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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던 오브 파이어 : 어벤징 선] 제16장

말카도르(210.204) 2021.04.16 16:5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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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장


[프라이머리스의 도래]

[알파 프라이무스]

[새 시대의 여명]



대열은 함선 깊숙이 있는, 가장 거대한 렌즈 형태의 보관소에 이르렀다. 관전을 위한 회랑은 3중의 장갑화된 관문으로 막혀 있었다. 길리먼과 그가 이끄는 초인들은 가장 앞의 난간으로 향했다. 나머지 인원들은 보관소의 아래를 볼 수 있도록 높이 돋은 플랫폼에 안내되었다.


메시니우스는 프라이마크와 함께 대열 선두로 향했다. 100피트 아래, 밝은 빛으로 밝혀진 회랑 아래 텅 빈 광장 아래 100명의 스페이스 마린들이 열을 지어 서 있었다. 모두 부대 표식이 없는 회색 갑옷 차림이었다. 조명 너머는 거의 옛 밤(Old Night)을 보는 듯이 어두웠지만, 어느 정도 너비인지는 대략 감지할 수 있었다. 메시니우스의 센서는 저 공간이 거의 몇 마일 단위로 뻗쳐 있으리라 추정했다. 이곳은 자르 콰이시토르에서 본 공간 중 가장 넓을 뿐 아니라, 가장 추운 공간이었다. 필멸자들의 숨결이 구름처럼 피어올랐다.


메시니우스는 카울의 창작물들을 내려다보았다. 그들은 메시니우스보다도 더 컸다.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스페이스 마린이었다.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지만, 그들은 실제로 메시니우스의 앞에 버티고 있었다. 그 즉시 메시니우스는 위협 평가를 개시했다.


한 줄기 나팔이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그리고 머리 위에서 하나의 중력장 플랫폼이 내려왔다. 여기 이른 대표단의 눈에 비친 플랫폼은 위에서 내려와 중간 즈음에서 회전하면서 프라이마크와 시선이 나란해질 때까지 움직였다. 한 쌍의 거대한 비드 스크린이 그 옆에 호버링하며 떠올라 있었다. 플랫폼에 타고 있는 자를 확대해 비추는 스크린이었다.


증강물을 온몸에 결합한 거대한 테크 마고스가 그들의 앞에 서 있었다. 추가된 인공 사지들이 받치고 있는 상체 너머 그가 휴머노이드에 가까운 형체임이 드러났다. 하지만 높은 후드 아래에는 인간의 머리가 있었고, 푸른 빛을 띄는 피부가 증강물 사이에 엿보였다. 거대한 인공 하악골로 가려져 있었지만, 그 얼굴은 분명 인간이 타고난 육신이었고, 후드 깊은 곳에서는 증강물 옆에서 약삭빠른 눈빛이 빛났다.


하지만 이 인간의 육신 너머, 그의 육을 이루고 있는 것은 대부분 기계였다. 복부와 등은 텅 빈 입력 소켓으로 뒤덮인 장갑판 덩어리였고, 굽은 척추 위로 높다란 볏이 솟았다. 그 후방에는 대부분 기계로 덮인 채였고, 전신에 부가 인공 사지를 장착하기 위한 거대한 소켓들로 가득했다. 하반신은 평범한 인간과의 비교를 불허했다. 다수의 다리가 돋은 보행물 위에 결합된 마고스는 로부테 길리먼과 정면으로 눈을 마주할 수 있는 체구였다.


아치마고스 벨리사리우스 카울, 자칭 이 시대 최고의 지성이자 옴니시아의 가장 위대한 도관. 그는 어떤 무기도 들고 있지 않았고, 메시니우스가 그를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보다 훨씬 가벼운 차림이었다. 테라 성전에 참전했을 당시의 그와 비교하면 장갑판도 많이 빠져 있었고, 전쟁을 위한 성물도 없었다. 카울은 모든 면에서 화성인 특유의 기괴함을 보여 주었지만, 입을 연 순간 그의 입에서는 쾌활하고 따뜻한 예의가 흘러나왔다.


“환영합니다, 제국의 고위 인사 여러분.”


카울의 증폭된 목소리는 방을 따라 거의 신의 음성처럼 내리꽂혔다. 두 팔을 벌린 카울이 정중히 절을 해 보였다. 메카덴드라이트들과 부속 촉수들이 그런 그의 몸 위로 솟아올랐다.


“그리고 환영하나이다, 로부테 길리먼 전하. 옴니시아의 창조물이자 가장 거룩한 그분의 대표자, 그리고 저의 벗이시여.


카울은 의미심장하게 프라이마크를 가리키고, 이번에는 길리먼에게만 다시 절을 해 보인 뒤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선 그는 팔 하나를 뻗어 침묵을 지키고 있는 스페이스 마린들로 채워진 광장을 가리켜 보였다. 밝은 빛 아래, 금속으로 된 마고스의 손은 마치 수은처럼 빛났다.


“여기 계신 분들 중 저를 모르시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저는 아치마고스 벨리사리우스 카울입니다. 1만 년 전, 여러분과 지금 함께하고 계신 프라이마크께서 저에게 몹시 어렵고 위대한 임무를 맡기셨습니다. 옴니시아께서 직접 남기신 작품을 더 낫게 만들라는 임무였지요.”


군중들 사이에서 웅성거림이 들려왔다. 특히 화성의 교단에 대해 아는 이들, 그리고 기술적 지식을 갖춘 이들 사이에서 가장 큰 웅성거림이 들렸다.


“여러분께서는 제 함선을 지나며 제 작품의 일부를 보셨습니다. 무기, 갑옷, 그리고 공격을 위한 차량들을 개량했지요. 잊혀진 옛 지식을 발굴했고, 온전히 새로운 설계를 적용했습니다. 이 군장과 무구들만으로도 제 동료들의 헛꿈보다도 더 큰 일이라 하겠습니다만, 제가 이룬 일에 비하면 이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지금 여기서 여러분이 보고 계신 이 전사들이야말로 제 계획의 정점이라 할 수 있을지니. 여러분은 새로운 파운딩의 증인이 되셨습니다!


카울이 기쁨을 담아 소리쳤다.


새로운 전사, 프라이머리스 스페이스 마린입니다.


카울은 낄낄댔다. 그 육신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소리였다.


“제 주제넘음을 보고 저를 헤러텍이라 평하고 싶을 분도 계시겠습니다만,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길리먼 전하께서 저에게 이 일을 몸소 맡기신 것인 만큼. 저도차도 그런 허락 없이 감히 옴니시아의 작품에 손을 댈 만용을 부리지는 않습니다. 거대한 옛 이단의 전쟁에서 살아남은 스페이스 마린 창조에 대한 기록과 물질들을 하사하신 것이 길리먼 전하셨습니다. 그리고 그중에는 황제 폐하께서 계획하신 프라이마크 창조 계획의 자투리도 들어 있었지요. 기계 신께서 그분의 뜻을 전하는 인간의 육을 굽어살피시길 바라나이다. 잠시 후면, 비록 제가 수천 날과 밤을 쏟아부었다지만, 제가 빚어낸 이 전사들이 폐하의 작품과 비견할 만 하며, 프라이마크께서 청하신 모든 것 이상임을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카울이 금속제 손가락을 튕겼다. 광장에 서 있던 전사들은 그 즉시 분대 단위로 분열 행진을 시작했다.


“더 강력하고, 더 강인하며, 더 영리하고, 더 충성스럽습니다. 프라이머리스 스페이스 마린을 통해 저는 이미 완벽하다고 여겨지던 것을 더 완벽하게 빚어냈으며, 결점을 시정하고, 전투의 능률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강화점을 추가했습니다.”


카울은 다시 낄낄거리며 겸손의 의미를 담은 절을 해 보였다.


“교단 내에서는 이러한 제 주장을 듣자마자 저를 화형시키려 드는 이들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오직 저는 진실을 말할 뿐. 저는 감히 제 작품이 폐하의 것보다 낫다 주장하는 것도 아니요, 제 역량이 그분의 것을 뛰어넘는다 말하는 것도 아닙니다. 제가 이룬 모든 것들은 오직 옴니시아께서 먼저 쌓으신 토대 위에 기초를 두고 있을 뿐. 그 위대함을 다시 살피고 다시 빚어낼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화성의 신조에 흐르는 힘이 아니겠습니까? 저는 오직 거인의 어깨에 서서 별들에 손을 뻗었을 뿐입니다.”


카울이 다시 손가락을 튕기자 바닥에 구멍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수십 기에 이르는 중무장한 전투용 서비터들이 구멍에서 빠져나왔다. 행진을 멈춘 프라이머리스 스페이스 마린들은 총을 내려놓은 채 전투용 대검을 뽑아들었다.


“여러분이 보실 이번 시연에는 어떤 제약도 없습니다. 상대는 현존하는 최고의 전투용 모델입니다. 제가 직접 제작했기에 확신할 수 있습니다. 이 서비터들은 살육을 위해 프로그래밍되어 있으며, 이들의 전투 프로그램은 여러분께 전송되어 온전히 공개될 것입니다. 여유가 생기실 때, 프로그램을 살펴보셔도 좋습니다. 이 자리에는 단 한 점의 거짓도 없습니다. 저는 이 자리에 희망을 드리기 위해 왔지, 거짓을 전하기 위해 온 것이 아닙니다.”


하악골에 붙은 증강물로 가려진 입은 보이지 않았지만, 모두가 그 목소리에 묻어나는 웃음을 알아차렸다.


“아무리 제가 이들이 우수하다 말해도, 그들이 싸우는 걸 보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겠지요. 이제 작은 시범을 시작해 볼까 합니다!”


카울이 박수를 쳤다.


마고스를 비추던 조명이 꺼지고, 곧바로 광장에 모여 선 스페이스 마린들을 비췄다. 서비터들이 전투 대형을 펼친 순간 이미 그들은 준비를 마친 채였다. 스페이스 마린과는 달리, 서비터들은 장거리 무장과 근접전 무장을 모두 갖춘 채 겨누고 있었다. 개량된 조준용 증강 장비를 갖춘 회색 얼굴들이 파워 아머를 두른 전사들을 응시했다. 양자는 서로 다른 의미에서나마, 인외의 영역에 들어 있었다.


아주 잠시동안, 두 무리는 서로를 대면했다.


황제 폐하를 위하여!


스페이스 마린들이 전투 함성을 외쳤다. 헬멧의 복스 미터를 통해 증폭된 포효가 우렁차게 뿜어졌다. 탁 트인 저장소였음에도 그 쩌렁쩌렁한 소리에 필멸자들이 몸을 움츠렸다.


다음 순간 광장은 폭력의 현장으로 화했다. 돌격하는 스페이스 마린을 향해 서비터들이 고출력 에너지 무장을 발사하기 시작했다. 전장은 에너지 장으로 봉해졌고, 플라즈마 줄기가 에너지 장과 충돌할 때마다 곳곳에 스파크가 튀었다. 메시니우스의 눈에 스페이스 마린 하나의 흉갑판이 번쩍이는 입자 광선에 관통당하자마자 그 육신이 무서운 기세로 타오르는 꼴이 들어왔다. 카울은 지금 자신의 주장을 위해 그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중이었고, 메시니우스는 그러한 방식에 동의할 수 없었다. 메시니우스가 길리먼을 힐끗 바라보았지만, 프라이마크는 여전히 냉엄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또 한 명의 전사가 서비터의 사격에 명중당해 갑옷을 뚫렸다. 하지만 이번 전사는 쓰러지지 않았다. 오직 돌격했을 뿐.


스페이스 마린이 돌격하는 동안, 서비터가 제대로 사격할 수 있었던 것은 두어 번 정도에 그쳤다. 다음 순간 세라마이트와 플라스틸이 격돌하며 빛나는 광장을 메아리로 뒤덮었다. 저 스페이스 마린들이 보이는 공격성은 실로 무시무시했고, 그 이상인 것은 그 공격성이 철저하게 통제 아래 있다는 거였다. 그들은 먼저 장거리 무장을 갖춘 서비터를 노렸고, 총좌에서 총기를 뜯어낸 뒤 유기체 부속들을 냉엄한 효율성으로 도살했다. 첫 전투 함성 이후 그들은 침묵을 지킨 채 싸웠다. 오직 금속이 부딪치고, 기름과 뒤섞인 피가 흐를 따름이었다. 기계와 인간이 함께 죽어갔다.


메시니우스는 세 명의 스페이스 마린이 팔 여섯 개에 탁탁 소리가 나는 파워 블레이드를 달고 있는 괴물 같은 형체를 향해 달려드는 것을 지켜보았다. 프라이머리스 마린은 보통 스페이스 마린보다 더 빨랐고, 더 강하며, 더 컸다. 메시니우스의 센소리움은 그들의 무구를 탐지하고 그 정보를 모조리 긁어다 메시니우스에게 공급했다. 그들에게 탑재된 반응로의 출력이 더 우수했고, 총은 더 크고 나아 보였다. 아마 오스펙스 스캔이 없었다 해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는 지금 이 현장을 몸소 목격하고 있었으니.


이들은 스페이스 마린이 아니었다. 그 너머에 있는, 다른 것이었다.


그들은 곧 메시니우스와 동형의 스페이스 마린을 대체하는 존재였다. 현장을 지켜보며 그는 깨달았다. 지금 자신이 새로운 종의 출발을 보고 있음을, 그리고 더 나아가, 자신의 종이 이제 종막을 향해 가고 있음을.


프라이머리스 마린 하나가 디스럽터에 직격당해 갑옷이 쪼개진 채 섬광을 뿜으며 쓰러졌지만, 다른 전사들은 소용돌이치는 칼날을 피해 다가들었다. 다소 다듬어지지 못한 움직임이었다. 메시니우스의 단련된 눈에 비친 그들은 약간은 기계적으로 보일 정도로 뻣뻣했지만, 놀라우리만큼 효율적인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심장이 두 번 뛰는 도안 그들은 전투용 서비터의 사거리 안까지 다가들어 사지의 관절, 파이프, 전력 공급 장치를 대검으로 썰어버렸다. 유압액이 새어 나오며 팔이 축 늘어졌다. 불과 몇 초만에 그들은 위협적인 기계를 제압해 버렸다.


근접전 시연을 바라보는 내내, 메시니우스는 목 뒤에 따끔한 느낌을 받았다. 벽에 붙은 창문에서 노려보는 자가 있다는 느낌에 등을 돌렸지만 누구도 없었다. 하지만 그의 의심은 더욱 커졌다. 그런 직감을 무시하기엔, 메시니우스는 너무 베테랑이었다.


메시니우스는 파견된 빅트릭스 가드의 최선임자인 티에리누스(Tierinus)에게 복스 교신을 보냈다.


“프라이마크를 잘 살피도록. 누군가 여기 있어선 안 될 이가 있다.”






메시니우스는 격렬한 전투의 소음을 뒤로 한 채, 넋을 잃은 테라의 유력자들을 지나 열린 복도로 향했다. 희미한 푸른 조명이 드린 복도가 펼쳐졌다. 메시니우스는 시선을 이리 저리 돌렸지만, 곧 그의 주의력이 다른 쪽으로 쏠렸다. 오른쪽 통로가 그를 부르고 있었다. 복도는 저장고의 벽에 세워진 네모진 승강구로 이어진 계단을 향하고 있었다. 메시니우스는 3층으로 올라갔다. 메시니우스는 자신의 직감을 믿고 오른쪽으로 들어섰다. 존재감이 느껴졌다.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이커일지도 모른다. 메시니우스는 볼트 피스톨을 꽂아 둔 홀스터의 잠금을 해제했다. 하지만 그걸 뽑지는 않았다.


진열장 너머, 모서리가 둥글게 마무리된 창문이 있는 방이었다. 운반대가 사방에 널려 있고, 묵직한 플라스텍 방수포로 포장된 물건들은 열로 바닥이 봉해진 채였다. 링구아 테크니스로 적힌 해독할 수 없는 명세서가 투명한 봉함에 담긴 채 각각의 운반대에 붙어 있었다.


외로이 놓인 방 안에, 거인이 서 있었다. 조명은 없었지만, 보관소와 디스플레이에서 새어 나오는 빛이 드리워진 채 온통 흉터 투성이인 얼굴을 비췄다. 메시니우스는 이 거인이 아뎁투스 아스타르테스라는 것은 확신할 수 있었지만, 그는 정말 거인이었다. 심지어 저기서 생명을 걸고 싸우고 있는 프라이머리스 스페이스 마린보다도 더 거대한 존재라 해야 할 것이다. 로브 아래로 거대한 근육 덩어리가 꿈틀거렸고, 허여멀건한 피부 위에 블랙 카라페이스가 남긴 흔적이 남아 있었다. 목 뒤와 손목에는 파워 아머와 직결되는 인터페이스 포트들이 보였다.


“안녕하신가.”


거인이 전장에 눈을 고정한 채 입을 열었다. 그 얼굴이 반쯤은 문을 향하고 있었기에 메시니우스는 그 표정을 알아볼 수 있었다. 그 얼굴에 맺힌 형언할 수 없는 비참함에, 메시니우스는 자신도 모르게 그에게 엄청난 연민을 느꼈다.


“넌 누구지??”


메시니우스는 피스톨에 손을 올려둔 채 입을 열었다.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건가?”

“난 여기 사는 존재라네.”

“날 왜 여기로 부른 거지? 넌 사이커가 맞나?”


스페이스 마린이 온전히 고개를 돌려 메시니우스를 응시했다. 입꼬리에 침울함이 매달린 채, 슬픔이 가득한 눈이었다.


“그걸 느꼈나? 흥미롭군. 워프 민감성을 가졌나?”

“난 마법 따위 부리지 않는다.”


메시니우스가 대꾸했다. 스페이스 마린은 그런 메시니우스를 응시했다.


“그렇다면야.”


슬픔이 담긴 시선이 메시니우스의 부무장 쪽을 향했다.


“그런 건 필요 없다. 난 옥좌에 충성을 바치는 존재이니. 프라이마크에게 위협을 가할 생각 따위는 없다. 사실 내가 널 여기 부른 것은 경고하기 위해서다.”

“넌 사이커지.”


메시니우스가 대답했다.


“내가 찾으리라 생각지도 못했고, 예고조차 받지 못한 존재다. 넌 위협이 맞다.”


메시니우스는 문 옆에 자리를 잡았다. 놈은 강력한 전사였다. 메시니우스는 비상 메시지 펄스의 송진을 준비했다.


“그래, 난 사이커가 맞다. 다른 건 다 제쳐두고서라도.”


전사는 계속 입을 열었다.


“하지만 확실히 해 두겠다, 난 어떠한 위협도 아니다.”

“넌 누구지?”


메시니우스가 되물었다.


“난 이름을 받은 바 없다. 하지만 내 주인은 날 알파 프라이무스라 부른다.”


전사는 어둠 속에 반쯤 가려진 카울을 내려다보았다.


“작은 농담이라고 할 수 있겠지.”


씁쓸한 어조였다.


“아치마고스는 농담을 좋아하지.”


메시니우스는 이 프라이무스라는 전사에 대해 경계를 풀진 않았지만, 더 이상 그가 위협적으로 느껴지진 않았다. 프라이무스 곁에 선 메시니우스가 전투가 벌어지는 광장을 함께 내려다보았다. 전투는 이제 흔적으로 변해 가는 중이었다. 부서진 기계 부속들과 찢겨진 살로 난장판이었다. 스페이스 마린 6명이 죽었고, 그 외 몇몇이 부상을 입은 채였다.


“저건 낭비였다. 불필요한 잔인함이지.”


메시니우스의 말은 명백히 저 수상한 스페이스 마린에게서 반응을 끌어내기 위한 수단이었다. 그 답으로 돌아온 것은 질문이었다.


“둘 다 아깝다고 여기나? 프라이마크가 새로 취한 힘을 보이기 위해 생명 몇을 던진 셈 아닌가. 프라이마크에 반기를 들 수 있는 이들에게 그가 어떤 폭력을 휘두를 수 있는지 보이는 작은 시연이었지. 그 정도면, 저런 피 정도는 충분히 흘릴 수 있지 않겠나?”

“프라이마크께선 그런 이유로 저질러진 살해를 용인하지 않으실 것이다.”

“만약 프라이마크가 직접 손에 피를 묻혀야 한다면 결코 용인하지 않겠지. 하지만 이번 시연이 충분히 유용했음을 알고 계시리라 보네.”


프라이무스는 계속 입을 열었다.


“내 주인은 쇼를 하는 거도, 타인을 놀라게 하는 것도 즐기지. 길리먼께서는 결코 이 배에 와 본 적이 없었다네.”


프라이무스가 메시니우스를 바라보았다.


“너도 프라이마크를 알고 있지. 나는 느낄 수 있다. 네 그 소중하신 프라이마크께서 이런 시연을 예상치 못했으리라 생각하나? 그는 이게 벌어지는 걸 용인했어. 참 편리한 일 아닌가? 카울은 놀라운 업적을 거뒀지. 그래서 이 시연이 보여주는 놀라움으로 프라이머리스의 창조에서 거리를 두고자 하는 거야. 아버지의 자리를 찬탈하려 드는 아들이라는 의심을 피하기 위해서. 로부테 길리먼은 그런 기회를 결코 놓칠 이가 아니지. 그는 걸작 중의 걸작이니까.”


프라이무스가 질투와 감탄이 섞인 어조로 말했다. 그는 프라이마크를 내려다보며 자신의 손을 유리창 위에 갖다대었다.


폐하가 빚어낸 프라이마크에는 저런 장엄함이 거하지만, 이류 땜장이가 만들어낸 나 같은 존재는 그저 흉물에 불과하지.


창에서 손을 뗀 프라이무스가 입을 열었다.


“그래, 네 대체품을 본 소감은 어떤가?”


메시니우스는 침묵을 지켰다.


“답하지 않겠다? 좋아. 하지만 네가 느끼는 놀라움을 느낄 수 있지. 길리먼께서 너에게 프라이머리스 계획에 대해 한 마디라도 말한 적이 있었나?”

“그러신 바 없다.”

“아마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겠지.”


프라이무스가 계속 말을 이었다.


“어떤 기분이 드나?”


메시니우스는 정직한 답을 주는 것을 잠시 주저했지만, 곧 입을 열었다.


“나를 신뢰하지 않으셨다는 게 아프게 다가오는군. 하지만 그 이유 역시 알 것 같다. 프라이마크께서 깨어나심과 함께, 바로 참전할 수 있는 새로운 종류의 스페이스 마린이 그의 수중에 들어온다? 테라의 많은 고위 관료들은 헤러시를 기억한다. 의심스러운 시각으로는, 프라이마크께서 처음부터 이것을 계획한 것처럼 보이겠지.

“그게 사실이지. 그렇지 않나?”


프라이무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누구도 속내를 온전히 투명하게 드러내지 않는다. 네 유전 아버지조차 마찬가지지. 내가 몇 가지 조언을 너에게 좀 하고자 한다. 카울과 이야기할 기회가 생긴다면 말이지만, 그의 말을 모두 믿지는 마라. 그는 자신의 천재성을 과대평가하고 있어. 비틀린 길을 걷고 있지.”

“그게 네가 말하던 경고인가?”


메시니우스는 프라이무스의 흉터 투성이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렇네.”

“나도 네 경고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지. 그가 너를 창조했나?”


프라이무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넌 정체가 뭔가? 저 소위… 프라이머리스 스페이스 마린 중 하나인가?”


프라이무스는 전장으로 슬픈 시선을 돌렸다. 그 움직임 하나 하나에 온 힘을 싣는 것처럼 느릿한 움직임이었다.


“난 저들과 다르다. 모두와 다르지. 아크마고스는 내가 처음 태어난 프라이머리스라고 했지만, 난 그 말을 믿지 않는다. 나는 저들 중 누구도 할 수 없는 일들을 할 수 있고, 저들이 만들어지기도 전부터 존재했다. 그들의 수가 늘어나는 것을 지켜보았고, 수천 년 동안 저들을 지켰다. 나는 저 첫 무리가 시험을 위해 깨어나기도 전부터 한참이나 이곳에 머물러 왔다.”

“날 부른 진짜 이유가 뭐지?”

“너에게 경고를 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거인이 어깨를 으쓱였다.


“지루함과 고독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경고를 위해서라고 해야겠지.”


프라이무스는 지친 숨결을 내쉬었다.


“황제는 그분의 아들들에게 자신의 재능을 나누어 물려주었다. 그리고 그분이 아니라면 그런 힘을 온전히 통제할 수 있는 이는 없을 것이다. 그 아들들에게, 그리고 그 아들의 아들들에게 물려 온 재능들이고, 나는 카울이 감히 그 재능 중에서 뽑아낼 수 있었던 몇 가지를 품고 있지. 그리고 나는 그런 나 자신을 너에게 보여주기 위해 불렀다, 캡틴 메시니우스. 카울을 믿어서는 안 된다는 살아있는 증거가 바로 나다.”


메시니우스는 무거운 고개를 돌려 아래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연을 향했다. 스페이스 마린들은 죽어버린 전투용 서비터들이 치워지는 동안 검열을 위해 대열을 갖추고 서 있었다. 그들은 강력했다. 그들을 통제할 수 있는 자에게, 그들은 결정적인 힘이 되어 주리라.


“두려워할 것은 없다.”


프라이무스는 마치 메시니우스의 마음을 읽은 것처럼 말했다.


카울에게 지배욕은 없다. 그는 우리 모두가 원하는 것을 원하지.

“무엇이지?”

인류의 구원.


프라이무스가 느릿하게 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카울은 완벽하지 않다. 자신이 완벽하다 믿고 있지만, 그렇지 않지. 그는 자신이 그의 신 옴니시아, 즉 네가 모시는 황제의 도구라고 여긴다. 너도 알겠다만, 내 시야는 너의 것보다 넓다. 이 조악한 현실 너머를 볼 때마다, 나는 황제가 자신이 빚어낸 아스트로노미칸의 화염 속에서 타오르며 영원한 고통으로 몸부림치는 걸 보았다. 신은 결코 고통을 받지 않지. 그렇기에 그는 신이 될 수 없다. 그것이 내 관점이다. 그러므로 카울의 우주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는 결함이 있고, 이는 그가 틀렸음을 의미하지.”


프라이무스가 잠시 침묵을 지켰다.


“아니면 내가 틀렸을 수도. 어쩌면 황제는 진실 따위에 눈을 돌리지 않은 채, 변함 따위가 없는 존재일지도 모르지. 어쩌면 그는 신성한 존재일 수도 있다.”


그가 다시 어깨를 으쓱였다.


“그게 무슨 상관인가?”


저 아래에서, 카울은 마치 행상꾼마냥 열정적인 몸짓을 해 보이고 있었다. 점점 설명에 힘이 붙었고, 만약 그가 토해내는 열변이 없었다면 우스꽝스러워 보이기까지 했으리라. 하지만 그 덕분에, 더 위험해 보이기도 했다.


“여기 위대한 힘들이 모이고 있네.”


프라이무스는 입을 열었다.


“수천 년 동안, 제국의 힘을 한 데 모을 수 존재는 없었지. 하지만 마침내 인류에 믿을 수 있는 지도자가 생겼고, 인류가 그 지도자에 대해 품은 믿음이 워프를 뒤흔들었지. 그 자체가 정치가들로부터 신들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존재들에 대한 경고나 다름없다. 조심해, 비트리안 메시니우스. 이제 프라이마크를 적대하는 자의 수효는 군단에 이르고, 그들은 곧 너의 적이다.

“난 나의 프라이마크를 굳게 신뢰한다.”


메시니우스가 굳건히 말했다.


“그리고 내게는 어떠한 두려움도 없다.”


프라이무스가 슬픈 미소를 지었다.


“신뢰에 대해서도 조심하는 게 좋을 거다, 중대장. 언젠가는 그 신뢰가 우리 모두를 파괴할 테니 말이다.


프라이무스가 길리먼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리고 자만심도.”


이번에 그가 가리킨 것은 카울이었다. 프라이무스는 다시 손가락을 쥐었다.


“이제 할 말은 끝났다. 내가 너라면 슬슬 자리로 돌아갈 거다. 카울의 시연이 이제 대단원에 이를 테니까. 그걸 놓치고 싶어 할 것 같진 않군.”


메시니우스는 조명이 드리운 광장을 힐끗 뒤돌아보았다. 그 너머의 어두움이 온 사방에서 뻗쳐들고 있었다.


저 어둠 속에, 무엇이 숨어 있는가.


“대단원이라고 했나?”


메시니우스가 고개를 들었을 때, 그는 혼자였다. 프라이무스는 어딘가로 사라졌다.


불안해진 그는 다시 전시장으로 내려가 병력들에게 철저한 수색을 복스 송신으로 지시했다. 하지만 그들이 찾을 것은 없으리라.






메시니우스는 서둘러 진열대 쪽으로 나아갔다. 스페이스 마린들은 전당의 뒤편에서 회랑을 향해 이동하고 있었다. 빅트릭스 가드 대원들은 전투태세를 갖췄다. 길리먼은 아무런 관심도 기울이지 않는 것 같았지만, 메시니우스는 길리먼의 자세를 바로 알아보았다. 만약 필요하다면, 전투에 나설 채비는 언제건 되어 있었다.


고위 관료들의 곁을 지나며 메시니우스는 그들이 보이는 반응을 확인할 수 있었다. 몇몇은 닥쳐오는 파멸로부터 인류를 구원하는 신병기의 희망을 보았다. 몇몇은 경악을 금하지 못했고, 사실 메시니우스 역시 그 감정을 공유하고 있었다. 차가운 관에서 깨어나 곧장 전장에 뛰어들 수 있는 새로운 전사들. 그 과정에서 아마 철저한 최면 학습을 통해 전투 효율을 확보했으리라. 하지만, 그 과정에서 머릿속에 다른 것이 들어가지 않았다고 누가 보장할 수 있겠는가? 오염된 챕터들의 문화는 그런 방식으로 쉽게 이어져 내려올 수 있다. 메시니우스는 저 야망에 가득 찬 존재가 이 새로운 전사들에게 무슨 생각을 심어 넣었는지 우려할 수밖에 없었다.


메시니우스가 본래 자리로 돌아올 즈음, 카울은 프라이머리스 스페이스 마린들의 능력에 대한 기나긴 설명을 마치는 중이었다. 그들이 가진 무장과 갑옷의 세부 사항을 설명하는 동시에, 이것은 그저 그가 빚어낸 검의 끝에 지나지 않음을 대표단에게 보였다. 그러는 한편, 자신이 제국에 충성스러움을 굳건히 밝히고 있었다. 그는 고위급의 화성인치고는 특이하리만큼 수다스러웠다. 남을 기쁘게 만들고자 하는 마음은 화성인으로서는 매우 드문 성정이다. 놀라움 끝에, 메시니우스에게 남은 것은 실망감이었다. 카울의 성정은 경멸받아 마땅했지만, 그 성정이 믿을만한 성정일 것인가? 그리고 그가 프라이무스와 나눈 대화에 비추어 봤을 때, 메시니우스는 카울을 믿을 수 없는 존재로 확정지었다.


마침내, 카울은 지껄임을 멈추고 절을 해 보이며 조용히 자신의 중력 플랫폼으로 물러섰다. 로부테 길리먼은 조용히 똑같은 자세로 정렬해 있는 1개 중대의 전사들을 응시했다. 골치 아프게도 카울은 그들이 어떤 프라이마크의 혈통에 따른 전사들인지를 밝히지 않았다.


“훌륭하게 과업을 해냈네. 말을 잊을 정도군.”

“저에게는 만 년의 시간이 있었습니다, 로부테 전하.”


카울이 말했다.


“어쩌면 제가 좀 흥분했던 것 같습니다.”

“나는 더 나은 전사, 더 나은 무기를 기대했다. 내가 깨어난 후 보아온 것은 모두 쇠퇴의 흔적에 불과했으니. 이것은…


길리먼이 말을 멈췄다.


“새로운 것입니까?”


카울이 만족감을 표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혁신가입니다. 많은 이들이 저를 이 때문에 이단자라 부를 것입니다만, 저는 그들과는 궤가 다릅니다. 저는 과학자입니다.


고대에 기원을 둔, 지금은 거의 쓰이지 않는 단어였다.


“그들은 저를 혁신가, 과학자로 칭하며 비난하지만, 저는 기계 신의 진정한 종입니다. 저는 황제 폐하의 연구를 주의 깊게 살폈습니다. 저는 고대에 전해지는 연역적 추리를 활용했을 따름입니다. 이것이 어찌 이단이겠습니까. 이 영예는 오직 기계 신께 돌아갈 것입니다. 그분의 도구가 온전히 쓰일 수 있었음에, 미개한 열정의 신조에 떨어지지 않았음에 감사할 뿐입니다.

그대는 내게 군대를 만들어 주었군.


카울은 갑자기 몸을 돌려, 자신의 기계 탈것에 몸을 싣고 모든 사지를 펼쳐 보였다.


“군대라 하셨습니까?”


그의 목소리가 마치 천둥처럼 저장소에 울려 퍼졌다. 그는 웃고 있었다.


“군대? 전하, 저는 당신께 군단들을 드릴 것입니다!


그가 손짓하자, 어둠에 잠겨 있던 저장소가 쌍을 이룬 빛으로 가득 찼다. 수천에 수천을 더한, 활성화된 시각 렌즈들이었다.


“보십시오, 제 천재성의 진면목을!”


카울이 포효했다.


조명이 차례로 큰 소리를 내며 켜졌다. 서서히 켜지기 시작한 조명들이 온 전시장을 밝히며, 바닥부터 천장에 이르기까지 뻗어나갔다. 3마일에 가까운 시연장이 점점 빠른 속도로 밝아져 갔다.


그 눈부신 광채 아래, 수천의 프라이머리스 스페이스 마린이 서 있었다. 대표단 위의 중력 장갑판이 회전하며, 저 아래 바닥에 선 이상의 전사들이 천장에도 나타났다. 그들은 유전 혈통에 따라 나뉘어 있었다. 첫 100명의 표식 없는 전사들과 달리, 이들은 임페리얼 피스트의 노란 갑옷, 울트라마린의 파란 갑옷, 스페이스 울프의 회색 갑옷, 블러드 엔젤의 붉은 갑옷, 레이븐 가드와 아이언 핸드의 검은 갑옷, 그리고 샐러맨더의 선명한 녹색 갑옷과 다크 엔젤의 어두운 녹색 갑옷, 그리고 화이트 스카의 폭풍과도 같은 하얀 갑옷 차림이었다.


각각의 블록마다 그 갑옷은 다양한 변용을 이룬 채였다. 잠입 부대, 기습 부대, 정찰 부대, 중돌격 부대 등 부대 성격에 맞춘 갑옷들이었다. 새로운 패턴의 드레드노트, 그리고 유인 보행병기들이 그 뒤에 서 있었다. 카울이 다시 자신의 금속제 손으로 손뼉을 치자 그라브 탱크들이 엔진에 시동을 걸고 갑판 위에서 웅웅대며 호버링을 시작했다. 스페이스 마린들은 가슴에 자신의 무기를 갖다 댔다. 새로운 패턴의 볼터, 플라즈마 무기, 그리고 온갖 종류의 화기들이었다. 전사들은 자신의 발을 두 번 갑판에 굴러 함선을 뒤흔들리게 했다.


황제 폐하를 위하여! 테라를 위하려! 통합을 위하여! 길리먼을 위하여!


그들 모두가, 한목소리로 포효했다. 카울의 목소리에 승리감이 실렸다. 그의 다리가 그를 높이 들어 올렸다.


“감히 말씀드리건대, 전하의 아버지께서 우리 사이를 거니시던 시대 이후 이렇게 많은 스페이스 마린이 존재한 바는 없었습니다. 그들은 제가 신성을 모독했다 말합니다. 제가 무지 속에서 옴니시아의 작품에 손을 대는 땜장이라 주장합니다. 하지만 무지한 자들은 바로 그들입니다! 저, 벨리사리우스 카울은 황제 폐하께서 품은 본디의 비전을 따를 수 있는 지혜를 갖춘 유일한 존재입니다.”


그의 육신이 다시 낮아졌고, 목소리를 낮춘 채 두 손을 모았다.


“하지만 저에게는 그 비전의 모든 것을 성취할 역량이 없습니다. 저는 황제 폐하도, 전하도 될 수 없습니다. 그분께서는 친히 자신의 전사들을 빚으시어 정복에 나서셨습니다. 그러나 그분께서 하신 바를 행하기 위해서는 전하와 저, 둘 모두의 힘이 필요합니다. 그러므로 저는 정직과 겸손을 담아, 당신께 여기 모인 모든 것을 바치겠습니다. 이 전사들, 무기들, 전차들, 전함들, 갑옷들, 볼터들, 모두 전하의 영을 따를 것입니다.”


길리먼은 이 시연의 주최자를 다시 내려다보며, 자르 콰이시토르의 수많은 저장소에 분견대의 수효를 곱하며 셈했다. 카울의 늙은 얼굴에 교활한 빛이 돌았다.


“내가 헤아린 바로는 여기에 2만 4천 명의 스페이스 마린이 있군. 더 있는가?”


길리먼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이들이 전부인가?”

“전부? 전부라 하셨습니까?”


카울의 폭소가 복스 미터에서 겹치며 3중창으로 울렸다.


“옛말을 빌리자면,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합니다, 친애하는 로부테.


카울은 습관적으로 자신과 프라이마크의 친분을 과시해 보였다. 그 무례함은 메시니우스에게 분노를 일으켰고, 의심을 증폭시켰다.


“제가 가지고 온 함선들에는 각각 5천 명의 동면 중인 전사들이 거하고 있습니다. 화성에, 그리고 다른 곳에 이보다 몇 배는 되는 전사들이 잠들어 있지요. 아주 조심스럽게 이곳저곳에 감추어 두어야 했습니다. 이런 저를 질투하고, 제 작품을 불태우려 드는 이들이 있다니, 이게 믿어지십니까?”


카울은 상처라도 받은 양 굴었다.


“여기 있는 것은 제 시연을 위한 모델에 불과합니다. 전하, 그리고 제가 존경하는 테라의 고위직 여러분께 충분한 인상을 줄 수 있는 정도였지요. 전쟁을 시작하기에도, 그리고 전쟁을 마무리하기에도 충분한 수효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길리먼은 아치마고스를 다시 올려다보았다.


얼마나 되는가?


거대한 환희 속에서, 벨리사리우스 카울이 대답했다.


그 순간, 은하계의 역사는 영원히 바뀌었다.


길리먼은 저장소를 둘러보았다. 메시니우스와 만난 이래, 길리먼이 이만큼 놀라움을 표한 바가 없었다. 진정 놀라움이 묻어났지만, 한편으로 메시니우스는 프라이무스가 옳았음을 깨달았다. 길리먼은 이러한 경이를 예상했고, 그의 계산 속에 포함했다. 프라이마크는 자신의 감정조차도 정치적 이득을 위해 활용하고 있었다.


“그대는 고금의 누구도 그러하지 못할 정도로 황제 폐하를 충성스럽게 섬겼다, 벨리사리우스 카울.”


길리먼은 고개를 돌려 대표단에게 시선을 향했다.


“이것이 내가 그대들을 청한 이유이다. 1만 년 전 내려졌던 명령은, 그 모든 면에서 본래의 명령을 넘어섰다. 대성전 이래 우리에게 주어진 바 없는 강대한 힘이 여기 모였다.”


길리먼의 말이 이어졌다.


“황제 폐하께서는 꿈이 있으셨다. 모든 인류를 통합해 평화와 번영을 누린다는 꿈이었다. 모든 인간이 제노의 압제에서, 어둠의 신들이 품은 갈증으로부터 자유롭고 더럽혀지지 않는 삶을 사는 꿈이었지.”


길리먼은 힐끗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내게는 두 번의 삶이 있었다. 첫 번째 삶에서, 나는 순진했다. 나는 이 우주가 진정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우리가 지금 거하는 물질의 영역은 그저 일부분에 지나지 않았음을 몰랐다. 영혼의 전쟁이 육신의 전쟁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을 몰랐다. 나는 그 무지에 대한 대가를 너무도 많이 지불했다. 호루스의 이단은 그 무지로 인한 끔찍한 경험이었고, 그것을 경험한 나는 그 잔해에서 건질 수 있는 작은 파편이나마 구하기로 했다. 내 형제들에게 새로운 무언가를 구하기보다는 말이다.”


길리먼의 연설이 이어졌다.


“내가 돌아온 순간, 나는 내 노력이 모자랐음을 알게 되었다. 내 부족함으로 인해 인류는 고통받았다. 그렇기에 나는 여기 모인 그대들에게 겸손한 마음으로 용서를 빈다. 그대들 모두에게 맹세코, 지금 여기 있는 나는 이 오류들에 대해 속죄를 구할 것이다. 내 실수를 바로잡도록 하겠다. 지금은 잃어버린 것, 잃었을지도 모르는 것, 혹은 우리가 잠깐이나마 머물렀던 경이의 때(Days of Wonder)에 대한 비탄에 잠겨 멈출 때가 아니다. 이제 더 이상 지키는 데 머무르는 게 아니라, 인류의 전진을 위해 나아갈 때다. 겁에 질린 쥐새끼처럼 무너진 박물관에 거하는 인류는 더 이상 없다. 공포의 때가 도래했고, 투쟁의 시대에 버금갈 긴 밤이 드리워져 있다. 하지만 이 어둠 속에도 빛은 있다. 우리는 승리할 것이다. 우리는 어둠을 밀어내고, 우리의 생득권을 다시 되찾을 것이다. 어제도, 십년 전도, 천년 전도, 심지어 폐하께서 우리 사이를 거닐던 때를 이르는 것이 아니다. 인류가 은하계를 지배하던 기술의 광명기(High Age of Technology), 모두가 우리를 두려워했던 그때 우리에게 쥐어졌던 것을 되찾을 것이다. 평화와 번영이 머물던 그 시대를 되찾을 것이다. 그것이 내가 그대들에게 바치는 약속이다. 폐하께서는 홀로 이에 도전해 거의 성공하셨고, 이제 우리 모두가, 그대들, 그리고 내가 힘을 합쳐 다시 시도할 때다. 그리고 우리는 성공할 것이다!


길리먼은 카울의 프라이머리스 전사들을 향해 팔을 펼쳤다.


“테라는 이제 무장되었다. 우리 함대는 집결했다. 제국의 적이 떨도록 하라. 어둠의 시대는 이제 끝났다.”


길리먼은 말을 맺었다.


은하계의 재정복을 시작한다.



* 한 주의 마무리로는 뽕차는 장면으로 끝내는 게 더 낫겠지 싶어서 이 편까지 그냥 올려버림. 다음주부턴 일 1회로 고정하니까 대략 한 달 후면 끝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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