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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째서 사진을 싫어했나

ㅇㅇ(175.206) 2023.06.12 23:37:02
조회 29 추천 0 댓글 0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아마 고등학교를 들어가기 직전까지.


나는 내 모습이 사진에 비추어지는 것을 꽤나 싫어했었다.


아마 꽤나 복잡하게 여러 이유들이 상호 작용을 했으리라 생각이 든다.



가장 우선적으로 나는 피사체가 되어 사진에 비추어진 내 모습이 너무나도 부끄러웠다.


사춘기 시절 특유의 감성이었을까.


주변 친구들도 사진에 찍히는 것을 그리 달가워하지 않았고, 나도 그것에 동조했었다.


그리고 어쩐지 모르게 찍힌 사진을 바라보고 있자면, 아무 생각 없이 헤벌레 웃고 있는 모습이 나이에 맞지 않게 퍽이나 유치해 보였던 것 같다.



그와 동시에 사진 속 내가 누군가에게 관찰의 대상이 되는 것이 생각보다 불쾌하게 다가왔던 것도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는 적어도 내 삶에 있어서 항상 관찰자로 있고 싶어 했던 것 같다.


바깥에서 내가 모르는 누군가가 날 지긋이 쳐다보면 기분이 나쁘다.


나라는 존재가 관찰자에서 순식간에 관찰의 대상으로 변절되어버리니 당연히 기분이 상할 수밖에 없다.


내 삶에서 난 항상 관찰자로 있으려 하기에 아주 짧은 일순간이어도 그 시간이 썩 좋지 않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러한 생각도 고등학교를 올라가며 점점 꺾이기 시작했다.


사람은 유기적으로 작용하며 살기에 관찰자와 관찰 대상, 두 가지 성질을 모두 품고 산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세상엔 나만 사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셀카는 거의 찍지 않아도, 이젠 단체사진엔 거리낌 없이 얼굴을 내미는 내가 완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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