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창작] 처녀작앱에서 작성

마오쩌동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12.13 19:28:32
조회 1368 추천 5 댓글 7

브릿지에도 올리고 갑갤에도 올리고 이곳저곳 올려서 허벌창남
와 이제 이거 쓴지 5년 되어가네 ㅁㅊㄷ ㅁㅊㅇ

예전에 갑갤에서 한국군의 대민지원만 부각되어있고 이점이 뭔가 미화되어있고 상황에 맞지않는다는 말이 있어 다시 고쳐봄
잘보면 한국군의 통치도 북한 주민의 입장에서 보면 마땅치는 않고, 애국가나 태극기에 대한 반감과 북한 당원들을 연행한 대신 임용된 남한 출신 공무원들에 대한 반감 등 여러모로 삐걱거리는 모습등 너무 한국군 북진뽕만 빤건 아닌 모습들이 나와있긴 함
그래도 더 하드코어하게 써보긴 했지만.... 아무튼 피드백 줘 시벌
아참 코렁탕은 밑층 102호 주인집에 주시면 됩니다
수고하십셔^_^777


"척척척 발걸음, 우리 김대장 발걸음, 2월의 정기 뿌리며..."

소년은 노래를 부르며 들판 한가운데로 난 신작로를 걷고 있다. 풀을 먹어 빳빳한 붉은 스카프에 겨울바람이 와 닿으면서 비명을 질렀다.
강냉잇대를 추수하고 남은 들판에는 미처 베다못한 강냉이대가 밤새 내린 눈을 뚫고 삐죽하니 튀어나와 있고, 군인 몇명이 쑥색무늬의 얼룩덜룩한 잠바를 입고 자동보총을 매고 -이런 풍경에 어울리지 않을 꼬락서니로- 경계근무라는 이름으로 들판 가장자리 신작로 양옆에 서있다가, 가끔 검문이라는 이유로 지나가는 행인들을 붙잡아 여행증을 들여다 보곤 했다.
마을 어귀에 들어선, 정문 현관의 초상화를 떼어낸 흔적이 어색하게 남은 면 인민위원회 건물위에는, 이들이 새로 달아놓은 태극기가 흰 페인트 자국이 말라붙은 게양대끝에 매달려 허옇게 늘어져 있었다.

면 인민위원회와 군인들이 보이자 소년은 노래를 멈춘다.
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바로 저 면 인민위원회 앞 게시판에 가사쓰인 대자보가 나붙고, 소학교에서도 합창을 시켜가며 가르쳤던 이 노래가, 이제는 더이상 부르면 안되는 노래가 되었기 때문이다.


얼마전 소년은 북과 남이 통일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나 그 이야기를 전해주던 면당위원장과 여맹위원장, 근처 인민군대 군관까지. 모두가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통일 이야기를 듣기 두어 주 전, 아직 약하게나마 남아있던 가을 햇살이 불어오는 북풍에 맥을 추리지 못하고 모습을 감출 때의 일이었다. 영용한 인민군대가 저 남반부의 군사분계선 인근에서 미제의 사주를 받아 준동하는 남조선 괴뢰군부대를 향해 멸적의 불벼락을 날려주었다고, 지금 어두운 표정을 짓고있는 면당위원장이 자전거까지 타고 와서 기쁜 목소리로 전해주었었다.
그리고 며칠 후, 미제의 식민 통치하에서 핍박받고 억압받는 남조선 인민들을 해방시키기 위해 인민군 부대가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영광스러운 보도가 나오기 시작하였다.
영광의 새 소식이 들리자 집집마다 붉은 노동당기와 *홍람오각별기가 걸리고 사람들은 일제히 김일성 장군 만세를 불렀다.
그러나 북남통일이 이루어질것이라는 기대는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마을 어른들은 모이면 모일수록 흉흉한 소식만을 전해주기 시작했다.
날이 가면 갈수록, 점차 믿을수 없는 흉흉한 소식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남조선군대가 어데까지 완?"
"저 사리원까지 왔다데."
"사리원? 아, 사리원은 발쎄 지났디. 저 피양[平壤]은 금방이구 박천까지 왔다고 남조선 방송에서 그랬댔어."

남조선 군대가 점점 다가올 수록 사람들의 사이에서는 흉흉한 소식만이 나돌기 시작했다.
어른들이 하는 말 중에서는 남조선 사회에선 남남북녀라는 이야기가 널리 퍼져 있다고했다. 자본주의적 물욕과 탐욕에 찌든 남조선 여자들이 눈이 높아서 남조선남자들과의 혼인을 꺼려하는 까닭에 남조선 남자들은 북조선 여자에 대해 환상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니 곧 남조선 군대가 들어오면 여자에 눈이 뒤집힌 남조선 군대는 술에 잔뜩 취해서 사방에 총을 쏘며 여자 나오라고 소리를 쳐댈 것이다. 여자에 눈이 뒤집힌 남조선 군인들은 치마만 둘렀다면 팔순 노파부터 어린 소학생들까지 상관없이 모조리 범할 것이며, 또 북조선 남자들은 입을 막고 후환을 없애기 위해 모조리 총살한다는 말이 바람결과 함께 떠돌았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잔악한 남조선 군대는 아이들을 붙잡으면 나무에 매어놓고 이를 과녁삼아 보총 사격을 하는데 이것이 그들의 시간을 죽이는 낙이라는 이야기가 소년과 그 또래의 아이들을 괴롭혔다.

그런 흉흉한 소문들을 조금이라도 잠재워 보기 위해 도당 보위부에서 입단속을 위해 두어차례 보위지도원들이 드나들었고 면당위원장은, 영용한 인민군대가 저 백두산 천지부터 한라산의 백록담까지, 승리의 깃발을 앞세우며 전진하고 있다고, 틈만 나면 마을 사람들을 모아놓고 그 짧막한 모가지에 핏대를 세워가며 다그치다시피 말했지만 아무도 그 말을 믿는 사람은 없었다.
소년도, 세상이 바뀔것이라는 사실을 어렴풋하게 알고있었다. 그 사람들 사이의 헛소문이 한참 무르익어가며 고무풍선같이 부풀어오른 긴장감이 터지기 직전에, 아버지의 친구이자 같은 기업소에서 반장을 맡고있는 성일이 아저씨가 자전거까지 타고 와서 충격적인 소식을 전해주었던 것이었다.
대문간을 박차고 들어선 성일이 아저씨는 툇마루에 앉자마자 신발을 벗지도 않고 온 몸을 덜덜 떨어대기 시작했다.

"야 너 무슨 일이간? 아새끼레 뭔 마라리야 걸린 것 마냥... 야아, 냉수나 한잔 먹구 속 좀 차리라. 임자 게 물하나 떠오오."

어머니가 바가지에 물을 담아주자 아저씨는

"아즈마니(형수님), 일없소, 일없소. 일없수다레."

연신 손사레를 치며 치우고는

"아이고, 형님, 지금 이럴 시간이 없쉐다래. 아 기쎄, 형님은 그 남선군(南鮮軍) 아아들이 피양[平壤]에도 들어왔대는 얘기 못들었소?"
"뭐? 피양? 니 기거이 참말이니?"
"아이고 내 미쳈다고 거짓말 하갔소? 지금 남선군 아아들이 지금 피양에 들어왔소. 만수대구 뭣이구간에 사방팔방에 낯선 기빨(깃발)이레 걸리구, 남선군 아아들이 저 보위부를 장악해서 아 당간부건 일꾼이건, 당원은 닥치는대루 잡아다가 처넣구 있읍데다. 아이구 이레 세상이 바뀌었으니... 자, 못믿갔으문 보시요. 내 어데 거짓말을 하나 안하나."

그러면서 아저씨는 로동신문을 보여주었다. 평양 위의 평성(平城)서 사왔다는 신문은 중앙당과 원수님의 치적을 여러 페이지에 걸쳐싣던 평소의 모습과 달리, 그날 따라 한장짜리 호외로만 나와 있었다.
이것저것 활자를 끼워맞춰 제각각인 글씨에, 로동신문이라는 제호와 양옆의 노동당 구호가 무색할만큼 완전히 딴판인 내용을 담고 있는 호외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대한민국 국군이 평양에 입성하였다
만수대, 내각 등 괴뢰 파쑈통치기관들을 완전히 해방시켰다

여기는 평양이다.
남북통일의 민족적 장도에 나선 대한민국 국군은 ​김정은​ 역적패당의 극악무도한 남침도발에 맞서 반공격을 개시한지 단 열흘만에 대한민국 육군 수도사단을 필두로 하여 제 삼사단, 이십오 사단 군부대를 앞세워 평양시에 입성, 소위 혁명의 수도인 평양을 완전 해방시켰다.
입성한 부대들은 련못동의 파쑈 보위부 청사와 각 보안서에 정치범의 탈을 쓰고 억울하게 구금된 죄없는 인민들을 해방하고 김정은 파쑈 괴뢰통치배들의 소위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를 비롯하여 만수대, 내각, 조선로동당 중앙당 및 중요한 도로·교량·체신·철도 및 각 중요시설들을 완전히 해방시켰다.

오래 갈망하여 맞이하던 온 조선 인민의 해방자 대한민국 국군을 전체 평양 인민들은 열렬한 환호로서 환영하였다.
삼대에 걸쳐 조선인민을 착취하며 봉건 독재적 파쑈통치를 일삼던 북남 조선인민의 만고역적 김정은 역도들과 그 개들은 이미 27일 오전중에 평양시에서 도망하였다.
또한 평양시를 짓밟으며 ​김정은​의 개 노릇을 하여 조선인민을 억압하고 착취하고 있던 소위인민군 부대들은 우리 국군의 맹렬한 공격에 의하여 그 대부분이 섬멸되었으며 평양시부터 도주하였다.

지시를 절대 신임하라!
전체 평양 인민들이여!
대한민국 국군은 정의의 총검으로 평양시를 해방시켰다.
혁명의 수도인 평양은 완전히 조국통일의 수도가 되었으며 전체 조선인민들의 거리로 되었다.
이제 여러분들은 ​김정은​ 독재 파쑈정권의 사슬에서 해방되어 행복하게 살게 되었다.
이제 당신들은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태극기 기빨 아래 살게 되었다.
반동의 소굴이었던 치욕의 도시는 이제 진정한 인민들의 거리로 되었다.

전체 평양 인민들이여!
북남 통일혁명의 수도이며 당신들의 거리인 평양시를 질서정연하게 고수하라!
대한민국 군경의 지시를 절대 신임하고 반동분자들의 온갖 모략에 귀를 기울이지 말라!

반동들은 교묘하게 모략 선전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얼토당토않은 허위선전임을 이때까지의 경험을 통하여 당신들 자신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전체 평양 인민들이여!
반동들의 사보타지와 *데마 테로(테러) 방화 파괴 등에 최대의 경각성을 돌리라!
반동을 제때에 적발하라!
그렇게 함으로서 당신들의 손으로 혁명의 수도를 튼튼히 고수하라!

1. 대한민국 만세!
1. 전체 조선인민의 해방자이자 온 조선반도 통일의 주역, 경애하는 최고 령도자 (정떡) 대통령 만세!

신문지를 든 아버지의 손이, 방금 전의 아저씨의 그것처럼 말라리아에 걸린 것과 같이 떨리기 시작했다.
성일이아저씨가 다른 집에라도 들렀는지 호외의 소문이 마을 어귀에 퍼졌지만 보위부 사람들은 오지 않았다. 마을 어귀의 주소는 공화국 국기만을 나부끼며 조용히 멈춰 있었다. 툭하면 보위부에 냄새를 풍겨대서 마을 사람들에게 세빠또라 불리며 경원시를 당하던 철길건널목 옆 변전소 배전반의 김씨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그날.
면 인민위원회의 회색 시멘트 건물 앞에 사람들이 모였다. 반듯하게 다림질한 인민복차림의 면당위원장이 고별사를 읽기 시작했다.
비록 우리가 여러분의 곁을 떠나지만 인민은 가슴 깊이 어버이수령님의 은혜와 주체조선의 당위성을 간직하고 투쟁의 대오로 나서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소년은,

"아바지."
"왜."
"북남이 통일됐다는게 사실임까?"

마치 다짐이라도 받아놓듯 아버지의 인민복 소매를 잡아 끌었다.

"그렇다지."
"그런데 왜 위원장 아저씨는 웁니까?"
"그건.."
"말씀해 보시오."
"..."

아버지는 씁쓸하다는 듯 갈색의 인민복 주머니를 뒤져 담배를 꺼내려다, 다시 주머니에서 손을 빼고 차렷 자세를 취했다.
치마저고리를 입은 여맹위원장이 저고리 옷고름으로 눈물을 닦기 시작했다. 곧이어 군관의 고별사가 이어지고, 마을 사람들은 지시에 따라 하나둘씩 *초상휘장을 떼 자신들의 앞으로 돌려지는 작은 통에 담기 시작했다.
아버지의 가슴에 붙어있던 *쌍초상화의 초상휘장이, 아버지의 굵은 손가락에 떨어져 나가기 시작했다.
기업소에서 퇴근하신 아버지는 집안에서도 늘 초상휘장을 달고 있으셨고, 주무실때도 정중하게 초상휘장을 떼 머리맡에 놓고 주무셨다. 아버지의 입성은 꽤죄죄했지만, 쌍상이 박혀있는 붉은 초상휘장 하나만큼은 아버지의 가슴팍에서 언젠가 아버지가 가르쳐준 북극성 별빛처럼 빛나고 있었다. 이제, 그 초상휘장도 옛 일이 되었다.
마치 의장행렬이라도 거행하듯, 초상휘장을 담은 상자를 받잡은 인민군 병사들이 트럭에 올랐다. 남조선군 사령부에서 내려온, 18일 오후 2시까지 병영을 비우고 지정된 집결지로 가 투항하라는 지시를 따라야 했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트럭에 시동이 걸릴때까지 그들의 행동은 꽤나 분주해 보였다.

인민군 군관과 병사들이 트럭을 타고 떠난 직후, 마침내 그 남조선 군인들이 들어왔다.
깃발이 휘날리는"헌병"이라 쓰인 하얀 모또찌클(오토바이) 두 대를 앞세운 채로 트럭을 타고 흙먼지를 끌며 들어온 남조선 군인들은 제각기 어깨에 멸공, 통일이라 쓰인 노란 띠를 두르고 있었다.
군인의 어깨에 둘러진 띠에 박힌 "멸공"이라는 까만 두 글자 말에, 아버지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군인들이 탄 트럭이 마을 어귀에 멎자 마을사람들 중 누군가가 만세를 외쳤다. 그를 따라 마을 사람 몇몇이 만세를 외쳤다. 만세. 만세. 만세. 차의 시동이 꺼지자 다시 어느 누군가가 앞에 대한민국이라는 말을 붙였다. 대한민국 만세! 대한민국 만세.

트럭이 멎자 짐칸에서 군인들이 뛰어내렸다. 이상한 얼룩무늬 군복을 입고 *총창을 단 *보총을 든 군인들 몇명은 면당위원회 건물로 뛰어들어갔고 나머지 군인들은 파란 트럭과 노란 트럭에서 과자와 빵을 꺼내 마을 아이들에게 나눠주었다.
군인들이 무엇을 나눠주는 것에 마을 사람들은 지레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몰래 강냉이 영양단지에 들어가 강냉이를 뜯어가던 것들도, 돼지를 끌어갔던 것도 군인들이었다. 소년의 친구 성준이의 아버지는 수수를 가져가던 군인들이 쏜 총에 맞아 죽었다. 총을 쏜 군인들과 수수를 가져가던 군인들이 말뚝에 묶이고 총살당한 시체가 꼬박 사흘동안 구경거리가 되었지만 마을 주민들의 화는 풀리지 않았다. 그런데 얼룩무늬 군복을 입은 남조선 군인들은 목이 마르다고 하면 노란 트럭에서 큰 물병을 꺼내 안겨 주었고, 커다란 사탕 봉지를 뜯어 아이들에게 한주먹씩 나눠주기까지 했다. 그들은 마치 무언가를 주지 못해 안달이 난 모습같았다.

남조선 군인 한명이 소년에게 다가와 빵 한봉지를 건네 주었다. 얼결에 빵을 받아든 소년은 뜯을 생각도 없이, 얼룩무늬 군복을 입은 남조선 군인의 얼굴만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남조선 군인이 다시 빵을 빼앗아 포장지를 뜯고, 무언가를 꺼내서 소년의 볼에 붙여주었다.
풀칠을 하지 않았음에도 볼에 착 달라붙은 그림에는 이상한 고양이인지 개인지, 모를 머리카락 난 짐승이 그려져있었는데, 소년이 그러고도 빵을 먹지 않자 남조선 군인이 다시 빵 한귀퉁이를 떼서 우물우물 씹기 시작했다. 마치 독약이 들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제야 소년은 빵을 먹기 시작했다. 그때 소년에게 빵을 준 군인의 *철갑모에는 작대기 네 개가, 어깨에는 초록색 견장이 붙어 있었다.

곧이어 왁자지껄하는 소리와 함께 면 인민위원회 건물안에 들어간 군인들이 면인민위원회 당원들을 앞세워 나오기 시작했다. 줄줄히 뒤통수에 손을 얹고 나온 당원들을 군인들이 거칠게 몸수색을 하기 시작했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공화국이 대전을 해방시키고 부산으로 진격중이라며 기세등등했던 당원들은 풀죽은 얼굴로 양 팔을 들고 남조선 군인들의 몸수색에 따르기 시작했다.
아이들에게 빵과 과자를 나눠주던 군인 한명이 끌려나온 면당위원장을 권총 든 손으로 불러세웠다.

"선생님이 여기 면당위원장입니까?"
"예, 그렇습네다."

군인은 들고있던 권총을 허리에 찬 권총집에 쑤셔 넣고 건성으로 거수경례를 올려붙이며,

"육군 제 XX사단 제 2중대가 선생님과 당원여러분의 신병을 인수합니다. 이제부터 선생님과 여러분은 포로로 분류되며, 저희의 지시에 따라야 합니다. 그건 그렇고, 저거 왜 안내렸습니까."

군인의 손가락 끝은, 면 인민위원회 건물의 옥상 위에서 펄럭이는 공화국의 홍람오각별기를 가리키고 있었다.

"아직 시간이 없었댔습니다."
"모든 것을 정리하시고 인수인계할 준비를 마치시라고, 저희가 군당(郡黨)을 통해서 분명히 시간을 드리지 않았습니까? "
"2중대장님. 이거 죄송하게 됐습네다. 사실은 얼마전에 군당으로 나가는 전화선이 남선군 포격으로 파괴됐습네다. 그래서 군당하고의 연락이 잘 되지 않습네다. 이해해 주십시오."

기세등등했던 면당위원장은 젊은 군인 앞에서 고개숙여 빌기 시작했다. 이를 바라보던 군인은 머쓱한듯 아이들을 아들던 다른 군인들을 불러세우고는,

"알았습니다. 야 거기 손호준이 이리 와 봐!"
"병장 손호준."
"호준이 너네분대에서 애 한 두세명 빼서, 저거 빨랑 내리고와라."
"예 알겠습니다."

군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군인 두어명이 다시 면 인민위원회 건물 안으로 모습을 감췄고, 그들이 옥상에 모습을 나타냈을때 옥상에 걸린 홍람오각별기가 내려지기 시작했다.
깃발이 내려가자 마을 사람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내려가는 깃발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표정은 각자 제각기의 모습을 띄고 있었다.
허탈감과 분노, 슬픔.... 어쩌면 이 모든것이 한데 범벅이 되어 얼룩진 표정일지도 모르는 것이었다.

"철민아, 게 똑똑히 보라."

뒤에서 손을 뻗어 소년의 뺨을 감싸고 있던 아버지가, 소년을 향해 귓속말로 속삭였다. 국기대의 꼭대기에서 드높이 펄럭이던 공화국 국기는 이제 채 반도 남지 않았다.
공화국의 국기가 내려간다. 수령님이 교시하신 자랑스러운 깃발이 내려간다.

"장백산 줄기줄기 피어린 자욱, 압록강 굽이굽이 피어린 자욱, 오늘도 자유조선 꽃다발 우에 역력히 비춰주는 거룩한 자욱..."

매일 월요일 아침마다 국기대에 국기를 올리며 부르던 이 '김일성 장군의 노래'도 더이상 부르지 못하겠구나.
소년은 내려가는 국기를 보며 공연히 지난날의 기억을 떠올려보는 것이었다.

아래로 내려가던 깃발이 국기대에서 완전히 내려지자 군인들은 깃발을 내려 아래로 던졌다. 붉고 푸르른 공화국 국기는 휴지조각처럼 구겨져 아래로 떨어졌다.
곧이어 새 깃발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하나는 붉은 색과 푸른색으로 나뉘어 으르렁대는 붉은 원에 검은 막대들을 덧그린 흰 바탕의 깃발이었고, 하나는 초록색 바탕에 새싹이 그려진 노란 원이 들어간 깃발이었다.
공화국 국기가 내려갈때는 열중쉬어 자세를 하고있던 남조선 군인들이, 새 깃발이 올라가자 일제히 보총을 올렸다. 소년에게 빵을 쥐어주었던 녹색 견장의 군인도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거수경례를 하고 있었다.

"니미, 마을 자체가 헐어빠졌는데 새마을은 해서 무엇하간."

소년의 아버지가 나부끼는 초록색 깃발을 보며 한 말이었다.
곧이어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사람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건물 현관의 캐노피에 매달린 군인 한명이 김일성 장군의 초상화를 떼어 아래로 내동댕이 친 것이었다.
그렇게 소년은 김일성과 작별했다.

새 봄이 찾아오면서 많은 일들이 바뀌고 있었다.
이제 우리나라의 이름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아닌 대한민국이고, 상학 중 김일성 장군에 대한 내용은 더이상 배우지도, 가르치지도 못하게 되었다.
군대와 함께 들어선 새 정부는 당분간 계엄령 하에서 과도적으로 군정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공화국 시대에는 모든 상황에서 군을 앞세운다고[先軍] 했는데, 이번에 새로이 들어선 남조선 군대는 아예 군대가 직접 통치를 한다는 것이다.

새 깃발이 올라간 면당 사무소에는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왔다. 남조선 군인들처럼 매끈한 새 말을 쓰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눈에 선 정장 차림으로 일을 했고 물자 배급이나 현물세 수취도 싹싹하지만 빈틈 없이 행동했다. 아버지는 현물세를 내고 오면서

"우악스럽게 빼앗아가면 반감이라도 생기지, 싹싹하게 예에 하면서 뺏어가니 어떻게 해야 하갔어. 다 내줄 수밖에."

라고 넋두리를 하곤 했다.
새롭게 들어선 남조선군의 군정사령부는 공화국 돈을 당분간 유지하기로 했다. 공화국 돈의 시세가 워낙 들쭉날쭉해서, 중국의 인민폐나 미국놈들의 딸라화가 주로 쓰이던것이 김정은 시대였는데, 새 정부는 간단하게 그동안 공화국 내에서 쓰이던 달러와 인민폐를 불법으로 간주했다. 어디서 구해놓은 인민폐를 바꿔 쌓아두고 연길사람들과 무역을 해, 마을사람들에게 팔며 근근히 살아오던 동네 아저씨가 남조선 군인들에 의해 새롭게 깃발이 바뀐 분주소에 끌려가 조사를 받고 왔고, 갖고있던 달러도 다 공화국 돈으로 바꿔 팔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야이 새끼야. 이게 불법인거 몰라? 계엄하에서 뭘 믿고 이딴식으로 구는 거야. 법도 안지키고 깝치다가 걸렸으면 주제를 알어야지, 내가 지금 너새끼 살릴라는거 보여 안보여, 왜 똥오줌을 못가려 이 새끼야, 어쭈 대답 안해? 그래 안그래 이 빨갱이 새끼야-"

깃발이 바뀌긴 했지만 분주소는 분주소였다. 보안원이 떠나거나 종파로 몰려 구류장에 들어앉은 대신 남조선 군인들이 대신 들어앉은 분주소에서 연이어 타작하듯 이어지는 *총탁세례에, 종내에는 그 꼴도 보기싫은 김가놈 얼굴이 그려진 공화국 오천원 짜리를 뭉테기로 던져주며 압수당하기 싫으면 넘기라 하는데 어쩔 도리가 없었다고, 아저씨는 어른들앞에서 돈뭉치를 만지며 울먹였다.

아직 과도기이기 때문에 모두가 참고 인내해야 한다고, 마을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지자 남조선 군인들은 쌀과 닭고기를 들고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설득하기 시작했다. 남조선 사람들도 늘어나는 통일세에 힘겨워 한다는 말에. 마을 사람들은 미심쩍어 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저들은 적어도, 과거 김정은 시대 면당 놈들처럼 무작정 참으라고 하지는 않았고, 무엇보다도 그들은 보총을 메고 집안에 들어왔으니 말이다.

남반부에서 새 교원이 왔다. 더이상 사람들은 남조선이란 말을 하지 않았다. 이제 북남은 통일이 되었기때문에, 남쪽을 남반부라고 부르라고 했다. 마찬가지로 남반부 사람들은 북반부를 북한이라고 부르지 않고, 북부지방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아무튼 남반부에서 새 교원이 왔다.

소년의 눈에 보기에도 새로 온 교원은 그동안 자신을 가르쳐 온 교원들과 뭔가 달라보였다. 단정한 정장차림을 한 교원은 칠판에 커다랗게 자신의 이름을 썼다.

오형태.

"여러분, 반갑습니다. 저는 서울에서 온 오형태입니다. 앞으로 한해동안 여러분을 가르치게 됐어요.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

교원의 말투는 너무나도 친절했다. 그동안의 교원.. 아니 교원새끼들은 저자에 비하면 한 도라꾸를 갖다 준대도 바꾸고싶지 않을 정도였다. 그동안 소년을 가르쳐 온 교원새끼들은 뭔가 하나같이 이상했다. 그놈들은 노력동원을 한다면서 자신의 집 텃밭을 갈게 했고, 기껏해야 김일성장군님 어린시절 책을 배껴 쓰게 했다. 그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소년이 생각을 하는동안 교원은 자신은 경기도 수원이라는 곳에서 태어났으며, 서울 서초구에서 대학을 마친뒤, 서울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통일을 맞아 북으로 왔다고 스스로를 소개했다.

사실 소년은 교원을 본 적이 있었다. 겨울내내 교원은,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취학가정의 아동들과 부모들을 설득했다.
남조선 교육은 썩었다, 아직 시국이 흉흉하다며 학교에 보내기를 꺼려하는 마을 사람들을 설득시키기 위해, 교원은 매일같이 군용 전투화를 신고 동네를 돌아다녔다.

"저 서울 여의도에 있는 국회, 그러니까 북조선으로 치면 최고인민회의에서 북조선 학생들에 대한 무상급식과 학자금 지원에 대한 특별법안이 만장일치로 통과가 됐어요. 이제 곧 해방군 군정청을 통해 포고가 될겁니다. 남조선 학생들도 북조선 학생들을 위해 학용품과 옷과 교과서를 보내줬구요."
"그 아직 전쟁이 끝나디를 않았는데 학교를 다녀 무엇 함매. 아직은 일 없수다."
"저희는 김가 놈들처럼 학생들을 농사일과 군수물자 지원에 동원하지 않습니다. 영양단지니 고철 수집이니 하는 데 학생들을 내몰지 않습니다. 학교는 공부만 하러 나와야 하는곳인걸요. 남조선 학교는 학생들이 스스로 공부만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가끔씩은 버스로 남반부 부산이나 서울이나 전주 같은 곳으로 수학여행도 갑니다."

그렇게 교원이 동리를 돌아다녔지만, 교실은 겨우 절반가량이 채워져 있었다.

"자, 여러분. 이제 통일이 되었어요. 남과 북이 하나가 되었단 말입니다. 비록 지금은 우리가 분단 아닌 분단상태를 유지하고 있지만, 세월이 흐르면 우리도 남쪽에 갈 수 있고, 남쪽 사람들도 이곳에 올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교원은 칠판에 그림 하나를 붙였다. 얼마전 면당위원회 건물에 내걸린 깃발과 똑같은 그림이었다.
그러고보니 소년이 학교 교문에 들어왔을때 봤던, 학교 운동장의 국기대에도 면당위원회 건물에 내걸린 깃발과 같은 하얀 깃발이 걸려 있었다.
교원은 분필을 들어, 그림 밑에 커다랗게 태극기라고 썼다.

"이게 우리의 새 깃발입니다. 이 깃발은 해방 전 조선 시대때부터 지금까지 써온 깃발입니다. 일제때 일제 침략자에 맞서 싸운 독립군들도, 이 깃발을 품고 만주벌판에서 죽어갔어요. 그만큼 우리의 역사적인 깃발입니다. 자, 목소리 높여 따라하세요. 우리나라 국기는 태극기입니다."
"우리나라 국기는 태극기입니다."

교원은 목소리를 높여서

"더 크게! 우리나라 국기는 태극기입니다."
"우리나라 국기는 태극기입니다."
"더! 우리나라 국기는 태극기입니다!"
"우리나라 국기는 태극기입니다!"

"잘했어요. 이젠 애국가를 배워봅시다. 애국가는 일본 제국주의자들이 이땅을 강제로 짓밟고 있던 시대인 1936년 작곡돼서 지금까지 불려져 온 역사적인 노래입니다. 여러분이 알고 있는 애국가보다 먼저 작곡됐기 때문에, 더 정통성이 있다고 할 수 있어요. 제국주의 침략자들에 맞서 싸운 독립운동가들도 이 노래를 불렀을 겁니다. 자, 각 분단별로 프린트물 뒤로 돌려요."

아침은 빛나라로 시작하는 애국가가 낮고 장중했다면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으로 시작하는 새 노래는 너무나도 높았다. 특히 마지막,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부분에서는 소년은 목을 쥐어 짜야만 했다.
이런 식으로 두어번 더 목을 쥐어짜고 나서야, 교원은 아이들을 하교시켰다.
학교에서 돌아온 후 소년은 기업소에서 퇴근한 아버지의 앞에서 쭈뼛쭈뼛 새 노래를 불렀다.

"우리 철민이 잘한다. 학교에서 그거 배웠네?"

'그 일' 전 중국에서 사온 발동기를 수리하던 아버지의 물음에 소년은 고개를 끄덕였다. 고개를 끄덕이던 소년은 갑자기 아버지의 옷소매를 잡아당기며,

"아바지."
"왜그러네?"
"저번에 통일 된다고 했을때는 말임다. 남조선 아아들이 우리 김일성장군의 노래를 부른다고 했었댔습니다. 근데 이게 뭡니까."

소년은 괜히 서글픈 감정이 들었다. 억지로 새 노래를 부르고 새 깃발을 흔들어야 한다는 사실이 믿겨지지가 않았다.

"대한민국이 뭡니까. 우리 공화국은 정말로 망한검까? 대통령이라는 사람은 누굽니까. 장군님은 어떻게 된 검까. 말씀해 보시오."

소년은 한방울 두방울 눈물을 떨어뜨리기 시작했다.

"철민아.그때 일은 다 잊어 버리라. 다신 오지 않을 일이다."

아버지는 구깃구깃한 붉은별 담배갑에서 한개피를 뽑아 물었다. 몇번이고 기름을 채워 어거지로 쓰고 있는 일회용 라이터의 기름이 바닥을 보이는지, 라이터의 불을 켜는 소리는 연이어 들려왔다.

"다 크면 알게 된다."

하고 담배를 피워물던 아버지가

"장~백산 줄기줄기~ 피어린 자욱~"

담배연기와 함께 낮은 목소리로 김일성장군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깜짝놀란 소년이 아버지를 바라보자, 아버지는 마치 어린시절 칭얼대던 소년을 안고 자장가를 부르던 때의 모양으로 씨익 웃음을 지어보였다.

"압록강~ 굽이굽이~ 피어린 자욱~"

밤에 순찰을 도는 남조선 군인들이 이 노래를 들을까, 부자는 목소리를 낮춰서 노래를 불렀다.

"그~이름도 그리운 우리의 장군~"
"그 이름도 빛~나는 김일성 장군~"
"되었다, 들어가 자자."

아버지는 남은 꽁초를 비벼 끄고는, 인민복 주머니에서 오십원짜리 지폐 두어 장을 꺼내 소년의 윗주머니에 넣어주고 건넌방으로 들어갔다.
멀리서 들려오는 야간통행금지의 사이렌 탓인지, 소년은 그날 밤늦도록 잠을 이루지 못했다.

양복입은 높은 사람이 학교를 찾아왔다. 과거 공화국의 교육성에 맞먹는 서울 밑 세종시의 교육부에서 내려온 장학관이라고 했다. 소년과 반 급우들은 이미 그 사람이 오실 줄을 알고 있었다. 얼마 전부터 미친듯이 교실을 쓸고 닦아댔으니 말이다.
교원을 따라 들어온 높은 사람은 소년을 지목했다.

"애국가 부를줄 알지요? 불러보세요."

책상 위에 낙서를 하고 있던 소년은 자리에서 일어나 쭈뼛쭈뼛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교실 칠판위 정중앙에 어색하게 내붙은 태극기와 대통령 초상화 아래서, 소년을 내려다보는 높은 분의 모습이 유달리 근엄해 보였다.

"아아~침은 빛나라 이~ 강산. 은~금에 자원도 가득한..."

양복입은 분의 얼굴이 이상하게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선생님의 표정도 떨리고 있었다.
소년은 그제야 노래를 바꿔서,

"도옹~해 무울과아~ 배액~ 두산이.."
"됐습니다."

얼굴이 한껏 일그러진 장학관은 신경질적인 표정으로 노래를 중단시켰다. 소년은 풀죽은 표정으로 자리에 앉자 장학관은 선생을 대신해 모두 집에 가도록 지시했고, 이미 아이들은 교실 밖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소년은 운동장에 서서 노을지는 해를 바라보고 있었다. 꽃이라도 몇송이 가져다 드리면 선생님의 화가 풀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민들레 몇송이를 꺾어 교무실로 향하기로 했다. 운동장에 울려퍼지는 국기하강식의 애국가를 뒤로하고 소년이 복도에 들어섰을때, 방금 전 그 분의 목소리가 크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아니, 오 선생은 도대체 애들 교육을 어떻게 시키는거요?"
"아직 시기가 과도기라.. 죄송합니다."
"과도기면 그만큼 더 신경을 써야지! 하여간 당신은 영 자질이 글러먹었어. 예전에 대학다닐때하고 함께 근무했을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여전히.."

그러자 갑자기 담임선생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아 맞아, 당신 나하고 동기였었지? 같은 학교에서 함께 근무했었고. 그치? 그때 당신 얼마나 개차반이었는지 기억 나지? 기억이 안날리가 없지. 나도 그때일 한번 까발라주까?
당신말이야. 여기서 학생을 가르쳐 본적이 없으니 배부른 소리만 하나본데, 여기서 빨간물 쏙 빼는게 얼마나 힘든지 알어? 70년 동안 따로 떨어져 다른 환경에서 산 사람들이야. 당신 거기서 펜대 굴리고 있을때 난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애들 학교 보내라고 구걸하듯 빌었어. 근데도 애새끼들이 반밖에 안오더라, 남조선 교육은 인민을 노예로 만들고, 미제가 시키는대로만 하는 노예교육이라더라. 알어? 이게 이 동네 사람들 대가리에 든 생각이야.
지는 허구한날 와이로 쳐 받아서 서랍 밑에 짱박아놓고선 마누라 하나 잘만나가지고 장인 빽으로 교육청 들어가놓고 뭐가 어쩌고 어째? 신경을 써?
애새끼들 앞에서 좆같은 똥가오쳐잡지 말고, 귀때기 안막혔으면 내 이야기나 똑바로 들어!
당신 대체, 이북 온 이유가 뭐야? 그 사변 터지기 전에 잘난 조선중앙방송에서 떠들어대는게 진짜인가 하고 확인해 보려고 온거야? 아니면 인터넷에서 본 뜬구름잡는 헛소리 듣고 환상생겨서 온거야,
그새끼들이 떠들어대는게 진짜 통일 이야기야? 김정은과 당간부들이 지들이 떠들어대고 지들이 믿는거 말고, 전 세계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하다못해 북한 주민들조차도 그말을 믿지 않아.
그게 그만큼 개소리라는건데, 그 뜬구름잡는 소리에 취해 와놓고 괴리감이 생기니 화풀이를 하고 있어?
이러라고 나라에서 당신 월급 줘가면서 선생시킨 줄 알어? 내말 못믿겠으면, 남북의 창은 그만두고라도 뉴스라도 좀 들여다 봐! 당신이 얼마나 바보같은 환상에 사로잡혀 있었는지 똑똑히 보게 될테니까!
왜, 여기 이북땅이 그렇게 떠들어대던 지상낙원이랑은 영 딴판이니깐 배알 좀 꼴리지?
이게 현실이야, 나도 당신에게 충고할 깜냥은 되지 않지만, 여기 왔으면 여기 현실에 적응을 해! 로마에 왔음 로마법을 따르란 말이야! 무슨 말인지 알아?"

말싸움은 꽤 오랫동안 들렸다. 선생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그 높은 사람의 목소리는 점점 낮아지기 시작했고 마지막엔 오선생, 우리 없던 일로 합시다 라는 풀죽은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잘 알아두라고. 나도 선생 자질이 그닥 뛰어나게 있지는 않지만 댁만큼은 아니니깐. 에이 씨발. 저딴 새끼가 교육부에 있으니 우리나라 교육계가 존나게 미쳐돌아가지....."

교실문이 드르륵 소리를 내며 거칠게 열렸다. 소년이 있는쪽으로 성큼성큼 다가오던 선생이 발걸음을 멈췄다.

"안가고 있었니."

소년은 선생을 향해 뛰어갔다. 저녁 노을에 길게 늘어진 두 그림자는 하나로 합쳐졌고, 선생의 품에 안긴 소년은 눈물을 떨어뜨리기 시작했다.

"선생님.."
"고생했다.

소년의 한방울 두방울 떨어지던 눈물은 끝내 흑흑거리는 흐느낌으로 바뀌었다. 소년의 눈물은 선생의 정장 앞주머니를 적시기 시작했다. 소년을 끌어안은 선생의 목소리도 물기에 흠뻑 젖어 있었다.

"괜찮다.. 아니..... 일없다 철민아. 일없다.."


끝.

- 光復香港 時代革命
자동등록방지

추천 비추천

5

고정닉 4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자동등록방지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말머리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2861 설문 어떤 상황이 닥쳐도 지갑 절대 안 열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5/20 - -
196 공지 [공지] 군사문학 마이너 갤러리 사용 설명서 [5] 런던사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10.17 491 3
65 공지 [유니버스 정리] [9] 군갤문학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02.10 2481 0
328 일반 전법륜경 진제(61.75) 01.29 33 0
327 일반 각종 sf군사 문학에서 다룬 디스토피아 시대가 열림 ㅇㅇ(39.118) 23.08.15 91 0
326 일반 중대장 마이너 갤러리가 신설되었습니다 ㅇㅇ(121.163) 23.06.06 70 0
323 창작 언론에서 발췌한 바다매 상호 연속 이착함 훈련 성공 발표 11(14.33) 22.07.16 176 0
318 창작 어느 회의 M8 크루세이더(14.33) 21.12.24 220 0
312 창작 이웃 바뀐 아프간 프롤로그 11(14.33) 21.08.30 304 0
311 일반 [군갤문학] 그날의 기억 ㅇㅇ(117.111) 21.08.25 543 2
310 창작 소설 투척합니다(자작) 소설(1.176) 21.07.14 209 1
289 창작 [단편] 여름은 덥다 -2- [1] Fia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4.05 503 1
288 창작 [단편] 여름은 덥다 -1- [1] Fia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4.05 566 1
275 일반 대강해라 ㅇㅇ(58.140) 20.10.01 374 0
274 창작 항복 [3] ㅇㅇ.(223.38) 20.09.29 1488 12
273 창작 파도 상륙함_에식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9.22 274 1
272 창작 집행 [2] 상륙함_에식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9.22 366 2
268 일반 낡은 방패연과 할아버지의 소원 [2] 마오쩌동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9.01 431 3
265 일반 즉석에서 쓴 습작 [3] 해붕이(119.192) 20.08.04 876 14
263 창작 사보타주 은발적안중졸빈유미소녀여중생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7.27 330 3
262 일반 대통령 특별담화(1) [3] senatu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7.16 1144 16
261 일반 부산에서의 마지막 날-프롤로그 [9] 밀덕후의 희망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7.10 1927 20
258 일반 우체부 주씨 마오쩌동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6.27 387 2
255 일반 [1] ㅇㅇ(110.70) 20.06.21 294 0
252 창작 죽음 [1] TCCC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6.16 392 0
236 창작 천리마는 달리고 있는가? (4) [4] 어린이회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3.27 1589 15
235 창작 천리마는 달리고 있는가? (3) 어린이회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3.27 586 0
234 창작 천리마는 달리고 있는가? (2) 어린이회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3.27 524 2
233 창작 천리마는 달리고 있는가? (1) 어린이회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3.27 939 8
231 일반 일한전쟁・일본해염상 #3. 내각회의 결정, 또는 제 6 공화국의 죽음. [1] ㅇㅇ(113.131) 20.01.02 564 0
230 일반 일한전쟁・일본해염상 #2. 상식 밖의 전쟁을... ㅇㅇ(113.131) 20.01.02 241 0
229 일반 일한전쟁・일본해염상 #1. 대일작전계획 6035 [1] ㅇㅇ(113.131) 20.01.02 499 0
227 창작 어느 응급구조사의 고백 [3] TCCC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12.16 629 2
225 창작 김노인 이야기 [3] 마오쩌동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12.14 512 6
창작 처녀작 [7] 마오쩌동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12.13 1368 5
221 창작 평양의 봄 - 5 [6] 박윾동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11.27 1921 13
220 창작 평양의 봄 - 4 [2] 박윾동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11.20 1517 13
219 창작 폭발이 멎은 후엔-9(完 [2] 쌰아★아쯔나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11.19 640 3
218 일반 폭발이 멎은 후엔-8 쌰아★아쯔나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11.19 325 0
217 일반 폭발이 멎은 후엔-7 쌰아★아쯔나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11.19 250 1
216 일반 폭발이 멎은 후엔-6 쌰아★아쯔나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11.19 247 0
215 일반 폭발이 멎은 후엔-5 쌰아★아쯔나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11.19 383 0
214 창작 폭발이 멎은 후엔-4 쌰아★아쯔나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11.19 278 0
213 창작 폭발이 멎은 후엔-3 쌰아★아쯔나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11.19 293 0
212 창작 폭발이 멎은 후엔-2 쌰아★아쯔나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11.19 342 0
211 창작 폭발이 멎은 후엔-1 쌰아★아쯔나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11.19 695 1
210 창작 평양의 봄 - 3 [5] 박윾동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11.13 1190 13
208 일반 머냐 이 갓갤은 ㅇㅇ(203.226) 19.11.07 245 1
207 창작 평양의 봄 -2 [4] 박윾동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11.07 1453 10
206 창작 평양의 봄 [6] 박윾동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10.30 3195 23
204 창작 재경험 TCCC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10.26 267 1
202 작품부 PJ의 수기 TCCC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10.22 222 2
199 창작 내안에서의 싸움 TCCC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10.17 262 0
123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