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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팬대]화상

장기짝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7.05.07 22:30:47
조회 472 추천 11 댓글 5
														

주말 끝나기 전에 간단하게 써봄




 이건 나, 우사미 렌코가 친구 마에리베리 한과 동아리 활동을 한지 얼마 안 되서 있었던 일이다. 나는 사실 메리의 능력에 대해 그때까지도 잘 몰랐다. 뭐, 지금도 완전히 아는 건 아니지만. 하여튼 메리는 그 날도 나를 카페로 불러냈다. 뭐, 당연히 꿈 이야기를 하려고 부른 거라고 생각했고 그랬다. 하지만 메리를 직접 본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뭐야, 붕대? 왜 갑자기..."


 "그게 말이지. 화상을 입었어."


 메리는 별거 아니라는 듯이 답했지만 나는 그 말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메리의 오른손에 감긴 붕대는 손목까지 내려올 정도로 심각해 보였으니까.


 "화상? 대체 어쩌다가?"


 "그게. 꿈에서 다쳤지 뭐야."


 "뭐어?"


 나는 황당한 표정을 지은 채로 말꼬리를 올릴 수밖에 없었다. 지금이야 딱히 신기하진 않지만 그때의 나는 몰랐으니까. 메리는 꿈속에서 다칠 수도 있다는 걸.




 "있지, 오늘 꿈은 평소와는 다르지 뭐야. 마치 옛날 영화를 보는 것 같았어. 색도 없고, 소리도 들리지 않고. 아무런 향기도 느껴지지 않았어."


 "뭐, 옛날 영화는 향기가 없긴 했지."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니까? 흑백영화, 무성영화 알지? 그걸 보는 것 같았어. 아니지, 그 안에 내가 있는 것 같았어."


 "메리, 넌 언제나... 황당한 꿈을 꾸는구나. 그래서. 그게 화상을 입은 거와 무슨 상관이야?"


 "딱히 상관은 없어. 그냥 그런 꿈이었거든. 그래서 한동안 그 안을 걸어다녔어. 무슨 공터였는데... 옛날 가전제품 같은 게 많이 널려 있더라고. 요즘 골동품 점에서도 찾기 어려운 물건들이 많더라? 마치 쓰레기장 같았어."


 "그쯤 되면 확실히 꿈이란 걸 알았겠네."


 메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살짝 비꼬는 의미였지만 뭐 상관 없나?


 "응. 그래서 별 상관없겠다 싶었지. 조금 위험한 짓을 해도."


 "뭐어?"


 "대단한 건 아니고. 계속 탐험해보기로 했어. 그런데 점점 더 어두워지더라도? 안 그래도 주변 사물이 다 검긴 했지만. 사물들이 분간이 안 될 정도로 검어지고 있었어. 아마도 해가 졌던 거 아닐까. 명암밖에 분간이 안 되니 영 알 수가 없더라고. 하여튼 이래선 탐험을 못하겠다 싶었지. 그런데 다행히도 근처에 횃불이 있던 거야. 정확히 횃불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횃불 같았어. 그 부분이 좀 더 밝아보이기도 했고. 일단 타고 있었으니까."


 "잠깐, 그래서 설마 그 횃불을..."


 "응. 집으려다가 놓쳤어. 뜨겁더라고. 참 이상해. 소리도 안 들리고, 색도 없는 세상인데 촉감은 느껴진다니. 그래서 깼어. 그런데 손이 이상하게 따갑더라고. 그 뒤는 말 안해도 알겠지?"


 "어, 알겠는데... 그걸 믿으라고 해도..."


 "안 믿는다고 해도 믿을 거잖아."


 음. 그건 사실이었다. 나는 한숨을 내쉬고 호주머니에서 전자 수첩을 꺼냈다. 메리의 꿈 이야기를 들으면 언제나 하는 일을 해야 했으니.


 "좋아. 오늘은 무색무취의 꿈... 그런데 화상은 입었다. 대단하네. 이러다간 꿈에서 뭐라도 집어오는 거 아냐?"


 메리는 어깨를 으쓱하기만 했다. 그때의 메리도 몰랐겠지. 메리는 나중에 진짜로 꿈에서 죽순을 주워오리란 걸.




  우리는 커피와 디저트를 즐기면서 그간 적었던 내용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메리는 이미 몇번이나 그런 꿈을 꾼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때마다 무모한 짓을 하다가 깨버렸고. 동물을 함부로 만지지 말 것, 식물을 함부로 먹지 말 것, 모르는 사람에게 함부로 말을 걸지 말 것... 아무리 꿈이라도 너무 심하지 않나?


 "오늘은 뭐지? 함부로 불을 만지지 말 것? 정말 메리는 조심성이라곤 없구나."


 "으음. 그건 사실이지만. 이상하게 별로 위험하다고 느껴지지 않았는 걸? 왜 그랬을까?"


 나는 이미 메리의 질문에 대한 답을 알고 있었다.


 "그야 색이 없었으니까 그렇겠지."


 "색?"


 "그래. 횃불이 붉었다면 메리도 그렇게 함부로 만지지는 않았을 거야."


 "잘 납득이 안 가는 걸."


 메리는 정말로 이해가 가지 않는 표정이었다. 어쩔 수 없지. 설명해줄 수밖에.


 "메리, 우리는 색을 말로 표현하긴 하지만 사실 더 중요한 의미가 있어. 색은 우리가 말하지 않아도 되는 걸 전하니까."


 메리는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아무래도 조금 성급한 설명이었나. 어쨌거나 나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예를 들어 보라색 제비꽃이 있다고 해 봐. 그러면 우린 뭘 보겠어?"


 "보라색 제비꽃이겠지."


 "그래. 하지만 보라색 제비꽃이라는 말은 실제로는 모든 걸 담지 못해. 어디까지나 제비꽃이 있고, 보라색이 있다는 사실만 알 수 있어."


 "그래서?"


 "요컨대 다른 감각과 인지 기능도 마찬가지라는 거지. 말로는 사건을 모두 반영할 수 없는 것처럼, 한가지 감각만으로는 모든 정보를 처리할 수 없어. 불이 뜨겁다는 사실을 경고하기 위해선 어떤 감각이 필요할까? 물론 촉각이겠지. 하지만 직접 뜨거운 걸 느끼는 건 위험하잖아? 그렇다면 역시... 시각이나 후각이겠지. 그래. 빨간 색이 우리에게 경고할 수 있을 거야. 아니면 무언가 타는 냄새가."


 "아하."


 메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 설명을 알아들은 모양이다. 나는 자신감을 얻고 마저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래. 메리는 이번에 색도 없고, 냄새도 없는 꿈을 꿔서 막연히 생각해버린 걸 거야. 이건 횃불이지만 위험하지 않다고. 감각과 표현이 제한되어 있어서 당연한 사실을 무심코 놓쳐버린 거지."


 "확실히 그런 거 같네. 그럼 앞으론 어쩌지?"


 "응?"


 "앞으로 꿈을 꾸면, 어쩌지? 뭘 조심해야 할까?"


 "어..."


 메리의 질문에 나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확실히 내 설명만으로는 메리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알 수 없었으니까.


 "음... 그렇지. 앞으로는 그냥... 음.. 조심해야지 뭐. 불은 함부로 만지지 말 것!"


 "글쎄, 그보다는 시각과 후각을 모두 쓸 수 있는 꿈을 꾸는 편이 낫겠네."


 "그걸 마음대로 할 수 있어?"


 나는 메리의 답에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 답을 생각할 사람은 메리 뿐일 테니까.


 "나야 모르지. 이런 꿈도 꿨는데, 그런 꿈을 못 꿀 건 뭐가 있겠어?"


 나는 그때 몰랐다. 무심코 말한거긴 했지만, 메리는 그게 정말로 가능하단 걸.




 지금 생각해보면 이것저것 아쉽다. 그런 실없는 이야기를 할 바엔 좀 더 많은 걸 질문할 걸. 생각보다 재밌는 걸 많이 알 수도 있었을 텐데. 별 수 없는 노릇이다. 우린 그때 몰랐으니까. 메리가 가진 꿈의 잠재력을.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우리가 어떻게 알았겠어? 그 어떤 말도, 메리의 꿈에 대응할 수 없었는 걸. 결국 우린 직접 느끼고 경험하면서 배울 수밖에 없었다. 그래, 직접 불에 데여 가면서 배워야 했다. 그게 바로 비봉구락부의 활동이었고.


 그러니 메리의 꿈이 재밌을 수밖에. 말로 모든 걸 알 수 있다면, 뭐가 재밌겠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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