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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붉은 칼날은 어디로 향하는가?

니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6.01.31 04:4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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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살인을 저지른 걸 처음 목격한 날은 화이트 크리스마스, 밤하늘을 새하얗게 물들이는 눈물이 내리는 날이었다.


무너진 형체, 피웅덩이 한가운데 고고하게 서있는 그 모습은 마치 세상의 경계에 아슬하게 걸쳐있는 것만 같아


놀라 소리를 지르기도 전에 우선 눈을 깜빡이고 말았다.


너무 현실감이 없는 광경이라ㅡ,


아 사람이 죽었구나


당시에는 그런 생각만 들었던 것 같다.




"사람을 죽인 이유요?"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그녀와 공원 벤치에 사이좋게 동석한 상태.


순간 패닉에 빠질 뻔했지만 당황하기만 해서야 나아질 게 없다는 걸 깨닫고 차분하게 기억을 되새겼다.


가장 먼저 떠오른 건 그녀에게 질문하는 나.


'너는 어쩌다 살인을 저지른 거야?'


고개를 갸웃하는 그녀.


"이상한 걸 묻네요. 중요한 건 그게 아니잖아요?"


"아니 보통 그게 가장 중요하지 않아?"


"그럼 만약 제 이유가 정당하다면 제가 살인을 저지른 것 또한 무죄가 되나요?"


"그건... 아마 아니겠지만..."


"거봐요. 중요한 건 형태라니까요. 어째서, 왜가 아니라 어떻게인 거죠. 사람을 죽여도 들키지만 않으면 그만. 대상이 확정되지 않으면 죄라는 건 존재할 수 없으니까요."


궤변이야. 라고 반박하고 싶었지만 딱히 응수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어쩌면 그 말이 옳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 세상에 죽어도 싼 사람은 몇이고 있다.


그런 작자들은 결국 무언가 도덕적으로 맞지 않은 부조리를 저지른 거고, 그것들 대부분 법에 어긋나는 행위다.


그렇다고 법으로 처벌하자니 요리조리 잘 피해나가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정작 행동으로 옮겼다간 살인마니 범죄자니 하며 감옥에서 몇 년이고 아니 운이 나쁘면 십수 년은 썩어야 될지 모른다.


... 뭔가 이상하잖아.


"그렇네. 들키지만 않으면 그다지 나쁜 행동은 아닐지도."


"맞아요. 근데 그거 아세요?"


"뭐?"


"결국 저와 당신이 나눈 얘기에 따르면 저는 범죄자에요. 어떤 사람에게 살인 현장을 들켜버렸으니까요. 기껏 완전 범죄를 계획했는데 다 틀어졌지 뭐에요. 우연이란 게 참 소름돋죠?"


"느낌이 좀 안 좋은 얘긴데..."


"네 맞아요! 단도직입적으로, 당신도 죽어주세요!"


"잠깐 난 아무 죄도 안 지었잖아."


"참 무슨 얘기를 하는 거에요. 아까도 말했지만 죄라는 건 결국 구실에 지나지 않는다구요. 중요한 건 그 구실이 어느 결과를 이끌어냈느냐죠."


중년 아저씨가 외투에서 담배갑을 꺼내듯 익숙한 손놀림으로 안주머니에서 나이프를 꺼낸 그녀는 내 목에다 가져다 대곤 장난치듯 날 끝을 살짝 흔들었다.


"즐거웠어요. 처음이었거든요. 나랑 얘기가 통하는 사람은."





뭐 여기까지가 첫만남의 과정이었다고 할까.


그후 나는 어떻게 되었냐고?


글쎄.



그런 게 중요해?



시체가 발견되지 않으면 살인은 성립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결과가 없다면 범행 또한 이루어지지 않은 게 되니까.



그러니 나는 그냥 그날의 일을 특이한 만남으로 남겨두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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