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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폭발이 멎은 후엔-2

쌰아★아쯔나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11.19 00:5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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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war&no=883171

의사를 만났다. 무려 약 십만 원 정도 내고, 몇 시간이고 얘기했지만,, 돈만 때 먹고 싶은 것 같다. 저 양반 포함 세 명을 만났다. 4년 전부터, 하지만, 도움이 되지 않았다. 정신과의도 나 같은 부류에 지친 것 같다. 조용히 한숨을 쉬며 처방을 했다. 변한 것은 없었다. 늘 같은 항우울제다. 알겠다고 하고 지친 움직임으로 밖으로 나갔다. 부모님이 이를 알면 뭐라고 할까? 용돈을 아껴가며 돈을 내고 있었다. 잡대에 백수에 거기에 병신까지 추가니 참으로 자랑스러워하겠지. 문 앞에 와서 잔소리하겠지. 마음에 대못을 박고 싶어서, 그렇게도 병신이 되고 싶어서 환장했냐고, 가고 나면 철이 들어서 열심히 살 줄 알았는데 왜 이리 한심하냐고, 아무 말도 없겠지. 그저 를 반복하며 숙인 체, 떨어져 나가길 기다리겠지.

방위와 미필이 뭘 알겠어. 기껏 배달의 기수돌아오지 않는 해병 따위나 보며 안다고 잘난 척을 떨겠지. 우리가 나무껍질을 삶아서 먹던 때를 모르는 것처럼,

 

제대한 날, 집에서 잔치했다.

초라하지만, 정성을 많이 들었다. 금방 올 수 있던 친인척들은 다 모였다. 군복을 벗을 틈도 없었다. 아버지는 오랜만에 웃었다. 아버지는 올 때마다 나를 현관문으로 불러서 훈장을 자랑했다.

아무나 받는 게 아니야. 평양 전투 참전자 중에서 씩씩하고 용맹한 자들에게 대통령이 주는 거야. 태극훈장? 그딴 거와 비교도 안 돼.” 아버지가 더 신났다. 당황했다. 사실 내가 받은 것은 그렇게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수여식도 거창하게 한 것도 아니고 그냥 던져준 것이다. 친척들은 놀란 척을 열심히 했다. 나는 제대로 먹지도 못했다. 이 잔치는 나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어느 정도 모이자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불판에는 삼겹살이 올라가고 술잔을 계속 채워졌다. 신변잡기를 나누었다. 그중에는 전쟁 이야기도 있었지만, 나는 얼버무렸다. 그게 반복될수록 점점 실망하는 사람들은 늘어났다.

왜 그래? 이야기를 안 해?”

이모부는 치근덕대기 시작했다.

대답하지 않았다. 시간을 끌려고 애셨다.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어른 말에 곧장 답해야지.”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서.”

그렇게 생각할 게 많아? 군필이. 가방끈도 짧잖아.”

무언가 목구멍을 넘고 있었다. 참자, 취해서 그런 거야.

빨리 말해. 준우야. 모두가 니 애기 기다리고 있어.”

말 그대로였다. 모두가 나를 보았다. 먹는 것도 멈추고,

좀 나중에.”

나중이 어디서!” 발을 끓고 말했다. “미필도 아니고 왜 이러는 건데?”

분을 삼킬 뿐이었다.

이모부는 멈추지 않았다. 계속 쏘았다. 급기야는 욕까지 나왔다.

뭘 그렇게 듣고 싶은 것인가? 반공물에서 신나게 나오는 빨갱이를 대대씩 죽이고 수류탄으로 토치카를 가루로 만드는 이야기?

모두가 초초히 있자. 거기에 고무되었는지, 더 신나 몰아쳤다. 뭐가 그렇게 그런 건지 모르겠다. 지칠 때까지 참으려 했다.

그 말이 들리기 전까지 진짜, 군대 간 거 맞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조건 반사를 한 것 같다.

이모부는 나에게 깔린 체, 피와 멍으로 얼굴이 일그러졌다. 가쁜 숨과 눈물이 나왔다. 범벅이 된 얼굴로 둘러보았다.

쏟아지는 눈빛은 사람을 보는 것 같지 않았다.

사촌 동생은 주저앉아 울었다. 옆에 있던 삼촌 누나는 위로하기 바빴다. 흥겨운 잔치는 사라지고 난장판만 있었다.

구석에 있던 동생은 두려운 눈으로 나에게 말했다.

왜 그렇게 변한 거야?” 울먹이던 체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덤덤히 별거 아닌 것처럼 대했다.

 

9월이다. 겨우 두 달이 지났다.

들판과 언덕에 난 풀은 싱그러웠고, 풀냄새가 가득한 공기는 향긋했다.

"날씨 좋다." 유민호가 말했다. "이렇게 좋은 날에는 도시락 챙겨서 누울 준비해야 하는 데." 끝마디뼈 정도 크기의, 담배를 빨면서 말이다.

"지금도 충분히 할 수 있지 않아? 우리가 뭐... 지금 전투 중인 것도 아니고." 담배를 갑에서 꺼내며 말했다.

그러자 유민호 이병이 말했다. ", 말이 그렇다는 거지, 준우야."

나는 능청을 떨며,", 그래도 한번 그렇게 해보고 싶다..."

"그럼, 나중에 시간 날 때 하자."남은 담배도 끝까지 다 태우고, 꽁초를 버리는 상준의 미소는 어딘가 딱딱한 감이 없지는 않았다.

눈앞에 펼쳐진 풀밭을 이루는 풀들은 바람에 따라 이리저리 비틀어지고 구부러지고 그랬다. 어재 밤에 있었던 전투의 흔적은 오로지 탄피뿐이었다.

"어재 밤에 이렇게 정신이 없고 그랬는데, 지금..." 유민호 이병의 넋두리는 어딘가 쓸쓸했다.

", 준우야. 너는 전쟁이 끝나면 뭐할 거냐?" 담배를 입에 물고 라이더 부싯돌을 돌리던 나에게, 그는 뜬금없이 질문을 던졌다.

담배를 한 모는지 헛웃음을 터트렸다.

", 그래? 당연하거 아니야?" 나는 되물었다.

계속 가볍게 웃으면서 "아니, 여태까지 이런 말을 한 사람이 없어서.", 그리고 담배를 마저 빨며,"대부분은 시덥지 않은 거, 그러니깐 여자친구에게 고백한다든지 그런 거였거든." 그는 미소를 지은 체 다금 빨고 답했다. "일단 남은 기간 동안 안전하게 지내야지."

민호는 당황했는지 한 번 물었다." 그럼, 전역하면 뭐할 거야?"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해야지. 사람 앞날은 한치 앞도 알 수 없다고 하잖아."

"그래, 그건 맞는 말이다. 사람 인생은 아무도 모르지..."

"그럼 너는 뭐하고 지낼 건데?"

"? ?" 민호는 가벼운 고민을 하다가 내 질문에 답했다.

"나는 복학하고 공부해야지, 뭐 별 수 있나?"

그렇게 유민호 이병과 함께 맞담배를 하며, 엉덩이로 풀을 짓뭉개고 있었다. 참으로 전쟁과는 거리가 먼 풍경이었다.

하지만 이 풍경도 어디선가 들려온 비명소리로 인해 뭉개졌다.

비명 뒤에 어렴풋이 들려오는 사내의 웃음은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무슨 일이야?" 민호에게 물었다.

"뭐 별 일 아닐거야."

"중대장님이 보고하라고 하지 않았나?"

"준우아", 그는 담배를 엄지와 검지로 쥔 채로 풀밭에 내려놓았다. 목소리는 사뭇 농담 끼가 없었다.

"?", 나는 어리둥절하게 되물었다.

"준우야, 인생 편하게 사는 거야. 구지 남 일 신경 쓰지 말고,"

"하지만 그래도..."

"사랑과 정의의 용사야? 아니잖아?"

비명소리는 점점 날카로워졌다. 하지만 어딘가에 막힌 듯, 꿈틀거렸다. 목가적이던 공기는 어느새 무겁게 변했다.

"알겠어." 내가 그렇게 말하자, 유 이병은 담배를 다시 입술에 갔다댔다.

"그렇게 사는 거야. 우리 같은 소시민은." 그의 가벼운 미소는 전과 많이 달라보였다.

한동안 계속되던 버둥거리던 울부짖음은 경쾌한 총성과 함께 끝났다.

다음날 아침, 중대 부근에서 인민군 군복을 입다만 여인이 발견되었다.

이곳저곳 옷은 꾸겨지고, 머리는 헝클어지고, 피부엔 멍이 있었다.

군사경찰의 조사결과는 자살이었다.

 

찝찝한 마음으로 짬밥을 먹으려더니 속이 편치 않았다.

하지만 옆에서는 그걸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유민호 이병은 옆에서 신나게 떠들고 있었다.

"...그랬구나. ! 근데 어제 상병님, 한 건 하지 않았습니까?"

", 그거! 월척이었지. 다음 생에도 잊을 수 없는 맛이었어." 털보에 덩치가 큰, 유 이병 앞에서 침을 튀기며 웃고 있는 그이는, 최제우 상병이다.

"진짜요? 그럼 정확히 표현을 하자면?"

"힘들게 살았을 것 같은데, 피부는 무슨 비단처럼 보드라운데...."최 상병은 운을 띄우자,

"보드라운데!"라며 유 이병을 포함한 3명이 함성 비스름한 것을 질렀다.

"비단처럼 보드라운데, 속은 진짜... 주름도 짜글짜글하지, 살면서도 적당히 탱탱하고..."

그렇게 최제우 상병은 무언가에 심취한 듯 열변을 토해냈다.

최 상병의 열변에 모두 입꼬리가 헤 올라가며, 낄낄거렸다.

", , 근데 너는 한 걸 어떻게 알았어?" 한참을 미소를 짓던 얼굴에는 서늘함만이 있었다.

"어제, 담배 피우다가, 하는 거 들었어요. 정말 꼴리게 해서... 그래서 어젯밤에..." 유 이병은 최 상병의 그런 표정에 맞장구를 쳐주다가, 소심스런 비밀을 말하는 거 마냥 목소리를 낮추더니,"...그래서 좀 했어요." 하며 마저 못 터트린 웃음보를 터트렸다.

"이 새끼 나보다 더 돌아버린 양반이구먼, 야 근데 니 담배 친구는?"

"비열한 짓 하지 말라고 했죠."

얼어붙었던 최제우 상병의 표정은 녹듯 풀렸고, 나에게 웃으며 물었다.

", 아다땠냐?"

나는 약간 머뭇거리면서 말했다.

"저 게이에요."

다들 정신없이 웃고 그랬다.

그런 가운데 유 이병은 넌지시 말했다.

"설리 가지고 딸치던 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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