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윤찬의 연주에 극찬을 아끼지않는 이유중 하나가 참고가 없는 연주, 지금까지 본 적 없는 그만의 해석인데 '사계'에서, 또 2부로 이어진 '전람회의 그림', 심지어 앙코르곡으로 연주한 리스트의 '사랑의 꿈'까지 새롭지 않은 연주가 없었고, 새로웠기에 재미있었다.

타건은 늘 그렇듯 명확했으며 감정의 과잉은 허락치 않았는데, 특히 '사계'에서는 신파로 흐를 것같은 지점에서 신기하리만치 정확히 비껴갔다.


호로비츠의 편곡 버전을 선택했다고 밝힌 '전람회의 그림'은 호로비츠 버전의 '응용편'이었다. 이 세상에 납작하게 생긴 클래식은 없겠지만 그는 편편한 무언가를 섬세하게 다듬고 숨을 불어 다시 입체적으로 만든다.

이것이 수학적 물리적 천재의한 치의 오차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계산인지, 연습을 통해 발견한 감각인지, 타고난 동물적 본능인지 알 수 없지만 매번 희열과 감동과 즐거움을 무지막지하게 안긴다는 사실이다.

폭풍처럼 휘몰아칠 때의 임윤찬에게, 갓난아기를 대하듯 건반 하나하나 조심하게 다루는 임윤찬에게, 관객은 숨죽이며 몰입하다가 그의 의식이 끝나는 순간, 폭발적인 환호와 더불어 꿈에서 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