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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눈을 떠보니 내가 히나 씨?! #1

ㅇㅇ(211.200) 2019.12.13 00:06:16
조회 2318 추천 75 댓글 43


다시 맑음 소녀가 돼야 하는 거야? 전편 링크

히나 씨의 성격이 변했어?! 전편 링크

히나 씨와 함께 한국 여행을!!! 전편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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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나 씨, 저랑 결혼해주세요!”


나는 얼굴이 새빨개진 채로 반지를 불쑥 내밀며 외쳤다.


굳이 조명을 받지 않아도 은색으로 화려하게 번쩍이는 다이아 커플링.


대학 생활 3년 동안 모은 돈을 털어서 구매한 16만 4천 엔짜리 물건이다.


이 정도 정성이라면 히나 씨도 분명히 기뻐해주겠지.


문제는,


“…….”


이건 그냥 연습이라는 점이다.


여긴 내 기숙사 1인실.


이층침대와 새하얀 벽, 작은 책상과 화장실이 전부인 조촐한 공간이다.


“후아아, 미치겠다!”


얼마나 지났을까, 나는 다리에서 힘이 쭉 빠져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연습도 이렇게 떨리는데 실전에서는 어떡하지?





내가 이렇게 프러포즈를 하기로 결심한 건 바로 지난 달,


나기 선배의 생일을 축하하러 히나 씨네 2DK 원룸을 방문했을 때였다.


“히나 씨, 히나 씨?”


그런데 집의 문을 두드릴 때부터 무언가 수상쩍었다.


인기척이 전혀 느껴지질 않는다.


평소라면 내 목소리를 듣자마자 달려 나와서 품에 안겼을 분이 오늘은 어디로 갔지?


잠깐 장을 보러 갔을 리도 없다. 남동생 생일이라는 큰 이벤트를 두고 약속 시간 10분 전에 자리를 비우실 분인가?


하다못해 나기 선배라도 있어야 정상 같은데.


나는 당장 폰을 꺼내들어 히나 씨에게 연락을 걸었다.


그런데 뜻밖의 사람이 전화를 받았다.


「호다카!」


“나, 나기 선배? 히나 씨는?”


「미안해, 지금 누나 갑자기 기절해서 응급실이거든? 너무 정신이 없어서 연락 못 했어!」


“응급실?!”


나는 선물로 사온 케이크와 과자 세트를 땅에 내팽개치고, 선배가 가르쳐준 병원을 향해 전력질주하기 시작했다.


뭐지? 지병이라도 터지신 건가?




“급성 빈혈이요?”


“네, 과로가 원인 같더군요. 생명에 지장이 가는 건 아니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나는 의사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뇌졸중이나 그런 거였으면 청천벽력이었을 텐데.


그래도 마냥 속편하게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환자복 차림으로 새하얀 병상에 누워 링거를 맞고 있는 히나 씨를 보자 가슴이 아려온다.


“호다카, 미안. 걱정 끼쳤지?”


히나 씨는 부스스한 생머리인 채로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괜찮은 척하려고 애써 웃는 모습이 보기 안쓰럽다.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히나 씨. 건강 해쳐요.”


“하지만 마냥 굶고 있을 수는 없잖아. 나기도 아직 한창 커야할 때고.”


“…….”


4년 전과 똑같은 래퍼토리인데도 아직 마땅한 대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일단 먹고는 살아야 하니까.


히나 씨는 성인이 되고 난 후에도 여전히 저임금 노동으로 몸을 혹사시키고 있었다.


청소년 시절을 소녀가장 노릇하며 보내느라 학업을 거의 날려먹었고, 그렇다고 따로 배워놓은 기술도 없다.


결국 대학 진학도 실패했고, 할 줄 아시는 거라곤 요리를 비롯한 몇몇 가사와 비숙련 아르바이트들뿐이다.


그 와중에도 어떻게든 나기 선배만은 대학 보내보겠다고 아등바등하시니 몸이 배겨낼 리가.


“요즘 하루에 몇 시간 일하세요?”


“열다섯 시간 정도.”


“열다섯 시간이요?!”


지금 여기가 산업 혁명 시기의 영국인가? 인권 유린 수준인데.


“왜 그렇게 무리하세요?”


“새삼스럽게……. 몇 년 전부터 계속 그래왔잖아.”


“그게 무리죠! 쌓이고 쌓이다가 터진 거잖아요. 몸 다 상해요!”


“호다카.”


히나 씨는 힐책하며 언성을 높이는 나를 가만히 응시하다가 특유의 어른스런 미소를 띠었다.


“걱정해줘서 고마워.”


“히나 씨…….”


나는 곧이어 히나 씨의 마르고 연약한 몸을 끌어안으며 다짐했다.


히나 씨를 더 고생시킬 수는 없다.


남은 인생, 내가 책임 지고 행복하게 보낼 수 있도록 해드려야지.


내 모든 것을 바쳐서라도.





“으으음…….”


하지만 막상 프러포즈를 하려니 용기가 잘 안 난다.


드라마 속의 남주인공들은 느끼한 눈빛으로 분위기를 띄우면서 어렵잖게 반지를 끼워주던데, 전부 허구였다.


덜덜 떨리는 연기로 리얼리즘을 추구하는 배우는 왜 한 명도 없지? 완전히 속은 느낌인걸.


그리고 히나 씨가 정말 나와 결혼하길 바라는지도 확신이 서지 않았다.


히나 씨는 분명히 나를 좋아한다. 반대 역시 마찬가지.


그러나 결혼은 어디까지나 현실의 문제다.


돈, 나이, 직장, 주위의 시선 등등 사랑 외에도 고려해야할 부분이 너무나도 많다.


어쩌면 괜히 부담만 지워드리는 게 아닐까? 그런 걱정이 머릿속을 가득 메우고 있는데,


「바닐라 바닐라 바닐라 구인♪ 바닐라 바닐라로 아르바이트♬」


“응?”


나츠미 씨의 벨소리다. 웬일로?


“나츠미 씨?”


「안녕, 호다카 군? 나 취재하는 거 좀 도와주라!」


역시 나츠미 씨, 단도직입적이다. 양해를 구한다거나 빙빙 돌려서 말하는 법이 없다.


구직 활동을 포기하고 K&A 플래닝에 아주 눌러앉아버린 이후로는 태도에 여유가 더더욱 넘친다.


이런 낙관적인 성격 부럽다니까.


“스가 씨나 다른 직원 분들은요?”


「한 명은 휴가 냈고, 케이 짱은 나머지 한 명이랑 다른 곳에 취재 갔거든. 나 혼자 가기 싫어~」


“보수는 있나요?”


「사랑을 담은 볼 키스♡」


“거절합니다. 행운을 빌게요.”


「아, 잠깐잠깐잠깐! 장난 좀 쳐봤어!」


‘나츠미 씨는 모든 말이 장난 같아요.’ 이 한 마디가 목젖까지 올라왔지만 꾹 참았다.


「3천 엔, 어때?」


“……일부러 제 옛날 월급에 맞추신 거예요?”


「히히, 금방 끝난다니까.」


“무슨 취재예요?”


「그게 말이지…….」


뭔가 민망한지 나츠미 씨가 말끝을 흐렸다. 좀 불안한데.





“물론, ‘빙의영령’은 실제로 있어.”


“역시!”


“그리고 ‘혼식영령’도 있지.”


또 그곳이다.


나는 아파오는 골을 꾹꾹 누르며 열심히 펜을 놀렸다.


새하얀 노트 페이지가 삼류 라이트노벨 설정들로 채워지기 시작한다.


저 점쟁이 아줌마의 보라색 눈 화장은 여전히 인상적이군.


“빙의영령은 호시탐탐 인간의 몸을 빼앗으려고 기회를 노리는 요괴들이지. 인간계에서 사는 게 꿈이거든.”


“음! 음!”


나츠미 씨의 적극적인 리액션도 여전하다.


“놈들은 인간의 기도를 엉뚱한 방향으로 들어줘서 어떻게든 몸을 빼앗을 구실을 만들어. 사랑에 약한 사람일수록 취약해.”


“사랑에 약해? 그거 나 아냐?”


“미남미녀는 더더욱 취약하고.”


“그것도 나잖아?”


“…….”


나츠미 씨, 신나셨네요.


“놈들의 저주를 풀려면 방법은 단 하나. 놈들보다 격이 높은 신에게 소원을 비는 것밖에 없어.”


“과연!”


“하지만 주의해야 돼. 만약 신에게 비는 기도에 진심이 부족하다면, 영원히 빙의영령에게 몸을 내줘야만 하니까 말이야.”


“그렇다면…….”


나츠미 씨는 허리를 펴서 각을 세우고 고개를 끄덕였다.


“저, 조심하겠습니다.”


얼씨구.





점집을 나선 우리는 분홍색 스쿠터에 올라 차도를 신나게 질주했다.


빗방울이 차갑고 빠른 바람을 타고 뺨을 스치자, 스가 씨의 사무실에서 처음 일하던 추억이 떠올라서 미소가 지어진다.


“오랜만에 호다카 군이랑 취재 오니까 너무 재미있는데?”


“그럼 다행이네요.”


어차피 강의도 없는 날인데 소소하게 용돈 벌었다 셈쳐야겠다.


“그나저나 짱 무섭다, 그렇지?”


“뭐가요?”


“그 빙의영령이라는 요괴들 말이야!”


진심과 장난이 반반 섞인 말투로 쾌활하게 조잘대는 나츠미 씨.


“사람의 기도를 어긋나게 들어줘서 그 몸을 빼앗는 요괴! 요즘 인터넷에서 핫하거든.”


“하하, 다 오컬트잖아요.”


“호다카 군도 참, 맑음 소녀까지 봐놓고는 아직도 과학의 편견에 사로잡혀 있는 거야?”


“…….”


그 질문에는 대답이 궁해진다. 맑음 소녀는 100% 진짜였으니까.


하지만 오컬트 하나가 우연히 맞았다고 해서 그 분야에 대해 진지하게 파고들 생각은 당연히 없다.


그렇게 치면 네스 호에는 장경룡이 살고, 지구는 사실 평평하며, 버뮤다 삼각지대는 외계인들이 만든 덫이게?


“그러니까 호다카 군도 조심해. 기도 같은 거 함부로 하는 거 아니야, 알겠지?”


“……네.”


그런데 건성으로 대답하는 내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나츠미 씨가 갑자기 스쿠터의 속력을 내기 시작했다.


“으아악!”


사전 경고도 없는 가속에 깜짝 놀란 나는 나츠미 씨의 허리를 세게 붙들었다.


그런데 그게 빌미가 될 줄이야.


“으흐음? 호다카 군, 행동이 퇴폐야.”


“네?”


나는 반 박자 늦게 이상한 감촉을 감지하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잠깐, 허리 치고는 살이 너무 물컹한데?


“으아아아아악! 죄송합니다!”


“호다카 군도 히나 짱이랑 연애 시작하니까 참 대담해졌다니까♡”


“오해예요!”


공명, 아니 나츠미 씨의 함정에 제대로 걸려든 나는 얼굴을 붉히면서 바락바락 소리쳤다.


이분의 페이스에 한 번 휘말리면 정말이지 끝이 없다니까.




“감사합니다!”


나는 학교 정문에서 나츠미 씨에게 인사한 후 기숙사 건물에 들어갔다.


별로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묘하게 진이 빠진다. 그냥 적당히 장단만 맞춰줄걸 그랬다.


“음?”


상의를 벗어던지고 막 씻으려던 참에, 반짝이는 작은 물건 하나가 시야에 들어왔다.


프러포즈를 하면서 히나 씨에게 선물할 반지.


그걸 보자 얕은 한숨이 새어나온다.


가격만 비싸지 그야말로 애물단지가 따로 없다.


만약 히나 씨의 속마음을 알 수만 있다면, 당장 프러포즈를 하든지 되팔든지 할 텐데.


‘잠깐만.’


갑자기 묘한 승부욕이 타올랐다.


점집 아줌마와 나츠미 씨의 확신에 찬 그 표정을 내 마음속에서라도 구겨보고 싶어진다.


오컬트를 접할 때마다 ‘사실일 수도 있겠지?’하는 바보 같은 생각이 머릿속을 유영하곤 하는데, 이 감각이 묘하게 불쾌하다.


특히 맑음 소녀인 히나 씨를 만난 이후로 더더욱.


‘빙의영령? 그런 게 세상에 어디 있어? 있으면 한 번 나와 보시지.’


나는 조소를 짓고 합장을 하며, 프러포즈 갈등으로 생긴 스트레스를 엉뚱한 방식으로 해소하기 시작했다.


“부탁입니다. 제가 히나 씨의 마음을 세상 그 누구보다도 잘 알게 해주세요. 공자왈, 나무아미타불, 아멘!”


기도를 마치고 잠시 침묵을 지키던 나는 실소를 터뜨리면서 옷을 마저 벗었다.


“나 뭐하는 거람.”


역시 뻥이었군.


오컬트란 믿을 게 못 된다. 맑음 소녀가 특이한 케이스인 거지, 보통은 이렇다니까.


곧이어 나는 목욕을 마치고 침대에 드러누워 곯아떨어졌다. 역시 세상에서 제일 달콤한 건 잠이라니까.




하지만,


이 달콤한 잠이 단 하루만에 세상에서 가장 두려운 존재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뚜르르르륵― 뚜르르르륵―


규칙적인 진동의 알람 소리가 나를 꿈나라에서 억지로 빼냈다.


“하아아아아암…….”


나는 하품을 하고 기지개를 켜면서 일어났다.


부스스한 생머리가 늘어져 어깨와 등을 간질인다.


밤잠이란 참 잔혹해. 몇 시간이 꼭 몇 초처럼 느껴진다니까.


매일 저 알람 소리를 듣는 것도 참 스트레스…….


“응?”


잠깐.


잠깐, 잠깐, 잠깐.


아침잠이 확 달아나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알람 소리가 이상해. 내 알람이 저렇게 무미건조한 진동일 리가.


사랑하는 포춘 쿠키 하이라이트 부분일 텐데?


바닥이 이상해. 쿠션이 거의 없다.


분명히 어젯밤에는 이층침대에서 잠들었을 텐데, 마치 딱딱한 나무 바닥 위에 담요 하나만 깐 것 같잖아?


당황한 나는 벌떡 일어나서 바로 옆에서 새근새근 잠든 나기 선배를 흔들었다.


“선배! 선배! 선배! 일어나! 뭔가 이상해!”


“으, 으응, 누나, 왜 그래…….”


“그게 있지! 갑자기 알람 소리가 바뀌고, 이층침대가 사라지고, 기숙사 방이 황폐화되고……. 누, 누나?!”


낯선 호칭에 어안이 벙벙하다가 뒤늦게 이상한 점을 하나 더 발견했다.


그러고 보니 나기 선배가 왜 내 옆에 잠들어있지?


나는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눈을 비비다가 사방을 둘러보았다.


익숙한 방이다. 아니, 그런 수준을 넘어서 내 방 다음으로 눈에 익은 장소다.


타바타역 근처의 다세대 주택 2DK 원룸. 집 주인은 히나 씨와 나기 선배.


그런데 그 집 주인들 중 한 명이 안 보인다.


“설마.”


갑자기 가늘어진 목소리 톤에 등골이 서늘해진 나는 재빨리 화장실로 뛰어가 거울을 바라보았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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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맑음 소녀가 돼야 하는 거야?


히나 씨의 성격이 변했어?!


히나 씨와 함께 한국 여행을!!!


에 이은 4번째 장편 시리즈




이거 완결 지으면 단행본 제작 들어갑니다


이미 엔딩까지 다 구상해놓은 작품임.


살아나라 죽지 마라 날갤




* 느그명 짝퉁 설정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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