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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패밀리 1권 2장 (4)

진다이(115.140) 2024.05.19 21:29:41
조회 242 추천 7 댓글 0
														





🌕 🌕 🌕



 소스케들은 푸드 코트를 뒤로 하고, CD샵에 와 있었다.

 야스토는 오자마자, 대량의 CD나 DVD 등에 흥분하고 있었지만, 다들 온라인으로 감상할 수 있는 것들 뿐이라는 걸 알고 나서는, 텐션이 다소 내려가 있었다.


 “모처럼이고 하니, 뭔가 사 줄까?”


 라고, 카나메가 말했다.


 “응. 그치만 한류 아이돌이나 애니송만 있네......”


 매장을 한 바퀴 둘러보고 야스토가 말했다.


 “어머? 괜찮잖니 한류 아이돌. 잘은 모르겠지만. ......그래도 확실히 옛날이랑 유행이 다르긴 하네. 엄마가 고교생 시절이었을 땐 서양음악이 많았는데......”

 “오히려 엔카 같은 걸 사고 싶었어. 쇼와의 가요곡이라던가.”

 “무슨 아저씨도 아니고, 야스토......”

 “어 이 디스크, 우리 집에 재생기 있었나?”

 “아-, 플레이어라...... 그러고 보니 없을지도.”

 “그럼 가전제품 가게도 가자! 가전제품 가게!”


 왠지 즐거워 보인다. 소스케는 스마트폰을 봤다. 나미로부터는 연락이 없다. 평소처럼 테디의 부하가 몰래 호위하고 있고 (나미 자신도 알고 있다), 위치 데이터를 공유하고 있으니 뭐,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

 대충 짐작컨대, 아마 지금 나미가 있는 곳은---


 “다크 퀸?”

 “거기 갸루 쪽 브랜드 아냐? 표범 무늬라던가 화장 같은 거.”


 카나메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에, 나미가? 거짓말이지?”

 “그럴 나이기도 하지.”


 여태껏 사춘기의 대부분을, 소스케와 변두리에서 험난한 생활을 보내느라 낭비해버렸지. 그런 나미가 갸루(?) 쪽 복식을 지망한다면, 아버지로서 응원해 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그럴 리는 없겠지. 역시 내가 갔다 올게. 다크 퀸은 꽤 비싸고. 역시 상대한테 미안하잖아.”

 “그런가.”

 “당신은 야스토랑 놀고 있어.”

 “알았다.”

 “아무거나 사주면 안 돼. CD는 두 장 까지만이야.”

 “알았으니 가라.”


 카나메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CD가게를 나섰다. 가게 밖에 대기하고 있던 테디 (오늘은 알로하 셔츠 차림이었다) 가, 카나메의 뒤를 따랐다.


 “그럼 야스토, 뭘 살 거냐? CD라면 아빠한테 맡겨라.”

 “이츠키 히로시랑 SMAP이라면 필요없거든.”

 “......그래? 이러면 곤란하군. 다른 추천할 만한 가수를 모르겠다.”

 “선택지 폭이 좁잖아. ......뭐 됐어, 목표물은 이미 정했으니까. 어디 보자, 이거랑...... 이거.”


 야스토가 고른 CD는 미소라 히바리와 고다이고였다. 둘 다 쇼와의 이름난 아티스트인 것 같았다.


 “잘은 모르겠다만, 그거면 괜찮은 거냐?”

 “응. 영상으로 들은 적 있거든. 둘 다 좋았어.”

 “그런가. 나중에 아빠한테도 들려줄 수 있겠니?”

 “물론이지! 맞다 플레이어가 있었지. 다음엔 가전제품 가게 가자, 가전제품 가게.”


 계산을 마치고 CD 가게를 나선다. 야스토는 기분 좋게 소스케의 손을 잡았다.

 이렇게 아들과 손을 잡고 걷고 있자니, 소스케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자신이 지금 누리고 있는 행복과, 그 행복에 대한 일종의 죄책감을 느끼는 점. 이런 행복이 오래 지속될 리가 없다...... 그런 생각을 하고 마는 자신의 부정적인 부분을, 아들의 미소가 모두 덮어버린다, 기묘한 안심감.

나미도 물론 그랬지만, 야스토는 아들이라 그런지, 또 다른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리라. 이 정도 나이 때, 자신은 암흑 속에 있었다. 그 어둠으로부터 한 걸음, 열린 세상으로 이끌어 준 사람의 이름을 받은 아들, 지금도 이렇게 빛 속에서 손을 잡아주고 있다. 물론 그 사람은--- 안드레이 ・ 세르게이비치는 이렇게 밝게 웃는 일 따위 없었다. 야스토랑은 전혀 다른 사람이고, 전쟁으로 피폐해져서, 웃는 법조차 잊어버린 것 같은 남자였다. 하지만 지금 그의 나이에 가까워지고, 당시의 자신과 비슷한 나이 때의 아들이랑 걷는 것은--- 한마디로 표현할 수 없다, 기묘하고도 충만한 한 때였다.

 야스토는 쇼핑몰의 내부도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아-. 전자 가게, 제일 멀리 있네. 귀찮다......”

 “기껏해야 400m 정도겠지. 힘내서 걷자.”


 그나저나 요즘 가전제품 가게에 CD 플레이어 같은 걸 취급하는 곳이 있을까? 인터넷 쇼핑이 더 확실한 것 같기도 하나...... 라고 생각하던 그 때, 소스케는 눈치 챘다.

오고 가는 쇼핑몰 손님들 사이에, 그 남자가 있었다.

 이른 아침 패밀리 레스토랑에 침입했던, 그 강도범이다. 가게에 침입했을 때는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그 전부터 관찰했던 소스케는 남자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었다.

나이는 20세 전후. 지금은 검은색 재킷을 입고 있다. 중후한 체격에, 싸구려 가방을 어깨에 메고 있다. 어딘가 불안해 보인다.

 왜 이 쇼핑몰에? 설마 또 강도짓을? 이런 백주대낮에?


 “왜 그래, 아빠?”

 “응. 아-......”


 소스케는 망설였다. 지금 저 남자를 제압하는 건 쉽다. 말을 걸고, 팔을 잡고, 엎어뜨리면 될뿐인 일. 그리고 경찰을 불러서, 사정을 말하고, 토요스서의 히카와인가 하는 형사를 불러서, 또 사정을 말하고, 강도범을 잡은 솜씨에 대해 또 이것저것 캐물을 것이고, 위조면허증 등 이것저것 보여줘야 할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바보 같은 짓. 안 본 걸로 하는 게 최선이다.


 “아무것도 아냐. 가자.”


 저 남자 때문에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짤렸는데, 이대로 놓치는 건 억울하지만, 뭐 어쩔 수 없지. 게다가 야스토도 있다. 폭력을 보여주는 것은 교육상 좋지 않다 (몇 번이나 적을 제압하는 걸 거들게 하고는 있지만, 그럼에도 안 좋은 건 안 좋다).

 소스케는 야스토와 그 자리를 떠났다. 가는 길에 남자가 주방용품 가게로 들어가는 것이 보였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 🌕 🌕



 “정말, 딸이 우동에 흠뻑 젖었다고 해서 무슨 일인가 했더니......!”


 [[다크 퀸]] 바로 바깥 통로에서, 엄마 카나메가 웃었다.


 “설마 상대가 오렌씨였다니! 이런 일이 다 있네? 정말.”

 “저도 놀랐어요.”


 그 여사장---렌이라는 이름이었다---은,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었다.


 “그나저나 듣고보니, 나미양은 치도리씨를 꼭 닮았네요...... 아니, 뭐라고 불러야 될까. 사가라씨라고 하면 남편분이랑 구분이 안 가고.”

엄마의 옛 성이 [[치도리]]였다는 것을, 나미는 떠올렸다. 아주 드물게, 아빠가 엄마를 그렇게 부를 때가 있다. 대개는 비상시일 때지만.

 “으-음, 역시 [[카나메]]?”

 “네. 그럼 카나메씨.”


 조금은 차분한 말투로 말한 후, 두 사람은 웃었다.


 “그래서, 카나메씨와 나미양, 분위기는 조금 다르지만, 역시 닮았네요,”

 “그런가? 아, 확실히 귀 모양은 붕어빵이야. 봐봐.”


 카나메가 얼굴을 가까이 댄다. 나미는 귀 모양 같은 건 의식한 적도 없어서 멍하니 있었지만, 렌은 “어머, 꼭 닮았네“ 하며 감탄했다.


 “그나저나...... 나미. 그 차림은?”


 나미는 핑크색 표범 무늬 셔츠에 데님 미니스커트를 입고 있었다. 나미도 렌도 패션에는 둔해서, 점원이 추천해 준 대로 고른 것이다. [[스타일이 제법 좋으니까, 무조건 어울릴 거랍니다!]] 라고 하더라는.


 “미안해요. 가까운 가게에 들렀더니...... 역시 조금 화려할까요.”

 “아니, 이건 이것대로 귀엽고, 본인이 원한다면야...... 어떠니 나미?”


 카나메와 렌이 상황을 살피러 온다. 나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래, 그럼 뭐. ......모처럼 사줬는데 반응이 시큰둥해서 미안해, 오렌씨. 이 애는 아무래도 옷 입는 거엔 무신경하거든.”

 “후후. 분명 뭘 입어도 귀여워서겠죠. 자세가 좋으니 알 수 있어요.”


 나미는 조금 쑥스러움을 느꼈다. 이 렌이라는 사람이 하는 말은, 그저 아첨으로 들리지는 않는 기분이 든다. 설령 그렇더라도 과분한 칭찬이지만, 왠지 불쾌하지는 않다.

 이 렌은 엄마의 고등학교 동급생이라고 한다. 인터넷으로 가끔 연락을 주고받기는 했지만, 직접 만난 건 20년만이라고 한다. 그 덕분일까, 아까부터 엄마의 들뜬 모습이 마치 고등학생 같았다. 폴짝폴짝 뛰고, 손을 흔들면서 렌을 안아주는 동작은, 학교에서 같은 반 여자애들이 보여주는 모습이랑 똑같다.


 “그러고 보니! 선배는 어떻게 지내? 오늘은 같이 있어?”

 “아뇨. 오늘은 일 때문에 온 거라서요. 남편은 따로 있어요.”

 “그러고 보니 미안하네. 결혼식, 못 가서. 집이 너무 먼 산골이라서 말야, 게다가 이 애가 아직 어릴 때라......”

 “아뇨 아뇨. 오히려 그렇게 먼 곳에서 전보를 보내줘서 고마웠어요.”

 “직접 보고 싶었는데 말야-, 오렌씨의 신부 의상. 사진은 받았는데, 엄청 예뻤어...... 아, 사진이라고 하니까! 딸! 엄청 예쁜 아이던데! 우리 작은 애랑 동갑이었지-. 이번에 놀러오라고 하고 싶어-! 틀림없이 친해질 거라고 봐! 하하하!”


 완전히 깨방정 아줌마가 된, 카나메는 신이 나서 말했다.


 “네에, 저야말로. 아 참, 나미양한테 들었는데, 지금은 도쿄에 살고 계신 거죠?”

 “아...... 응. 불과 얼마 전에, 돌아왔거든......”


 카나메는 조금은 정신이 번쩍 든 것 같았다. 일단 자길 노린 무리들이 있었고, 그 때문에 이사를 많이 다녔다는 사실을 떠올렸을 것이다. 물론 렌을 말려들게 하는 일은 없겠지만, 그럼에도 친구와 쉽게 만날 수 있는 입장은 아닌 것이다.


 “좀 더 안정을 찾고 알려주려고 했지, 미안......”

 “아...... 신경 쓰지 마세요. 여러모로 사정이 있었겠죠.”


 렌도 조금 톤을 낮춰 말했다. 사가라가의 사연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는 듯한 말투였다.


 “하지만 모처럼 만났으니, 더 많은 얘길 나누고 싶어요. 사가라씨도 함께 있는 거죠? 서서 이야기하는 것도 그렇고...... 카나메씨, 시간 되세요?”

 “아, 넘치지 넘쳐. 오히려 오렌씨는? 일이 어쩌니 했잖아.”

 “아......”


 방금 전 시바타라는 부하와의 대화가 떠올랐는지, 렌은 양손으로 입을 가렸다.


 “어머 어떡해, 용무가 있다는 걸 깜빡했어요. 우리 가게에 손님이......”

 “? 그래? 시간이 걸리면, 나중에 다시 연락할게......”

 “아뇨, 조금만 기다려 주시면 돼요. 지금부터 가게에 같이 가시는 게 어떨까요.”

 “괜찮지만, 가게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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