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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테라 공성전 : 종말과 죽음] 4: xxi 어둠의 왕

말카도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5.16 20:4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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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xxi

어둠의 왕



올은 스스로가 가라앉고 있음을 느낀다. 지금까지 자신을 지탱했던 희망과 결단이 점차 빨려 나가는 느낌이다. 긴 시간 동안 참아온 피로가 밀물처럼 밀려온다. 불타는 옥좌가 흡사 재처럼 내던지는 빛의 조각들이 그의 주변을 감싼 공기를 눈부시게 빛낸다. 날것의 힘이 솟구치는 끝에, 거대한 옥좌실의 아치가 삐걱거리는 소리를, 진동을 온몸으로 느낀다. 격정 속을 한 줄 실타래처럼 흐르는 아스트로텔레패스들의 순수한 노래가 들려온다.


“내가 아니면, 누구도 볼 수 없을 것이니.”


불칸이 올에게 말한다.


“더 이상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더냐?”


올은 고개를 젓는다.


“그렇다면 네 목적도, 존재도 보증할 수 없겠군.”


불칸은 다시 입을 연다.


“나는 네가 그저 방해자에 지나지 않는다고 여기게 되었다. 게다가, 유감스럽지만, 너의 동기 역시 의심스럽다.”


라자가 상자를 열고, 불칸은 물건을 살핀다. 신비한 아엘다리 도구, 실타래 공, 수제 타로…


“이게 무엇인지 설명할 수 있겠나?”


불칸의 손에는 의식의 검이 들려 있다.


“그냥 돌칼입니다, 전하.”


올은 조용히 답한다.


“나는 돌과 바위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없다. 광물계의 모든 원소를 알고 있지. 하지만 이것은 그 이상의 무언가를 품고 있군. 깊은 그림자를 가진, 추악한 무언가가 있구나.”

“저 또한 충격을 느꼈습니다, 전하.”


하산이 대꾸한다.


“특별한 악의가 담긴 유물로 보입니다.”


불칸은 의식의 검을 오래 들 생각은 없다는 듯 다시 무효화 상자에 넣는다. 그리고는 리투의 낡은 카드 덱을 꺼내 카드를 한 장씩 넘기기 시작한다.


“전하, 그 카드 세트에서 특정한 한 장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러한가?”


불칸이 생각에 잠기며, 넘기는 것을 멈춘다. 그가 한 장의 카드를 찾아낸다.


“그러합니다. 카드를 무작위로 뽑아내다 발견했습니다-”


불칸이 카드를 들어 보인다.


“너희가 아는 상징이더냐?”


불칸은 일행 모두에게 묻는다.


“개념인가? 아니면 좀 더 큰 의미를 이해하느냐? 그 이름이 적의 입술 위에서 떨리고, 웹웨이의 기둥을 따라 울려 퍼졌다.”

“이름이라고요?”


올이 묻는다.


“어둠의 왕.”

“뭐라고-”

“그 이름이 말해졌다고요?”


리투가 혼란스러워하며 입을 여는 순간, 악타이가 말을 끊어낸다.


“거의 후렴구처럼 반복되더군. 알고 있느냐?”

“그녀를 믿으셔선 안 됩니다, 전하.”


악타이에게 질문을 던지는 불칸을 라자가 제지하려 한다.


“대답할 것이다.”


불칸은 악타이를 응시하며 일어나라 명한다. 악타이가 일어서고, 캇 역시 그 옆에 선다. 


“이 이름을 알고 있느냐? 진정한 의미를?”


악타이는 눈을 가린 채인 머리를 기울인다. 고통, 아니면 어떤 종류의 정신적 전투를 벌이며 힘겹기라도 한 듯이.


“우리의 말, 우리의 언어로는 아닙니다. 하지만 혀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닌 비물질계의 언어라면 알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어둠의 왕’을 부르고자 하신 것입니까?”


올이 듣기에는 완전히 같은 소리와 음가를 가진 단어였을 뿐이다. 하지만 마법사가 그 단어를 뱉은 순간, 갑자기 그 이름이 날카롭게 들여왔다. 캇은 몸을 떨고, 올은 존이 움찔하는 것을 느낀다.


“같은 구절일 텐데.”


하산이 입을 연다.


“아니오.”


악타이가 받아친다.


“이름에는 힘이 있고, 변할 수 있습니다. 의미가 뒤바뀌고 변할 수 있지요. 한 가지가 다른 것으로 변하는 것은 가능한 일입니다. 이 문구는 우리에게 그저 단순할 의미일 뿐이지요. 하지만 다른 곳에서는 그 의미가 매우 다르고 구체적입니다.”

“어떤 장소를 말하는 것이냐?”


불칸이 묻는다.


“워프에서는 그렇습니다, 전하. 예언만이 내다볼 수 있는, 가능성의 해결된 바 없는 영역에서는 그렇지요. 시간이 다해가는 날들의 날에. 오직 별들의 빛에 의해… 그 말이 입 밖으로 나왔다 하셨습니까?”

“그렇다. 인장관과 내 아버지 모두 입 위에 담았다. 그 단어가 종말과 죽음을 상징한다 하더구나.”

“그 이상입니다.”


악타이가 답한다.


“어둠의 왕은 그 이상의 의미를 담았지요.”


다시 그 단어가 악타이의 입술 밖으로 나온 순간, 올은 부드러운 피부 위에 면도날이 오가는 듯한 느낌을 공기 중에서 느낀다.


“오 제기랄.”


존이 중얼거린다.


“저 단어가 나올 때마다…”

“뭔가?”


올이 묻는다.


“그러니까 저는, 저 여자가 말하는 걸 들을 수 있습니다. 저 망할 입술이 꿈틀대는 꼴도 다 보이고요. 하지만 그 문구 아래, 다른 의미가 더 숨겨져 있어요. 아엘다리의 메아리가, 그리고 다른 제노 어휘의 메아리가 느껴집니다. 마치 모두가 같은 의미의 단어를 가졌거나, 아니면 수많은 의미가 하나로 응축된 것 같이 들리는군요.”

“대체 무슨 말이오?”


하산이 쏘아붙인다.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게 좋을 거요. 그는 언어역학자고, 그에게 말은 살아있는 생명체나 다름없으니.“


올이 하산에게 일러준다.


”의미를 설명해 주시오.“


하산이 묻는다. 존은 무기력하게 어깨를 으쓱일 뿐이다.


”불가능합니다… 그저 필연적인 느낌과… 멸종일 뿐.“


리투가 자리에서 일어선다.


”프라이마크 전하.“


그의 목소리가 부드럽게 깔린다.


”그 카드는 제 덱에 없던 카드입니다. 저는 그 카드를 몇 년째 소유하고 있었습니다. 제 여주인으로부터 받은 선물이었지요. 그 카드의 앞면과 뒷면 모두를 압니다. 하지만 그 문양이 새겨진 카드를 본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이 궁전에 왔을 때, 그런 카드는 제 덱에 없었습니다.“


불칸이 카드를 보며 인상을 찌푸린다.


”하지만 분명히 같은 손으로, 같은 스타일로, 같은 재료로 만든 카드가 확실하다. 선택받은 이여, 판독관(Cartomancer)들과 예견자(Scryer)들에게 검사를 요청하도록. 그리고 너는…네가 아는 바를 전부 즉시 말하도록.“

”전하.“


악타이는 마지못해 입을 연다.


”어둠의 왕은… 인간 이전의 시대에 처음 쓰인 이름입니다. 그리고 모든 종족의 예언자들이 자발적인 예언 속에 말해 온 이름이지요. 새로이 도래할 신을 상징하는 이름입니다.“

”신이란 존재는 없다!“


라자가 조소한다.


”당신은 바보니까요.“


악타이가 라자에게 말한다.


”아엘다리의 몰락 이전까지, 카오스의 네 번째 힘이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카오스의 신들은 번식하고 번식하여 폭풍처럼 천공을 따라 퍼져나갔죠. 그들은 차례로 태어났지만, 모두가 영원을 따라 존재해 왔습니다. 그들에게 시간은 어떤 의미도 없습니다. 아엘다리의 몰락은 목마른 그녀의 탄생을 초래한 것이 아니라, 단지 그녀의 출현을 이끌었을 뿐이지요. 카오스의 사악한 존재도, 지각하는 힘이 빚은 신성한 힘이건, 모든 신이 마찬가지입니다.“

”목마른 그녀는 지각력을 갖춘 한 온전한 문화의 죽음에서 태어난 존재입니다.“


존이 끼어든다.


”이는 모든 진보한 종족, 사이킥 종족의 필연적인 결말입니다. 그리고 어둠의 왕은 저희가 맞이할 운명이지요. 이 전쟁은 충성파와 반역파의 싸움이 아닙니다, 전하. 테라와 인류에 대한 카오스의 정복 전쟁도 아닙니다. 아버지와 아들이 벌이는 전쟁도 아닙니다. 이것은 그저 파멸의 승리일 뿐입니다. 호루스와 황제가 빚은 갈등은 극한에 이르렀고, 우리 역시 저주받은 아엘다리와 같은 운명으로 나아갈 뿐입니다. 인류는 피의 분노, 역병, 폭력적인 변이, 눈먼 욕망에 사로잡혀 종족이 태어난 순간 당겨진 불길 속에서 죽어갈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 문명의 잿더미에서, 부서진 은하계는, 호루스가, 새롭고 진정한, 끔찍한 신으로서 비상하는 것을 보게 될 것입니다.“


악타이는 몸을 떨며 고개를 다시 숙인다. 옆에서 캇은 절망적인 충격을 담아 올을 바라본다.


”진실을 말하고 있어요.“





올라니우스와 친구들 사이드 스토리, 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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