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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퍼라이어 - 27장 -

ㅇㅇ(163.152) 2023.07.20 13:43:42
조회 154 추천 11 댓글 2
														


성인의 가면을 쓴 경비원 두명이 문 쪽으로 나를 붙들고 나갔다. 다른 경비들은 그 빛 덩어리와 대면하며 우리 주변을 호위하듯 에워쌌다. 뜨겁고 타오르는 듯한 바람이 얼굴에 불고 있었고, 머리카락과 로브 자락이 휘날렸다. 몇몇 사제들은 핏빛의 빛덩어리에 맞서서 앞으로 걸어나왔다. 한명은 그가 들고 있던 황동으로 된 이콘을, 프라이마크들의 얼굴이 새겨진 향로를 들어 올렸다.


“더러운 악령이여 썩 물러갈 지어다!” 나는 그가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 “나는 그대를 부인하며 내쫓나니, 그대가 온 이마테리움으로 썩 돌아갈 지어다!”


그 사념체에서 타다닥 하는 소리가 났다. 저항하던 사제는 허공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의 예복 자락이 공중에 떠오른 그의 발목 주변에서 펄럭였다. 그는 비명을 질렀다. 그의 한쪽 슬리퍼가 땅에 떨어졌다. 그의 발은 꿈틀거렸다.


그는 서서히 떠오르고 있었고, 마치 서재 안이 물이 차오르고 있어서 수면이 높아지는 것에 따라 천장으로 그의 몸이 뜨는 것 처럼 보였다. 그가 들고 있던 성물이 그의 손에서 떨어졌고, 그것은 바닥에 부딫치면서 깨졌다. 그리고 그는 그의 자신의 주변의 허공을 마치 그를 붙잡고 있는 염동력과 싸우려는 것 마냥 마구 할퀴기 시작했다.


그건 소용이 없었다. 수직으로 떠오르면서 그는 화려하게 장식된 황동의 천장에 점점 다가갔다. 그는 자신의 목을 수그리려고 했으나, 그의 목뼈는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다시금 비명을 지르며 그는 쇄도하는 천장에 자신의 주먹을 내려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는 금속 천장에 손을 바짝 대고 떠오르는 것을 막으려고 시도했다.


여전히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는 마치 엘리베이터 위에 타고 있는 것 처럼 천천히, 그리고 가차없이 상승을 계속했다. 그의 머리가 천장에 닿았고, 그럼에도 그는 계속 떠올랐기에, 그는 그의 머리를 옆으로 숙여서 자신의 어깨 위로 젖혀야 했었다. 그의 손은 천장 위에서 활짝 벌려졌고, 그의 팔은 굽어 있었다. 그는 마치 역도 선수가 천장을 깔끔하게 들어올리려는 것 처럼 보였으나, 그의 발은 마치 수영 선수처럼 퍼덕거리고 있었다. 천장은 이제 그의 어깨를 짖누르기 시작했다. 그의 머리는 앞으로 강제로 숙여져 그의 턱이 가슴에 닿아 있었다. 그의 손이 미끄러지면서 천장을 긁었다. 공포에 질린 내 눈에 그는 마치 고대 신화에 나오던, 세계를 어께에 짊어졌다는 반신 아틀라스 처럼 보였다.


그리고 뭔가가 깨지는 소리가, 연달아 으스러지는 소리가, 날카로운 총소리와 같은 소리가 매섭게 몰아치는 바람 사이로 들려왔다. 사제의 손은 힘을 잃었으며, 그의 팔은 그의 옆으로 축 늘어졌다. 그의 발은 잠깐 동안 요동을 쳤고, 마치 로프번 거리에 있는 교수대에 매달린 사형수 처럼 움직였다. 그는 계속해서 위로 올라갔고, 천천히, 하지만 가차없이 올라갔다. 그의 어깨가 천장에 짓눌려서 탈골이 되고 있었고, 그의 가운 속에서 부풀어 오르고 있었으며, 그의 머리는 가슴에서 지나치게 멀리 밀려나서, 도저히 불가능한 각도로 굽어져 버렸다. 그의 가운의 치마자락에서 피가 흘러 떨어지기 시작했다.


다른 사제들의 헌신과 용기는 매우 감명적이었다. 이 끔찍한 광경을 보면서도, 호디를 비롯한 더 많은 사제들이 인간 비스므리한 형상을 대적하기 위해서 앞장섰고, 그들 모두 퇴마의 성구와 구원의 기도를 읊으며, 성구와 호부를 휘두르고 있었다.


그 사념체, 그라엘 마젠트는 그들의 공격에서 움찔거리더니 반격했다. 두명의 사제들이 사지를 흔들거리며, 로브를 펄럭이며 허공에 붕 떠서 오른편으로 날아가버렸다. 그들은 천장에 강하게 부딫친 후, 바닥으로 떨어졌고, 무언가 보이지 않는 힘이 그 둘을 낡은 제단이 있는 곳 까지 끌고갔다. 마치 홍수에 떠내려 가는 사람같았다.


호디를 포함한 다른 세명은 왼쪽으로 집어 던져졌다. 그들 중 한명은 황동 강연대에 강하게 부딫쳐서 그의 척추가 부러져 버렸다. 핓빛이 서린 광채는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고, 마치 방사능으로 가득찬 용광로의 불타오르는 심장과 같이 지글거렸다.


교단은 날 지킬 수 없었다. 나는 이곳에 계속 머물며 나 자신을 또 다른 타겟으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 최소한 주변에서 벌어진 혼란 덕분에 나는 도망을 칠 시도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주머니에서 휘어진 은비녀를 슬쩍 꺼내어 나를 끌고 가고 있던 경비원의 엄지손가락을 푹 찔렀다. 그의 동료들은 굳건히 방어진을 치고 있었으나, 사념체가 다가오면서 불어온 바람에 이미 머리를 숙이고 있었다.


경비원은 고통에 비명을 지르며 날 놓아주었다. 그가 휘청일 때에 나는 그가 쥐고 있던 포스 봉 (force-pole)을 낚아채서 그의 옆구리를 후려갈겼고, 그는 땅바닥에 쓰러졌다. 다른 한명이 여전히 날 잡아당기고 있었다. 나는 한손으로 봉을 빙글 돌려서 좀 더 확실히 쥔 다음에, 전원 장치를 가동시켰고, 그리고 활성화된 무기의 끝으로 그 자의 얼굴을 찔렀다.


그의 머리가 뒤로 젖혀지더니, 그가 썼던 성인 가면이 둘로 쪼개지면서 그의 얼굴로부터 날아갔다. 그가 쓰러지자 나는 문으로 달려갔다.

나는 대체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지 못했으나, 다만 방 밖으로, 아마도 촛불이 켜진 계단으로 가는 길이 있다는 것만 알 수 있었다. 대체 얼마나 도망을 칠 수 있을지도 몰랐으나, 다만 이 일대가 조만간 아수라장에 휩싸여서 내가 아주 멀리 도망치는데 성공할 것이라고 확신할 뿐이었다.

성난 울부짖는 소리를 듣고 순간 나는 멈춰섰다. 내 생각엔 그것은 육식동물의 울음소리였다. 카르노돈이나 그와 비슷한 먹이를 매복 사냥하는 것들의 소리였다. 그것들은 먹잇감을 공포에 얼어붙게 만드는 힘과 음색을 가진 표효를 낼 수 있었다.

내가 들은 소리는 그런 성질의 것이었지만, 나를 노리고 낸 소리는 아닌 것 같았다. 그것은 자신의 의도를 드러내는 선언이었고, 봐주지 않겠다는 경고 같았다.

마치 성난 전사가 전투에 참여하면서 내지르는 노성과도 같은 소리였다.

나는 아직도 내가 무엇을 봤는지 믿을 수 없다. 내 기억으로, 그것은 마치 생생한 악몽과도 같은 광경이었다. 그것이 정말로 더욱 엄청난 것은, 이미 저 황동의 방에서 나는 충분히 엄청난 것을 봤다는 사실이었다. 완전히 비현실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었고, 제국의 시민들이, 평생 단 한번, 그것도 운이 지지리도 없다면, 겪을 듯한 엄청난 광경을 봤었다. 설상가상으로, 두번째 기이한 일이 그 위에 얹어졌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맨 정신으로는 매우 힘든 일이었다.

그 그림자 속에 있었던, 정체 불명의 중재자들 셋 중 두명이 다시 돌아왔다. 그들은 사념체와 맞서기 위해서 황급히 돌아온 것이었다. 그들을 가려주고 있던 장막이 쳐진 나무 문으로 부터 그들이 밖으로 뛰쳐 나오면서, 문을 산산히 부수며 장막을 찢었고, 황급히 나오느라 고해실을 완전히 무너트리고 있었다. 그들은 거대했고, 실루엣의 그림자 보다도 더 컸다. 그렇지만 그 큰 거구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매우 비정상적인 속도로 움직였다. 그것은 마치 야생동물이 질주하는 것과 같은 가속도였고, 그들이 우리와 같은 구조로 이루어 진 것이 아니라, 그들의 골격과 근육이 평범한 사람과는 달랐으며, 평범한 사람의 몸이 할 수 없는 것을 할 수 있는 것 같았다. 마치 고양이가 2미터 정도 높이의 책장 위로 뛰어가는 것을 보거나, 아니면 땜장이의 유인원 애완동물이 건물 옆을 뛰어가는 것 처럼 말이다.

아니면, 양목견이 아랫길의 어둠 속을 헤치고 달리며, 전쟁맹인 전사를 쓰러트리는 것 처럼.

나는 이들 둘이 대체 뭔지 몰랐다. 나는 그것들을 알아 볼 수 없었다. 하지만 곧 나는 내가 그들을 알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내가 그들을 수없이 많은 사진책과 데이터에서 봤다는 것을 기억했다. 그리고 나는 그들의 형상을 동상과 깃발들에서 보았으며, 스테인드 글라스에서도 보았고, 바로 위 대성당의 벽에 새겨진, 햇살의 왕관을 쓴 계단이 입에 달린 거대한 얼굴 사이에 새겨진 조각들에게서도 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들은 아뎁투스 아스타르테스였다.

그들은 스페이스 마린들이었다.

한명은 헬멧을 쓰고 있었고, 다른 한명은 쓰고 있지 않았다. 그들의 견갑 사이의 너비는 거대한 대문의 너비와도 같았고, 그리고 그만큼 키가 컸다. 그들의 발과 군화는 마치 다 큰 나무의 밑둥과도 같았다. 마치 모루처럼 생긴 뾰족한 헬멧을 쓰고 있는 자는 그의 커다란 손에 거대한 무기를 쥐고 있었다. 그것의 모습은 투박하고 둔중했고, 그것의 금속으로 된 형상은 흠집으로 닳아있었다. 그것은 터무니없이 거대했고, 그것을 평범한 사람이 들고 있다면 마치 어린 아이처럼 보일 것이었다. 나는 그것이 바로 아스타르테스가 쓰는 신성한 볼터 중 하나라고 짐작했다.

헬멧을 쓰고 있지 않은 다른 한명은 숏소드 처럼 생긴 검을 들고 있었으나, 그 칼날의 길이는 마치 내 다리만큼 길었고, 내 허벅지 만큼이나 폭이 넓었다.

헬멧을 쓴 자는 고해성소의 장막을 비인간적인 속도로 찢고 나오더니, 사념체를 향해서 두어 걸음 정도 달려간 다음, 돌연히 멈춰서서 그의 무기를 들어올려 지향사격의 자세를 잡았다.

뒤따라 다른 한명도 그가 있던 장막을 깨부수면서 뛰쳐나왔다. 그는 바닥에 착지하면서 마치 거대한 유인원 처럼, 무릎을 굽히고 허리를 숙여서 머리를 앞으로 내밀었다. 그의 팔이 그의 양 옆에 밀착했고, 검을 무릎 사이에서 두 손으로 움켜 쥐고 있었다. 그의 자세로 인해서 거대한 견갑으로 덮힌 그의 어깨가 매우 위협적으로 튀어나온 것 처럼 보였다. 그의 턱은 앞으로 내밀어져 있었고, 그의 눈은 빛을 뿜는 듯 했다. 그것은 위협의 자세, 도전의 자세였다. 그는 입을 크게 벌리고 사념체에게 노성을 터트렸고, 그의 고함은 크기나 그 음색이나 매우 두려울 정도였다.

그들은 진홍빛 갑주를 입고 있었으며, 짙은 회색(gunmetal)의 테두리가 둘러져 있었고, 그들의 견갑에는 검은 색의 휘장이 그려져 있었다. 헬멧을 쓰고 있지 않은 자의 피부는 마치 말라비틀어진 빵 처럼 갈라져 있었고, 그의 칙칙한 회색의 치아는 마치 쇠로 된 못 처럼 그의 입에 가득했으며, 그가 표효할 때마다 침을 튀기면서 벌려진 입술 밖으로 그것들이 튀어나왔다.

나는 이들에 대해선 잘 몰랐지만, 나는 이들이 더 이상 황제 폐하의 이름으로 싸우는 자들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했다. 그들은 그것을 그만둔 지 오래된 것 같았다. 나의 첫 추측은 틀렸다. 그들은 스페이스 마린이 아니었다. 그들은 배반자 마린이었다.

이제 난 더욱 이 곳에 있고 싶지 않아졌다. 나는 정신을 차렸다. 나는 나의 두 발에게 나한테서 명령을 들어야 한다는 것을 상기시켰고, 나는 달렸다. 나는 도망쳤다.

내 뒤에서 헬멧을 쓴 배반자 마린이 발포하기 시작했다. 그의 볼터가 금속 상자 모양의 서재 안에서 굉음을 내었고, 문을 향해 뛰어가던 나의 등짝을 그 소리와 충격파가 강타했다.

타오르는 듯한 탄환들이 핏빛서린 빛덩어리를 지나쳐서 그것의 뒤에 있던 벽의 구리 패널과 황동 책장을 파괴했다. 각 탄환이 충돌할 때마다 마치 작은 폭탄이 터지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렸다.

사념체는 반격했고, 배반자 마린에게 불도저 날과 같은 염동력의 힘을 투사했다. 배반자 마린은 두어걸음 정도 뒤로 물러섰고, 마치 폭풍과 싸우는 것 같았으며, 그의 거대한 발은 구리로 된 바닥에 긁히면서 불꽃이 튀었다.

헬멧을 쓰지 않고 있던 다른 한쪽은 그의 유인원 같은 사나운 도전의 자세에서 일어서면서 공격을 시작했다. 그는 비인간적인 물리적 가속과 함께 앞으로 질주했고, 마치 짐승과 같이 달리면서 핏빛의 빛덩어리에 달려들었고, 그의 검은 그의 오른쪽 어깨 위에서 부터, 양손 스윙으로 내려쳐지고 있었다.

나는 그 검이 저주받거나, 축성되거나, 아니면 다른 무언가의 힘이 깃들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런 것은 이해하지 못했다. 이것들의 기술은 고대의 것이고 신비한 것들이었다. 물론, 그의 무기는 독특한 것이었다. 그 일격의 물리적인 힘은 -- 아무튼 그것 만으로도 대성당에 있던 거대한 돌기둥 하나 쯤은 간단히 썰어버릴 수 있을 정도의 위력이었겠지만 -- 사실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나는 확신하건데, 물질들 간의 상호작용과, 에너지의 충돌과, 서로 같은 위치에 존재할 수 없는 워프 에너지의 성질이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그 사념체의 영적 정수와, 검의 날에서 발산하는 사악한 에너지가, 완전히 부조화스럽게 서로 충돌하고 있는 물질들이었다.

우주가 찢겨져 나가면서 비명을 지르는 듯 했다. 그것은 인간의 정신이 편안히 들을 수 있는 소리가 아니었다. 나는 살면서 그런 소리를 매우 드물게 들어 본 적이 있으며, 그런 소리는 딱 한번만 들어도 너무 많이 들은 것이었다. 우주가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 시공이 찢겨지면서 알아들을 수 없는 고통의 비명을 질렀다. 검과 사념체는 같은 장소에 서로 있으려고 들었고, 무언가 알 수 없는 원리로 인해서 현실은 그것을 용납할 수 없었으며, 마치 어떤 물질이 그것의 반물질과 반응하는 것 같았다.

내 뒤에서 불어오는 거센 바람과 압력에 어깨를 낮추면서 문을 향해 달려가던 중, 내가 뒤를 슬쩍 돌아보자, 마침 배반자 마린이 충격에서 튕겨서 뒤로 밀려난 것과, 사념체가 그 형상을 잃으면서 방 안에 밝고 거친 빛의 소용돌이처럼 퍼지는 것을 목격했다. 그 사념체는 다시금 형태를 잡으려고 했으며, 그것의 일그러진 형상은 온갖 색채와 열기를 뿜고 있었다. 그것의 핏빛의 빛은 마치 상처를 입었거나 화가 난 듯 얼룩졌고 어두워졌다. 배반자 마린은 다시 일어서면서 공격을 재개했고, 그 끔찍한 검을 다시금 지옥에서 기어나온 듯한 빛덩어리에 휘둘렀다.

배반자 마린은 고개를 잠시 돌리면서 그의 헬멧을 쓴 동료에게 무언가 소리를 질렀다. 그의 동료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문 앞에 서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나를 쫓아서 달려왔다. 두 경비원들이 그의 앞을 가로막았지만, 그건 그들이 일부러 그런게 아니라 정말 우연의 일치였다. 그는 걸음을 멈추지 않고 그의 왼손의 손등을 위로 휘둘러서 경비 한명을 날려버렸고, 그의 목뼈는 부러졌고 두개골은 산산조각이 났다. 그가 오른손에 들고 있던 거대한 볼터로 그는 다른 한명을 후려갈겼고, 단 한방에 그는 마치 화물열차에 치어 죽은 사람 처럼 박살나서 피투성이가 되며 쓰러졌다.

헬멧을 쓴 전사는 거의 문 가까이 다가왔다. 그의 체격 대비 속도는 이성과 상식을 초월했다.

낡은 녹슨 문을 지나서 나는 밖으로 빠져나갔다. 탁발승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내 앞에는 차가운 어둠 속에 그대한 계단이 놓여져 있었고, 촛불로 밝혀진 그것의 층계들은 내 위를 향해 좀 더 안전한 곳을 향해서 밝게 솟아오르고 있었다.

나는 계단을 뛰어가며 올라갔고, 두 칸씩 가끔씩 세 칸씩 뛰어올랐다. 수천개의 촛불들이 내 양쪽의 난간에 붙어 있었고, 마치 반딧불의 불빛처럼 깜빡였다. 그리고 내가 달리면서 나는 바람으로 인해서 촛불 중 몇개가 꺼졌고, 그것의 심지에서 가느다란 회색 연기가 실 처럼 솟아올랐다. 나는 계속 달렸다. 누가 날 멈추기 전 까진 난 계속 달릴 것이다.

하지만 계단은 내가 내려왔을 때 보다 훨씬 긴 것처럼 느껴졌다. 저 꼭대기는 여전히 멀리 떨어져 있었고, 촛불로 밝혀진 길이 동굴같은 어둠 속에 위로 이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누군가 날 뒤에서 쫓고 있다. 누군가가 날 잡으려 하고 있다.

배신자 마린이 서재에서 계단 입구 앞의 어둠 속으로 나왔고, 나를 발견하자 나를 쫓아서 계단을 뛰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는 가속했다. 그는 마치 황소같은 유인원 처럼 거의 손과 발을 같이 쓰면서 올라왔고, 그의 다리와 팔이 그의 육중한 체중을 싣고 앞으로 질주하면서 계단이 흔들렸고 모든 촛불들이 전율하듯 떨었다. 그는 한번에 6에서 8개, 심지어 10계단씩 올라왔다. 그는 그의 볼터를 그의 등 뒤에 고정시키고 있었다. 적어도 다행인 점은 그는 날 쏘거나 죽이려고 하진 않을 것이라는 점이었는데, 애초에 날 죽이려 들었으면 굳이 쫓아올 필요가 없었다.

그는 날 산 채로 잡고 싶어했다.

그리고 그것을 생각하면 할수록, 그건 별로 다행은 아닌 것 같았다.

나는 그보다 앞서 달릴 수 없었다. 나는 건강했고 공포와 자기 보호 본능으로 동기부여가 되었으나, 여전히 나는 기껏해야 계단을 3분의 2 정도 올라온 상태였다. 배반자 마린은 빠르게 거리를 좁혀오고 있었다.

나는 발을 한번 헛딛었고, 한손을 짚으며 넘어졌다가 다시 일어났지만 다시금 넘어졌다. 나는 계단의 난간에 부딪치면서 손과 팔에 멍이 들었으나, 다시 일어서서 계속 달려올라갔다.

하지만 가망이 없었다.

이제 그는 내 뒤에 고작 몇미터 뒤 까지 따라왔다. 그의 무게 아래로 계단이 마치 지진이 난 것처럼 흔들렸다. 내 생각에 나는 그때 비명을 질렀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필멸적인 공포에 의한 것이라기 보다는, 절망과 짜증이 섞인 분노어린 감정 표현이 아니었나 싶다. 나는 손에 들고 있던 포스-봉을 뒤로 집어 던졌으나, 그것은 그의 견갑에 아무런 해도 없이 튕겨져 나갔다. 주먹을 불끈 쥐고 팔을 휘두르며 나는 계속 달렸다. 한번에 세 계단씩 뛰어갔다.

그런데 내 앞에 한 사내가 서 있었다. 그는 계단의 내 앞길 위에서 나를 내려다 보고 있었고, 촛불들이 그를 둘러싸고 있었다. 그의 험악한 얼굴은 상처 투성이었다. 그는 검은 옷을 입고 있었으나, 그의 길고 두꺼운 코트는 녹색으로 자수가 놓여져 있었고, 가장자리가 화려하게 금실로 장식되어 있었다.

그의 손에는 크고 낡은 검이 들려져 있었다.

그는 내가 앞서 성당 벤치에서 봤던 그 신비로운 남자였다. 내가 가드의 고위 장교라고 생각했던 사람이었다.

그는 그를 향해 달려오는 나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마치 내 뒤에 바싹 다가오고 있는 끔찍한 진홍색 공포를 전혀 안중에도 없다는 듯 했다.

그의 얼굴은 무표정했다.


그의 눈이 내 눈과 마주치자, 그는 말했다. “엎드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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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국교회 성당에서 카스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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