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sisterhood 번역 41-2

ㅇㅇ(121.141) 2020.02.14 22:05:56
조회 116 추천 0 댓글 1
														

06


"고맙구나 카와나. 친구한테 사진 잘 찍었다고 해 주렴."


무토는 학급 사진을 인쇄해 온 미사키한테 고개를 끄덕여줬다. 20분 전쯤 나오미가 아침에 얘기한 합동사진을 찍은 참이었다. 나츠메 앞자리인 사진부의 미사키 카와나가 카메라를 다룰 줄 아는 부활동 친구를 데려왔고, 그 다음 인쇄소에서 견본을 인쇄해 온 참이었다.


"선생님, 사진 학생회에 보내야 하나요?"

"그래. 연감을 만드는 작업 하는 데다 주면 돼."

"그렇게 할게요. 좋은하루 되세요, 선생님."


미사키가 뻣뻣하게 인사하고 방을 나섰다. 이젠 나와 선생님 뿐이었다. 촬영을 마치고, 무토 선생님이 나중에 얘기 좀 하자고 불렀었다. 무슨 일인지 걱정스러웠다. 나쁜 일이 아니면 좋겠는데.


"한번 봐 보렴."


인쇄물을 건네줘서 한 번 훑어봤다. 얼굴에 미소가 떠오른다. 꽤 괜찮은 거 같다. 나는 히사오 옆이었고, 살짝 그쪽으로 돌아서 오른쪽이 잘 보이지 않는다. 상당히 가까이 있으니 관심가지고 보는 사람이면 사귄다는 것 정도는 눈치채겠지. 뭐, 내가 희망적인 건지도 모르겠지만.


"마음에 드는 모양이구나."


내가 사진을 보는 동안 무토 선생님은 나를 관찰하고 있었다.


"좋은...사진인 거 같아요."


무토는 고개를 끄덕이곤 다시 가져간다.


"기억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이런 일에 참석한 건 이번이 처음이구나."


고개를 끄덕인다.


"최, 최근에.... 사람들이 졸업앨범을 보고....저도 같은 반이었다고 기억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거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괜찮다는 정도 표현으로는 부족하겠군. 나만 그렇게 생각하지도 않을거고. 이노우에가 사진을 새로 찍자고 한 이유가 나카이 때문만은 아니었다는 생각도 드는구나."

"어, 어쩌면요."


그가 히죽댄다.


"네가 이노우에랑 어울리는 게 다소 예상밖이었다는 건 인정하마."


전에도 들어봤던 얘기다. 그리고 아직도 나는 가끔 나오미의 장난을 대처하기 곤란했다. 오늘아침의 축축한 키스처럼. 그럼에도 그녀가 충동적으로 저지른 다음에는 그걸 보충할만큼 따뜻한 일들도 이어졌다. 방학때 카메라를 빌려주거나, 반애들이랑 같이 사진을 찍자는 이번 제안같은 것도 포함해서. 나오미가 가끔 충동적인 게 약의 가벼운 부작용이라는 것도 들었으니, 나오미의 성격에서 좋은 부분만 보는 게 옳은거겠지. 


"나오미가....좀 변덕스러워질때조 있지만 그래도 나쁜 의도였던 적은 없어요."


무토가 퉁명스래 고개를 끄덕였다.


"친구가 더 생긴 걸 보니 좋구나. 요즘은 좀 괜찮니? 그냥 평범한 의미에서 묻는거야."


지난 몇 달 동안은 무척 좋았다. 아직 연애중이라는 것도 있었고, 릴리와의 관계도 제대로 다졌다. 처음엔 릴리와 사이가 멀어질까 걱정했었다. 하지만 이제 릴리의 부모님은 다시 일본에 있었고, 일요일에 부모님 집에 찾아갔다. 나도 일주일에 몇 번 작문부에 참석하니 자연스레 만나는 빈도는 줄어들었다. 그러나 릴리는 부모님을 위해 일요일을 쓰는것처럼 나를 위해 토요일을 비워줐고, 지난 몇 달 동안 스코틀랜드 이주에 관해 생각할 때처럼 우리는 여자끼리 데이트를 몇 번 즐겼다.


그리고 작문 동아리에서의 활동도 즐거웠다. 생산적이지 못할 때에도 어울려 놀기엔 여전히 즐거웠다. 그럴 때 입을 많이 열진 않았지만 그럼에도. 신문부 애들과도 서서히 안면을 트는 중이었다. 최근에는 마주칠 때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야마쿠에서 거의 3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나는 서서히 학교에 소속된 학생이란 느낌을 받고 있었다. 모든 게 내년 봄이면 끝나리라는 게 진심으로 유감스러웠다. 사고 후에 이런 기분을 다시 느낄줄은 몰랐건만, 놀랍게도 나는 현재에 만족한다.


"죄근에는....꽤 좋은 거 같아요."


선생님이 내가 이야기 할 기회를 배려해 주지만 나는 침묵을 지켰고, 결국 그가 입을 뗐다.


"국어 담당이 너랑 이노우에가 상을 탔다고 알려줬어. 많이 기뻐하셨다. 네가 잠재력이 있다고 하시더군."


얼굴이 좀 붉어진다. 요즘 소문이 너무 빠른 거 같아.


"물론, 잠재력만 가지고 좋은 직장에 들어가지는 못해. 그걸 다듬고 쌓을 훌륭한 교육도 필수적이지. 선택지를 고민하다 후보를 두 개 정했다고 들었는데."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나오미와 나는 저널리즘과 미디어를 공부할 계획이었다. 호시노 선생님은 관심만 있다면 대학에서 창작 수업을 들을 수도 있을거라고 하셨다.


"호시노 선생님이 네 지원서를 살펴보더니 의아해하시더라고. 첫 번째 선택은 크고 유명한 카스호쿠지만, 두 번째는 너만큼 능력있는 학생이라면 다른 선택권이 없는 한 고려하지 않을 곳이었어. 나한테 네 수준에 더 적합한 곳을 추천해 주라고 하시더군."

"으음..."

"나는 네 선택을 직접 확인했고, 호시노가 미처 눈치채지 못한 것도 들었지. 네가 고른 곳들은 모두 치바 현에 있더구나. 그리고 나카이의 지망대학도 그쪽이지. 사실, 너희는 졸업 후에 같은 대학에 다닐 계획이지. 학부는 갈릴 지 몰라도 말이야."


다 들킨 거 같아서 당황해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에는 히사오가 카스호쿠에 관심을 드러냈다. 과학쪽 분야가 잘 돼 있지만, 부모님 댁과 같은 도시니 실용적인 선택이기도 했다. 즉, 히사오가 생활비를 줄이려고 부모님과 같이 살 수도 있다는 의미였다. 릴리와 나도 대학을 찾아봤고, 카스호쿠가 우리에게도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는 함께 그곳에 가기로 정했다. 히사오와 릴리는 2지망까지 정하진 않았지만 둘 다 필요한 과목엔 뛰어났으니 센터시험만 통과하면 문제는 없을 터였다.


"1지망에 붙을 수 있다면 문제는 없을테지만, 2지망에 가게된다면 문제가 꽤 심각해 질거라고 생각한다."

"으음...."

"담임으로써, 네가 저길 고른 이유를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선생님으로써,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어떻게 해 나갈 지 선택하는 건 네 인생의 가장 중요한 선택 중 하나일거라고 해야만하겠구나. 영향은 작지 않아. 평생에 걸쳐 나타날거야. 지금의 다른 무엇보다도."


말하지는 않았지만 그 안의 내용도 어렴풋 전해졌다. 나는 지금 연애줄이지만 고등학교 때의 연애가 결혼으로 귀결되지는 않는다. 깊이 생각하고 싶진 않지만, 만약에 내가 히사오 주위에 있으려고 낮은 대학을 선택했는데 그와 헤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다른 도시에서 공부한다면 우리 관계가 지속될 수 있을까? 멀리서 우리가 어떻게 관계를 지속해 나갈 수 있을 지 잘 모르겠다.


"이케자와. 회사에 들어가는 데는 대학의 이름이 크게 작용한다. 다른 하나는 면접에서의 기술이지. 면접에서 말을 잘 하는 게 도움이 될 가능성도 사실 더 나은 자격증 앞에서는 그렇게 높진 않다. 너는 이걸 네 선택지를 넓혀줄 선택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야마쿠에선 학생들이 취업 시장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으니, 가능한 높은 대학에 지망하길 바라고 있다. 평판 좋은 대학에 가서 좀 오버스펙이라 여겨지는 편이 몇 번이고 이력서를 쓰는 것보다는 나아."


올바른 지적이었다. 명문대의 장점은, 졸업하면 취직이 쉽다는 것이었다. 지금은 줄어들고 있어도 여전히 대학 이름은 중요했다. 그리고 면접을 망치지 않을 자신은 없었으니 스펙을 쌓아두는 게 내 최선이겠지.


"그러면....다른 대안을 찾아야 하나요?"

"그러면 먼저 심각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을거다. 입학 시험이 추가로 있는 거겠지만 지금 공부하던 거랑 같은 것들이니 시간을 더 잡아먹진 않을거야. 책상에 팸플릿이 있으니 시간 날 때 확인해 보고 오후시간동안 처리해 놓으면 돼. 이미 1지망과 겹치지 않는 날 시험 치는 대학을 몇 알고 있다. 

"아, 알겠어요."


선생님이 안심시키려는 듯 어색하게 미소짓지만, 조금 이상하다. 되려 긴장되는 기분이었다.


"한 방에 붙으면 대안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것 정돈 기억해두렴. 호시노 선생은 네가 열심히 공부하기만 하면 충분히 합격할 수 있을거라고 했고, 나도 같은 의견이다. 지난 몇 달 성적이 눈에띄게 좋아졌어. 특히 국어. 사회적 교류가 늘어서인지 단순히 졸업 후의 진로를 정해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 아마 둘 다에요. 하지만... 영어 선생님 지망생이랑 과학을 가르치려는 애가 과, 과외를 해 줬어요."


담임의 표정이 밝아진다.


"그러면...나카이는 확실히 정한 거니?"

"지금은...."


선생님에 대한 릴리의 생각이 어느 정도 영향을 줬을 수도 있겠지만 결정적으로, 최근 몇 달 정도 히사오가 실제로 과학 교사 일을 해 왔다는 게 컸으리라. 릴리나 나 말고 부원들한테도.


과학부는 현재 8며잉었다. 여름 전엔 히사오, 무토, 켄치 뿐이었으니 인상적이었다. 대부분의 3학년 학생들은 이미 부가 있거나, 무슨 일이 있어도 가입할 생각 없는 사람이니 대부분은 후배였다. 부의 회장 겸 무토의 애제자로써 히사오는 특정 주제에서 막힐 때마다 다른 부원들을 돕는 역할이었다. 보통은 활동 시간에 이런 과외를 했지만, 가끔 자료 이해를 돕기 위해 방에 들르는 경우도 있었다.


릴리와 나는 히사오가 이런 일들을 얼마나 진지하게 생각하는 지 알게돼서 감동받았고, 가끔 부원들을 도와주러 컴퓨터실이나 도서관에 들러 자료를 찾을 때도 있었다. 그때 처음으로 릴리가 히사오에게 과학을 가르쳐 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히사오가 선생님의 혼란스러운 강의 보충을 위해서 시작한 활동임에도 무토는 히사오의 꿈을 칭찬으로 받아들였고, 무척 행복해했다.


"너무 많은 학생들이 그냥 대학에 가. 자신의 관심과 재능을 갈고닦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그러나 열정과 야망과 분명한 목표가 있다면 모든 노력에 의미가 생기지. 사회의 흐름에 따라가려는 수동적인 태도보다는 훨씬 나은 동기부여야."


계속 하식게 내버려 뒀다. 얘기를 하려는 것도 아닌 듯 하여 그냥 고개만 끄덕인다.


"동기부여 얘기가 나오니 말인데, 너희 혹시 대학 개방일에 가 볼 생각 없니?"

"개방일요...?"


뭔가 들은 기억이 나는데 언제인지 기억이 안 난다. 나츠메와 나오미가 나를 둘러싸던 아침 일이었나? 무토는 내 멍한 표정을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2주 전 홈룸에서 얘기했다. 카스호쿠 대학은 등록을 고민하는 고등학생들을 위해 공개일을 마련해 뒀다. 1월 센터시험 전에 지망자를 좀 더 받아두고 싶은거겠지. 다음 일요일이야."


기억난다. 히사오와 기억해 두긴 했었는데 가 볼 지 아닐지 결정하지는 않았었다.


"우리...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어요."

"진지하게지망하면, 가서 둘러보고 어떤 곳인지 확인해 보는 걸로도 동기부여가 될 거다. 시험 전에 열심히 공부해야 하니, 이런 건 필요하다고 생각해."

"....고려해 볼게요."

"알겠어. 이제 2지망을 몇 개 골라보고, 그냥 형식적인 걸로 끝나길 바라자꾸나."


----------------------


07


"카사호쿠에 떨어지만 다른 도시의 대학을 고려하는 중이라고?"


릴리와 히사오는 무토 선생님과 나눈 얘기를 듣더니 놀라는 눈치였다.


"음.... 1, 1지망은 그대로인데, 선생님이 좋은 대학에 가는 데 집중하는게 좋다고 하셧어."


완전히 내 결정이라고만은 할 수 없겠지. 하지만 선생님이 저렇게 얘기했을 때 반론할 수 없었다. 게다가, 운 좋으면 시험을 잘 봐서 대안은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히사오와 릴리와 달리 내게는 2지망이 필요했다. 대학에 가지 못하면 졸업 후엔 노숙자 신세가 될 테니까. 당분간은 친구들과 있을 수 있을테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려 애쓰지만 무시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었다. 살 데를 알아봤는데, 대부분의 부동산업자들은 세입자에게 안정적인 직장과, 돈을 못 내면 보증인이 돼 줄 가족이 필요했다. 나는 양쪽 다 없었다. 그리고, 돈도 비쌌고.


"나도 같은 의견이야. 아직도 대학 이름은 중요하니까."


대화가 끊기고 다시 책으로 돌아간다. 지난 몇 달 동안 릴리, 히사오와 나는 같이 공부하면서 노트를 교환해 보는 습관이 들었다. 서로가 약한 과목을 보충해 주고 모티베이션을 불어넣기에 좋은 방법이었다. 처음에는 밤새 수다나 떨게 될까 걱정했는데, 우리는 이런 공부에서 발휘할 집중력이 충분했다. 릴리와 나는 침대에 앉아있었고, 히사오는 릴리의 책상에 앉아 있었다.


에도 후기를 한 페이지 마친 릴리가 한숨을 내쉬며 손가락을 털었다.


"손 아파?"

"조금. 저번에 차 마시고 얼마나 지났니?"


히사오가 릴리의 점자 시계를 본능적으로 확인했다.


"한 시간 정도. 잠깐 쉬는 게 좋겠다."

"잘됐다. 그래도 15분 안에 돌아가자."


히사오가 공부할 때 음료를 따뜻하게 하려고 쓰던 보온병에서 차를 한 잔 따라준다. 잠옷에 흘리지 않게 조심하며 한 모금 마시고 릴리에게 돌아간다.


"카, 칼라 씨가 점심때 내가 보낸 메일에 벌써 답장해주셨어."

"상금? 뭐라고 그러는데?"

"자랑스럽고, 상금 분배할 걱정을 말라고."

"예상했던 대로네. 네 몫을 어떻게 할 지는 정했니?"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돈을 쪼개지는 않을 거야. 한 팀으로 번 거니까, 팀으로 써야 한다고 나오미가 그랬어."

"어디에 쓰려고?"

"어...'여자들끼리 밤에 돌아다니는 데.' 나, 나오미가 그랬던 거야. 다음 호가 다음 금요일에 나오는데, 부원들이 평소처럼 시내 커피숍에서 뒷풀이를 해. 나오미랑 준이랑 나도 갈 거야. 하지만 일찍 떠나서 시내로 버스 타고 나올 거야. 저녁 먹기 조, 좋은 데를 찾은 다음 그다음엔 노, 노래방. 그 다음은 상금이 얼마나 남는지에 달린 거고."

"와, 하나코. 재미있겠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여전히 나는 번잡한 도시보다는 조용한 근린지를 좋아하지만 친구들 옆에 있으면 전부 다 잘 될 거다. 나츠메는 나오미가 음치라고 했지만 그럼에도 재미있을거라고 했다. 사실 좀 기대하는 중이었다. 시험이 있어서 당분간 더 쓰지는 못할테니, 우리 작은 작문부 활동을 끝내는 좋은 방법이겠지."


"그러면...좋겠어."


히사오가 장난스레 웃었다.


"그러면 금요일엔 공부를 못 할 테니까 보충하려면 주말엔 두 배 더 열심히 해야겠네."

"토요일에 여, 열심히 따라잡을게."


그러다 보니 일요일 개방일이 생각난다. 히사오랑 릴리한테도 얘기 해 둬야 할 지 모르겠다.


"음...무토 선생님이 개방일 얘기하던 거 기억나?"


히사오가 눈쌀을 찌푸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얼마 전 홈룸때. 가보려고?"

"잘 모르겠어. 선생님이 다시 가 보라고 권하시더라고. 동기부여가 될걸라고."


릴리가 웃었다.


"우리가 책에서 그렇게 오래 떨어져 있진 못하겠지만 한 번 가 보는 건 좋은 생각일지 몰라. 나는 선생님 의견에 동의해. 동기부여가 될 거야."


히사오는 아직 납득이 안 가는 모양이었다.


"꽤 멀어. 진짜 일찍 일어나서 되게 늦게 돌아올거야."

"아버지한테 차로 데려다 달라고 부탁해 볼 수 있어. 돌아다니는 걸 도와줄 사람도 필요하고, 우리 셋 다 학부는 다르니까 너희한테 부탁할 수는 없잖아."

"괜찮으시면, 그리고 많이 걸으실 수 있다면...."


릴리의 미소가 잠시 옅어진다.


"내 걸음걸이가 그리 빠르지는 않으니 충분히 따라오실 수 잇을 거야. 그리고....지금은 시간도 많으시고."

"미안해..."


릴리의 미소가 돌아오며 문제를 날려버리듯 빠르게 손짓한다.


"괜찮아. 우리 모두에게 좋은 경험이 될 거야."

"하나코? 그러면 다음 일요일엔 거기로 갈까?"


좋은 경험이 될 지는 잘 모르겠지만, 두 명은 내가 가지 않으면 안 가겠지. 스코틀랜드 여행 전에도 꽤 긴장했었는데 잘 풀렸었다. 사토 씨 사건에도 불구하고."


"아, 알겠어."

"이번기회에 그쪽 기숙사도 확인해 보는 게 좋아. 다니기 쉬운 지 확인해 볼 수 잇을 거야."

"흠.."


릴리는 히사오 이야기에 잠시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이유를 알고 있었다. 최근에 나랑 같이 있을 때 한 번 얘기해 줬던 걸 히사오한테는 아직 얘기 안 했던거겠지. 


"그건 아직 잘 모르겠어. 졸업하면 자취해 보려고 부모님한테 얘기할거야. 기숙사 생활에는 지금 익숙하고, 나는 혼자 살 수 있도록 한 걸음 더 나아가고싶어. 대학에 있는 동안은 가사능력을 회복하기에 좋을거야. 졸업하고 나서 집안일 걱정 없이 바로 일에 집중하고싶거든."


나는 조용히 미소지었다. 릴리라면 당연히 미래를 계획하고 있으리라 생각했다.


"부모님은 뭐라셔?"


릴리의 미소가 조금 흔들린다.


"아직은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하네. 어머니는.... 가능성은 고려해 본다고 하셨지만 아버지는 아직이야."

"글쎄, 자식을 혼자 살게 두는 건 어느 부모님도 무서울거야. 그리고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한테는 확실히 곤란한 일도 있을거고."

"그건 잘 알고 있어. 하지만, 언니랑 함께 살 때 이미 겪었던 것들이고 나는 자신있어."

"그렇게 얘기해 봤던 거겠지?"

"공격적이지 않게 그 얘기를 하기가 좀 까다로웠어. 어쩌면 마음을 돌릴 다른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지."

"방법?"


릴리는 잠시 멈칫했다.


"어쩌면....룸메이트가 있으면 다시 생각해 보실 지 몰라. 하지만 걱정인 건...."


릴리가 갑작스래 내 어깨에 팔을 얹었다.


"하나코. 이게 좀 앞서가는 거라는 건 아는데, 둘 다 시험을 잘 보면 내 룸메이트가 돼 주지 않을래?"


나는 충격에 비틀거렸다. 릴리가 정말 나랑 같은 아파트를 쓰자고 하는 건가?이런 건 상상도 못했는데...


"하, 하지만....나, 나랑?"


아파트처럼 비싼 곳의 방세를 반이라도 낼 능력이 없다고 하기 전에 관둔다. 릴리와 그 가족들이 내 돈을 받아주기나 할 지 모르겠다. 고민을 좀 해봐야겠다. 앞으로 있을 내 주택 문제의 최고의 해결책이 될 거고, 모르는 사람들로 가득한 기숙사 대신 방과후에 조용한 곳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공부에 분명 도움이 되겠지.


".....룸메이트...."

"네가 나랑 같이 간다고 아버지 마음이 바뀔지 보장해 줄 수는 없지만 도전해 볼 가치는 있을거야. 그리고 이렇게 하면 앞으로 만날 다른 인연들을 소홀히 하지 않으면서도 셋이서 연락하고 지낼 수 있어."

"저기, ....어...."


아무것도 반론할 수 없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릴리와의 관계는 계속하고 싶었고, 만약 우리가 룸메이트가 되면 집에서 어울릴 수 있을테니 대학에서 만날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가로막을 걱정을 할 필요는 없을것이다.


08


"저기...어.... 나도 그러면 좋겠어."


릴리가 반짝였다.


"정말로?"


유미 씨가 기회가 왔을 때 이용하라고 했던 게 떠오른다. 이번 것도 그런 기회 중 하나일테고, 릴리가 이걸로 부모님을 설득할 수 잇다면 후회할 일은 없겠지.


"저, 정말로."

"하나코, 정말 기뻐."


릴라가 행복하게 웃으며 나를 사랑스럽게 끌어안았다. 마주안으며 나도 미소지었다. 우리는 잠시 쎠안고 있었다. 릴리와 나는 이제 이런 식으로 애정표현을 하는 게 불편하지 않을 정도였다. 반면, 히사오는 조금 불만스러워 보인다.


"왜 오늘 여자애들이 너한테 달려드는거야?"


릴리는 장난스레 히사오에게 한 마디 한다.


"질투?"

"여전히, 아니."


릴리가 대답하려 하지만 그녀의 휴대폰이 울려서 말이 끊긴다.


"받아도 될까?"

"얼른."


릴리가 포옹을 풀고는 화장대 위의 휴대폰을 잡았다. 


"안녕하세요, 사토 릴리입니다."


그녀가 미소지었다.


"어머니."

"잘 있어요. 다음 주에 모의고사라서 지금 공부 중이에요."

"리허설 같은 거에요."

"네. 셋 다 있어요."

"벌써 대답했다고 했어요. 대단하죠?"

"상금을 쓸 계획이 잘 잡혀 있더라고요."

"네. 어제는 하루 종일 아버지랑 있었어요. 할머니랑 할아버지 댁 방문했어요. 함께 못 가서 유감이에요. 아버지한테 어머니 돌아올 때까지 방문 미루자고 했는데, 일정 바꾸기가 어렵다고 하셨어요."

"음... 그 얘기는 나중에 하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일요일에 돌아온다고요? 희소식이네요."

"어....공항에 마중가긴 힘들지도 모르겠어요. 일요일에 계획이 있거든요."


릴리가 미소지었다.


"우리 미래가 어떤 모습인지 보러 가요."


09


--------------------------


슬슬 끝나가는 분위기인데 사실상 50화는 남지 않았을까 시벌것

추천 비추천

0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시세차익 부러워 부동산 보는 눈 배우고 싶은 스타는? 운영자 24/05/27 - -
AD 희귀 정령 획득 기회! <아스달 연대기> 출석 이벤트 운영자 24/05/23 - -
1476 맛감별사 테즈카 [1] 123123(14.40) 20.02.23 57 0
1474 러시아 릿까 cg [4]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2.22 62 0
1473 쌍팔년도 감성 [3] 123123(14.40) 20.02.22 77 0
1472 에미쟝과 함께하는 달리기 50일차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2.22 35 0
1471 sisterhood 번역 43-4 [1] ㅇㅇ(121.141) 20.02.22 119 0
1469 러시아 삿기 cg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2.21 51 0
1468 고스로리 하나코 [2] 123123(14.40) 20.02.21 77 3
1467 sisterhood 번역 43-3 [1] ㅇㅇ(121.141) 20.02.20 62 0
1465 사키&릿카 모드 ost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2.20 45 0
1463 파티 나잇 [3] 123123(14.40) 20.02.19 58 0
1462 하나코 릴리 에미까지해놓고 린하다가 찍쌌는데 kent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2.19 94 0
1461 sisterhood 번역 43-2 [1] ㅇㅇ(121.141) 20.02.19 69 0
1460 이 갤은 살았을까요? [3] kent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2.18 51 0
1459 2년만에 헌혈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2.18 49 1
1457 눈이 오면 생각나는 [1] 123123(14.40) 20.02.17 44 0
1456 sisterhood 번역 43-1 [1] ㅇㅇ(121.141) 20.02.17 73 0
1454 비교분석 [3]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2.17 50 0
1453 인간이란 무엇인가? [1] 123123(14.40) 20.02.16 58 0
1452 sisterhood 번역 42-2 [1] ㅇㅇ(121.141) 20.02.16 111 0
1451 하나코의 대학생활 단편 ㅇㅇ(121.141) 20.02.16 54 0
1450 리카와 사키 이야기를 다룬 러시아 모드 런칭(act1)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2.16 61 0
1449 sisterhood 번역 42-1 [1] ㅇㅇ(121.141) 20.02.15 81 1
1448 릴리마쿠라 [2] 릴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2.15 59 0
sisterhood 번역 41-2 [1] ㅇㅇ(121.141) 20.02.14 116 0
1444 병원에서 일하다 본 제일 어이없게 죽은 사람 [5] ㅇㅇ(121.141) 20.02.14 415 5
1443 흠... 묘수로군 [2] 123123(14.40) 20.02.14 59 0
1441 장애소녀 왜 출시 안하는거냐 [1] ㅇㅇ(14.63) 20.02.13 71 0
1440 happy valentine's day to Lilly! [3] 릴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2.13 48 0
1439 Be my valentine [3] 123123(14.40) 20.02.13 58 0
1438 sisterhood 번역 41-1 [1] ㅇㅇ(121.141) 20.02.13 187 0
1437 에미쟝도 참 귀여운데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2.13 40 0
1436 에미쟝과 함께하는 달리기 45일차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2.13 33 0
1435 에미 가지고 장난치기.jpg [3] 릴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2.13 90 0
1434 장애소녀 판타지 스핀오프 기원 [2] ㅇㅇ(14.63) 20.02.13 55 0
1432 릴리는 페이트 쪽이랑 자주 엮이는듯 [1] 123123(14.40) 20.02.12 53 0
1431 에미쟝과 함께하는 달리기44일차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2.12 22 0
1430 sisterhood 번역 40-2 [1] ㅇㅇ(121.141) 20.02.12 87 0
1429 기승 A+ [2] 123123(14.40) 20.02.11 64 0
1426 지도로는 20분이면 간다는데 왜 2배 더걸리지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2.11 36 0
1425 꿈을 이룬 에미 [2] 123123(14.40) 20.02.10 69 0
1424 마키세 하나코 개꼴리네 진챠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2.10 82 0
1423 릴리빠 고백 [7] ㅇㅇ(14.63) 20.02.09 114 0
1422 켄지 말인데 [2] 남극대제국_황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2.09 51 0
1421 존나 신경쓰이게 만들어준다 [1] ㅇㅇ(14.63) 20.02.09 56 0
1420 하나코 다 그려옴 [7] 남극대제국_황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2.09 83 3
1418 sisterhood 번역 40-1 [1] ㅇㅇ(121.141) 20.02.09 116 0
1417 아아 이것은 슈타인즈 게이트의 선택이라는 것이다 [2] 123123(14.40) 20.02.09 93 2
1416 이 갤이 왜 살아있는걸까 [3]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2.09 56 0
1414 유튜브 bookend gaming 장애소녀 코멘터리 졸라 웃기네 ㅇㅇ(14.63) 20.02.08 57 1
1413 [핫산] 샤워실 문제 최종화 [1] 123123(14.40) 20.02.08 83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