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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문학] 아논바이러스

사탕수수농장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11.03 22: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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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이 있는날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면 아논은 어김없이 나를 따라온다, 몇번이고, 몇번이고, 차갑게 대하고 거리를 두려 했지만 자존심도 없는지 계속 따라왔다. 



"소요링~ 오늘도 안 놀아 줄거야?"


"소요링이라 부르지마..... 그리고 아논은 눈치가 없는걸까나~"


"에~ 여기서 눈치 채야할게 있었어?"


"..............."



눈치도 없고, 마음대로 들이대는 상황에서 나는 무엇을 해야할까........ 받아주는 척 하면서 다시 차갑게 대하면 이번에야 말로 나한테 다가오는 것을 멈추게 될까?



"좋아, 하지만 나는 피곤하니까 집으로 바로 돌아갈거야, 올려면 와도 좋지만 우리집에 와서는 물 한방울 휴지 한장도 쓰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괜찮을까나~"


"소요링~ 집으로 초대해 주는거야? 기뻐!"


"에........"



오히려 기뻐하는 표정을 보고 있으니 페이스에 말리는 것 같다, 저 모습은 연기일까......... 진심일까....... 혼란스럽지만 넘어가 줄 생각은 없다, 나와 아논은 집 근처로 별 대화 없이 향했고, 아논은 편의점에서 물건을 산 뒤에 집으로 들어왔다.



"소요링~ 저녁 먹을 시간인데 도시락 같이 먹을래? 두개 사왔는데 헤헤...."


"괜찮아... 먼저 먹고있어"



아논은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미소 지으며 베란다로 나가 식사를 시작했다, 이쯤 되니 아까 했던 말은 접어두고 전자렌지에 라도 돌려줄지 생각 했지만 그만 두기로 했다, 나 혼자 주방에서 제대로 된 식사를 준비하여 먹고, 홍차로 입가심을 하는 동안에도 아논은 라운지에 앉아밤 하늘을 보고있었다.



"아! 소요! 이거봐~ 별이 정말 많지?"


"그렇네"


"같이 보자!"


"그래"



거리를 두고 앉아, 밤 하늘을 한번씩 보면서 아논이 거는 대화는 단답형으로 성의없이 받아쳤다, 그래도 아논은 뭐가 좋은지 싱글벙글 하며 나와 조금씩 거리를 좁혔다, 늘 이런식으로 재멋대로 행동하니 어디서든 미워하는 사람이 생기는 거라고 얘기하고 싶었지만 그냥 그만두기로 했다, 결국 아논은 그렇게 한시간 정도를 곁에 있다가 여전히 미소지으며 밖으로 나갔다.



"다음에 보자! 소요링~"


"밤길 조심하고"



'.......................................'



시간을 보니 저녁 아홉시....... 자기엔 이른시간이고, 무언가 하기에도 애매한 시간이라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생각했다, 내 스스로에 대한 감정을...... 나는 내 영역을 침범하는 사람을 극도로 싫어한다, 내 영역 안은 좋아하는 것 들로만 채워야한다, 나머지는 적당히 거리를 두며 적당히 나와 적이 되지 않을 정도로만 지낸다, 하지만 아논은 나 스스로가 뒷걸음 질을 쳐도 계속 내 쪽으로 다가온다, 나는 '크라이식' 을 잊지 못 했다, 아논은 원래 있던 멤버들을 다시 모으기 위한 수단으로 조력 했을 뿐 친해질 생각도 가까워질 생각도 없었다, 하지만 사키의확고한 마음을 확인해 버린 현제에서 그 미련을 끊을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닐까....... 모르겠다..... 


하지만 곱씹으면 곱씹을 수록 최근 아논에게서 이상한 감정을 느끼게 되었다, 싫고 짜증나면서도 이렇게 혼자 있게 되면 생각나는 그런 감정..... 그동안 내가 봐 왔던 사람들은 귀찮아서 적당히 거리를 두면 자연스레 멀어졌다, 구태여 이렇게 까지 쌀쌀맞게 사람을 대한 적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아논은 내 마음을 알면서도 계속 다가오고있다, 그 의도조차 모르겠다, 나한테 바라는 것이 있는걸까.



#



몇주가 지났다, 아논은 여전히 나에게 다가온다, 그리고 자연스레 집으로 가는 나를 따라오고있다.



"뭘 자연스럽게 따라오고 있는거야?"


"헤헤..... 하지만 소요링 이랑 있으면 즐겁거든~ 어떻게 안되려냐?"


"후...... 마음대로 해."



이 상황이 즐거울 리가 없다, 계속 화를 내기는 커녕 웃기만 하는 아논 때문에 내 마음이 불편해 지기 시작했다, 계속 인상 쓰는 것도, 분노를 느끼는 것도 뭔가 지쳐간다, 오늘도 아논은 집 근처 편의점으로 향한다, 우리 집에서는 그동안 내가 말  한대로 물 한방울 휴지 한장 쓰지 않았다, 오늘은 그냥 내 마음 편하자는 생각으로 아논의 손목을 잡고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식사와 차를 대접했다, 태도는 그대로 차갑게 유지했지만 아논은 몇주동안 보여준 표정중 제일 밝은 표정으로 나에게 미소지었다, 나는 아논의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아서 식사가 끝난 이후 소요에게 따라오라고 손짓 한 뒤에 라운지에 자리를 잡았다. 



"소요, 무슨 할 얘기라도 있는거야?"


"아논은 왜 나랑 친해지려 하는지 궁금해져서~"


"동료니까"


"이렇게 싫어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차갑게 대하는 데도 내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얘기해야 할까나~"


"그래도 상관없어! 나말이지 이렇게 밖에 사람을 대하지 못 하니까 미움 받더라도 소요가 받아줘서 기뻣어....! 최근에 들어와서 이전 밴드 멤버들 간의 유대 같은거 잘 모르겠고, 공감도 가지 않아........ 하지만 MYGO의 멤버로서 소요한테 인정받고 싶었어...... 과거는 과거고, 지금은 지금이니까 거리를 계속 두더라도 계속 그만큼 다가가면 괜찮아 질 거라 생각했어, 그런데 역효과가 난 건지 사실 지금은 모르겠어...."


"왜 나 같은거 한테 인정을 받고 싶은건데?"


"나에게 있어서 소요는 '나 같은게' 아니니까! ...... 소중한 사람이니까....! 더 가까워 지고, 더 친해져서 유대 관계를 가지고 싶으니까! ..... 미안해 소요, 나 추하게 눈물을 보이고 말았네..... 그냥 좋은 표정만 보여주고 싶었는데 감정이 격해졌나봐..... 오늘은 이만 가볼게...... 다음에 보자....."


"저기........."



아논은 내가 잡기도 전에 빠르게 밖으로 뛰어나갔다, 그리고 그제서야 나는 내가 잘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늘의 눈물을 보고 나서야 그동안 그 웃는 표정 속에서 얼마나 상처를 받았을지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나는 평소랑 다르게 확실히 선을 긋지 않고 여지를 남겨주었다, 그렇기에 아논도 포기하지 않고 다가온 것은 아닐까..... 


나는 '크라이식' 을 잊지 못했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사키가 마음을 확실하게 돌린 것을 알고 있었기에 재결합 도 불가능 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저 애매한 위치에서 미련을 버리지 못 하고, 나 혼자 고집을 피운 것이다, 아논은 마음먹고 제대로 시작한 밴드가 이 곳이 처음일 것이고, 처음 '크라이식' 에 들어가 활동하던 시기에 내가 느낀 그 설레임을 느끼고 있었을 것이다, 타키와 토모리도 과거의 상처를 딛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저 나 혼자만이 한 곳에 멈춰서서 뒤쳐지고 있으면서도 배신자, 굴러들어온 돌 이라고 불평을 늘어 놓으면서 겉돌았을 지도 모른다, 아논의 마음에 상처를 줄 권리 같은건 나에게 없다, 한번 더 기회가 있다면 이번에는 용기를 내보려 한다.



#



"아~ 소요링 조금 늦었네!"


"연습 준비 하자"


"밴드할래"


"소요..... 표정이 왜 그래?"


"응~ 아무것도 아니야, 미안하지만 아논이랑 대화좀 하고 싶은데 조금만 기다려 줄 수 있을까?"


"어.....! 또 내 가 무슨 실수라도........"


"아니야"



나는 아논을 건물 밖 인적이 드문 장소로 데려왔다, 그리고 말 없이 안아주었다.



"미안해, 심한말 해서, 앞으로 잘 부탁해 아노짱"


"잘 부탁해 소요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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