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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Aeternus Mi Amor - 11

만사형통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3.15 07:03:31
조회 683 추천 12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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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보기(조아라) - http://www.joara.com/literature/view/book_intro.html?book_code=14274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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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번 시간에는 5등급 이상의 위험 생물들에 대해서 배울 예정이다. 모두 교과서를 펴도록."



어두운 금발과 군데군데 희끗한 흰 머리가 눈에 띄는 마물학 담당 선생, 세바스찬 비스룬드는 언제나처럼 수업을 시작했고 나름대로 열심히 학생들에게 마물과 관련된 여러 지식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지독히도 재미없는 그의 수업방식과 느릿느릿하고 크기도 애매한 목소리 때문에 때문에 지금 일어나 있는 학생들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는 점 정도일 것이다.


지금 깨어 있는 학생들 다섯 명 중 두 명은 꾸벅꾸벅 졸고 있고, 완전히 깨어 있는 셋 중 둘은 서로 작게 접은 종이 쪽지를 던지며 장난을 치고 있었다.


마지막 남은 한 명과 눈이 마주친 세바스찬 선생은 그 학생의 눈빛에 담긴 열정에 살짝 미소지으며 다시 칠판에 무언가를 적었다.



"사실 5등급 이상으로 지정된 생물들은 매우 극소수이기 때문에 그리 어렵진 않다. 가장 대표적인 마물은 드래곤이 있지. 압도적인 마력, 그리고 크기, 인간과 다르게 독자적으로 발전시키고 계승해 온 마법에 대한 지식들까지. 어쩌면 용 중에서도 고룡들은 인간 이상의 지성체일지도 모른다. 일단 이 부분 필기해 놓거라."



열심히 세바스찬 선생의 가르침을 필기하는 볼프강은 마물학에 대한 학구열로 그 나름대로 불타고 있었다.


자신이 사는 왕국 옆에 있는 출입금지 구역인 '어두운 숲' 에 들어가 매일 처음 보는 생물들을 관찰하고 지켜봐 온 그는 평소 공부와는 담을 쌓고 있었지만 신기하게도 마물학에 대해서는 매우 흥미롭다는 생각이 들고 있었다.


게다가 볼프강에게는 아주 작은, 아니. 자기 혼자만 작다고 착각하고 있는 비밀이 있었다. 바로 어렸을 적 숲에 처음 들어갔던 날, 숲의 조금 깊숙한 곳에서 아주 작은 새끼 드래곤을 발견했었고, 이곳저곳 상처를 입은 것 처럼 보이는 그 작은 드래곤을 어린 마음에 서툴기 그지없는 손놀림으로 치료해 준 적이 있다는 것.


그 연분홍빛 비늘과 작고 날카로운 발톱, 생명을 가득 담은 것 같은 눈동자까지. 그 용의 존재만으로 행복했던 볼프강은 그것을 치료해 준 이후로 완전히 빠져들어 버렸고 며칠간의 치료가 끝나자 홀연히 사라진 드래곤을 찾지 못한 나머지 한동안 제대로 밥조차 먹지 못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치료해 줬던 드래곤은 어디로 간 것일까, 나를 기억하기는 할까 하는 생각이 잠시 볼프강의 머릿속에 감돌았지만 이내 그는 필기를 하기 위해 잠념을 털어내기로 하며 손에 든 펜에 집중했다.



".... 자, 그럼 드래곤에 대한 건 이쯤 설명하고, 드래곤 이외에는 딱히 위험한 생물들은 없다. 단, 우리 차원의 생물들에 제한된 이야기지만 말이다. 교과서 317 페이지를 펴라."



아직 수업을 들을 생각이 있긴 한 몇 안 되는 학생들은 교과서를 뒤적거리며 페이지를 펼쳤고 세바스찬 선생이 말한 페이지에는 온갖 기괴하고 모독적인 형상의, 동물도 식물도 아닌 말 그대로 형언할 수 없는 무언가들이 그려져 있었다.


스쳐 지나가듯 보기만 했을 뿐인데도 불구하고 속에서 쓴물이 올라오게 만들 정도로 혐오스러운 교과서 안의 삽화에 학생들은 몸서리쳤고, 세바스찬 선생은 그런 학생들을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살짝 끄덕이더니 다시 설명을 시작했다.



"너희들이 만약 차원학이나 이계 탐구에 대한 수업을 듣는다면 그것들을 매일 질리고 넘치도록 볼 수 있을 거다. 제대로 된 형체조자 잡혀 있지 않고, 습성 또한 불규칙하며 혐오스럽기 그지 없는. 마치 악몽을 꾼 어린아이가 그린 그림같이 생긴 이 녀석들을 통틀어 이계의 것들이라 부른다. 이것들의 가장 큰 특징이라 함은 접촉한 자들에게 치명적이고 돌이킬 수 없을 정도의 정신적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인데, 그것 때문에 차원학이냐 이계연구학을 전공한 녀석들은 정상인이 거의 없다. 사실 알고 보면 흑마법 이상으로 위험한 학문이 바로 차원과 관련된 것들이지."



교과서와 선생님의 말을 정리해 노트에 필기하던 볼프강은 문득 머릿속에 리히터가 스쳐 지나가듯 떠올랐다.


만약 선생님이 말하신 것이 맞다면, 날이 가면 갈수록 더욱 짙어지던 그의 다크서클과 깃펜을 드는 것조차 힘들어하던 몸상태도 설명이 되었다. 어쩌면 그 날카로운 성격과 편집증적인 태도 또한 그것 때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조금이라도 쉬자고 권유 해야겠다 생각하며 필기를 마친 볼프강은 깃펜을 내려놓은 다음 다시 선생님의 설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오늘의 수업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지. 자는 애들은 알아서 깨게 냅둬라."


"수고하셨습니다..."



수업 시간이 끝나자 세바스찬 선생은 아직 깰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다른 학생들을 둘러보며 한숨을 내쉰 뒤 수업 종료를 통보한 다음 교실을 나갔다.


굳은 팔다리를 쭈욱 뻗으며 기지개를 편 볼프강 또한 세바스찬 선생을 향해 대답한 다음 필기도구와 교과서를 챙기고 숙소로 향했다.


오늘은 너무 힘들었다 한탄하며 걸음을 옮기는 볼프강은 등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지자 뒤를 돌아보았고 그의 뒤에 서 있던 건 손에 무언가를 쥐고 있는 뮤리엘이였다.


그녀의 표정은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 듯 별로 좋지 못했다. 언제나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던 평소와는 달리 슬프고 우울해 보이는 그녀의 표정을 마주본 볼프강은 조심스럽고 걱정이 묻어나는 말투로 말을 꺼냈다.



"뮤리엘, 무슨 일이야?"


"이거, 떨어뜨렸어."


"아니, 그거 말고. 너에게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묻는 거야."



볼프강은 자신이 떨어뜨린 잉크 병을 내민 뮤리엘에게 다시 한 번 물었고 그러자 뮤리엘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어깨를 들썩였다.


이내 그녀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나왔고 터져 나오려는 울음소리를 애써 참아내는 그녀를 보자 볼프강은 말 없이 뮤리엘을 안아 주었다.


잠시 울먹이던 그녀는 마치 쌓인 것을 터트리듯 속 마음을 털어놓았다.



"오늘.. 마법 실습을 했는데... 마력 조절에 실패해서 혼나버리고... 친구라고 생각했던 애들이 뒤에서는 안 좋은 소문을 이야기하고...."


"소문이라고? 대체 무슨 소문인데 그래? 어처피 헛소문이잖아."


"남자 선배들이 불러서 고백한 걸 거절했는데... 그것 때문에 내가 동급생이나 선배들에게 돈을 받고 그런 짓을 한다는 소문이 퍼져서...."



중간중간 목이 메이는 듯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하는 뮤리엘을 보자 볼프강의 이가 절로 악물어졌다.


대체 누가, 어째서 이런 헛소문을 퍼트렸을까. 아직 학교에 입학한 지 2주 남짓일 터인데도 불구하고 벌써 원한을 살 일이 뭐가 있단 말인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반드시 소문을 퍼트린 그 얼굴을 보고 싶다고 생각한 볼프강은 울음을 멈추질 못하는 뮤리엘의 등을 천천히 토닥였다.



"괜찮아. 그런 헛소문에 휘둘리지 마, 너답지 않잖아? 내가 아는 너는 언제나 자신감이 넘치고, 주변의 시선 따위에 신경쓰지 않는 당찬 여자인 줄 알았는데 말이야. 레티시아 가문의 차기 당주께서는 저런 헛소문에 휘둘리면 안 되시겠죠?"


"흐윽.. 고마워... 네가 없었으면 나는..."


"울지 말고. 자, 숙소로 돌아가자."



숙소로 돌아가는 그들의 발걸음은 무거웠고, 볼프강은 머릿속에서 천천히 생각을 정리했다.


뮤리엘의 성격 상 자신감이 조금 과한 모습과 태도를 보여주긴 할 테지만 고작 그것 가지고 이런 악질적인 소문을 퍼트릴 이유가 되진 않을 것이다.


게다가 이렇게 단기간에 '퍼졌다' 라고 표현할 정도라면 특별한 학생이 퍼트렸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나 빠른 확산이 되기 어려울 테니까.


당분간 그녀와 같이 다녀야겠다 생각하며 숙소의 문을 열자 다른 조 아이들에게 둘러싸인 요한과 리히터가 보였고 걱정의 말과 약을 가져오겠다는 이야기가 오가자 볼프강은 무언가 심각한 일이 있었음을 알아차렸다.



"무슨 일이야? 잠깐, 리히터 너 얼굴이 왜..."


"오다 넘어져서... 난 정말 괜찮아."


"거짓말 하지 마. 너무 티가 나잖아. 그리고 로브도 뭔가 이상해. 무슨 일이 있었어? 제대로 말해줘, 어서."



고개를 숙인 채 아무런 말도 없는 요한과 한쪽 볼이 붉게 물들어 있는 리히터를 보자 볼프강의 의심은 더욱 커지고 있었다.


게다가 리히터의 로브는 젖어 있었고, 이상한 냄새가 났다. 마치 과일 주스같은 냄새가 풍기고 끈적거리는 검은 로브를 보면 그가 곤욕을 치뤘음을 누구나 쉽게 예상할 수 있으리라.


계속되는 볼프강의 추궁에 입을 연 것은 요한과 리히터가 아닌 엘레나였다.



"같은 수업을 듣던 다른 녀석들이 요한에 대해 수근거리더라고. 여기저기 꼬리치고 다니는 어장관리 여자라고 말이야. 그걸 듣고는 이 멍청한 녀석이 달려들어서..."


"사과하라고 요구했을 뿐이야. 사실이 아닌 말을 다른 사람 뒤에서 말하는 건 나쁜 짓이니까."


"그것 때문에 여기저기 늘씬히 두들겨 맞았고, 녀석들은 쓰러진 이 놈의 로브에 주스를 부었어. 그것 뿐이야."



엘레나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볼프강의 주먹은 점점 강하게 쥐어지며 그의 속이 끓어오르고 있음을 암시했다.


이내 아펠린이 약이 담긴 상자를 가져왔고, 니콜라스는 리히터의 볼에 천천히 약을 발라 주었다. 연고가 닿을 때마다 움찔하는 것을 보아 아직 고통이 남아있는 듯 보이는 리히터는 애써 웃어보이며 요한에게 걱정의 말을 건넸다.



"괜찮아 요한? 혹시 녀석들이 다른 나쁜 짓을 하지는 않았지?"


"미안해요 리히터. 저 때문에 이런 짓 까지 당하고..."


"나는 괜찮아. 약을 바르면 흉터는 남지 않을 거고, 로브는 다시 빨아 입으면 되는걸."



리히터는 요한을 안심시키려는 듯 괜찮다 말했지만 그녀는 전혀 괜찮지 못한 듯 보였다.


얼굴에 고통스러운 죄책감이 묻어나는 요한은 잠시 혼자 있고 싶다는 말만을 내뱉은 채 밖으로 향했다.


그녀의 뒤를 쫓으려던 리히터는 따라오지 말라는 그녀의 강한 외침에 발걸음을 멈춘 채 그 자리에 멈춰 서 버렸다.


잠시 차가운 정적이 기숙사 안에 감돌았고, 그렇게 밤은 천천히 다가와 빠르게 깊어져만 갔다.


-


'리베르트 가문인데 어째서 리히터 따위와 같이 다니는 거야? 아무리 봐도 이상하잖아."


'우리와 같이 다니자. 저런 녀석보다는 훨씬 나을 거야.'


'역겨운 리히터 녀석이 너를 더럽히려는 거야. 속아서는 안 돼. 우리가 널 구해 줄게.'


"나는 그저.. 모두와 함께 잘 지내고 싶을 뿐이였는데..."



숙소 앞 정원의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은 별들을 바라보던 요한은 오늘 그녀가 들었던 말들을 다시 곱씹으며 슬픔에 잠겨 있었다.


한때 그녀가 그 무엇보다도 자랑스레 여겼던, 자신의 가문이 이제 와서는 마치 자유를 얽매는 족쇄가 되어 버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자 갑작스레 모든 것을 전부 벗어던지고 싶다는 충동이 들고 있었다.


하마터면 울음을 터트릴 뻔 했던 그녀는 갑작스레 뒤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눈물을 삼키며 뒤를 돌아보았다.



"제가 혼자 있고 싶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어째서 따라오신 거죠?"


"네가 너무 힘들고 외로워 보였어. 머리는 따라가지 말라고 해도, 몸이 말을 안 듣더라고."



리포지션 포션의 효과 때문에 성향이 반대가 되어 버린 영향인지 평소의 음침하고 날이 서 있는 듯한 표정이 아닌, 밝고 따뜻한 미소를 짓고 있는 리히터는 요한의 곁에 다가와 그녀가 보고 있던 밤하늘을 함께 바라보았다.


잠시 짧은 침묵이 흘렀고, 서늘한 밤바람이 그들 사이를 가르자 먼저 입을 연 것은 요한 쪽이였다.



"저는... 모두가 사이좋게 지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리히터 당신도, 볼프강도, 뮤리엘도, 그리고 그 밖의 모든 학생들도... 다 같이 친구가 될 수는 없는 걸까요? 어쩌면 제가.. 헛되고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을 꾸고 있는 건가요?"


"나는 잘 모르겠어. 하지만 네가 원하는 대로 된다면 세상은 훨씬 더 좋은 곳이 될 것 같아."


"리베르트 가문은 모두의 평등과 박애주의를 설파하기 위해 힘쓰고 있죠. 하지만 지금 생각하니,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궁금하네요. 사람들은 이렇게나 서로를 미워하고 시기하며 타인을 갈라놓기 위해 힘쓰고 있는데. 이게 옳은 일은 맞겠지만 과연 가치가 있는 것일까요?"


"그것도 나는 잘 모르겠어. 이건 아무래도 이런 나보다는 똑똑한 나에게 물어보는 게 나을 것 같아."



미소지은 리히터는 품 속에서 백색 액체가 찰랑이는 약병을 꺼냈다.


요한은 그 내용물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아챌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마시면 복용자가 받고 있던 모든 마법적 약물의 효과를 제거하는, 흔히들 마법 중화제라 불리는 약물이였다.


분명 평소 리히터였다면 자신의 성격이 바뀌자마자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그것을 들이켰을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그가 중화제를 마시지 않았는지 요한은 의문이 들었고, 리히터는 그런 그녀의 의문을 알아챈 듯 조금 슬픈 얼굴을 지었다.



"내가 왜 이걸 안 마셨느냐고? 왜냐하면.. 내 날카로운 성격만 아니였다면, 타인과 잘 지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욕심 때문에 그랬어. 보다시피 처참히 실패했지만 말이야. 아무래도 이런 약물 따위로는 리히터라는 저주를 지울 수 없었나 봐."



말을 마치자마자 병의 마개를 열고 내용물을 입 안으로 들이부은 리히터는 잠시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뱉으며 머리를 부여잡았지만 이내 긴 숨을 내뱉으며 고개를 들었다.


다시 언제나와 같은 그의 얼굴로 돌아온 것을 본 요한의 얼굴에는 미소가 피어올랐고. 음침하고, 날카로우며, 차가운 얼굴을 한 리히터는 잠시 눈을 감으며 생각하더니 생각을 마친 듯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라. 네가 꾸고 있는 꿈은 헛되고도 헛된 망상과도 같다. 모두의 평등과 박애주의가 무조건적으로 옳다고도 할 수 없고, 모두가 친구가 될 수는 없을 것이며, 너의 가문이 하는 짓이 가치가 없을지도 모를 일이지."


"그럼 저는.. 대체 어떻게 해야..."


"방금 말했을 텐데.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만약 모두가 사이좋게 지내고 싶다면, 그러나 그럴 수 없다면. 적어도 타협할 수는 있지 않겠나? 세상의 모두에서 자신의 주변 사람들 정도로 범위를 좁힐 수도 있을 것이고, 네가 원하는 사람들만 친하게 지낼 수도 있겠지. 가장 중요한 건 어디까지나 너다. 가문의 일이 어쨌든, 꿈이 헛되고 이루어질 수 없든,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한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뭐가 더 필요하지?"



무덤덤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음색으로 충고하는 리히터를 보자 요한은 그에게 살짝 웃어 보였고 미소지은 그녀의 눈에는 천천히 눈물이 고이고 있었다.


타인을 위해, 모두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라 가르치는 리베르트 가문의 촉망받는 인재로써 교육받던 그녀에게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해라' 와, '가장 중요한 건 너' 라는 말을 가르쳐준 것은 그가 처음이였기에. 그녀의 눈에서는 눈물이 멈출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울지 마라, 다 큰 아가씨가 징징 짜고나 있다니. 창피하기 그지없군. 그리고 거기 쥐새끼들마냥 숨어있지 말고 이만 나오는 게 어때?"


"... 언제부터 알고 있었어? 나름 잘 숨었다 생각했는데."



볼프강과 뮤리엘은 머쓱한 미소를 지으며 나무 뒤에서 천천히 몸을 드러냈고 요한은 다급히 눈물을 닦아냈다.


네 명은 잠시동안 그저 밤하늘과 은하수, 이따금씩 떨어지는 유성만을 지켜보았고 잠시 어색한 분위기가 흐르자 그것을 환기시키려는 듯 볼프강이 대화의 운을 띄웠다.



"이렇게 별이 반짝이는 걸 보니까, 집이 생각나. 거기서는 잠이 안 올 때면 몰래 집 밖으로 나와서 별을 보고는 했었는데 말이지."


"네가 살던 곳은 어떤 곳이야? 갑자기 궁금해졌어."


"딱히 자랑할 만한 곳은 아니야. 농부들은 농사지으며 가축을 기르고, 사냥꾼들은 이따금씩 사냥을 나가서 돌아올 때 사냥한 전리품들과 고기들을 한가득 가져오고, 경비대는 하루 종일 할 일이 없어서 하품이나 푹푹 쉬어대는... 좋게 말하면 평화롭고 나쁘게 말하면 재미없는 곳이지."



미소지으며 추억에 젖어있는 듯한 얼굴로 설명하는 볼프강을 보자 다른 세 명은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설명을 잠시 멈춘 볼프강은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하더니 나머지 셋에게 질문했다.



"나는 어렸을 때, 마을을 지키는 경비대가 되고 싶었는데. 지금 생각하니까 너무 꿈이 작은 것 같네. 너희들은 뭐 되고 싶은 것이나 이루고 싶은 거 있어?"


"전에 말했잖아. 레티시아 가문의 가주가 될 거라고. 옛날부터 지금까지 쭉 가지고 있던 꿈이야. 반드시 이루고 말 거고."


"그럼 가주가 되면 그 이후에는 어떻게 할 건데? 가주가 되고 끝이 아니잖아. 할 일이 엄청나게 생길 거라고."


"그 뒤는.. 딱히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당황하며 말 끝을 흐리던 뮤리엘은 이내 생각에 잠긴 듯 했고 볼프강은 미소짓고 있는 요한을 바라보았다.



"요한, 너는 혹시 뭐 가지고 있는 꿈 같은 거 있어?"


"네. 저는 나중에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단 둘이서 오붓하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것 외에는 달리 없는 것 같네요."



확실히 누구나 한번쯤은 꿀 법한 행복한 소망에 볼프강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으로 볼프강의 은근한 기대를 담은 눈빛은 리히터를 향했고 이내 모두가 그를 바라보았다.


갑작스레 세 명의 눈빛 세례를 받은 리히터는 불쾌한 듯 얼굴을 찡그렸다.



"내가 어째서 알려줘야 하지?"


"에이, 다들 말해줬는데 혼자만 안 말할 거야?"


"맞아. 분위기 깨지 말고 말해 보라고."


"정말 궁금해서 그래요. 한 번만 이야기 해 주세요."



혀를 찬 리히터는 잠시 깊게 생각하는 듯 하더니 기대에 찬 세 명의 눈빛을 보고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마침내 그가 고개를 끄덕이자 나머지 모두는 그의 말에 집중하고 있었다.



"아직 이 대륙에는 리히터의 잔재가 많이 남아 있다. 특히 그들이 만든 교단과 단체, 그리고 위험하기 그지없는 이계와 차원에 대한 정보들이 말이야. 나는 그것들을 모두 없앨 거다. 역병을 흩뿌리고 종말론을 설파하는 교단을 해체시키고, 그 우두머리들을 없애며. 리히터 가문이 가지고 있었던 모든 지식들을 말소하는 것. 그게 내가 간절히 바라고 이루고 싶은 소망이다."


"당신이라면 꼭 할 수 있을 거에요. 만약.. 나중에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언제든지..."


"필요 없어. 이건 나 혼자만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일이야. 아직 내가 마지막에 없애야만 하는 건 특히나 더 그렇지.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거든."


"대체 뭘 없애야 하는 건데?"



못 참겠다는 듯 다그치는 뮤리엘의 질문에 리히터는 대답 대신 자신의 머리를 톡톡 두드렸다.


가장 이계와 차원에 대해 잘 알고 있고, 리히터 가문이 가지고 있었던 방대하고도 위험한 지식을 습득했으며, 마지막 리히터의 피를 가지고 있는 자기 자신. 이 자리에 있는 모두는 하버트 웨스트 리히터가 가장 마지막에 없애야 할 것으로 자기 자신을 꼽았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잠시동안 침묵이 감돌았고, 볼프강과 뮤리엘의 표정은 점점 굳어 갔다. 그리고 무엇보다 요한의 얼굴은 모든 것을 잃은 것 같은 절망을 담고 있었다.



"... 일단 돌아가자. 밤바람이 더 차가워지기 전에. 감기라도 걸리면 귀찮아지잖아?"



먼저 말을 꺼낸 볼프강을 시작으로 모두가 숙소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듯 하고 있었지만 발걸음을 옮기는 요한의 손은 천천히 떨리고 있었다.


주먹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가자 요한은 알 수 없을 감정이 담긴 눈으로 리히터를 바라보았고, 그렇게 침대에 들어가 모두가 잠들 때까지도 요한은 리히터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



"어리석은 놈, 기껏 성검을 내어 주었더니만... 그걸 그깟 돈 몇 푼에 팔아치우다니. 내가 아무래도 사람을 잘못 봤나 보구나."


"어쩔 수 없잖아. 성검이랍시고 가지고 있어 봐야 나는 쓸 줄도 모르는걸. 나에게는 이런 일이 어울려."



눈처럼 흰 백발과 새벽녘 이슬을 겉에 머금은 잔디 같은 녹빛 눈동자를 가진 한 남성은 자로 옷감의 길이를 재며 대답했다.


그 대답을 들은 여성은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콧방귀를 뀌더니 소파에 앉았다. 열어 놓은 창문으로 들어온 한 줄기 바람이 그녀의 분홍빛 머리칼을 스치자 그녀의 아름다움은 한층 더 도드라졌다.



"보아하니 그 돈을 가지고도 제대로 된 배필 하나 구하지 못한 모양이구나. 정말 글러먹은 수컷이라고밖에는 생각되지 않는군."


"흠.. 아직 마음에 드는 여자를 찾지 못했거든. 뭐하면 확 너와 결혼해버릴까?"


"... 멍청한 녀석! 누가 너와 결혼한다고? 꿈도 적당히 꾸거라!"


"하하, 농담이야. 너무 그렇게 자극적으로 반응하진 말라고."



여성은 새빨개진 얼굴을 한 채 버럭 소리쳤고 남성은 여유롭게 그녀의 거절을 흘려 보냈다.


잠시 생각하는 듯 보이는 여성은 등에 달린 날개를 퍼덕거렸고 머리에 난 뿔과 흔들거리는 꼬리로 보아 그녀가 인간이 아님을 쉬이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남자는 그녀가 인간이 아님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용기내어 한 고백이 거절당했다는 사실에 씁쓸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 나는 그대와 연을 맺을 수 없다. 나는 드래곤, 고고하고 위대한 종족이니라. 인간과 연을 맺는 것은 엄연한 금기이기 때문에..."


"그런 것 치고는 이미 서로 다 해 본 사이잖아? 네가 정말 금기 운운하는 딱딱한 여자였다면 다시 내 눈 앞에 나타나지 않았겠지. 침대 위에서 그렇게 귀여운 소리를 내지도 않았을 테고 말이야. 안 그래?"



능숙한 솜씨로 옷감을 가위질하며 자신의 말에 반박하는 남자를 본 여성은 말문이 막힌 듯 잠시 입을 다물었다.


잠시동안 방 안에는 천을 자르는 가위의 소리를 제외하면 침묵과 정적으로 가득 찼고, 그것을 깨트리는 것은 용의 위엄 있지만 떨리고 있는 목소리였다.



"나도 그대와 함께하고 싶다. 그대와 부부간의 정을 나누고, 사랑을 속삭이며, 함께 낳고 기른 자식들과 모두 영원히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어찌 없겠는가."


"그럼 하면 되잖아? 나는 기다리고 있을 거야, 언제까지고."


"그럴 순 없다. 말했듯이 나는 용 중에서도 고룡이다. 나에게는 그저 기분좋은 봄날의 달콤한 단잠 같은, 아주 짧은 찰나의 시간일지라도 그대에게는 영겁과도 같은 시간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느 날 그대가 사라진다면, 아주 짧은 시간을 함께하고 결국 다른 하찮은 인간들과 같이 죽음을 맞이하여 더는 나와 함께할 수 없다면... 나는 더 이상 살아갈 수 없다. 알고 있는가? 그대가 없는 세상은 나에게 티끌만큼의 가치도 없단 말이다."



소파에서 천천히 일어난 여성은 말 없이 옷을 재단하던 남자의 등 뒤로 천천히 다가가 그를 안았다.


남자의 심장에서부터 울려퍼지는 고동이 느껴졌다. 뜨겁게 타오르고 요동치는 이 심장도, 언젠가는 늙고 쇠하여 제 몸 하나 겨누기 어렵게 될 것이라 생각하니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왔다.


그녀의 말을 부정할 수 없었다. 종족의 차이는 메꿀 수 없다. 자신의 행복만을 위해 남겨진 자의 슬픔을 이해하려 하지 않는 것은 최악의 불한당이나 할 법한 짓이라 생각했기에, 남자는 필사적으로 자신에게서 떠나가려는 그녀를 붙잡을 수 없었다.



"그럼 가. 내 앞에서 사라지고 다신 나타나지 마, 영원히.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결국 서로를 잊지 못할 테니까."


"그럴 수는 없다. 이미 나는 그대에게 모든 것을 바치기로 맹세했다. 용의 맹세는 깨트릴 수 없으니, 나는 언제나 그대와 함께할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할 거지? 이 하찮고도 하등한 인간 따위와 아주 짧은 시간동안 함께한 다음, 내가 죽으면 그 의미없는 생을 계속 이어갈 생각이야?"


"자결할 거다. 방금 말했지 않느냐. 그대가 없는 세상 따위는, 하찮고 의미없는. 파도가 치면 스러질 뿐인 모래성과도 같다고."



그녀의 말을 들은 남자는 빠른 속도로 뒤를 돌아 그녀를 마주보고는 팔을 강하게 붙잡았다.


그의 힘 따위는 드래곤인 그녀에게 개미만큼이나 하찮았다. 하지만 그녀는 벗어날 수 없었다. 지금 그녀는 고룡이 아니라 그저 한 여자일 뿐이였기에.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만을 바라봐주길 원하는 마음만이 존재했기에 그녀는 자신에게 분노하는 남자의 손아귀에 저항하지 않았다.



"웃기지 마... 그렇게 죽고 싶다면 내가 지금 죽여주겠어! 사랑하는 사람에게 죽는 거니까, 괜찮겠지? 안 그래?!"


"상관없다. 그대가 나를 죽여준다면, 그리고 그럼으로써 나를 영원히 기억해준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내 목숨을 가져가도 좋다. 그러나 지금은 그대와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크구나."



가위를 위협적으로 목에 들이댔지만 오히려 덤덤하게 대꾸하는 그녀를 본 남자의 손에서 힘없이 떨어진 가위는 바닥에 부딪쳐 금속성의 소리를 냈다.


힘없이 바닥을 향해 내려가는 팔과. 눈에서 볼로, 볼에서 바닥을 향해 흐르고 떨어지는 눈물을 보자 여성은 천천히 그것을 손으로 닦아 주었다.



"왜 울고 있느냐. 그대는 내가 함께하길 바라지 않았는가."


"이건 옳지 않아. 나는 행복하게 자식들과 네가 보는 앞에서 눈을 감겠지만, 너는 나 같은 하찮은 남자 때문에 네가 가진 그 오랜 수명을... 남아있는 모든 시간들을 의미없다고 생각하게 되어 버리잖아. 나는 네가 너만의 행복을 찾았으면 좋겠어. 나 같은 하찮은 필멸자가 아니라, 더 좋은 남자.. 그러니까 같은 드래곤이라도 만나고, 그 녀석과 자식들도 가지고... 그렇게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기를 바란단 말이야."



진심이 담긴 걱정어린 남자의 말이 계속됨과 동시에 여자의 표정은 점점 더 어두워졌고,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화가 크게 난 듯 보였다.


남자가 말을 마치자마자 갑작스레 그녀는 남자를 덮쳐 바닥에 넘어뜨렸고 그의 손가락을 잡아 입 안에 넣어 깨물었다.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는 남자를 완전히 무시한 채 그녀는 그를 몰아세우듯 쏘아붙였다.



"지금 감히 하찮은 필멸자 주제에 고룡의 선택에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인가? 지금 당장 내게 죽고 싶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되겠지?"


"그래, 죽여. 지금 날 죽이고, 영원히 잊어버려. 이렇게라도 네가 날 잊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만 있다면... 이 하찮은 목숨은 몇 번이고 줄 수 있어."



진심으로 화가 난 듯한 그녀는 한 손으로 남자의 목을 움켜쥐었다.


인간의 것이 아닌, 용의 손과 손톱에 목이 붙잡힌 남자는 받아들이겠다는 듯 아무런 저항도, 움직임도 없었다. 그저 눈을 감은 채 가만히 누워만 있을 뿐이였다.


만일 그녀가 힘을 조금만, 아주 조금만 준다면 남자는 죽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녀는 힘은커녕 남자에게 그 어떤 해도 입힐 수 없었다.


마침내 그의 목을 놓은 그녀는 손가락을 튕겼고, 그 소리가 울려퍼지자 허공에는 종이 한 장이 나풀거리며 그들에게 떨어졌다. 남자가 어리둥절하며 그것을 읽을 새도 없이 종이를 잡아챈 그녀는 피가 흐르는 남자의 손가락을 종이에 찍어 붉은 지장을 남겼다.


붉은 지장이 남은 종이는 이내 푸른 불꽃에 휩싸이더니 재조차도 남지 않고 말 그대로 사라져버렸고, 그 모습을 어리둥절하게 바라보던 남자는 용이 자신에게 선언하는 모습을 그저 바라만 볼 뿐이였다.



"그대는 나의 것이다, 이제는 영원히 도망칠 수 없다. 우리는 영원히 함께할 것이니, 그대는 이 운명을 거부하려 몸부림쳐도, 자비를 간절히 애원해도, 격렬히 저항하더라도 운명의 사슬을 끊어낼 수 없으리라."


"방금..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진짜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제부터 영원히 함께할 것이라는 사실이 아니겠는가. 앞으로 우리가 살 집부터 고르도록 하지. 둘이 같이 살기에 이 곳은 너무 허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레오폴드?"



드래곤이라는 종족은 욕심쟁이다. 그들은 금은보화, 귀중한 무구, 그 밖의 온갖 아름다운 것들을 탐하고 언제나 그들의 마음 속에는 그들이 내뿜는 브레스보다 훨씬 더 뜨겁게 타오르는 욕망의 불길이 존재한다.


고룡의 소유욕은 인간이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더 위험하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그런 사실을 알 길이 없었던 레오폴드는, 어리석게도 눈 앞의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과 함께한다는 사실에 눈이 멀어 그녀의 집착을 간과하고 있었다.


언젠가 이 선택이. 이 계약이 자신의 영혼조차도 묶어 놓을 것이라는 사실을 꿈에도 모른 채 레오폴드 슈나이더는 불어 오는 따뜻한 봄바람을 느낄 뿐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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