗어서 책상 위에 놓고, 의자 등받이에 몸을 맡기고는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결국 뛰어들지 못했다.
어깨가 아프다는 그럴듯한 거짓말을 하자 리코는 의심 없이 납득해 주었다. 다쳤는데 무리하게 해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받았을 때는 역시 죄책감에 고개를 들 수가 없었지만.
리코가 돌아가고 나서 다시 다이빙대에 서 보니 다리가 움츠러드는 느낌은 없어진 것이, 그것만은 천만다행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수면을 향해 떨어지는 내 몸에는 아무래도 위화감이 남아 있었고, 열 번 정도 뛰어든 시점에서 코치에게 「오늘은 그만 돌아가라」고 쫓겨나고 만 것이었다.
「오늘 어떻게 된 걸까, 나」
처음으로 10미터 높이에 섰을 때조차도 그런 기분은 들지 않았는데. 약간의 두려움은 있었지만 그보다 설레는 기분이 더 강했다. 더 대단한 연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내일은 쭉 다이빙 연습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책상에 풀썩 엎드렸다. 학교도 Aqours 연습도 쉬고 하루종일 수영장에 있으려고 했는데. 코치에게도 내일은 쉬라는 말을 듣고 내가 있을 곳은 순식간에 없어져 버렸다.
「에잇, 그렇담 근력운동이다-!」
머리가 복잡해서 생각에 잠길 것 같으면 몸을 움직이라고, 한 소꿉친구가 하던 말을 떠올리며 힘차게 일어섰다. 그러나 「아자-!」하고 벼르고 있던 차에 핸드폰 벨소리가 울려 그 자리에서 다시 주저앉았다.
「이 타이밍에 누가…… 어라, 리코?」
화면에 표시된 리코의 사진. 손가락으로 슬라이드하고 핸드폰을 귀에 대자 익숙한 부드러운 목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여보세요, 리코?」
「아, 요우. 지금 괜찮아?」
「응. 멍 때리는 중이었으니까 문제없어」
그렇구나, 하고 전화 건너편에서 리코가 다행이라는 듯이 웃는다.
「무슨 볼일이라도 있었어? 혹시 작곡에 대해?」
「음, 반쯤 정답이려나?」
「반쯤?」
「조금 막힌 참이라, 요우랑 얘기가 하고 싶어져서」
여전히 리코는 갑자기 정 가운데에 직구를 날린다. 그래도 나는 공을 받는 건 자신 있고, 어떤 공이든 확실히 미트에 넣을 수 있는 점이 자랑이기도 하다.
「하하, 나랑 얘기하면 숨 돌리는 게 돼?」
「응」
「그건 다행이네」
나는 핸드폰을 귀에 댄 채로 침대로 이동하고는 그대로 뒹굴었다.
「오늘은 다이빙 못 보여줘서 미안」
「사과하지 마. 내가 갑자기 보러가고 싶다고 한 거니까」
「그래도 모처럼 작곡에 힌트로 삼고 싶다고 말해줬는데, 볼품없는 모습을 보여버렸으니」
내가 웃으면서 그렇게 말하는데, 리코가 약간 강한 어조로 대답했다.
「다쳤으니까 어쩔 수 없는 거잖아. 볼품없지 않아」
「……응. 고마워, 리코」
가슴 부근이 뜨끔해서 나는 시선을 아래로 떨궜다. 리코, 나 말야. 리코는 그렇게 말해주지만 나는 역시 내가 무척 볼품없다고 생각해. 리코에게 거짓말을 하고, 죄책감도 약삭빠르게 속으로 감춰버리는 교활한 내가 볼품없지 않을 리 없는걸.
「요우는 내일도 연습해?」
「맞아, 다이빙은 안 하지만, 어디 다른 데 수영하러 갈까나. 시간이 되면 의상 디자인도 하고 싶지만……」
「……자, 작곡 힘낼게」
「아아, 그런 생각으로 말한 거 아니야! 천천히 해도 돼!」
그리고는 두서없이 잡담을 나누고, 또 보자며 전화를 끊었다.
핸드폰을 대고 있던 귀가 뜨겁다. 왠지 아직도 리코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귀에 남아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그렇게 생각하니 이상하게도 간지러운 기분이 들었다.
그대로 침대에 누워 있는 사이에 서서히 잠이 온다. 힘을 뺀 몸이 침대에 가라앉는 것을 느끼면서 왠지 오늘은 아무 꿈도 꾸지 않고 잘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한숨 돌린 것은 나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
처음에는 카난네 가게에 갈까도 생각했지만, 그래 봬도 카난은 사람의 기분에 민감하기 때문에 지금 같은 마음을 안은 채 그 앞에 가는 것은 망설여졌다. 다이빙을 안 하는데 멀리 수영장까지 가는 것도 왠지 좀 그렇고, 근처 바닷가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이렇게 생각해보니 의외로 수영할 장소가 적다.
「……참, 그렇지」
탁 하고 손을 쳤다.
사람이 적고 느긋하게 수영할 수 있는 장소. 한 군데 있다.
우리 고등학교의 수영부는 빈말로도 활동에 열심이라고는 할 수 없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수영장에 물을 여름방학이 될 때까지 채우지 않아도 아무도 불평하지 않는다거나, 토요일에 수영하러 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거나 하는 정도의 느슨한 느낌. 덕분에 큰 수영장을 전세 냈다.
그래도 나에게는 이 정도가 딱 좋았던 것 같다. 중학교 시절의 수영부는 강호라서 부내 경쟁도 치열하고, ……별로 좋지 않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래도 나는 사람복이 많은 편인지 분명한 악의를 받은 일은 손에 꼽을 정도였던 것 같다.
하지만 확실하게 기분을 부딪치는 편이 나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요우는 대단하네, 그렇게 말하면서 슬픈 듯 웃는 쪽이 나에게는 훨씬 괴로웠으니까.
「……그만하자」
오늘은 아무 생각 없이 수영하기로 했으니까.
샤워기로 몸에 물을 묻힌 뒤 수영모와 고글을 쓰고 수영장에 뛰어들었다. 새파란 세상 속을 그저 헤엄치고 있을 뿐인데, 이상하게도 기분이 고양된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나는 물속을 좋아한다. 어쩌면 전생에 물에 사는 생물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생명은 바다에서 비롯되었다는 말이 생각났다.
그러고 나서 얼마나 헤엄쳤을까. 팔이 조금 노곤해진 부근에서 수영을 멈추고 수영모와 고글을 벗고 풀사이드로 올라갔다. 숨을 크게 들이쉬며 하늘을 쳐다보자, 햇빛이 너무 눈부셔서 나도 모르게 눈을 가늘게 뜨게 된다.
「……덥네에」
그렇게 나직이 중얼거렸더니 왠지 물속에 좀 더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리에 힘을 뺐더니 버팀목을 잃은 몸은 그대로 쓰러져 수영장에 풍덩 가라앉았다.
나를 감싸는 푸른 세계. 그대로 벽을 박차고 물밑을 미끄러져 가다가 물속에서 휙 자세를 바꿔 수면을 올려다보는데, 예전에 수족관에서 봤던 바다코끼리가 떠올랐다. 그렇게 수영할 수 있다면 분명 기분 좋겠지.
수면 너머로 보이는 햇볕에 리코가 바다 소리를 듣고 싶다고 하던 때가 생각났다. 지금이라면 어떤 소리가 들릴까. 애초에 여기는 바다가 아니니까 들린다면 수영장 소리일까?
지금의 나에게, 수영장 소리가 들릴까.
그대로 눈을 감는데, 커다란 물의 흔들림이 몸에 부딪혀 나는 황급히 눈을 떴다.
--요우!
들린 것은 그런 소리.
상황을 이해할 새도 없이 나는 팔을 붙잡혀 강제로 수면으로 끌어올려지고 말았다.
「어, 뭐, 뭐지……?」
꿈뻑꿈뻑 눈을 깜박였다.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익숙한 교복과 흠뻑 젖은 긴 머리카락. 내 팔을 잡은 그 사람은 왠지 나보다도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요, 요우…… 괜찮아?」
「어, 뭐가?」
「에?」
그것은 리코답지 않은 얼빠진 목소리였다.
문득 시선을 아래로 향하니 부력에 뜬 치마가 물속에서 둥실둥실 춤을 추고 있었다. 연분홍색이다, 나도 모르게 입에서 흘러나온 말에 리코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
음악실에서 작곡을 하고 있었는데 수영장에 요우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하는 것이 리코의 이야기. 그런데 말을 걸려고 근처까지 왔는데. 내가 수영장에 빠진 채로 떠오르지 않아 놀라서 뛰어들어 버렸다는 모양이다.
「완전히 요우가 물에 빠진 줄 알아서」
「전부터 생각했는데 리코는 꽤 엉뚱한 구석이 있지」
실제 현장을 보진 못했지만 봄바다에 뛰어들려고 했다는 얘기도 있었고. 오늘도 설마 교복을 입은 채로 뛰어들 줄이야, 평소 리코의 모습을 생각하면 도저히 상상이 안 간다.
「이거, 나중에 세탁해서 돌려줄게」
「나는 신경 안 쓰는데……」
「내가 신경 쓰여!」
「그, 그렇지-」
내 손에 들린 비닐백에는 리코의 젖은 교복과 속옷이 담겨 있었다. 부실에 수영부 운동복을 놔둬서 정말 다행이다. 내 운동복을 입은 채 가슴에 가방을 꼭 안고 걷는 리코를 보며 그렇게 생각한다.
「저기, 요우」
「응?」
「이 일, 다른 애들한텐 비밀이야」
리코의 말뜻을 잘 몰라서 고개를 갸웃거리자, 그녀는 말하기 힘든 듯 우물쭈물 입을 움직였다.
「그러니까, 그……」
「아, 지금 리코 노팬티인 거?」
순간 날카로운 눈으로 노려봐서 바로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휙 고개를 돌려버린 그녀의 귀가 빨갛게 물들어 있는 것을 보고 너무 심술궂게 굴었다고 반성한다.
「그럼 리코도 내가 수영장에 빠진 거 비밀로 해줄래? 서로 비밀 한 개씩이니까 무승부인 걸로」
나의 말에 리코는 뭔가 말하고 싶은 듯한 얼굴로 이쪽을 바라보았다.
「……하여간, 요우는 진짜」
「응? 왜?」
「아무것도 아니야」
삐친 듯한 얼굴로 그런 점이 반칙인 거라고, 리코는 중얼거렸다.
운행표를 확인하는 것을 까맣게 잊고 있던 탓에 버스정류장에서 시간을 한참 소비하게 됐지만 어떻게 둘이서 버스에 오를 수 있었다. 평소보다 몸을 지키는 것이 적은 리코는 상당히 피곤한 모습이었는데 이제 앉기만 하면 되는 상황에 와서야 겨우 마음이 놓인 것 같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등받이에 몸을 맡기는 리코의 모습을 보니 나도 마음이 놓인다.
「……조용하네」
리코가 툭 중얼거렸다. 전세 상태의 버스 안은 엔진과 에어컨 소리만 조용히 울리고 있어서 바깥 세상으로부터 분리된 공간 같다. 그러게, 라고 내가 대답하자 정적 속에서 리코가 조그맣게 내 이름을 불렀다.
「요우. 아까 물속에 잠겨 있을 때, 뭘 생각했어?」
그것은 리코다운 부드러운 말투로, 듣는 사람을 안심시키는 익숙한 그녀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나를 바라보는 그 눈은 굉장히 진지해서 이 갑작스런 질문에 농담으로 받아넘기는 것은 아무래도 용납될 것 같지 않았다. 나는 조금 생각하고 천천히 목소리를 냈다.
「햇살이 눈부시네, 라든가, 뭔가 이렇게 물속을 헤엄치고 있으면 수족관의 바다코끼리 같다든가. 아, 리코는 바다코끼리 본 적 있어?」
리코는 고개를 흔들었다.
「수족관에 있는데 정말 귀여워. 입가가 말이지, 왠지 우물거리는 게……」
거기까지 말하고 나는 작게 숨을 내쉬었다.
「리코처럼 바다 소리…… 가 아니라 수영장 소리가 들리지 않을까 해서. 그런 걸 생각하고 있었어」
「요우……」
마음 바깥쪽에 있는 갑옷 같은 무언가가 훌훌 벗겨지는 것 같았다. 그럴 생각은 없었지만 음색에서 내가 약한 소리를 내고 있다는 게 리코에게 전해졌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이런 일이 전에도 있었지, 문득 어느 날 밤이 떠올랐다. 왜 리코랑 있으면 이렇게 약한 모습이 잘 나올까. 친구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많을 텐데, 그렇게 느끼는 것은 리코가 처음이었다.
「있잖아, 요우. 혹시 말인데」
조심스럽게 리코가 말했다. 곧은 눈동자에 응시당해 나는 꼼짝할 수 없었다.
「어제 뛰어들지 않은 건…… 무섭다고 생각해서?」
「…………」
에이 설마, 하고 웃어넘길 수 있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침묵은 긍정의 의미를 지니기 때문에 황급히 입을 열었지만, 내 입에서 나온 것은 볼품없는 쉰 목소리였다.
「왜, 그렇게, 생각해……?」
나의 물음에 리코는 왠지 그런 느낌이 들었다고, 대답 아닌 대답을 돌려줬다.
***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지독한 자기혐오에 빠져 있었다. 고개를 푹 숙이니 손목에 붙어 있는 파스가 눈에 들어와 깊은 한숨이 흘러나온다. 진단은 가벼운 염좌. 어제 다이빙 연습에서 내가 만들어버린 것이었다. 상처를 치료하긴커녕 늘려서 돌아오다니 정말 웃기지도 않는다.
시선 끝에는 나를 제외한 여덟 명이 따가운 여름 햇살을 받으며 춤을 추고 있다. 큰 부상은 아니니 나도 함께 연습하고 싶다는 어필은 했지만 마리에 의해 즉각 기각됐다. 카난의 카운트에 맞춰 스텝을 밟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자신이 한심해서 점점 마음이 무거워진다.
--어제 뛰어들지 않은 건…… 무섭다고 생각해서?
엊그제 버스 안에서 리코가 한 말을 몇 번이고 머릿속으로 반복했다. 다 꿰뚫어보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에 순간 참을 수 없이 부끄러워졌다. 설마, 그럴 리가 없잖아. 그런 식으로 가볍게 대답하고, 미소를 짓고, 경례를 해 보이고, 그랬다면 분명 평소와 다름없는 나로 돌아갈 수 있었을 텐데. 아무 일 없었을 수 있었을 텐데.
언제나 북적이는 버스에 리코와 단둘이서, 리코는 내 운동복을 입은 채로, 아침도 저녁도 아닌 어중간한 시간에 달리는 버스에서 보이는 경치는 평소와 조금 달랐다. 그런 작은 변화와 곧은 리코의 시선이 나를 평소와 다름없는 나로 있게 해주지 않았다.
「요우, 지금 거 어때? 그쪽에서 봤을 때」
카난의 목소리가 났다. 나는 순간적으로 미소를 지으면서 오른손으로 OK 사인을 만들어 보인다.
「저번 연습 때보다 훨씬 모양새가 잡힌 거 같아. 그리고 치카, 루비는 마지막에 손 들 때 조금만 더 빨리 하면 좋을 거 같네」
네-에, 씩씩하게 둘이 손을 든다.
「역시 요우는 눈썰미가 좋네. 앞으로도 가끔 이런 연습 넣어볼까」
카난의 그 말에는 아마도 나에 대한 배려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고맙다고 여기서 입 밖으로 내어 말하는 것도 왠지 멋쩍어 애매하게 웃고 있는데, 수건으로 땀을 닦던 리코가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저기, 댄스 연습도 일단락됐고, 나 지금부터 음악실에서 작업하고 와도 될까?」
「작곡?」
치카의 물음에 리코가 고개를 끄덕였다.
「모처럼 치카가 가사를 빨리 마무리해 줬는데 곡이 늦어지고 있으니까. 잠시라도 시간을 낼 수 없을까 해서……」
리코의 제안에 반대하는 사람은 당연히 아무도 없었고, 그럼 남은 멤버들은 스텝 반복연습을 할까 하는 의논이 시작되려는 참에 리코가 나를 힐끗 보았다.
「요우」
「응?」
갑자기 이름을 불려서 고개를 갸웃하자, 리코는 이리 오라고 나를 향해 손짓했다.
나 때문에 스케줄이 밀리고 있으니까 의상 디자인도 병행해서 진행할 수 없을까?
리코의 그런 권유를 받아 음악실에 왔다. 창문이 닫힌 음악실은 폭력적인 더위를 발산하고 있어 리코와 둘이서 황급히 방을 환기한다. 리코는 물론 피아노 앞에 앉았고, 나는 리코의 옆모습이 잘 보이는 맨 앞 특등석에 앉았다. 수업이라면 별로 반갑지 않은 자리지만, 리코와 단둘이라고 생각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자리다.
「……리코, 고마워」
「어?」
「나를 신경 써서 부탁해 준 거지?」
「아……」
「사실 좀 있기 불편했으니깐, 안심했다고나 할까」
뺨을 긁으며 그렇게 말하자 리코는 약간 쑥스러운 듯 표정을 지었다.
「……자연스러웠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요우 상대로는 통하지 않네」
어깨를 으쓱하며 작게 웃자 리코는 건반에 받치고 있던 손을 자기 무릎 위로 돌리며 나를 향했다.
「저기, 왜 있기 불편하다고 생각했어?」
「그야 수영과 스쿨아이돌을 제대로 양립 못 하고 있으니까」
「……모두들 그런 생각은 안 하는걸?」
「응, 그건 알고 있지만 말야」
모두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기에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도 안다. 그러니까 이건 분명 내 기분의 문제다. 양다리를 걸치기로 결정한 이상 어중간하게 하기는 싫었는데.
「……아니, 기왕 받은 시간인데 떠드느라 보내면 안 되겠지. 리코, 된 부분만이라도 들려줘」
리코는 아직 뭔가 말하고 싶었던 것 같지만, 내가 싱긋 웃어 보이자 알았다며 부드럽게 대답하고 다시 두 손을 건반에 얹었다. 조용한 음악실에 흐르기 시작한 그것은 리코다운 감싸는 듯한 선율이었다. 리코가 만들어내는 소리에 집중하고 싶어서 책상에 엎드렸더니,
「……요우, 졸려?」
라고, 정말이지 실례되는 말을 듣고 말았다.
「아니거든요-. 의상 이미지를 부풀리는 거야. 피아노 계속해줘?」
리코는 한숨섞인 웃음을 짓고는 다시 예쁜 멜로디를 자아내기 시작했다.
편안해지는 소리. 곡을 만든 사람의 성격을 닮아서일까. 리코가 만들어내는 소리들은 마치 그녀처럼 따뜻하면서도 상냥하고, 이렇게 또, 내 마음 속 어중간한 부분을 스윽 파고든다.
마치 끌어안겨 부드럽게 머리를 쓰다듬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서서히 눈가가 뜨거워진다. 위험하다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시야가 번졌지만 이 자세로는 닦을 수도 없다.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방울이 깔려 있던 스케치북에 떨어진다. 뚝뚝. 한번 쏟아지기 시작한 방울은 멈추지 않았다.
잠시 후 피아노 소리가 멈췄을 무렵, 스케치북은 온통 수분을 머금어 파도가 치고 있었다. 상황이 이러면 얼굴이 어떻게 되었을지도 짐작이 가기 때문에 책상에 엎드린 자세에서 움직일 수가 없다. 어찌할 바를 몰라 그대로 굳어 있었더니, 가까이에서 덜컹 하는 작은 소리가 났다.
「요우, 자?」
갑자기 귓가에 속삭이듯 이름이 불려서 몸이 뛴다. 아차, 그렇게 생각했을 때는 이미 늦었고, 리코의 놀란 시선이 내게로 쏠려 있었다.
「……요우, 울었구나」
「아, 그게, 뭔가 좋은 곡이라…… 감동했나봐」
눈물을 들킨 것에 대한 부끄러움을 만들어낸 미소로 얼버무리고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려는 순간, 나는 리코의 향기에 휩싸여 있었다. 지금 내가 어떤 상황인지 이해하는 데 아마 5초 정도 걸렸던 것 같다. 리코의 품 안에, 내 몸이 푹 들어가 있었다.
「……리, 리코?」
「요우, 저기 있지」
「으, 응」
「음악실에선 사실, 수영장 안쪽이 잘 안 보여」
「어?」
「그러니까 토요일에 수영하던 요우를 우연히 발견했다는 건 거짓말」
이야기의 본위가 보이지 않아 나는 입을 다물고 리코의 말이 이어지기를 기다렸다.
「요우가 보고 싶어서, 혹시나 하고 학교 수영장에 간 거야」
「……왜, 일부러 그렇게까지」
내 물음에 리코는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고 나서 대답했다.
「요우가 뛰어들지 않은 걸 봤을 때 말야, ……무대 위에서 피아노를 치지 못했을 때의 나 같다고 생각했어」
리코의 손이 부드럽게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좋아하는 것이 무서워져 버리는 일은, 정말로 힘든 일이었거든. 그래서 요우의 옆에 있고 싶었어」
--요우의 괴로운 심정을, 나에게도 나눠줬으면 해.
리코의 말은 마법 같았다. 어떻게든 원래대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순식간에 내 마음은 다시 무너지기 시작한다. 어느새 드러난 마음은 리코의 체온으로 감싸이고 말았다.
「……그게, 있지」
「응」
「옛날 일인데」
자연스럽게 말은 흘러나왔다.
내 몸에 일어난 일들을 말로 정리해보니 그것은 정말 자멸이라고밖에 표현할 말이 없었다. 그래도 리코는 결코 웃지 않고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부드러운 냄새. 왠지 참을 수 없이 어리광을 부리고 싶어져서 리코의 목덜미에 머리를 문지르자 어린애 같다며 리코가 웃었다.
「나, 슬펐던 걸까」
요우는 대단하네, 라며 슬픈 듯 웃는 친구의 모습을 나는 몇 번이나 본 적이 있었고. 그날 본 치카의 표정은 그것과 꼭 닮아 있었다. 그래서 괴롭고 마주하고 싶지 않아서, 기억의 밑바닥에 밀어넣고, 그걸로 끝.
그렇게 다 끝났을 텐데.
「요우, 나 있지」
「……응」
「나, 저번 콩쿠르에서 겨우 똑바로 피아노를 마주할 수 있었어. 그렇지만 말야」
나를 껴안는 리코의 팔에 힘이 실린다.
「그래도 그날 치지 못했다는 사실은 사라지지 않아. 왜냐하면 이미 일어난 일이니까」
조금씩 리코가 전하고 싶은 말이 손에 잡혀 그녀의 교복 자락을 꼭 잡았더니 리코가 몸을 살짝 움츠렸다.
「분명 앞으로도 그날 일이 떠올라서 힘들 때도 있겠지만…… 그래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해」
그렇게 생각하게 된 건 모두가 도와준 덕분이야. 리코는 그렇게 계속했다.
「……응, 그렇지」
그날 치카가 보인 표정.
치카가 내 실수를 보고 펑펑 운 이유.
그것들을 다 못 본 체하고 우리는 다시 함께 걷기 시작했다. 싸운 것도, 어색한 분위기가 된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건 「아무 일도 없었다」가 된 게 아니다.
「리코는 멋있네」
「……그런 말은 태어나서 처음 들었어」
「그래?」
뭐, 확실히 「귀엽네」가 더 맞는 타입이긴 하지만.
「미안, 조금만 더 이대로 있어도 될까」
따끔거리는 아픈 마음을 달래주는 느낌에 나를 감싸는 이 체온에서 벗어날 수 없다. 힘을 빼고 조금 더 몸을 붙였더니 리코가 작게 목을 울렸다.
「리코?」
왜 그러냐고 고개를 들었더니 바로 눈앞에서 눈이 마주쳤다. 변함없이 크고 예쁜 눈동자. 나를 비추는 그 자리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는데, 툭, 하고 내 입술에 뭔가가 부딪혔다.
「……!」
먼저 반응한 쪽은 리코였다. 굳은 채로 있는 나를 앞에 두고, 리코가 입가를 누르며 눈을 동그랗게 뜬다. 놀란 표정은 이윽고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표정으로 바뀌었고, 리코는 입술을 꼭 다물었다.
「미, 미안해, 요우. 나 무슨 짓을--」
「리코, 저」
「그, 그대로, 그대로 거기 있어!」
「자, 잠깐 리코 어디 가?」
그런 나의 질문에 대답도 하지 않고 리코는 음악실을 뛰쳐나가고 말았다.
***
화장실에 갔을까. 아니, 그 분위기에 그건 아니겠지.
뒤쫓았어야 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리코는 「그대로 거기 있어」랬고.
책상에 엎드린 채 자문자답을 계속하는데, 찰칵 문 열리는 소리가 나서 그쪽으로 힘차게 고개를 들었다.
「리코--」
「어라, 요우, 일어나 있네」
「……치카」
열린 문으로 불쑥 얼굴을 내민 사람은 리코가 아니었다. 치카의 이마에 땀방울이 맺혀 있는 것은 조금 전까지 다 같이 연습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왜, 여기에?」
「요우가 의상 디자인하다가 곯아떨어졌대서, 리코가 말야」
「……리코가?」
「볼일이 있어서 대신 요우를 봐 달라고 나한테 부탁했거든」
치카는 통통 튀는 발걸음으로 내 옆에 다가오더니, 뭔가 재미있는 거라도 찾았는지 장난스럽게 웃는다.
「후후, 요우. 침까지 흘리면서 잤어?」
「어?」
치카가 보고 있던 것은 나의 스케치북. ……눈물의 흔적이 주름져 있었다.
「이, 이건 그게 아니라…… 아니, 응, 침, 맞아……」
눈물 자국이라고 치카에게 말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침 정도는 치카에게 벌써 여러 번 보였으니까. 그것보다 뺨에 눈물자국이 남아있지 않을까 갑자기 걱정이 되어 얼굴을 쓱 닦는데,
「요우」
「왜?」
「아…… 아무것도, 아니야」
치카가 보고 있던 것은 내 손목에 붙어 있는 파스였다.
「…………」
그날부터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는 건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이다. 치카는 그날 이후로 내 상처에 대해 말하기를 명백히 피하게 되었다. 내가 그걸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다.
리코가 치카를 여기로 부른 이유 같은 건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똑바로 마주하는 게 좋다고, 분명 나에게도 치카에게도 그렇게 말하고 싶은 것이겠지.
「치카, 좀 앉을래?」
「어? 아, 응」
이쪽을 향해 치카가 의자에 앉는다. 우리의 눈높이는 정확히 같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곧장 바라볼 수 있었다.
「치카」
「응?」
「…………」
「……요우, 왜 그래?」
무언가 느끼는 게 있었는지 치카는 부드럽게 말을 계속하길 재촉했다. 긴장 탓인지 나는 갈증을 느끼며 숨을 가늘게 들이마셨다.
「옛날에, 중학교 1학년 때 대회 기억해?」
「……요우」
겨우 그것만으로 치카는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이해해 준 것 같았다. 치카는 시선을 살짝 내리깔았다가, 크게 숨을 들이쉬고 나서 고개를 휙 들었다. 기억하고 있어, 치카의 눈이 대답한다.
「치카하고 제대로 얘기하고 싶었어」
「……응, 나도 마찬가지야」
요우에게 사과하고 싶다고 계속 생각하고 있었다고, 치카는 그렇게 말했다.
「그때, 요우를 응원하고 있었을 텐데, 순간 요우랑 나를 비교해버렸어. 그래서 요우는 대단하다고, 나하고는 다르다고 생각하고…… 그랬는데, 요우가 실패했지」
치카는 곤란한 듯 뺨을 긁더니, 정말 바보치카야, 라고 눈꼬리를 내리며 웃었다.
「의무실에서 요우를 보고 그런 생각을 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웠어. 요우는 그렇게 다쳐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데, 나는 아무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멋대로 비교하고, 멋대로 다르다고 생각하고…… 그건 요우에게 굉장히 실례되는 일이잖아」
치카는 그대로 고개를 숙여 두 손을 꼭 움켜쥐었다.
「요우는 착하니까. 거기에 기대면서 계속 사과하지 못했어. ……솔직히, 이대로도 괜찮지 않을까 한 적도 있어. 하지만 같이 스쿨아이돌을 하게 되면서 이대로는 싫다고 생각하는 일이 점점 많아져서」
치카의 눈이 똑바로 나를 향했다. 그것은 스쿨아이돌을 하게 되면서 치카가 보여주게 된 강한 색을 가진 눈동자였다.
「그때 일을 사과하지 않으면 정말 진심으로 요우와 함께 열심히 할 수 없다고, 그런 생각이 들었어. 그러니까 있지」
--요우, 정말 미안해.
무릎에 이마가 붙을까 싶을 정도로 치카는 깊이 고개를 숙였다. 뿅 튀어나온 머리카락이 흔들려 역시 치카는 치카구나, 하고 생각한다.
「응, 나도 미안, 치카」
치카의 어깨에 손을 얹어 얼굴을 들게 한다. 치카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지만 쏟아지지 않게 하려고 힘껏 버티고 있었다. 이런 점이 치카의 강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치카가 무언가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을 알고도 계속 모르는 척 했어. 치카랑 더 이상 멀어지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더니 겁이 나서 도망쳐버렸어」
요우는 대단하네, 치카도 그렇게 상처받은 얼굴로 떠나가 버린다면. 그건 너무나 무서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많은 마음을 왜 우리는 숨기면서 걸어왔을까. 자연스럽게 생겨난 침묵이 왠지 쑥스러워서 우리는 마주 앉은 채 쿡쿡거리며 웃었다.
「요우. 앞으로도 같이 스쿨아이돌 해 줄래?」
「그야 물론이지」
치카와 함께니까, 치카를 위해서라든가, 그런 이유뿐이 아니다. 어느새 좋아하게 된 스쿨아이돌이기에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열심히 하고 싶다.
「얘기해줘서 고마워, 요우. 나 혼자만이었으면 아마 말 못 꺼냈을 거야」
「……나도 그래」
용기 같은 건 없었다. 하지만 나에게 용기를 나눠준 사람이 있었다. 나를 걱정해주고, 많은 힘이 되어주고, 그러다 갑자기 그런 일을 하고,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나를 떠나버린 사람.
전속전진. 그 말을 쓸 때는 분명 지금이다.
리코를 만나러 가야 해.
***
그 사람은 농성하고 있었다.
「리코, 안에 있어?」
노크를 해도, 이름을 불러도 아무런 대답도 돌아오지 않는다.
리코의 방 앞. 복도에 정좌한 채 견고한 문 앞에서 한숨을 쉰다. 억지로 문을 열고 입성할 수는 있지만, 리코가 나를 거절하고 있다면 서슴없이 발을 들여놓는 것은 아무래도 망설여진다.
「좀 나와봐, 리코」
우리 엄마아빠는 사이가 좋아서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부부싸움은 이런 느낌일지도 모르겠다. 아니, 지금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뭔가 좋은 방법이 없을까, 팔짱을 끼고 생각해봤지만 스마트한 해결방법 같은 건 하나도 떠오르지 않는다.
「리코, 있잖아. 여기서 말할 테니 그냥 들어줘」
벽 건너편을 향해 말을 건다. 결국 이것밖에 없었다. 지금은 어쨌든 리코에게 내 말을 전하고 싶었기 때문에.
「치카랑 제대로 얘기했어. ……용기내서 다행이었어. 리코 덕분이야」
그러니까 말이야, 그렇게 말을 이으면서 나는 일어섰다. 그대로 오른손을 살짝 방문에 댄다.
「하이다이빙--다시 보러 와 줬으면 해. 일단 다 나아야 하긴 하지만, 그래도 다음엔 잘 뛸 수 있을 것 같거든」
확증 같은 건 전혀 없다. 하지만 다이빙대 위에서 무서워진다 해도 리코가 있다면 반드시 용기를 낼 수 있을 거다. 머나먼 수면이 나를 제대로 받아줄 거다.
왜냐하면 나는 수영장 소리를 들었으니까.
그것은 나를 부르는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내 입으로 말하는 것도 좀 그렇지만, 뛰어들 때의 나는 꽤 멋있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리코가 봐 줬으면 좋겠어」
여전히 방안에서는 소리 하나 나지 않았지만, 이제 여기까지 오면 계속할 수밖에 없다. ……물러날 수 없게 되었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그러고 나서, 있지」
문에 이마를 딱 얹었다. 조금 빨라지는 심박수에 몰래 심호흡을 한다.
「둘이서 어디 놀러가고 싶어」
거기까지 말하고는 말이 입 안에서 웅얼거린다.
이번 일에 힘이 되어 주었으니까, 그 답례로.
여러모로 폐를 끼쳤으니까, 사과하러.
그럴듯한 이유들이 머리에 떠오르고, 입을 열면 아마 정말 그럴듯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마음속에 진짜 기분은 따로 있고, 지금 그것을 숨길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리코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 것이 지금은 되려 다행일지도 모른다.
나는 눈을 꼭 감고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리, 리코랑, 더 친해지고 싶으니까!」
요즘 초등학생 남자애도 이보단 더 재치 있게 말하지 않을까. 심지어 긴장돼서 발음이 새어버리기까지, 이쯤 되면 할 말이 없다.
그래도 이게 바로 나였다. 와타나베 요우라는 인간이었다.
「리코, 문 열게. ……싫으면 싫다고 말해줘」
문손잡이에 손을 얹자 심장이 두근두근 고동친다. 마치 우승을 건 다이빙 전 같이. 그렇지만 신기하게도 마음속은 차분했다.
「리코, 어디--꺅」
문을 열고 깔끔하게 정돈된 방안에서 리코의 모습을 찾으려는 순간, 무언가에 등을 떠밀려서 나는 방안으로 뛰어들고 말았다. 쾅. 뒤에서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났다.
「리, 리코, 왜 뒤에」
리코는 말하기 어려운 듯 우물거렸다.
「화장실에 간 사이에 갑자기 요우가 와서……」
내가 방 앞에서 연설을 시작했기 때문에 나갈 수 없게 되어 버렸다고. 리코의 말을 듣고 단숨에 얼굴에 열이 모인다. 방 앞에서 이런저런 표정을 지어가며 끙끙대던 모습을 보였다니, 그건 뭐라고 해야 할까. 무심결에 쪼그려 앉아버릴 것 같았지만, 등에 리코의 체온을 느끼고 어떻게든 그 자리에 버텼다.
「다 들었어?」
「……응」
어찌됐든 이걸로 간신히 둘이 되었다. 리코네 어머니께 들릴 가능성이 있는 장소에서는 말할 수 없던 것을, 겨우 전할 수 있다.
「저기, 리코. 아까 음악실에서, 그, 그거 말인데」
「미안해」
가로막는 듯한 음성. 뒤를 돌아보려 하자 이쪽을 보지 말라며 리코에게 제지당했다.
「기껏 요우가 의지해 줬는데 배신해버리고. 최악이지, 나」
「……리코」
「하지만 그래도 요우가 괴로워하지 않았으면 한 건, 힘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 건 사실이야」
그것만은 믿어달라고, 리코가 쥐어짜는 듯한 목소리로 말해서, 가슴이 무언가에 꽉 잡힌 것처럼 아파온다.
나를 돕기 위해 수영장에 뛰어들었을 때처럼 리코는 계속 나를 위해 움직여주었다. 최악이라고 생각할 리가 없는데. 리코가 얼마나 나에게 힘이 되어줬는지 그런 건 내가 제일 잘 아는데.
「나, 싫진 않았어. ……물론 놀라긴 했지만」
움찔 등이 떨린 것을 알았다. 리코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모르는 게 불안했지만, 지금은 어쨌든 전해야 할 말을 전할 수밖에 없다.
「솔직히 나도 내 마음을 잘 모르겠어. 하지만 복도에서 한 말은 전부 사실이야. 그러니까」
살짝 오른손을 뒤로 돌리니 리코가 조심스럽게 손을 잡아준다. 리코가 그렇게 해줬듯, 이번에는 내 체온이 리코를 안심시켜 줬으면 좋겠다. 그렇게 생각하고 손끝에 힘을 주었다.
「……저와, 데이트 하지 않으시겠어요?」
리코랑 함께 있고 싶으니까. 그것뿐인 이유로는 안 될까.
그렇게 리코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데, 등 뒤로 눈물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데이트, 어디 가게?」
「리코와 함께라면 어디든 좋아. 아, 근데 둘이서 수영하는 것도 좋겠다. 내가 또 빠지면 리코가 구해줘」
그렇게 말하니 리코가 항의하듯 내 등을 두드린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지자 덩달아 리코도 웃어주었다.
「요우, 어쩌지?」
「뭐가?」
「……왠지, 오늘 하루만에 곡이 완성될 것 같아」
나 단순한가봐. 리코는 그렇게 말하며 웃더니 내 어깨에 이마를 얹었다.
「그거 혹시 내 덕분이야?」
「……비밀」
그렇게 나왔다 이거지. 치사하다고 항의할까 했지만, 뭐 괜찮으려나.
그 대신.
내 등에 달라붙어서 코를 훌쩍이는 리코를 있는 힘껏 껴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도 리코에게는 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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