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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sterhood 번역 41-1

ㅇㅇ(121.141) 2020.02.13 20:19:23
조회 188 추천 0 댓글 1
														

01


삐비비빅- 삐비비빅-


침대맡 자명종이 시끄럽게 울렸다. 귀찮아서 쾅 내려치려 해 본다. 


"아야!"


불행히 다른 사람이 먼저 그러는 중이었다. 결국 그의 손을 때리는 꼴이었다. 


"미, 미안."

"아침인사 하기에 썩 좋은 방법은 아니었네."

"그러면...이렇게 하면 돼?"


사과대신 재빨리 키스한다. 그는 웃으며 대답했다.


"이거 좋네."


히사오는 하품을 하고 기지개를 켠 다음 천천히 침대에서 일어나서 박서팬티를 입었다. 시계를 보니 무척 이른 아침이었다. 히사오는 주중에 항상 이렇게 일찍 깨어나서 수업 전에 트랙을 달린다. 적어도, 날씨가 괜찮으면. 가을이 겨울로 접어들면서 점점 빈도가 줄고 있었다. 오늘도 그런지 확인하려고 그는 지금 밖을 확인하는 주이엉ㅆ다.


"어때...?"

"모르겠어. 맑진 않은데, 그렇다고 퍼붓는 것도 아니야."


담요를 몸에 감고 히사오 옆으로 가서 커튼 틈을 엿본다. 빗방울이 떨어지는게 똑똑히 보였다. 좀 더 심해질지도 모르겠다. 좀 춥기도 할 거고.


"또 비오네."

"그냥 이슬비정도지."

"뛰려고?"

"아직 모르겠네. 감기 걸리는 건 위험하지만 앞으로 몇 달 얼마나 뛸 수 있을지 걱정이야."

"수업 끝나고 보조동 헬스장 가면 되잖아."

"아침에 문을 열면 그랬을거야. 오후엔 공부하는게 낫잖아."


히사오는 선반으로 가더니 약병을 차례로 열었다. 트랙으로 가서 뛰려고 준비하는 건지 그냥 오늘은 건너뛰려는건지 잘 모르겠다. 그동안 나는 다시 창밖을 확인했다.


"있지... 더 많이 오는 거 같아."


히사오가 다가와서 살짝 내 옆에 선다.


"별로 달라보이지는 않는데. 너만 그런 건 아니고?"

"에?"


히사오가 투덜댄다.


"그냥 내가 침대로 돌아가길 바라는 건 아니고?"


미소짓는다.


"너는...아니고?'


히사오가 말없이 피식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그는 계속 창밖을 응시하며 고민하는 중이었다. 나는 망설이지만, 도와주기로 결정했다. 다른 생각이 들기 전에 몇 걸음 물러나서 손으로 머리를 빗는다.


"히사오...?"

"음?"


02


히사오가 대답을 기다리지만 나는 대꾸하지 않았다. 그러자 히사오가 내게 돌아섰고, 그때 나는 바로서서 담요를 바닥에 흘려버렸다. 대담한 행동에 히사오의 눈이 휘둥그래진다. 시선이 내 몸을 떠도는 게 느껴져서 얼굴이 붉어지지만 어떻게 몸을 가리지는 않을 수 잇었다.


"음..."


그는 여전히 말없이 나를 쳐다보기만 했다. 아마 뭘 해야 할 지 잘 모르는거겠지. 그럼에도 옅은 미소가 분명히 떠 있었다. 흔들리는 다리를 애써 무시하며 몸을 밀착하고 깊은 키스를 시작했다. 숨이 멈추고, 눈을 바라보며 최선을 다해 미소짓는다.


"히사오... 다시 자러 가면 안돼?'


오른손으로 힛사오의 턱선을 따라가다 귓불을 간질이다 곧 목 옆을 살살 간질인다. 


"으으!"


히사오가 떠는 걸 보니 미소가 나온다. 팔꿈치 안쪽에 손가락을 가져가기 전에 조금 더 목을 간질인다. 4개월동안 히사오의 민감하거나 간지럼타는 부위를 여럿 발견했다. 이제는 눈을 감고도 대부분 찾을 수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장난스레 볼에 키스한다.


"...히사오?"


젓꼭지를 간질이니 히사오의 호흡이 빨라진다. 이제 나는 손을 아래로 향했다.


"하, 하나코..."


아랫부분이 손에 닿고, 히사오의 손도 내 아래로 향햇다.


"하...할래?"


본능적으로 허리를 손에 문지른다. 처음에는 천천히, 그리고 점점 빠르고 세게.


"그, 그다지 선택지가 많아보이진 않는데?"


키득대며 손을 뺀 다음 마지막에 장난스래 다시 팬티 속에 집어넣고 잠깐 간질이다 손을 뺀다. 트랙을 가지 못해서 마음에 걸리는 거겠지. 뒤로 물러나 침대 끝에 걸터앉아 기대하듯 그를 바라본다. 그는 내 시선에 눈을 번득이며 팬티를 벗었다.


"글쎄. 지금 그렇게 달릴만 한 상태가 아닌 건 확실한 거 같네."

"프흐흐흐..."


웃음을 참으려 손으로 입을 막는다. 당연히 뛰기 힘들겠지. 한편으로는 대체할 수 있는 활동도 있었다....


"할까?"


누워서 눈을 감고 다리를 조금 벌린다. 곧 그가 올라타는 느낌이 들었고, 서로의 욕망이 우리를 집어삼켰다.....


-------------


03


"하나코!"


여자 기숙사로 돌아와서 샤워한 다음 간단히 뭘 먹고는 책을 가방에 넣고 학교 갈 준비를 한다. 출구에 다다랐을 때 누군가가 내 이름을 불렀다. 


"나츠메."


돌아보니 반 친구 겸 부활동 멤버가 천천히 내게 다가왔다. 아직도 지난주처럼 목발을 짚고 있었다.


"안녕."

"조, 좋은아침이야."


나츠메는 내 옆으로 바깥의 비를 잠깐 바라봤다.


"수업 전에는 안 그치겠네. 저 사이로 뛰어갈 건 아니지?"


아침에 남자 기숙사에서 나올 때 잠깐 달렸지만 수업에 잔뜩 바람맞고 숨 차서 도착하긴 싫었다. 고개를 젓는다.


"방에 우산이 있어. 가, 가서 가지고 오는 게 나을거같아."

"지금 나갈거면 나랑 그냥 우산 같이 쓰자."


그녀가 배낭을 열더니 접이식 우산을 꺼냈다.


"아....고마워."

"좀 들어주면 좋겠다. 목발 집고 우산까지 들긴 좀 그렇거든."

"물론이지."


나츠메의 우산을 가져와 펼친다. 다소 축축했다.


"아침에 벌써 어디...나갔다 왔어?"

"응. 조금 걸었어. 힘들긴 한데, 양호선생님이 힘들어도 가볍게 몸 움직이는 게 중요하다더라고."


움직이기 시작한다. 우산을 들고, 나츠메의 걸음에 맞추려 노력한다. 나츠메는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야마쿠에 들어왔다. 지난 주에는 특히 심했었다. 나츠메와 나오미만큼 교류하고 있지는 않지만 나오미와 함께 3인1조로 활동하는 일이 잦았고, 신문부에서도 가끔 같이 일을 했다. 친하진 않아도 그럭저럭 잘 지내는거겠지.


"혹시...어... 무릎은 괜찮아?"

"지난 주보다는 좀 낫긴 한데 그냥 며칠 약을 더 먹어서 그런거같아. 유지되면 그럭저럭 버틸 수 잇을거야. 나빠지면 힘들겠지만."

"대학 시험때문에?"

"응. 아파도 벼락치기는 되지만 진통제에 해롱대는동안에는 공부도 못할걸."

"....잘 해낼거라고 생각해. 수업때도 항상 점수가 좋았잖아."


나츠메는 잠깐 놀라워하다 정신차리고 미소지었다.


"고마워."

"저기...뭔가 잘못됐어?"


그녀가 고개를 저으며 다시 웃었다.


"전혀. 그냥 네가 내 성적에 관심이 있을 줄 몰랐거든. 나는 아직도 우리가 3년째 같은 반이었다는 걸 잊어버리는 거 같아. 미안."


무슨 이유인지 안다. 7월까지만 해도 나는 사실상 공기였다. 유령처럼. 지금 생각해 보면 주변에 마음을 여는 데 이렇게 오래 걸린 게 후회될 정도였다.


"괜찮아."


나츠메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성적이 괜찮은 정도로는 충분하지 않아. 좀있다 칠 센터시험이 훨씬 중요하지. 지옥주간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있어."

"뭐 들은 거라도 있어?"

"사촌이 4년 전에 입시했거든. 가고싶은 대학에 결국 가긴 했는데, 마지막엔 정말 필사적이었다더라. 잠도 거의 못 자고, 살도 빠지고. 4시간 이상 자면 시험에서 떨어지기라도 할 것 처럼 걱정했다더라. 이모는 시험 칠 때 그애가 좀비같다고 그랬어."

"그건 좀..... 지나치네."

"글쎄. 전국적인 경쟁이니까. 너도 알잖아?"

"나는.... 그냥 최선을 다하면 된다고 생각해."


내가 좋은 대학에 가려면 전국에서 지원자를 받는 도쿄대나 쿄토대처럼 정말 유면한 대학은 피하는 게 좋겠지.


"네 말이 맞아."


학교에 도착해서 우산을 정리해 나츠메에게 돌려준다.


"고마워. 근데... 어제 학교에 없었어?"

"응?"

"나오미가 어제 네 방에 가려고 했는데 몇 번이나 가 봐도 너도 사토도 없다고 그러더라고."

"릴리는 부모님이 돌아온 뒤로는 주말에는 거의 부모님 댁에 있어. 나는...어제는 히사오랑 하루 종일 데이트였어."


우리는 어제를 마지막으로 시험을 칠 때 까지는 공부에 집중하기로 했었다. 그래서 특별히 시간을 내서 야마쿠 밖에 나가있었다.


"아, 그렇구나. 뭐 아침에 나오미 오면 알게 되겠지."

"아직 얘기 못 들었어?"

"너한테 먼저 말하고싶다더라고. 내 추측엔 너희 비공식 작문부 관련인 거 같아."

"부러진 깃펜"


나츠메는 나오미가 생각한 이름에 잠시 눈을 굴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응. 나오미가 나보고 아침에 기다릴 필요 없다 그랬으니까, 아마 근처에서 준이랑 그 얘기 하는 중일거야."

"나도 좀 궁금해진다."

"좋은 일 아니겠어? 어제 거의 같이 있었는데 그애가 갑자기 빵터져서 웃을 때가 몇 번 있더라고. 아직 뭐때문에 그러는지는 얘기 안 해줬지만."


교실 앞에 도착해서 들어가기 전에 잠깐 안을 확인한다. 나오미는 아직 없었고, 히사오는 벌써 책에 집중하는 중이었다. 나는 조용히 다가가서 재빨리 주의를 끈 다음 아무도 우리 장난질을 못 보길 바라며 자리로 돌아갔다. 책을 꺼내는데, 공부 시작 전에 아침에 있었던 일들이 떠오른다. 그동안은 몇 가지 힌트만 준 다음 히사오한테 일을 맡겨버렸다. 오늘은 처음으로 적극적으로 유혹했고. 아드레날린이 가라앉으니 히사오가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이었다. 이상한 짓을 저지른 건 아니겠지?


04


"찾았다!"


시선이 문으로 향한다. 물 빠진 금발의 친구가 최고의 미소를 뽐내며 서있었다. 나오미가 의기양양하다고 하던 나츠메 말이 과장이 아니었다. 나오미의 관심이 나한테 쏠리는 게 아니었다면 나는 그녀의 기분이 좋은 걸 행복해했겠지. 그런데 지금은 좀 불편했다.


"뭔지 알겠어? 뭔지 알겠어???!"


나오미는 멈추지 않고 바로 내게 다가오는데, 공부중이던 애들이 전부 나를 보고 있었다. 본능적으로 일어나서 뒤로 물러서지만 나오미는 너무 흥분해 있다.


"뭐, 뭐라고?"

"위리가 완전 뒤집어 놨다고! 으하아!"

"으엑!"


지나치게 활기찬 나오미가 내 왼뺨에 축축한 입맞춤을 날려 비명을 질렀다. 순식간에 얼굴이 붉어지고, 반 애들은 이제 우리 대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헤드라이트를 맞은 사슴같은 기분이다. 벽에 닿을 때까지 뒤로 물러난다.


"어...저기..나는..."

"이노우에!"


도망칠까 고민할 즈음, 남자친구의 짜증스런 목소리가 중얼거림을 가르고 들어왔다.


"내 여자친구한테 손대지 말고 다른 애 구해 보지?"


내게서 주의를 돌리려는 건지 나오미의 행동에 짜증이 난 건진 모르겠지만 의도야 어쨌건 반 애들은 웃음을 터뜨리곤 내게서 등을 돌리고 멀어졌다. 나오미는 히사오에게 혀를 내밀었다.


"질투하는거야, 나카이?"


나츠메가 신음하며 목에 손을 집더니 나오미의 옆구리를 힘껏 찔렀다.


"골치아픈 짓 그만해. 이게 다 무슨 일이라고 이렇게 사람을 구경거리로 만들려고??"


나오미는 흥분해서는 친구에게 미소지으며 가방에서 종이를 하나 꺼냈다.


"짜잔! 보시라!"


나츠메가 읽으려고 몸을 내밀지만 제대로 보기도 전에 나오미가 내 손에 쥐어준다.


"하나코, 먼저 봐!"


아직도 나는 긴장해 있다. 나오미한테 받아서, 반 애들 이목을 끌지 않은 채로 읽어치운다.


여전히 가슴이 미친듯 뛰고 초조했지만 어떻게 마음을 가다듬는다.


불안하지만 증명서를 간신히 읽을 수 잇었고, 그게 무슨 의미인지 확인하자 놀라서 탄성을 내질렀다.


"아...!"


뿌듯한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히사오의 짜증스런 표정이 이걸 보고 호기심으로 재빠르게 바뀐다.


"뭐야, 하나코?"

"음... 우, 우리가 공모전 냈던 거 중에 상 탄 게 있어."

"정말이야?"


그가 다가와서 나는 증명서를 건네줬다.


"여기 오사카 대학 문예창작과 주관의 고등학생 작문대회에서 3등했어. 상금이 2만엔이나 돼."


나오미가 다시 한 번 흥분해서 엄지를 치켜들었다.


"멋지지?"


앞자리에 앉는 마에다 타캇시가 나오미를 밉살스럽게 쳐다봤다.


"고작 3등 했다고 이 소동을 벌인 거야?"


나오미가 눈을 가늘게 뜨며 동급생을 쏘아봤다.


"마에다, 말해봐. 콘테스트 참여해 본 적 있어? 뭐 타 본 거는? 네 예술적 재능이 그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인정받은 적은 있고? 그게 전시 된 적은?"


나츠메가 눈을 굴리더니 친구의 어깨에 손을 얹는다. 


"알았으니 진정해. 살짝 미묘하게 느낄 수는 있겠지만 너희한테는 훌륭한 성과였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너희가 몇 년 이런 걸 해 봤던 건 아니잖아. 난 꽤 감명받았어."


나오미가 눈을 크게 뜬다.


"호시노 선생님 얘기가 그거였어. 200명 넘게 참가했는데, 그러니까 우린 결국 잘 한 거야."


히사오가 자랑스러워한다.


"얘기를 좀 더 듣고싶긴 한데..."


문간을 바라보니 무토가 막 교실에 도착하는 중이었다.


"좀 있다 해야겠네."


-----------


05


"....앞으로 일주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더 얘기할 필요는 없겠지. 필요한 과목 공부하는데 이 시간이랑 오후에 자유롭게 공부해도 돼. 남은 시간을 충분히 활용하도록."


한숨 소리가 몇 들린다. 새로운 얘기는 아니었지만, 이걸 계속 반복하는 게 일이신거겠지.


다음 주 중반이면 모의고사였다. 1월의 센서 시험의 예행연습이었다. 진짜와 마찬가지로 이틀동안 이어지고, 결과는 중요하지 않지만 성적이 나쁜 학생들은 모자란 과목을 벌충하러 1월 중순까지 보충이 이어질 것이었다. 그것만으로도 다음주까지 열심히 공부 할 동기부여로는 훌륭했다.


"그룹을 만들어서 공부하고싶다면 그래도 돼."


멀리 미샤가 히사오에게 수학을 알려달라고 부탁하는 소리가 들렸다. 남자친구를 기다리지 않고 나는 책을 펼쳤다. 아침 일찍 시작했던 부분을 다시 읽는데, 나츠메가 친구에게 속삭이는 소리가 들리낟.


"그래서 상 탄 얘기좀 해 봐."

"헤헤헤, 이번엔 의심하지 않고 부러진 깃펜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모양이네. 늦었지만 안하는 것보다느 낫지."


나츠메가 초조하게 한숨을 쉰다.


"알겠어.... 하나코?"


나츠메가 장난스레 미소짓는 걸 올려다본다.


"어...응?"

"이거 좀 도와줄 수 잇어?"

"어? 음....물론이야."


나츠메가 의자를 내 옆으로 옮긴다.


"그래서 아까...."


나오미가 표정으로 친구를 조롱햇다.


"야. 그럴 필요는 없잖아. 얘기해 주려고 했는데."


나오미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자기 의자를 가지고 내 책상에 다가온다.


"음... 제목은 잃어버린 별이야. 학교 천문부에 가입한 맹인 이야기. 단편이야."

"맹인? 우리가 아는 사람이 모티브야?"

"아니. 히데아키한테 조언을 좀 구하긴 했지만."

"꽤 조사를 했는데. 문자 그대로 둘이 같이 쓴 거야? 아니면 누가 쓰고 공로만 나누는 거야?"

"전부....팀워크야."


나오미가 이때 대화에 뛰어들었다.


"누가 기획이나 초안을 만들면 나머지 사람이 빈 데를 채워. 그걸 몇 번 주고받으면서 다듬다가 준한테 오류나 설정 구멍이 있나 봐달라고 해. 규칙도 몇 개 있어. 상대의 아이디어를 폐기하지 말고, 다듬거나 다시 고려해 보라고 얘기하는 거. 이야기가 한 번 오간 뒤엔 새 아이디어 넣지 말고, 또 메카 좀비 닌자 해적, 아니면 다른 이미 있는 작품의 인물도 안 쓰기."


나츠메가 투덜댄다.


"어떻게 버텼대."


나도 꽤 신기했다. 준은 나오미가 우리 이야기를 무분별하고 진부하게 만들까봐 좀비니 닌자니 하는 것들을 제한했었는데, 그녀가 제안한 것 중 다수는 무척 합리적인 것이었다.


"나오미가 좋은 아이디어를 많이 냈었어. 실제로 쓴 아이디어는 거의 나오미 거야."

"으, 아이디어는 아무한테나 있지. 그걸 가지고 뭘 만들어 내는 건 다른 일이고. 하나코가 진짜 잘 해 줬어."


우리가 주고받는 칭찬에 나츠메가 미소지었다.


"진짜 성장한 모양이네. 잘 맞는 팀인 거 같아. 노력이 결실을 맺은 거 축하해. 근데 이익이긴 해? 대회에 경품비로 쓰려면 참가비를 걷어야 하진 않아? 몇 달 여러 건 냈던 걸로 기억하는데."


나오미가 자랑스레 눈을 반짝였다.


"호시노가 예산을 만들어서 그걸 좀 덜어줬고, 나머지 부분은 스폰서를 구했지."

"스폰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릴리 어머니께서 두 번째 모임 전에 얘기하셨어. 우리가 지나치게 많이 손을 뻗는 게 아니면 후원해 주신다고 하셨어."

"우와..."


나오미가 열렬히 고개를 끄덕였다. 


"응. 진짜 멋진 사람이야.


나츠메가 키득대며 절친에게 사악하게 미소지었다.


"그리고 정말 똑똑한 투자자지. 참가비를 거의 내 줬으니 상금도 거의 그쪽으로 가겠네/"

"하, 하, 하, 하지만..."


나오미의 굴욕적인 표정에 간신히 웃음을 참는다. 칼라 씨가 우리 상금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을지 의문스럽다. 전부 다 드려도 지갑에 티나 날까?


"음....우리가 수상했다고 얘기한 다음 나누자고 해야하겠지만.... 아마 안 받아주실걸. 릴리네 가족은....그렇게 가난하지는 않거든. 그래도 그게 올바른 방법이라고 생각해."


나오미가 한숨을 쉬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야겠다. 연락할 방법 있어?"

"응. 점심에 메일 보낼게."

"훌륭해. 감사한다고 하는 것도 잊지 말고."

"좋아."


나츠메가 나오미의 주의를 끌려고 부드럽게 옆구리를 찔렀다.


"후원자가 자기 몫을 거절한다 치고, 전리품은 어떻게 나눌 거야? 증서는 누가 가지고."

"흠.."


나오미가 잠시 고민한다.


"증서는 추첨하면 될 거야. 아니면 매주 서로 돌아가면서 가지고 있어도 될 거고. 아니면..."


그녀의 얼굴이 밝아지면서 내게 증명서를 내민다.


"그냥 하나코한테 맡겨둬도 되고."

"나, 나? 하지만...어째서?"

"준이랑 나는 방에 포스터나 장식도 많으니까 네 방에 있으면 돋보일거야. 그리고 공부하는 동안 우리가 뭐든 할 수 있다는 걸 되새길 수도 있을 거고."


내 방에 장식이 필요하다고, 그리고 내게 가장 동기부여가 필요할거라고 얘기하는 느낌이다. 아닐수도 있지만. 은근히 돌려 얘기하는 건 나오미 스타일이 아니다. 내 방 분위기를 언급하는 건 제쳐두고, 그래도 꽤 고마운 제안이었다.


"어..."

"그냥 받아. 우리 모두의 것이라는 것만 잊지 말고."

"음....알겠어. 그, 그냥 우리 부의 대표로 가지고 있는 거야."

"나한테는 그걸로 충분해. 이제 상금 얘기데, 네 몫으로 뭘 할진 생각해 봤어?"


사실 모르겠다. 히사오랑 시험 전에 마지막 데이트를 했는데, 내 몫으로 그를 어떻게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니."


나오미가 작게 웃었다.


"금요일에 올거야?"


잘 모르겠다. 신문부는 새 부를 발항한 다음 항상 시내의 작은 커피숍에서 뒷풀이를 했다. 지금까지는 동료 부원들이랑 어울리는 게 어려웠으니 피하고 있었고. 하지만 나오미는 계속해서 나를 초대했고, 나도 지금은 다른 부원들과도 조금 더 친숙해져서 같이 가는 게 그렇게 두렵지는 않았다.


"나는....아직 확신이 안 서."

"마지막 뒷풀이야. 그래서 좀 더 특별하게 할 거야. 또..."


좋은 지적이다. 이번 주 이후로 나오미, 나츠메, 히데키, 그리고 나는 시험에 집중해야 하니 공식적으로 부활동을 쉬게 된다.


"....그때 오후에 단체사진 찍을 건데, 누가 없으면 기분이 안 좋을 거 같아."


이번 한 번 정도는 해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다른 맴버들이 나를 흥 깬다고 생각하는 것도 싫었고.


"그럼 이번에는 가 볼게..."


"놀라워! 데이트네! 금요일 저녁에 인쇄가 끝나. 잊지 마. 그리고 그 다음에..."


교탁에서 커다란 기침이 갑작스레 들려왔다.


"이노우에!"


책에서 고개를 들자 반의 절반과 무토 선생님이 나오미를 주시하고 있었다. 나오미가 마지막에 너무 큰 소리를 냈다. 나츠메는 화나서 고개를 저었고, 무토는 훈계하듯 나오미를 쳐다봤다.


"의논하는 걸로 들리지는 않았는데."

"죄송합니다 선생님. 부의 단테사진을 준비해야 하는데 갑자기 물어볼 게 생겨서..."

"홈룸 시간이랑 관계 있었니?"

"...다음주부터는 홈룸도 자습으로 대체되니 이번주에 학급 사진을 찍어야 하는 거 아닐까요?"


무토는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학년 시작될 때 찍은 사진에 무슨 문제라도 있니?"

"글쎄요. 모두 같이 찍은 건 아니잖아요. 한 장 더 찍어야 할 지도 몰라요."

"흠..."


선생님의 눈이 잠시 히사오에게 향한다. 무토 선생님은 졸업엘범 사진에서 자기 애제자가 없길 원하진 않으리라.


"....전부 있네. 오늘 오후에 사진 찍는 데 불만있는 사람 있나?"


반응이 없다. 무언의 승인이었다.


"그러면 오후에 시간을 좀 잡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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