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퍼토리 변경 소식에 의문이 들었다. “두 마디에 7시간을 연습했다”는 음반 <쇼팽: 에튀드> 수록곡을 연주하기로 했다가, 연주회를 두 달 남겨두고 갑자기 멘델스존, 차이콥스키, 무소륵스키의 곡으로 변경했다. 무소륵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은 임윤찬이 무대에서 들려준 적도 없는 곡이었다. 공연을 듣고 나서 바꾼 이유를 알았다. 이날 연주는 ‘센세이션’이었다. 특히 ‘전람회의 그림’이 연주되는 30여 분간, 임윤찬은 피아노에 빨려 들어간 듯한 집중력을 보였다. 2000여 명의 관객 역시 주술에라도 걸린 듯 무대를 바라봤다. 메모를 위해 수첩을 넘기기도 힘들었다. 임윤찬은 연주를 끝내자 정신을 차리기라도 한 듯 인사도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무대 뒤로 달려 나갔다. 임윤찬은 이날 연주로 격정적인 러시아 레퍼토리를 해석하는데 탁월한 재능이 있음을 보였다. 그와 완전히 반대되는 투명하고 이성적인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이 임윤찬의 내년 주요 레퍼토리다. 임윤찬이 언젠가 현대음악도 들려줬으면 하는 건 개인적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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