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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sterhood 번역 40-2

ㅇㅇ(121.141) 2020.02.12 18:10:45
조회 87 추천 0 댓글 1
														

"아버지는 해고 소식 듣고 어떠셔?"

"해고된거 아니야. 할아버지가 코지를 입양했고, 아빠는 새 형제가 이제 일을 도와줄거니까 요령 좀 가르쳐달라고 들은거지. 아빠가 눈치껏 사임하길 기다렸을거야. 어떤 식으로 생각했을지는 잘 모르겠어. 그때 나는 옆에 없었으니까. 나랑 얘기할 때는 체념한 거 처럼 보였어. 복지도 잘 해 준다 그랬고."


슬퍼하지 않을수는 없었다. 아빠가 주식을 꽤 많이 얻은데다 이사회에 들어갈수도 있게 되긴 했지만 다른 사람보다 훨씬 어리니 이사회에서 발언권은 거의 없을것이다. 하지만 나한테 대답해 줬을 때, 말의 숨은 뜻은 괘 분명했다. 유이치한테는 해 줄 필요 없는 얘기였지만.


"그래도 릴리는 걱정하더라. 말하는 것보다 훨씬 괴로워한다고 하면서."

"아마 그 애가 맞을거야."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전남친을 바라본다. 


"너도 가문의 후계 아니었던가?"

"맞아. 근데 우리 식당이 다국적 회사는 아니잖아. 결국 내가 물려받긴 하겠지만 그렇다고 경영에 관심은 없었거든. 결국 부모님은 여동생 남편한테 넘겨줬지."

"어떤 기분이었어?"

"교체되는 게 좋은 기분은 아니지. 자존심도 상하고. 장남이 집안에서 어떤 지위인지는 알잖아? 어린 시절부터의 정체성 같은 일이라고. 그래도 경영 일이 적성에 안 맞는 걸 빨리 알았으니 다행이지. 하지만 너희 아버진 수십 년 동안 일하셨어."

"그렇지."

"평생 일하던 직장에서 잘리는것부터 화나는 일이야. 한 주에 거의 80시간 있던 데가 사라지는거고, 사회생활이랑 친구도 없어져. 그리고 일상도..."

"스코틀랜드로 갔을 때 그 중의 몇 개는 이미 사라졌을거야. 거기 업무문화는 꽤 다르니까. 거기서 사람들은 한 주에 40시간정도만 일하고, 친구는 보통 직장 밖에서 찾아."

"하지만.... 가장의 지위를 잃는 거기도 하고, 그건 꽤 중요해. 모든 것이 자신의 업적이었다가 이젠 아무것도 아니게 돼 버리는데다 수치심이나 실패감도 느끼게 되지. 그리고 눈앞의 목표도 사라져 버려. 자신의 정체성을 다른 사람이 뺏어가는 느낌이 들걸."


입양 관련한 경험은 없으니 유이치 말을 믿어야겠지. 그의 이야기가 맞다면, 아빠가 동정되기는 한다. 뭐, 여전히 가족의 애정 같은 건 별로 못 느끼지만.


"뭐, 그래도 옆에 엄마랑 릴리가 붙어있으니까. 더 슬퍼하지 않도록 꽤 열심이야, 둘 다."

"그리고 그 일환으로 여기 돌아오려고 하고 있지?"

"응 얼마 전에 돌아왔어. 쉬운 결정은 아니었어. 엄마는 처음에 고향을 떠나길 망설였어. 거기 회사에서 아빠를 반길거고, 풀타임이 힘들면 파트타임으로라도 일 할 수 있을거라고 했지. 코지도 붙어있으면 하는 눈치였고. 근데 릴리랑 내가 이사가자고 졸라대니까 아빠가 우리 편을 들어주더라고. 릴리 데려다주러 일본 왔을 때 엄마가 집을 보러 갔으니 대충 예상했던거겠지. 우리 집은 얼마 전에 팔렸고, 가족은 새 터전으로 이사가서 벌써 새출발했지."

"그러면 너는 여기 다시 안 오려고?"

"나는 부모님을 위해서 스코틀랜드로 간 게 아니야. 일 때문이었어. 그리고 다시 일본으로 직장을 옮길 것도 아니고."

"하지만 부모님과 여동생이 여기 살고 있잖아."

"그래. 릴리 옆에 부모님이 있어서 행복하네. 릴리가 어른스러워 보이기는 해도 부모님을 필요로하는데다 그 애가 직접 기회까지 만들어 줬으니 두 명이 망치지만 않길 바라야지. 릴리가 충분히 애쓰면 다시 가족이 될 수도 있을거야."

"릴리는 부모님한테 기회를 줬는데 너는 아니구나."

"그사람들은 우리를 버려둔 걸 사과한 적도 없어. 심장마비는 정말 짜증나긴 해도, 사과는 아니야. 나한테 감사하는 마음이라도 가지고 있으면 고마울텐데."

"감사?"

"아키라, 사춘기 시절에 우리 대신 릴리 옆에 있어줘서 고맙단다. 덕분에 괴로운 학창시절을 잘 이겨냈을거야. 그리고 이제 우리의 힘든 시기가 거의 끝났으니 다시 한 번 잘 해 보자꾸나."

"....아직 마음 안 푼 거야?"

"...그런가봐."


부인한다면 거짓말이겠지. 릴리의 삶은 이제 궤도에 올랐고, 부모가 옆에 있을 필요는 없다. 엄마와 아빠는 이제 그냥 단순히 옆에 있어주기만 해도 자신을 좋은 부모라고 말할 수 잇게 된다. 너무 쉽게. 요즘 동생이 부모님과 같이 있을 때마다 자꾸만 이런 생각이 들고 있었다. 그다지 건강한 생각은 아니었지만 마음이 걸렸고, 그래서 릴리가 부모님의 새 집에 갈 때 따라가지 않기로 했다. 단순히 릴리가 부모님과 있는 게 보고싶지 않았어."


"사과받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

"아니. 아빠한테서는 절대. 가장의 입장이 약화될거라고 생각하겠지. 인정하지 않으면 실패가 사라지기라도 하는것처럼. 하지만 나한테는 안통해."

"글쎄. 가족끼리는 사과하는 게 아닌 거 같지만."

"좋아. 무슨 뜻인지 설명해 봐."

"저번에 헤어진 다음 날 아침에도 내 뺨에 손바닥 자국이 남아있었어."


한숨을 쉰다. 지난 번에 홋카이도 별장으로 유이치를 초대하려고 방문했었지. 거기서 스코틀랜드로 간다는 걸 얘기해 줄 계획이었는데, 망할 소문 공장들이 벌써 퍼트려 놓은 이후렸고, 유이치는 내가 곧 떠난다는 걸 알게 돼서 나와 다췄다. 내 결정이 자랑할 일은 아니었고 비난받을 각오도 돼 있었다. 내가 부모님을 닮았다는 얘기를 듣기 전까지는 잘 참았었다. 그러나 그건 선을 넘었다. 나는 화내면서 그의 뺨을 세게 때린 다음 다시는 말을 섞지 않을 작정을 하고 아파트에서 뛰쳐나왔다. 좋은 기분은 아니었지만 이번에 며칠 코지랑 일본 사무실에 온 동안 마주칠 때까지는 말 걸지 않았었다."


"내 목에 키스마크 내기 좋아하던 게 누구더라?"

"누가 더 잘못했는지 말해줘야 해?"

"알겠어. 뺨 때린 건 정말 미안해. 그래도 그때 일은 네가 좀 도를 넘었었어."

"상처받으라고 한 말은 아니었어. 그냥....화나긴 했어도 객관적인 사실이었다고."


눈을 가늘게 떠 보지만 물러설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그때 뭐라고 했었어? '인생은 동화가 아니야. 전부 예상해서 언제까지 그대로 있을 수는 없어. 가끔씩은 자신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가 되는 걸 알면서도 해야 하는 일이 생긴다고' 어쩌고 했던 거 같은데."

"내가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일이 갑자기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을걸. 적어도 저쪽 사람들은 30살이 되면 퇴직하고 애 낳으라는 압력은 안 넣거든. 내 선택을 이해한다고 하지 않았어?"

"그건 아니야. 근데, 너희 아버지도 옛날에 비슷한 상황이었을 때 너랑 비슷한 생각을 한 게 아닐까 하고."

"거절하면 자기 일이 사라질까 걱정했다고? 그런 의미야?"

"이번 일을 보면 그렇게 놀랄 건 아닌거같지 않아? 사장이면 적어도 네가 법학 학위를 딸 때 까지는 너한테 일자리 정돈 찔러줄 수 잇겠지. 인버네스로 와서 경제적인 안정을 찾으라고 설득했을 때도 그런 의미였을거고. 퇴직한 뒤에 어떻게 될 줄 알고? 보통 대학 학위 없으면 법무부에 취직하진 못해. 아마 네 아버지는 회사에서 발언권이 약해지면 네 상황이 복잡해 질거라고 생각했을지도 몰라."


그런 식으로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나는 언제나 이사회가 아빠를 쓸거고, 아빠도 마음대로 할 수 잇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어쩌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그때도 거절했다면 교체당했을까?"

"다른 나라에서는 대부분 가업은 경쟁사에 비해 실적이 안 나와. 여기선 반대지만. 이유는 두 가지인데, 자식들이 도전할 생각이 없으면 대학에서 후계자를 고를거란 게 첫번째고, 다음으로 혈족이 사업을 물려받았다가 망쳐놓으면 다른 사람이 가족이 돼서 자기 일까지 뺏길 수 있다는 걸 아니까 열심히 하기 때문이야. 내가 아버지 식당을 인수받는 데 관심 없었던 건 관심도 없는 일인데 그런 압력을 받으며 살기 싫어서였어. 나는 네 아버지가 알고 잇었다고 생각해. 잃을 게 많은 사람이었다는 걸 모르면서 네가 다른사람을 설득할 순 없어. 그리고 자기 책임을 아무렇게나 떠넘기는 사람이면 믿을 수 없는 취급을 받을테니까, 여기서든 어디서든 두 번째 기회는 쉽게 얻지 못해. 그러면 장님까지 포함해서 두 딸을 데리고..."

"...좋아. 알겠어. 말 되네. 하지만 그래도..."

"음...?"

"부모님이 결혼생활 중에 서로 자주 보고 산 게 아니잖아. 내가 기억하는 한 아빠는 거의 회사에 붙어있었어. 보통 누가 승진해서 이사가야하는데 가족이 같이 못 가면 그냥 혼자 가서 주말이나 뭐 틈 날 때 가족을 찾아오고 그러는거잖아. 왜 엄마를 데려가면서 우리는 남겨둔거지? 거기서 일하는 데 엄마가 필요했다는 건 이해해. 하지만 그냥 전화로 얘기하거나 몇 주 정도 다녀오는 정도도 가능했을 거 아니야. 저쪽에서 외로울거라는 것도 이해하지만, 이사 뒤로 서로 멀어지고 잇었으니까 결국 결혼생활에 도움이 된 것도 아니었어. 아니면 적어도 릴리는 데리고 갔어야지. 스코틀랜드에도 좋은 학교가 있어. 하, 아니면 최저한 전화라도 더 자주 걸던가."

"그거에 대해선 뭐라 할 말이 없네."


잠시 침묵. 맥주 한 캑이 날아와서 잡은 다음 고개를 주억거린다. 아직도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 기억하는 모양이네.


"내가 그런 식으로 널 떠나서 화나?"

"아버지가 외로울거라고 했잖아. 거기선 행복해?"

"그런 거 같아. 일주일에 두 번은 릴리랑 전화하려고 노력해. 업무 문화는 엄청 달라. 8시 반에 출근해서 5시에 퇴근. 여기보다 6시간은 덜 일하는거야. 초과근무는 가끔 하는데 규칙이라기보단 예외적이야. 회의는 신속하고, 쓸데없는 얘기는 안 해. 효율주의지. 꽤 직설적이고, 윗사람한테도 예의만 지키면 의견을 낼 수 있어. 사원은 모든 걸 바치길 기대하지만.... 나는 거기가 더 좋은거같아. 지난 두 달 동안 여기서 2년 있었던 거보다 더 자유시간이 길었어. 동료들이랑 퇴근 후에 놀러다니지도 않고 회식도 의무적이진 않은데, 동료들이 다니는 체육관에 들어갔어. 그리고 몇명이랑 주말에 술집도 몇 번 갔고. 아직도 물 밖에 나온 거 같은 느낌이지만 그래도 어떻게 잘 적응한 거 같아. 일본에서도 같은 느낌이니 뭐 별 차이는 없네."

"새 상사는 어때? 어떻게 지내는 거 같아? 너보다 나이도 많으니 적응하기 힘들었을텐데."

"유능한 사람이 많긴 한데, 그래도 서구권 회사처럼 관리해야겠지. 아빠한테도 문화충격이었고, 엄마가 어떻게 처리할지 열심히 조언해줬어. 그것때문에도 엄청 스트레스받았겠지. 엄마는 코지한테 필요하면 조력해 준다고 했어. 필요하면 스코틀랜드에 자주 가서 상황 좀 보면서 갈등이나 오해 있으면 도와준대고 했고. 대신 코지의 아내는 엄마 대신 할아버지 할머니를 돌봐주고 잇을거야."

"안 따라갔어?"

"코지 마누라는 영어도 못해. 스코틀랜드에 가면 완전히 고립되고 비참할걸. 더 외로워질거야. 아빠처럼 되면 불쌍하니까 지켜보고 같이 시간도 좀 보내려고 했어."

"직업 전망이 밝네."

"가서 경험은 좀 쌓고싶었는데 언제까지고 거기 붙어있고싶을지는 모르겠네. 동료들이랑 얘기해봤는데, 다른데서 좋은 제안 오면 이직하는게 나쁜 일은 아니라더라."

"회사에 다 갖다 바치는 그런건 없지?"

"하루에 몇 시간씩 돈도 안 받고 잔업하면서 사장이 퇴근할 때까지 빈둥거릴 정도는. 이 모든 게 사회적 의무라기보다는 그냥 생계유지 수단으로 생각되고있어. 나도 고민 좀 해봤느넫, 언젠가는 회사 그만둘지도 몰라. 아직 괜찮기는 한데, 혈연 없이도 어디 취직해 보고싶어. 상사가 내가 더 적합하다고 생각하기만 하면 월급 좀 덜 받아도 상관없을 정도야."

"그러면, 거의 그쪽에 제대로 자리잡은거네."


목소리로 보아하니 객관적인 결론만은 아니었다.


"언젠가는....여기 돌아올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아니야. 단순히 부모님 문제도 아니고. 부모님 집에서 생활할 수 있을지, 거길 내 집이라고 여길 수 잇을지 잘 모르겠어. 전부터 그랬어. 릴리가 이 얘기 듣고 슬퍼하긴 했는데, 그래도 끝까지 나를 믿어준대. 내가 너무 빨리 결정해서 화가 난 건 아는데..."

"스코틀랜드로 간다고 망설이지도 않고 얘기해서 탓하는 건 아니야. 그땐 옳은 결정을 했고, 지금도 선택에 충실하게 사는 거 같네."

"하지만...?"

"네가 그걸로 바로 우리 관계도 끝이라고 한 게 싫었어. 아무것도 아니었던것처럼."

"전혀 아니야."

"지난번에 떠난다고 하려고 왔던 건 아니잖아. 헤어지자고 하려고 했었잖아. 벌써 그렇게 마음먹었던거잖아."


피곤해진다. 한숨이 나왔다.


"장거리 연애라도 하자는 건 아니었지, 유이치. 언제 돌아갈지, 돌아가기는 할 지도 몰라. 그리고 여기 있을 때도 우리는 정상적인 관계를 가징 정도의 자유시간도 없었어. 왜 실망할 일을 해야해?"


03


"나는 내가 전근가려고 생각하고 잇었어."

"뭐라고?"

"네가 그렇게 서둘러서 헤어지지만 않았으면 저번에도 그 얘기 했을 거야."

"....거기서 새시작하려고 친구랑 가족을 다 포기하겠다고?"

"너도 그랬으니까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곤 하지 마."

"네 처지는 나랑 완전히 달라. 그리고.... 차마 그런 걸 물어볼 수가..."

"할 수 있었어. 넌 그냥 안 그랬고. 야, 나도 꽤 계산적이야. 영더도 잘 하고. 부모님은 은퇴하면 내가 돌봐줄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으니 그것도 해결. 물 어떤 지 보려고 임시 비자 정도만 받아도 됐던거잖아."

"할 수 있었을까?"

"너는 벌써 그냥 헤어져서 친구로 지내자고 했어. 무릎 꿇고 기회를 달라고 빌지는 않을거야. 적어도 시작하자마자 부서질 걸 아는 상황에서는."


기회를 달라고 할 때 어떻게 할 지는 준비해 뒀었다. 하지만 지금은 기대하던 일이 아니었다. 유이치가 정말 진지하게 생각하는 걸까? 아마도. 어쩌면 그가 옳을지 모른다. 나는 아빠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지 생각하기보다는 관계를 너무 해치지 않는 선에서 정리할 생각만 했었다. 유이치한테 나는 아까울 정도였다. 그래도, 방금 얘기로 보면 시도정돈 해 보겠다는 의미인 듯 했다.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있었다. 취업비자에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코지는 내가 부탁하면 분명 이적을 허락해주겠지. 애인과 멀리 떨어져 사는 게 어떤 기분인지 알테니까.


내가 이걸 진지하게 고민학다니. 시작할 때 즈음에 나는 관계 회복이니 뭐니 하러 온 게 아니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그게 내 결정이었다.


유이치의 이야기는 크고 명료했다. 자기도 전근할테니, 돌아오라고 사과하면 관계를 다시 시작하고싶어해. 자존심에는 금이 가겠지만, 가치는 있으리라. 아마도.


생각할 필요가 있었다. 어딘가. 시선을 피할 데가.


"저기, 어..."

"하룻밤 생각해 보려고?"


체념해서 한숨을 내쉰다.


"그럴게. 여기서는 아니고."

"좋아."


이번 일이 끝나고 잡담이나 할 수 잇을지 모르겠다. 유이치가 표정을 읽었는지 맥주를 한 캔 더 밀어준다.


"가는 길에 마셔."

"... 알겠어."


신발을 신고 문을 나선다. 잠시 고통스러운 침묵이 흘렀다. 어색하게 손을 흔들어 준 다음 뱃속에 혼란스런 감정을 품고 복도를 지나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차 타기 전에 핸드폰을 꺼내서 연락처 목록 제일 위에 전화를 건다ㅏ.


"..."

"안녕하세요. 사토 릴리입니다."

"...안녕."

"언니. 연락하니까 너무 좋다."

"오늘 재미있었어?"

"언니 없는 줄도 모를 정도였어. 셋이서 오늘 꽤 오래 걸었어. 적어도 아버지한테는. 체력을 회복하셔야 했고, 어머니랑 나도 아버지가 좀 더 밖에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어. 매일 자다가 책만 읽는 건 안 좋잖아."


늙은이가 아직도 고생 중인 거 같네. 유이치가 후계자의 지위를 잃어버렸을 때에 대해 해줬던 이야기로 잠깐 생각이 돌아간다. 남자친구가 했던 얘기를 릴리한테 해 주려고 잠깐 메모한다.


"인생에 갑자기 생긴 공백을 처리할 시간이 필요한 건 자연스러운거지."

"유이치 씨랑 저녁식사는 어땠어?"

"....혹시 지금 바빠?"

"하나코랑 차 마시고 있어."

"늦은 건 아는데, 혹시..."

"....언제쯤 도착해?"


와, 이해 빠른 거 봐.


"35분. 아니, 30분만 기다려."

"기다릴게."


얼굴에 미소가 떠오른다.


"고마워, 릴스. 네가 최고야."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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