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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테라 공성전 : 종말과 죽음 2부] 8:xvii 다시 만날 때까지

말카도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1.03 13:4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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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xvii 우리가 다시 만날 때까지



이렇게 끝나서는 안 되었다. 당신은 무릎을 꿇고 내장을 쏟아낸 채 숨을 헐떡인다. 고귀하고 정의로운 그가 당신 위에 버텨선 채, 양손에 검을 들고 최후의 일격을 날릴 태세다.


어깨를 높이 치켜든 생귀니우스가 당신을 내려다본다. 잠시 멈칫한 찰나가 영원이 된다. 그의 눈에서 연민이, 슬픔이, 그리고 그리움이 읽힌다. 그는 여전히 다른 답이 나오기를 기원하고 있다.


그리고 그에게 다른 답은 주어지지 않으리라.


그의 불신이 보인다. 이렇게 끝내서는 안된다는 그 생각이 보인다.


그리고 그 영원은 끝난다. 주어진 유예는 끝난다. 그의 검이 내리꽂힌다. 너무도 빨라서 보이지조차 않는다. 완벽한 사형 집행이 내리친다. 가장 정확하게, 가장 자비롭게, 생귀니우스가 지금까지 꽂은 일격 중 가장 중대한 검격이 내리친다.


하지만 그 일격은 목표에 닿지 못한다.


월드브레이커의 자루가 엔카르민을 멈춰 세웠기에.


찌릿한 충격이 검날을 타고 생귀니우스의 팔을, 그리고 육신을 후려친다. 월드브레이커엔카르민이 부딪히며 튀긴 불꽃이 춤을 춘다. 그 순간 생귀니우스는 휘청인다.


그의 눈에서 경악이 빛난다.


다시 생귀니우스가 빠르게 검을 휘두른다. 하지만 그의 팔은 월드브레이커가 가한 충격에 납처럼 굳은 채다. 당신의 발톱이 검을 막는다.


절박함 속에서, 생귀니우스의 일격이 연이어 날아든다. 당신은 망치를 휘둘러 그의 검격을 튕긴다. 검격이 그대로 옆으로 흘려진다.


그의 표정에 얽힌 표정을 보며 당신은 만족한다. 그는 당신이 일어섰음을 믿을 수조차 없다. 그는 어째서 상처가 당신을 늦추지 못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당신의 유려한 속도가 갑자기 어떻게 빚어진 것인지 알지 못한다.


모두 여기 있었던 것을, 다만 당신은 더 이상 인내하지 않을 뿐이다.


당신은 그가 당신을 공격하도록 내버려두었다. 모든 일격이 죽음을 부를 치명타였고, 검객이 부릴 수 있는 기교의 절정이다. 절망 속에서도, 그의 재능은 압도적이다. 하지만 그 일격 중 단 하나도 먹히지 않는다. 매 순간마다 당신은 망치로, 발톱으로, 다시 망치로 그 일격들을 튕겨낸다. 당신은 그저 그에게 진정 절망에 빠질 시간을 주고 싶었을 뿐이다.


이렇게 끝나서는 안 되었다. 그래, 그건 그의 생각일 뿐이다. 그렇게 끝날 일은 애초에 없었다. 당신은 도전을 즐겼다. 하지만 이제 유희는 끝났다.


당신은 그가 이제 상황을 알아차렸음을 읽는다. 그리고, 그는 결코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그는 당신의 뜻에 결코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그럴 거라고 생각했지만, 틀렸다. 정말 유감이다. 얼마나 아까운지.


그리고 실로 배은망덕하다. 당신은 그에게 모든 것을 주었다. 모든 것을. 그러나 그는 당신을 버렸다. 당신의 선물을 거부했다. 배은망덕한 놈. 누구도 너에게 모든 것을 주지 않았다.


당신과 그 모두, 더 이상 손속에 여유가 없다. 당신은 그가 손속에 여유를 품었다 여기지 않겠지만, 실제로는 그러했다. 당신이 다시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그의 당신에 대한 믿음이 그의 일격을 구속했다.


그리고 그는 더 이상 손속에 여유를 두지 않는다. 그의 모든 일격은 살육을 위한 일격이다. 그는 당신을 실로 죽이려 한다. 진심이다. 자신을 구하기보다, 당신을 죽이기 위한 일격이다. 방어가 아닌 공격을 위한 일격이고, 그는 여전히 스스로가 무적이라 생각하는 것 같다.


그리고 그렇지 않다. 곧 알게 되리라. 그는 무적과는 거리가 멀고, 무적에 가까운 존재도 아니다. 예언은 여전히 유효하고, 꿈은 현실이 되리라. 당신이 가장 사랑하는 형제는 그 꿈에 귀를 기울였어야 했다. 운명은 정해져 있고, 항상 그 값을 치르게 된다. 생귀니우스, 누군가는 그 값을 순간에 치르고, 누군가는 평생에 걸쳐 치르게 된다. 그 값을 치르는 데 어떤 허점도 예외도 없다.


그는 운명의 논리 속에서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는 세부 조건을 찾았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꿈은 그가 당신을 마주한 날 죽게 되리라고 분명하게 말했지만, 그는 오늘이 또 다른 날로 계산하지 않으리라 스스로를 설득했다. 시간이 멈췄기에 또 다른 날은 더 이상 오지 않고, 따라서 예언이 성취되지 않으리라는 그 설득. 이런 논리는 일전에도 효과를 보았지 않았던가. 그는 운명을 부정하기 위해 수없이 이 설득을 스스로에게 제공했고, 아마 그 어느 아들들보다도 더욱 그러했으리라. 그리고 다시 이 설득을 통해, 계산이 먹히리라 생각했으리라.


글쎄, 운명은 이제 그의 변덕에 지친 뒤다. 그의 끊임없는 영리한 탈출, 그리고 변증법적인 회피는 더 이상 운명을 매료하지 못한다.


당신 역시 마찬가지다. 어떤 지성적 기술도 이러한 설득에서 찾을 수 없다. 생귀니우스는 실로 순진했다. 운명이, 이런 거시적인 수준에서 그렇게 작동하리라 여겼다니.


오늘이 바로 그 날이다. 마지막 날이다. 형제들이 그러하듯, 모든 날은 서로 다르고, 다채롭다. 그리고 그 날들이 항상 함께, 연이어 이르지는 않는다. 날이란 것은 홀로, 단수로서 찾아올 수 있는 순간이다.


오늘은 당신을 위한 날이다. 당신이 오늘의 기간을, 오늘의 차원을 정했다. 이 날은 홀로 있을 날이요, 영원히 끝이 없을 것이며, 그 어느 순간을 여기 비해도 이보다 오래 이어질 수 없으리라.


얼마나 노력을 기울이건 간에 말이다.


저기 그가 온다. 엔카르민이 빛난다. 그는 여전히 자신이 이길 것이라 생각한다.


당신은 칼날을 피한다. 월드브레이커를 휘두른다. 그가 피해낸다. 하지만 당신은 어차피 망치가 그를 때릴 수 있으리라 여기지 않았다. 그저 위협을 위한 휘두름일 뿐이다. 그가 날아오르고, 하얀 날개가 펼쳐진다. 금빛 섬광이 당신을 휘감고, 그대로 저 위에서 일격이 내리친다. 그는 자신이 가진 하나의 이점을 극한으로 활용한다. 날 수 있기에, 그는 2차원의 싸움을 3차원의 강습으로 전환한다.


하지만 당신이 지배하는 이 수많은 것에, 그 3차원이 비길 수 있겠던가?


그가 당신 위로 다시 비상한다. 수직으로 날아오른다. 그리고 당신은 공간의 여덟째 각에 손을 뻗어 움켜쥔다. 당신의 발톱이 그의 뒤쪽 발목을 감싼다. 잔인한 충격 속에, 그의 비상이 멈춘다. 잠시 동안, 그는 공중에 못박힌다.


그리고 다음, 당신은 망치를 휘두르듯 그의 다리를 휘둘러 갑판에 후려친다. 그리고 당신은 시간을 늦춘다. 이 순간의 모든 세부사항을 즐길 수 있도록.


지켜본다-


공기의 휘두름 속에 엉킨 그의 날개가 팔을 감싸며 솟는다. 얼굴을 감싼 머리카락이 느릿하게 소용돌이친다. 가위처럼 조여드는 발톱 사이로 금빛의 정강이 보호대가 찢기며 갈라지는 소리가 들린다. 날개에 실린 힘 속에 찢긴 깃털이 공중에 흩뿌려진다. 벌어진 입, 꽉 쥐어진 왼손, 서서히 커지는 눈 속에 새겨진 충격, 그리고 동공의 확장까지.


충격이 인다.


그의 어깨와 머리, 그리고 등 아래, 그가 후려친 갑판이 그대로 부서지는 소리가 울린다. 몸과 바닥 사이에 끼인 오른쪽 날개뼈가 조각나며 통증이 인다. 그의 오른손에서 엔카르민이 뒤흔들린다. 그가 갑판에 내리꽂힌 순간, 그의 육신이 뒤흔들린다. 타격을 흡수하려 애쓰는 긴장된 입. 조여진 눈가의 주름. 그가 내리곶힌 각도를 따라 갑판에 박힌 고정핀이 튕겨 볼품이 사라진다. 그의 금빛 무장은 관절부와 봉인부를 따라 휘어지고 파열된다. 흡사 술에 취하기라도 한 듯, 갑판의 채찍질이 일으킨 반동을 따라 그의 머리가 흔들린다. 갑자기 그의 얼굴 근육이 느슨해지고, 표정은 멍해진다. 힘이 빠진 얼굴에 파문이 일렁인다.


엔카르민이 천천히 떨어진다. 폼멜이 가장 먼저 바닥에 닿는다. 그의 옆의 갑판을 때린 엔카르민이 다시 튕기고, 부딪히고, 튕기기를 반복한다. 그 반복마다, 위로 솟구친 칼날이 물결처럼 흔들린다.


그리고 마침내 검이 쓰러진 순간의 찰캉이는 소리.


그의 입과 코에서 느릿하게, 위로 뿜어지는 피.


허공에서 반짝이는 물방울까지.


방울들이 뒤로 떨어지며 얼굴과 목에 튀는 소리, 헝클어진 머리카락에 서서히 머리가 기대오는 움직임, 그리고 갈라진 입술 사이로 새어 나오는 혈류의 소리까지.


고요하다.


당신은 그를 내려다본다. 그는 으깨진 갑판의 분화구 속에 쓰러진 채다. 한 날개는 크게 펄쳐졌지만, 다른 날개는 그대로 등과 바닥 사이에 접힌 채 못박혀 있다. 팔은 벌어졌고, 금빛 머리는 흡사 후광처럼 흩날린다. 한쪽 다리는 흡사 무용수가 그러하듯 구부러진 채다.


그리고 당신은 여전히 그의 다른 다리를 자루처럼 붙든 채다. 당신은 그의 발목을 놓는다. 묵직한 다리는 그대로 곧게 펼쳐진 채 땅으로 쓰러진다.


더 이상 비행은 없다.


당신은 뒤로 물러난다. 심장이 거세게 뛴다. 짜릿한 만족이 치민다. 월드브레이커를 든 채, 당신은 일격을 날릴 채비를 갖추고 기다린다. 얼마나 남았을까? 1분? 2분?


아니, 더 짧다. 그의 눈이 깜박인다. 그는 잠시 동안,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조차 깨닫지 못한다. 충격 속에 모든 감각을 잃었기에, 무엇보다 고통이 가장 먼저 치밀 것이다. 그의 날개는 꺾였고, 늑골도 부러졌으며, 당신이 휘두른 발목도 으깨졌으리라. 각성의 순간은 곧 고통의 순간이리라. 그가 움찔하는 순간, 가슴에 이는 경련과 얼굴이 일그러짐이 보인다. 기침 속에서, 그가 토혈한다. 입술에서 피가 뚝뚝 떨어진다.


그는 끝장난 것일까? 확실히, 그는 끝장났다. 그 누구라도-


아, 마지못한 채 당신은 그를 인정한다. 그는 포기하지 않는다. 옆으로 몸을 굴리려 하지만, 부러진 날개에서 일어나는 날카로운 통증이 그를 멈춰세운다. 그는 다시 뒤로 쓰러진다. 그가 반대 방향으로 몸을 굴린다. 그는 일어나려 한다.


손과 무릎을 땅에 짚은 채, 그가 일어나려 한다. 떨어뜨린 검을 그의 손이 더듬는다. 검에 손이 닿지 않는다. 부서진 희망처럼, 박살난 기억처럼.


계속해라. 일어나라. 그가 할 수 있는지 지켜본다. 부러진 날개를 흡사 모피 망토처럼 질질 끌며 그가 긴다. 어떤 소리도 내지 않는다. 고통스러운 신음조차 없다. 인상적이군. 당신은 월드브레이커의 균형을 가늠한 채 준비를 마친다.


그는 검을 찾았다. 검을 꽉 움켜쥔 그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몸을 일으킨다. 엔카르민이 그를 지탱한다.


그리고 그가 어색한 자세로나마 일어선다. 부러진 발목에 체중을 싣지 않으려 애쓰는 모양새다. 흡사 개처럼 헐떡이며, 가슴이 흔들린다. 그는 입에서 흐르는 피를 훔친다.


잠시 동안, 당신은 그에게 항복할 기회를 주었으면 한다. 그 역시 당신에게 같은 예의를 갖추었으니 공정하지 않겠던가. 하지만 이곳은 당신의 궁정이고, 무엇이 공정한지는 당신이 결정한다. 이곳은 당신의 집이다. 당신은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고, 분명 자비는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므로, 자비는 없을 것이다.


그가 당신을 향해 돌아선다.


이미 당신의 일격은 그를 향해 내리꽂힌다.


그리고, 어떻게 된 것인지 그는 그 일격을 피해낸다. 월드브레이커는 그대로 갑판의 다른 부분을 후려칠 뿐이다. 그가 휘두른 엔카르민이 당신의 머리를 향해 달려든다. 발톱이 그 일격을 막는다. 불꽃이 튀긴다. 월드브레이커를 다시 휘두르지만, 십자를 그리며 엔카르민이 그 일격을 빗겨낸다. 당신은 그의 목을 움켜쥐기 위해 돌진한다. 그는 발톱의 일격을 피해내고, 당신의 방어 위로 다시 검날을 꽂으려 든다. 그 일격이 물어뜯기 전, 당신은 그 일격을 튕겨낸다.


그에게 남은 것은 거의 없다. 아주 조금의 힘, 그리고 아주 조금의 속도. 하지만 당신의 기대 이상이다. 그가 누린 명성에 걸맞는 정도다. 당신과 그는 네 번의 연격을 교환한다. 하지만 각각 튕겨내거나 옆으로 밀리는 일격이다. 그는 지금조차도 훌륭한 전사다. 여전히 당신을 죽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죽음이 그에게서 최선을 끌어낸 모양이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을 겪고서도, 그는 자신이 무적이라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리고 당신은 그 생각을 버리게 해 줄 참이다. 당신은 치명적인 발톱을 휘둘러 그를 뭉개버리려-


하지만 그는 거기 없다. 금빛 섬광이 된 그가 일광처럼 빠르게 옆으로 미끄러진다.


하지만 당신은, 어둠이 뻗치는 속도로 움직인다. 당신은 발톱을 뒤로 휘둘러 그를 붙잡는다. 머리카락이 잘려 나가고, 그의 머리가 옆으로 꺾인다. 그 이후는 월드브레이커의 몫이다. 엉덩이 바로 위를 월드브레이커가 강타하고, 그는 흡사 접혀버린 인형처럼 궁정에 나가떨어진다. 그의 마지막 비행이다.


내던져진 그의 육신이 당신의 개인 회당에 새겨진 화려한 기도창을 그대로 후려친다. 어떤 도구의 흔적도 없이 뇌문 세공울 새겨낸 섬록암이 그가 부딪힌 순간 그대로 박살난다. 작은 파편들이 갑판 위로 날린다.


당신은 그를 따라 움직인다. 천천히, 개인 회당 옆으로 걸어간다. 서두를 필요는 없다. 칼날이 새겨진 당신의 망치 머리에는 피와 황금빛 머리칼이 얼룩져 있다.


부서진 창 너머, 입구로 걸어간 당신은 안을 들여다본다. 그는 바닥의 차가운 돌 위에 머리를 아래로 하고 쓰러져 있다. 그의 발은 당신 쪽으로 뻗쳐 있고, 그의 머리는 당신의 성소를 향한다. 그의 주변 바닥에는 깨진 뇌문 세공 조각들이 곳곳에 널려 있다. 봉헌 양초가 담긴 금속 스탠드 세 개가 그의 육신과 부딪혀 쓰러져 있다. 꺼진 양초에서 연기가 피어오른다.


그리고 이곳의 다른 스탠드, 바닥, 틈새, 난간을 따라 수십만의 다른 양초가 있다. 당신이 성소에 발을 디딘 순간, 그 불꽃이 휘몰아치며 깜빡인다. 당신의 거대한 질량이 성소에 발을 디디며 공기를 이지러뜨린다.


당신은 그의 움직임을 본다. 당신이 그에게 입힌 부상은 치명적이다. 그리고 앙그론이 입힌 더 오래된 상처도 당신과의 일전에서 찢긴 채다. 천사 아래로 흘러내린 피는 주홍색 거울이 되어 고인다. 천사가 고개를 들려고 몸을 떨고 있다. 어깨와 가슴을 들어 올리기 위해, 팔이 경련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일어나지 못할 것이다.


그가 부들부들 떨며 약하게 고개를 들어 올린 순간, 그의 눈에 가장 먼저 닿은 것은 제단이리라. 제단을 본 순간, 그가 움찔하는 것이 보인다. 굽힌 팔로 힘겹게 가슴을 들어올린 그의 형상은 마치 기도자와 같다. 엎드러진 채, 그는 제단을 응시할 뿐이다.


제단은 역사 이전의 세월에 캐낸 데사이트(각주 1)와 크토니아산 해마쿼츠(Haemaquartz, 각주 2)로 만들어진 존재다. 당신은 그 제단에 난해한 인장들을 새겨넣은 뒤다. 조화와 불화의 얽히고 설킨 형상, 크로노스와 카이로스의 인장, 우로보로스의 형상, 들어갈 방법도 나갈 방법도 없는 영원한 미로, 궁정에서 들리던 속삭임이 당신에게 신성하다 전한 문구와 구절들이 새겨져 있다. 여덟 널찍한 계단이 제단에 거한다. 흡사 지구라트처럼 말이다. 그리고 그 정점은 연금술로 연단한 수은으로 빚어낸 피라미디온이 머문다. 각각의 계단마다 수많은 초가 놓여져 있고, 당신이 전시한 유물을 그 초들이 감싼 채다. 모두가 해골이고, 의식적으로 배치된 채다. 텅 빈 궤도가 회당에 발을 디디는 이들을 응시한다. 해골의 수는 수천에 달한다. 어떤 것은 오랜 유물이고, 어떤 것은 갓 벗겨낸 해골이다. 시간의 흐름 속에 갈색으로 물든 것도 있고, 눈처럼 하얀 것도 있다. 그리고 대부분은 인간의 해골이다.


그리고 하나가 중앙에 자리 잡고 있다. 마치 자부심을 느끼듯이. 생귀니우스의 떨리는 머리가 들어 올려진 순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으리라. 텅 빈 눈구멍이 그에게 공허한 시선을 보낸다. 노랗게 물든 이마의 뼈에 숫자가 새겨져 있다. X.


여기서 이 이야기는 끝난다. 여기서 모든 것이 교차한다.


천사의 중얼거림이 들린다. 단 한 번의 비참한 헐떡임.


“매너스.”


당신이 그를 죽이기 시작한 이후, 그가 내뱉은 유일한 한 마디다.


당신은 그의 뒤에 서 있다. 당신은 그에게 재회에 감사할 시간을 준다. 그리고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달을 시간을 준다.


우리가 다시 만날 순간까지.


그리고 충분히 긴 시간이다.


“이제 누가 모자라더냐, 형제여?”


당신이 묻는다. 그는 몸을 돌려 당신을 마주하려 한다.


당신은 그의 부러진 발목을 움켜쥔 채 그대로 뒤로 끌고 나간다. 그는 배를 아래로 한 채 질질 끌려 나간다. 그의 손이 피 묻은 기석을 움켜쥐며 저항하려 한다. 하지만 잡을 수 있는 것은 없다. 바닥을 따라, 긴 혈흔이 남을 뿐이다.


이렇게 끝나서는 안 되었는데.


하지만 그럼에도, 이렇게 끝날 뿐이다.




각주 1 : 철 함량이 높은 화산암의 한 종류.


각주 2 : 크노티아에서 채굴되는 광석의 한 종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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