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www.youtube.com/watch?v=dArpj_VxxuQ

오늘의 주제는 카르다셰프 척도입니다.

일단 기초부터 시작하죠.

1964년에 천문학자 니콜라이 카르다셰프는 문명의 규모를 분류하는 기발한 척도를 하나 만들었습니다.

불행하게도 그가 만든 척도에는 3가지 등급 밖에 없었습니다.

바로 행성급, 항성급, 은하급이었죠.

카르다셰프 척도에서 그는 문명을 사용가능한 에너지량에 따라 1단계, 2단계, 3단계로 구분합니다.

1단계 문명은 행성 전체의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으며, 2단계 문명은 항성 전체의 에너지를, 3단계는 은하계 전체의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칼 세이건의 방안이 좀 더 유용한 것 같습니다.

그는 카르다셰프 척도를 약간 수정하여 자릿수가 증가하는 단위를 십 단위로 바꿨죠.

이런 척도는 사용하기가 더 쉽습니다.

(0.1단계마다 에너지가 10배씩 증가, 따라서 1단계 차이는 10^10배, 즉 100억배 차이임)

앞으로는 이 척도를 가지고 얘기를 진행하려 합니다.

현재 전세계 에너지 소비량은 12 테라와트 또는 10^13 W입니다.

칼 세이건이 수정한 카르다셰프 척도를 적용하면 약 0.73단계 문명이 되겠군요.

따라서 인류는 0.7단계 또는 K0.7급 문명입니다.

하지만 사실 우리는 그보다 더 많은 에너지, 행성 전체의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습니다.

식량을 생산하는 데에도 에너지가 소비되기 때문이죠.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현재 인류는 K1.0급 문명에 진입했거나 그 직전에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 언급된 에너지 소비수준은 문명의 기술 수준에 대해 아무 것도 말해주지 않습니다.

이 척도는 오늘날의 인류 수준을 넘어선 문명을 위한 것이니까요.

사실 은하계를 개척하는데에는 우리가 전에 얘기했던 기술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지난 번에 우리는 은하계를 개척하는데 핵융합 기술만 있으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아니, 어쩌면 핵융합 기술 없이도 가능합니다.

이를 염두에 두면서, 이제부터 우리는 개발된 신기술 전부가 대다수의 과학자들이 "그래, 이건 실제로 가능해!"라고 여기는 기술인 상황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문명의 단계가 얼마나 높던지 간에 이들이 과학적 도약을 전혀 하지 못했다고 가정하는 것이죠.

사실 이렇게 될 가능성은 별로 없겠지만, K2급 또는 K3급 문명은 우리가 지금 가지고 있는 기술만으로도 엄청난 것들을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들이 어떤 큰 과학적 발견을 해냈다면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능력을 가질 것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곧 다루겠지만, 이 문명들은 현대 기술만 가지고도 엄청난 일을 해낼 수 있습니다.

위에서 얘기한것처럼 K1급 문명이 행성에 내리쬐는 에너지 전부를 활용할 수 있다면, 자신의 태양계 내에 있는 모든 암석 행성과 위성들을 테라포밍한 문명은 몇 단계에 속할지 궁금할 것입니다.

좀 실망스럽겠지만, 그런 문명은 K1.1 또는 K1.2 밖에 안 됩니다.

1단계마다 10배씩 올라가니까요.

스타트렉에 등장하는 연방 수준의 문명은 해당 척도를 기준으로 1.3단계가 되며, 아이작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 시리즈에 등장하는 제국의 경우 1.7단계에 속합니다.

수십억 개의 행성을 거느린 은하제국 쯤은 되어야 K2급 문명이 될까말까죠.

사실 은하계 전역을 지배하는 은하제국이라도 그 규모와 능력 면에서 다이슨 스피어 한 개와 맞먹는 수준입니다.

이 채널에서 여러 번 언급한 내용이긴 하지만, K2급 문명의 전형적인 특징인 항성을 에워싼 다이슨 스피어의 경우 딱히 초고도 기술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수천개의 항성계를 지배하는 어떤 고대문명만이 건설할 수 있는 구조물이 아니라는 것이죠.

오히려 그와 반대로, 당신은 최초의 항성간 개척선단을 태양계 밖으로 보내기도 전에 이미 다이슨 스피어 건설을 시작했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기술이 발전할수록 다이슨 스피어 건설도 쉬워지겠지만, 기술이 반드시 발전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K2급 문명은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요? 이에 관해서는 지난 번에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K2급 문명은 우리가 거대구조물 에피소드에서 언급한 슈카도프 추진기를 활용하여 태양을, 비록 속도가 느리긴 하겠지만,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K2급 문명은 은하계 내 그 어떤 행성이라도 폭파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데스스타나 거대한 레이저 빔으로, 또는 우리가 다른 에피소드에서 언급한 상대론적 미사일 RKM을 활용하여 말이죠.

이러한 문명은 미사일을 차례로 발사하여 다수의 행성을 연쇄적으로 파괴하거나 동시에 타격하도록 설정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K2급 문명은 오늘날의 인류문명보다 수십억 배는 더 클 것입니다.

지구상의 인간 1명당 전 인류와 맞먹는 인구가 있는 셈이죠.

새로운 기술이 없어도 이들과 인류 간의 격차는 코끼리와 개미 간의 차이만큼이나 클 것입니다.

물론 이런 문명은 수백조에 달하는 과학자들을 보유하고 있을 것이므로, 인류보다 기술 수준이 훨씬 높겠죠.

지난 번에 페르미 역설에 관해 말씀드렸듯이, 그 어떤 문명도 스스로를 숨길 수 없을 것입니다.

일단 최초의 라디오 전파를 외부로 방출하고 나면 더 이상 돌이킬 수 없으니까요.

또한 은하간 제국이라면 상대방이 무선 기술을 개발해서 자신들을 발견할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인류가 수천 명의 천문학자를 고용한다면 K2급 문명은 수조 명을 쉽게 고용할 수 있으니까요.

우리 은하계에 있는 모든 항성들을 천문학자 1명당 1개씩 맡아서 관찰할 수 있는 정도입니다.

또한 이들은 우주에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어서 더 큰 망원경을 더 저렴하게 제작할 수 있겠죠.

K2급 문명이라면 망원경을 수조 개 제작할 수 있습니다.

허블 망원경이 장난감처럼 보일 정도로 큰 이 망원경들은 저마다 특정 항성계를 전담 관찰하고 있을 것입니다.

이들이 항성계마다 우주선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은 차치하고서라도요.

항성채굴 에피소드에서 우리는 이러한 문명이 지구 몇 개와 맞먹는 무게의 금속을 태양에서 추출해낼 수 있음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지구 중량의 수천 분의 1에 불과한 건축자재만 가지고도 항공모함만한 우주선을 100조 대도 넘게 제작할 수 있죠.

은하계 내 모든 항성계에 우주선단을 보낸다고 해도 사용가능한 건설자재 재고량에는 미미한 변화조차 없을 것입니다.

각각의 우주선단에는 수백만 명에 달하는 승무원을 태울 수 있겠죠.

사실 수백 광년 떨어진 항성계를 정복하기 위해서 대규모 군대를 파병할 필요는 없습니다.

침공에 필요한 군사력은 항해하는 도중에 생성해낼 수 있으니까요.

이들에게 있어 은하계 개척은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K3급 문명은 은하계에 있는 모든 항성들을 다이슨 스피어로 변환시킬 수 있습니다.

SF가 개연성을 잃는 것도 이 지점에서부터죠.

SF 작가들은 K2급 문명을 별로 다루지 않습니다.

K3급 문명은 차치하고서라도요.

SF 작가들이 이런 문명을 상상하기 어려워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독자들이 이러한 문명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인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사실, 행성 하나를 침공하기 위해 수십억 명의 병사를 파병할 수 있고 이 정도의 규모가 소규모 분대처럼 여겨지는 전쟁이라면 SF 소설에서 다루기가 어렵겠죠.

만일 해당 문명이 평화를 추구한다 해도 , 이들의 국립묘지는 행성의 전 지표면을 덮을 정도의 면적일 것이며, 미로처럼 설계된 네크로폴리스나 다름없을 것입니다.

물론 K2급 문명의 경우 생물학적인 불사에 도달했을 수도 있습니다.

이에 관해서는 트랜스휴머니즘 에피소드에서 다뤘죠.

만일 그들이 우리처럼 죽음을 맞는다면, 그들의 문명에서는 매초마다 수십억 명의 사람들이 탄생하고 사망할 것입니다.

저는 K2급 문명이 반드시 단일한 문명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닐 실린더와 같은 회전 거주시설로 이루어진 고전적 다이슨 스웜을 예로 들어보면, 회전 주거시설 하나의 면적이 서울특별시와 같다고 가정할 경우 각 거주시설은 약 백만 명을 수용할 수 있으며, 다이슨 스웜에는 이런 시설이 수조 개는 있을 것입니다.

아니면 거주시설을 자연보호구역 또는 다른 용도로 쓸 수도 있겠죠.

K2 문명의 가진 능력은 이 정도로 막대합니다.

문명이 보유한 에너지의 작은 부분만 자연보호에 투자해도 행성 수천 개와 맞먹을 정도로 넓은 야생동물 전용구역을 만들 수 있죠.

또한 K2 문명은 우리 인류가 가진 주거면적보다 수십억 배나 많은 주거면적을 보유하고 있을 것입니다.

요세미티 국립공원 같은 거대 섬이나 장소도 초강도 소재를 쓰지 않고 제작할 수 있을 것이며 문명이 보유한 주거공간의 1%도 채 쓰지 않고도 이런 섬 수십억 개를 배치할 수 있겠죠.

이와 맞먹는 크기의 거주시설 수십조 개가 이미 있으니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거주시설로 다이슨 스웜을 형성한다면, 거주시설 각각은 서로 수천 킬로미터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을 것입니다.

우주는 광활하고 다이슨 스웜은 2차원 평면이 아니기 때문에 두께가 수천만 km에 달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다이슨 스웜은 다이슨 스피어처럼 하나의 단일한 구체가 아니라, 거주시설이 분산된 아주 짙은 구름의 형태를 가질 것입니다.

다이슨 스웜을 이루는 거주시설 각각은 사실상 하나의 독립적인 국가이며, 만일 거주시설이 링 모양으로 공전하고 있다면 이웃한 주거시설은 딱 2개 밖에 없겠죠.

또한 이 거주시설은 자급자족이 가능한 구조물일 것이며, 햇빛을 차단한다 해도 비상용 핵융합 반응로 같은 발전시설이 있어 에너지 부족을 겪지않을 것입니다.

만일 주거시설에 비상용 발전시설이 있다면 수십억 년 분량의 연료도 비축해 두었을 것이며, 거의 모든 자원을 재활용해서 쓸 것입니다.

이런 주거시설을 공격하지 않고 단순히 무역경로를 차단하려 한다면, 약 수백만 년 동안 포위를 해야 할 것입니다.

물론 오닐 실린더를 폭파시킬 수도 있겠지만, 침공 또는 점령하는 것은 엄청나게 힘든 일이겠죠.

더구나 오닐 실린더같은 원통형 주거 시설에는 출입구가 딱 2개(앞과 뒤)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거주시설을 짓고 나면 최대한 자급자족이 가능한 방향으로 흐를 것입니다.

여기에 핵융합 기술까지 있다면 아주 오랫동안 연료를 반입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러므로 고립주의를 추구하는 자들에게는 협박을 하거나 모두를 죽여버리는 수 밖에 별다른 대안이 없겠죠.

협상에 있어서 그리 유리한 위치는 아닌 셈이죠.

물론 "너네 인터넷을 끊어버리겠어"나 "너네 거주시설을 날려버리겠다" 같은 협박을 외교수단으로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다양한 우주 거주시설 연맹이 존재할 것이며, 이들 간에는 연맹에 소속되려면 준수해야 하는 느슨한 규칙들이 있겠죠.

이보다 더 긴밀한 연합을 유지할 수도 있겠지만, 문명이 이처럼 거대할 경우에는 매우 힘든 일입니다.

거주시설을 날려버리는 것 외에 단일한 행동을 취하도록 강제할 방법이 거의 없거든요.

그렇다고 해서 아예 아무것도 안 하고 있을 가능성은 낮습니다.

현재 단일한 행성정부는 존재하지 않지만 그에 근접해가고 있는 중이며, 국가들이 매우 독자적인 하위조직체였거나 고도로 단일한 연합이었던 사례도 인류 역사에서 자주 볼 수 있습니다.

K2 문명이 수백조 대의 식민선 대신에 겨우 수십억 대만 내보낸다고 해도 은하계를 개척하는 데에는 충분합니다.

우주 거주시설이라면 독자적으로 항성간 방주선을 제작해낼 수 있을 것이며, 아니면 크라우드 소싱으로 사람들을 모아서 제작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K2 문명의 규모를 감안한다면, 해당 문명에서 활동하는 종교단체나 정당은 현재 지구에서 가장 큰 규모의 종교단체 또는 정당이 마치 소규모 컬트만하게 보일 정도로 엄청난 규모를 자랑할 것입니다.

참고로 지난번 제가 디스크월드와 후프월드 에피소드를 제작한 후에 "비록 이런 구조물은 실용성이 거의 없지만 그래도 누군가는 만들어낼거야"라고 농담을 한 적이 있습니다.

실제로 디스크월드와 후프월드의 경우 실용성이 거의 없지만, K2 문명에서 살고 있는 누군가가 재미로 이런 구조물을 제작하기 위해 크라우드 펀딩을 개시한다면, 인구의 극소수가 1인당 10달러씩만 모금해도 충분한 자금이 될 것입니다.

은하 개척선단도 이와 똑같은 방법으로 제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여기서 규모를 자꾸 강조하는 이유는 논의 과정에서 무시되기 일쑤이기 때문입니다.

-2-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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