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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기밀 넘겨도 간첩 아니다?"… 73년 만에 '드디어', 그런데 '결사반대'라는 이유

reporter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6.03.03 08:05:45
조회 1804 추천 4 댓글 30
73년 만에 간첩법 개정
中 기술유출 처벌 근거 마련
국민의힘 ‘결사반대’ 돌입



1953년 제정 이후 단 한 차례도 개정되지 않았던 간첩법이 73년 만에 새 옷을 입는다. 그런데 이 법안을 둘러싼 여야의 태도 변화가 예사롭지 않다.

21대 국회에서 처벌 범위 확대 우려를 이유로 반대했던 더불어민주당이 22대 국회에서는 개정을 주도하고 있고, 반대로 당시 개정을 추진했던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를 신청하며 제동을 걸고 있다.

이 역설적 상황의 배경에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달라진 정치 지형이 있다. 법안은 2025년 12월 법사위를 통과했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직접 추미애 법제사법위원장을 만나 처리를 촉구할 만큼 정부 차원의 강력한 의지가 작동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간첩죄 적용 대상을 ‘적국’에서 ‘외국 또는 이에 준하는 단체’로 확대하는 것이다. 이는 중국 등 제3국으로의 기술 유출을 간첩죄로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실질적 의미가 크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이 법안이 “사법부를 향한 보복”이며 “이재명 방탄용”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법 개정의 실질적 필요성과 정치적 계산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상황이다.

여야 입장 역전, 정치공학의 딜레마




21대 국회에서 여당이었던 국민의힘은 간첩법 개정을 적극 추진했다. 당시 민주당은 법원행정처가 제기한 처벌 범위 과도 확대 우려를 근거로 신중론을 폈다.

그러나 22대 국회에서 다수당이 된 민주당은 입장을 180도 바꿨다.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인 2025년 11월부터 법무부 장관이 직접 나서 법안 처리를 독려했고, 불과 한 달 만에 법사위를 통과시켰다.

이 같은 태도 변화에 대해 여의도 정가 관계자들은 “집권 여부에 따라 법 개정의 실익 계산이 달라진 것”이라고 전한다. 야당 시절에는 정부의 권한 확대를 경계했지만, 집권 후에는 국가안보와 기술 보호라는 명분이 더 중요해진 것이다.

반대로 국민의힘은 과거 자신들이 추진했던 법안임에도 법 적용 남발 가능성을 들어 반대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였다.

정치권의 이 같은 입장 변화는 한국 정치의 고질적 문제인 ‘여야 역할론’의 한계를 보여준다. 법안의 내용과 실효성보다 정치적 입지에 따라 찬반이 결정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첨단기술 유출, 법의 사각지대




간첩법 개정의 실질적 필요성은 최근 빈발하는 기술 유출 사례에서 찾을 수 있다. 2024년 삼성전자의 D램 공정 기술이 중국 반도체 회사 ‘청두가오전’으로 유출된 사건에서 관련자들은 산업기술 보호법 위반으로 구속됐다.

이 법의 최고 형량은 15년이다. 2025년에는 한미 군사시설과 국제공항에서 전투기를 촬영한 10대 중국인이 적발됐지만, 간첩법이 아닌 일반이적 혐의로 기소됐다.

현행 간첩법이 ‘적국’을 위한 행위만을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어, 중국 등 제3국으로의 기밀 유출은 처벌 근거가 모호했던 것이다. 개정안은 이 공백을 메운다.

적국 대상 간첩죄의 형량은 사형·무기 또는 7년 이상 징역이며, 외국 대상은 3년 이상 유기징역이다. 특히 ‘이에 준하는 단체’라는 표현을 통해 외국 기업으로의 기술 유출도 간첩죄로 처벌할 수 있게 된다.

개정안은 법 적용 기준을 명확화하기 위해 간첩 행위를 ‘외국의 지령, 사주 하에 국가기밀을 탐지·수집·누설·전달·중개하는 행위’로 구체화해 남발 방지 장치를 마련했다.

정국 파장과 향후 전망




이번 간첩법 개정은 단순한 법 개정을 넘어 향후 정국에 적지 않은 파장을 예고한다. 민주당은 26일 필리버스터를 종결하고 법안을 통과시킬 계획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정부는 기술 유출에 대한 강력한 처벌 수단을 확보하게 된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제기한 ‘법 적용 남발’ 우려가 현실화될 경우, 정치적 논란이 재점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야가 입장을 바꾼 이 법안은 한국 정치의 ‘포지션 체인지’ 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법안의 실효성보다 정치적 셈법이 앞서는 한 여야 대치 구도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73년 만의 간첩법 개정은 냉전 시대의 법을 21세기 기술 안보 시대에 맞게 업데이트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여야가 집권 여부에 따라 태도를 바꾸는 정치 현실은 법 개정의 순수성에 의문을 던진다.

법안 통과 이후 실제 적용 과정에서 정치적 중립성을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지가 이 법의 진정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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