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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스 매켈레, 임윤찬, 그리고 파리 오케스트라: 긴장감과 빛으로 가득 찬 교향적 3부작
마린 파크-뒤푸르
2025년 6월 10일
6월 5일 파리 필하모니에서, 클라우스 매켈레의 지휘 아래 파리 오케스트라는 피아노의 젊은 천재 임윤찬을 맞이하며 드물게 강렬한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음악이 생명력과 숨결로 진동하던, 예술적 긴장감이 극에 달했던 저녁이었다.
가벼움과 맑음 속으로 비상하다 — 라벨의 「쿠프랭의 무덤」
이 작품은 라벨이 얼마나 뛰어난 오케스트레이션의 대가였는지를 다시금 상기시켜 주며, 색채의 세련됨과 대조의 명확한 구성 사이의 균형을 이 공연에서 잘 보여주었다. 도입부는 잠시 일관성이 부족했으나, 클라우스 매켈레는 빠르게 집중력을 되찾게 했다. 목관과 현악기의 대화는 라벨 특유의 우아한 작곡 스타일을 한층 돋보이게 할 정도로 섬세하게 표현되었다.

공중곡예 같은 화학작용, 밀도와 섬세함 —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4번
라흐마니노프의 네 번째 피아노 협주곡은, 그의 앞선 두 작품이 워낙 유명한 탓에 종종 그 그림자에 가려지곤 한다. 그러나 이 곡은 연주자에게 가차 없는 기교와 깊은 해석을 요구한다. 이 작품은 러시아에서 초안이 작성되고, 1917년 망명을 계기로 뉴욕(1926년)과 드레스덴에서 완성된 러시아 작곡가의 '미국 시기' 작품으로, 재즈의 영향과 일종의 환멸감이 스며들어 있으며 오랫동안 콘서트 레퍼토리에서 외면받아왔다. 그러나 이날 저녁, 임윤찬은 이 곡을 자신만의 해석으로 현대성과 찬란함을 담아 빛나게 만들었다.
무대에 등장한 임윤찬은 관객에게 짧게 인사한 뒤, 마치 몸을 던지듯 스타인웨이 피아노로 달려갔다. 연주가 시작된 첫 순간부터 그의 카리스마는 명확했다. 오케스트라는 잠시 그 기세를 따라잡는 데 시간이 필요했지만, 클라우스 매켈레는 즉시 다이내믹과 템포를 조율해냈다.
연주가 진행되면서 마치 피아노가 임윤찬의 손끝에서 깨어나는 듯했다(Allegro vivace).
때로는 능숙하게 거칠게 내리치는 그의 타건이 악기를 흔들어 깨우며, 피아노의 숨결을 깊고 원초적으로 끌어올리는 듯했고, 때로는 그 격렬함이 사라지고 피아니시모의 속삭임으로 바뀌며, 유연하고도 지그시 스며드는 감정이 한국인 피아니스트만의 시그니처처럼 빛났다.
느린 악장(Largo)에서는 그의 터치 속에서 재즈적인 억양이 은근히 느껴졌고, 자유롭고 거의 즉흥적인 듯한 프레이징이 이어졌다. 마치 긴 숨결처럼 늘어진 나른한 우아함. 젊은 비르투오소는 목관 악기의 솔로 앞에서는 조용히 뒷자리에 물러서며 (플루트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섬세한 반주자로 존재감을 바꾸었다. 그러나 클라우스 매켈레와 오케스트라와의 조화는 흐트러짐 없이 유지되었다. 그의 연주는 통제된 자발성을 보여주며, 완벽한 내면적 통제력을 드러냈다. 겉으로는 여유로워 보였고, 제스처 하나하나—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가볍게 손등으로 넘기는 동작조차 — 자연스러웠다.
마지막 악장(Allegro vivace)은 마치 북을 치듯 박력 있게 전개되었다. 회오리처럼 휘몰아치고, 타오르며, 번개처럼 강렬한 에너지로 가득했다. 살아 숨 쉬는 듯한 기운. 거의 야성적인 리듬의 절정에 이르기까지, 청중과 연주자가 함께 몰입한 음악적 황홀경이었다.
이 연주를 들으며, 1957년 에토레 그라치스 지휘로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 함께한 아르투로 베네데티 미켈란젤리의 전설적인 녹음이 떠올랐다. 과거 미켈란젤리가 그랬듯, 임윤찬 역시 오랫동안 ‘라흐 2번’과 ‘라흐 3번’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4번』에 오늘날 다시금 귀한 위상을 부여하고 있다.
불과 스무 살의 나이에, 임윤찬은 절대적인 진정성을 바탕으로 자신의 작품 해석에 충실하게 연주하며, 관객을 기쁘게 하거나 감탄을 자아내려는 의도 따위는 전혀 의식하지 않는다. 그의 본능적이고 직관적인 솔직함은 마음 깊은 곳을 정통으로 울린다. 클라우스 매켈레, 임윤찬, 그리고 파리 오케스트라의 결합은 하나의 집단적 환희를 만들어냈다. 이는 마치 셋이 함께 이뤄낸 음악적 개화이며, 잔잔하다가도 거세게 요동치는 바다 위를 함께 서핑하듯한 오케스트라의 항해였다. 클라우스 매켈레는 여느 때처럼 표현력 넘치게, 지휘봉뿐 아니라 눈빛, 몸짓으로도 연주자들을 이끌며, 그 열정적 에너지로 자신을 동시대 가장 영감을 주는 지휘자 중 한 명으로 다시금 증명했다.

생상스, 오케스트라의 장엄함
라흐마니노프 협주곡의 응축된 강렬함 이후, 이날 저녁은 또 다른 형태의 장엄함으로 넘어갔다. 바로 생상스의 교향곡 제3번 「오르간과 함께」였다. 서정성과 엄숙함을 동시에 지닌 이 오케스트라의 기념비적인 작품은, 폭발적인 음향의 향연 속에서 밤을 마무리하는 환희의 절정을 선사했다. 1886년에 작곡되어 프란츠 리스트에게 헌정된 이 교향곡은,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 이후 19세기 프랑스 대규모 교향곡의 정점을 이루며, 리스트의 순환 형식과 주제 발전 기법을 계승하는 동시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
클라우스 매켈레는 Poco adagio 악장에서 깊은 내면의 분위기를 정교하게 형성해냈다. 그의 유연하면서도 집중된 지휘는 이 명상적인 악장 속에서 전례 음악적인 울림을 떠오르게 했다.
이후의 Allegro moderato 악장은 더 극적인 성격을 띠며, 생상스가 전체 악장을 통해 발전시킬 주요 주제를 소개한다. 이 주제는 리스트적인 솜씨로 점차 변형되어 간다. 어떤 순간에는 생상스가 동시에 작곡하고 있던 『동물의 사육제』 속의 환상적인 분위기—특히 「수족관」—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이 장면에서 매켈레는 마치 이야기를 들려주듯 섬세한 지휘를 선보였고, 현악 파트는 유려하게 흐르며, 목관 악기는 하나의 교향 동화를 그려내는 듯했다.
오르간과 네 손 피아노의 병행 사용은 오케스트라의 음향을 풍성하게 확장시키면서도, 결코 과장된 화려함으로 흐르지 않았다.
전반부에서는 절제되어 있던 필하모니 오르간은, 루실 돌라가 아름답게 연주한 Maestoso의 마지막 악장에서 찬란하게 터져 나왔고, 진정한 음향의 지진을 일으켰다. 이 대목에서 매켈레는 완전히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넓은 제스처와 전심 전력의 투신으로, 그는 오케스트라를 절정의 순간까지 이끄는 거침없는 상승을 이뤄냈다.
청중은 이 압도적인 음향 구조에 완전히 매료되어 숨을 멈춘 채 감상하다가, 이내 뜨거운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그것은 단순한 연주회를 넘어, 의식과도 같은 체험이었다. 평소에는 웅장하지만 조용히 자리하던 필하모니 오르간이, 이처럼 빛나고 눈부시게 존재감을 드러낸 순간은 좀처럼 보기 힘든 일이었다. 그렇게 파리 필하모니는, 단 하룻밤 동안 음악의 긴장감, 리듬, 그리고 서정성이 뒤섞인 하나의 생명력 넘치는 놀이터로 변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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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의 파리 골드베르크 리사이틀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https://gall.dcinside.com/person/yunchanlim/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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