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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련한 봄날 같은 동희에게

그린(121.160) 2017.03.06 13:43:53
조회 425 추천 19 댓글 1
														

드라마를 보며 아쉬움도 많지만 

나는 그래도 너를 참 많이 사랑한다, 동희야.


그거 아니?

너 때문에 난 변한 게 많아.

우선 길거리에서 전단지를 나누어주는 사람들을 성가셔하고 잘 받아주지 않던 내가

이젠 그 사람들을 보면 너를 떠올리게 돼.

그들이 성가신 일을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자신의 삶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거룩하고 평범한 사람들임을 기억하고

마치 성준이가 너에게 손을 내밀었던 것처럼

나도 그렇게 기꺼이 그들에게 손을 내밀 줄 알게 되었어.


이젠 아파트 손잡이에 달린 홍보 전단지를 떼어 내면서도 짜증을 내지 않게 되었어.

이런 작은 일들이 누군가의 생업을 이어가는 거룩한 일자리라는 생각에

누군가는 뿌리고 그걸 누군가는 거두는 이 끝없는 반복이 전혀 의미없는 일은 아니라는 깨달음 때문에.


동희야,

누군가는 너를 보고 너무 착해서 싫을 사람도 있고,

또 말을 참는 너를 답답하다 여길 수도 있을거야.

하지만 나는 너무 빨리 제 할 말을 하지 않고 먼저 기다려주는 네가 사실 많이 좋아.


이번에 현우를 만날 때도 

너는 네가 먼저 나서거나 아는 척을 하지 않고

현우가 먼저 말을 건네 줄 때까지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더구나.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 잡는 매력을 발산하기에는 최적화된 캐릭은 아닐 지도 모르지만

너와는 반대로 언제나 잘 따지고 똑부러져야 직성이 풀리는 편인 나같은 사람에게는

너의 그 차분함과 고요함이 사실은 부러웠어.

뭐든 너무 빨라서 탈이 나는 세상이니 만큼

너처럼 제 할 말 다하기 보다는 한 박자 기다릴 줄 아는 

모모같은 사람이 좋아.

차분하고 사려깊고 선하고 예의바른 네가 참 좋아.


그리고 앉은뱅이 책상에 앉아서 사각거리며 연필로 끄적이는 너를 보고 있으면

뭔가 내 맘 속을 간질거리는 오랜 꿈을 보는 것 같아.

끊임없이 쓰고 또 쓰는 너를 보면서 꿈을 꾸는 사람이 얼마나 눈부신 지를 다시 떠올리게 돼.


조금은 촌스러운 너의 단발도 사실 나는 좋아.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소녀의 페이소스가 담겨 있는 네 맑은 얼굴이 참 사랑스러워.

나는 그런 네가 사실은 아주 많이 사랑스럽고 좋아.

조금은 시대에 뒤졌다 여겨질 법한 고전성이 담긴 너의 얼굴.


지금도 마감이 코 앞인데도 이런 글이나 쓰고 있는 나 같은 사람도 있음을 기억하고

끝까지 화이팅, 예쁜 동희야!


* 저장해 둘 동희 예쁜 짤 좀 올려주면 무한감사 하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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