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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팬대] 죽은 자는 말이 없다앱에서 작성

Dant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7.05.07 22:59:31
조회 714 추천 14 댓글 8
														

레밀리아 스칼렛이 죽었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입으로도, 마음으로도. 당연하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그러니 지금은 눈앞의 흔적에 집중할 때다.

누가 죽였나? 사토리의 생각은 거기서 정지해있었다. 숨이 막힐 정도로 짙은 붉은 안개, 현장에서 느껴지는 혈향(血香), 손상된 자신의 3번째 눈에서 들려오는 노이즈는 사토리의 신경을 긁어놓기에 충분했다.

서둘러도 어쩔 수 없다. 그렇게 생각하며 사토리는 생각의 물결을 다시 거슬러 올라갔다.

-

“아, 정말! 레밀리아는 왜 이렇게 늦게 오는 거야!”

“확실히 민폐네. 최근 햇빛이 강하니 이번 회의는 홍마관에서 진행하자고 그렇게 난리를 피웠으면서.”

레이무와 유카리가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불평을 내뱉었다. 그녀들을 제외한 다른 이들의 표정도 마찬가지였다. 사쿠야가 몇 번이나 따라줬던 차도 벌써 다 마셔버린지 오래였다.

인요정규회의. 심플한 이름에 걸맞지 않게, 현 환상향을 대표한다고 볼 수 있을 거두들이 한자리에 모여 환상향의 행보를 결정하는 자리였다.

그리고 이곳은 홍마관의 1층에 자리 잡은 식당이었다. 이번 회의는 레밀리아가 홍마관에서 열고 싶다고 했기에 홍마관에서 열리게 된 것이다. 오늘의 회의 때문에 홍마관에서 근무하던 요정들과 홉고블린들은 휴가를 받고 관을 떠나있었다. 그래서일까, 평소라면 더러웠을 식탁보도 오늘만큼은 깨끗한 흰색을 띄고 있었다.

사토리는 그런 식탁보에 앉아 한가롭게 이번 참가자들의 명단을 읽고 있었다. 동봉된 홍마관의 약도는 벌써 다 외워버릴 지경이었기 때문이다. 우선 이 관의 사람들과 각 세력의 수장들, 혹은 그 수장들을 대신해서 온 인요들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가령 예를 들면 뒤에 두 신, 야사카 카나코와 모리야 스와코를 영체 상태로 강신시킨 채 한가롭게 차를 마시고 있는 코치야 사나에나 자신의 수첩에 끊임없이 무언가를 적고 있는 샤메이마루 아야와 그를 바라보는 이누바시리 모미지. 그나마 모리야 신사 쪽은 가끔 카나코가 오기도 했지만, 텐구 쪽은 텐마가 두문불출하고 있기에 완전히 저 둘이 대표자처럼 취급받는 처지였다.

그 외에 특이한 곳은, 영원정이 있었다. 듣기로는 오늘 에이린이 바빠서 레이센이 대신 왔다던가. 애초에 카구야는 이 회의에 참석하는 모습을 볼 수가 없었고. 레이센은 자기 공주가 게을러서 귀찮게 자신이 대신 와야 했다고 푸념을 늘어놓고 있었다. 아, 물론 마음속으로.

아까부터 차만 마신 탓일까, 조금 화장실이 가고 싶었다. 사토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식당에서 좀 떨어진 화장실로 향했다. 종종걸음으로 달려 간신히 화장실에 도착했을 때, 사토리는 레밀리아에 대한 가벼운 원망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화장실이랑 식당의 거리가 어째서 이렇게 먼지, 사토리는 레밀리아의 미적감각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다. 환상향에 갓 보급된 신식 양변기는 사토리의 원망을 씻은 듯이 날려주었다.

그리고 사토리의 기분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그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꺄아아아아아아악!”

홍마관이 찢어져라 울리는 비명. 사토리는 황급히 볼일을 마치고 화장실을 뛰쳐나왔다. 위층에서 울린 비명을 따라 계단을 오르려는 그 순간, 위에서 신형이 낙하했다.

촤악!

사토리의 몸에서 피가 분수처럼 쏟아져 나왔다. 털썩, 하는 소리와 함께 사토리의 몸이 쓰러졌다. 점점 감겨가는 시야 속에서, 도망치는 누군가의 신형을 꼬리처럼 따라가는 은빛의 무언가만이 사토리의 눈에 비쳤다.

-

눈을 뜨면, 낮선 천장이 사토리를 반겼다. 잠에서 막 깨어나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던 사토리는, 문득 상반신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눈을 찡그렸다. 무의식적으로 손을 가져다대자, 축축하고 비릿한 무언가에 젖은 붕대가 느껴졌다.

그제야 사토리는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 떠올릴 수 있었다. 비명소리, 습격……. 상황을 깨달은 사토리는 상반신을 일으켜 자신의 상처를 확인해보았다. 상처는 그다지 깊지는 않았지만, 길었다. 절단된 ‘3번째 눈’의 선을 보아 아마 범인의 목적은 이것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유는 우선, 범인에게 있어 자신을 죽이는 것은 리스크가 큰 행동이었다. 비명소리가 워낙 커서 식당에 있던 인요들도 달려오고 있었을 테니까. 거기다, 인간이면 모를까 요괴의 생명력은 상당히 질기다. 심장을 쑤시거나, 뇌를 후벼파내거나, 목을 자르지 않는 이상 어지간해서는 살 수 있다.

둘째, 범인에게 있어서는 자신이 제일 위험했을 것이다. 이곳에는 막강한 인요들이 많이 와있으니, 범인임을 들키면 빠져나갈 수가 없다. 거기다 마음을 읽는 능력은 대상을 가리지 않고 행사할 수 있으니, 자신을 내버려두면 들키는 것은 시간문제였고.

이를 역으로 생각하면, 범인은 아직 이 홍마관에 있을 것이라는 소리가 된다. 홍마관을 탈출할 생각이라면 구태여 자신을 습격하지 않아도 되니까. 또한 이는 범인이 한동안은 홍마관을 나갈 수 없다는 소리이기도 하다. 이를 다시 역으로 생각하면, 범인은 회의 참가자 중 하나라는 소리가 된다. 관내에는 자신들 이외에 아무도 없도록 했다고 회의 전 사쿠야가 말했기도 하고, 뭣보다 범인이 우리가 아닌 제3자라면 탈출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회의 참가자들은 명단까지 작성되어 있으니, 탈출하면 의심을 받게 된다. 그러니 범인은 회의 참가자들 중 하나가 확실하다.

그렇다면 비명소리는 무엇이었나? 비명소리는 사쿠야의 것이었으며, 소리가 잘 들린 것을 생각하면 아마 2층에서 난 비명소리였을 것이다. 2층에서 특징적인 방이 있던가? 명단과 같이 배부되었던 홍마관의 약도를 떠올려 봐도, 딱히 손님이 들어갈만한 방은 없었다고 생각되었다. 홍마관에서 근무, 거주하는 이들의 침실정도밖엔…….

잠깐, 한 생각이 사토리의 뇌리를 스쳤다. 오지 않는 레밀리아, 2층에 존재하는 레밀리아의 침실, 식당과 화장실 사이의 중앙계단으로 뛰어내렸던 범인, 인간이 죽는 일도 예사인 환상향에 적응했을 사쿠야 치고는 이상할 정도로 큰 비명…….

추측이지만, 아마 레밀리아가 습격당했을 것이다. 소리가 들린 방향과 레밀리아의 침실 위치를 비교해보아도 일치한다. 그렇다면 자신을 습격한 범인과 레밀리아를 습격한 범인은 동일범이라는 소리가 될 것이다.

생각을 마친 사토리는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침대 옆에 위치한 서랍의 위에 있던 작은 메모가 눈에 띄었다.

‘레밀리아가 죽었어. 너도 위험할지 모르니 가능한 한 빨리 1층 식당으로 돌아와.’

심플한 문장. 아마 레이무일까? 메모를 적은 이가 써져있지 않아 알 수 없었다. 그나저나 위험하면 도대체 왜 자신만 이 방에 놓고 다들 모여 있단 말인가. 설마 범인의 선동으로 자신을 간호하던 이가 불려간 건 아닌가, 사토리는 그리 짐작할 수밖에 없었다.

짐작은 짐작이고, 확인이 필요했다. 자신의 능력이 사이코메트리 같은 능력이면 좋았겠지만, 그것도 아니니 달리 별 수가 있겠는가. 우선 먼저 사건현장을 확인해보기로 다짐한 채, 사토리는 힘겹게 방문을 열었다.

-

깔끔하다. 유혈이 낭자한 현장에 어울리지 않게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무엇이 깔끔하냐 하면, 범인의 수법 말이다. 깔끔하게 목을, 싹둑! 마치 숙련된 미용사가 머리칼을 가위로 잘라내는 듯한, 그런 깔끔함. 잘린 목의 단면에 종이를 갖다 대면 빈틈없이 피로 아로새긴 그림이 그려질 것만 같은 그런 깔끔함 말이다.

최소한 범인이 살인에 망설임이 없으며, 또 살인에 능하다는 사실만큼은 확실히 알겠다. 흡혈귀인 레밀리아가 이렇게 저항의 흔적도 없이 깔끔하게 살해당했다면, 어딘가에서 암살자로 수십 년을 굴러먹었다고 해도 아무 망설임 없이 믿어줄 수 있는 수준이다.

그도 아니면, 기계를 썼을 수도 있다. 어쩌면 기계라고 할 필요조차 없으리라. 단두대의 칼날부분만을 옮겨와 떨어트려도 되니까. 유카리라면 가능하다. 능력도 충분하고, 동기도 숨겨진 동기 한둘쯤은 있을 수도 있고.

왜 이런 생각을 하냐면, 범인의 흔적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방은 레밀리아가 죽었다는 것을 제외하면 놀랄 만큼 깨끗했다. 사소한 트릭의 흔적조차 발견할 수 없었다.

이렇게 강대한 요괴들이 모여 있는 장소에서 이런 뒷공작이 가능한 건, 기껏해야 이자요이 사쿠야나 야쿠모 유카리 정도다. 이자요이 사쿠야가 레밀리아 스칼렛을 살해할 동기가 있었다 하더라도, 구태여 온갖 요괴들이 모인 지금의 상황에서 살해할 이유는 없다. 그렇다면 남은 가능성은 야쿠모 유카리 뿐.

물론 야쿠모 유카리가 무작정 범인이라는 소리는 아니었다. 단지, 지금의 사토리에게 있어 유카리 이외에 다른 인물이 이렇게까지 가능한지는 알 수 없었다. 논리적으로 사건의 추론을 해보려 해도, 논리로 해결하기에는 단서가 너무 적다. 마음을 읽어보려 해도, 제3의 눈이 손상된 탓인지 마음의 소리를 구별할 수 없었다. 누군지 구별할 수도 없고 그저 노이즈 낀 잡음처럼 들리는 것이다. 덕분에 사토리는 유례없는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그 순간이었다. 레밀리아의 몸에서 붉은 연기가 뿜어져 나온 건.

사토리는 당황해서 황급히 입가를 옷깃으로 가렸지만 이미 연기를 상당히 마셔버린 후였다. 그렇지만 적어도, 지금 당장은 아무 이상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사토리가 그 사실에 안심하고 있자, 아래에서 노이즈를 무시할 정도로 큰 ‘소리’가 들려왔다.

‘야쿠모 유카리가 납치당했다.’

그 ‘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사토리가 둘로 나뉘었다.

-

“사토리까지…….”

레이무는 착잡한 기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유카리는 광대모습을 한 누군가에게 납치당했고, 객실을 빠져나간 사토리는 레밀리아처럼 목이 잘린 채 죽어있었다. 도대체 누구인가. 전부 그 광대의 소행인가?

더욱 이상한 것은 홍마관을 둘러싼 붉은 안개다. 이 안개가 퍼지자 이상하게 홍마관 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걸어서도, 날아서도. 가다보면 다시 홍마관으로 돌아오게 되는 것이다. 파츄리가 좌표를 조정해서 마법으로 이동하고자 했으나, 역시나 홍마관 주변으로 이동해버리고 말았다.

그 와중에도 레이센은 혼자 겁을 먹고는 탈출 시도를 반복하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레이센은 너무 겁이 많다. 뭉쳐있어야 더 안전하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는 걸까. 간간히 홍마관 앞에 보이는 걸 봐서 아직 위험한 꼴을 당한 건 아닌 것 같다.

혼자 다니는 레이센이 제일 불안할 뿐이지, 뭉치지 않기는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은 강하니까 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자만심을 가진 바보들과 아무도 믿을 수 없다며 다른 이들을 불신하는 이들, 자기 이외의 누군가가 먼저 노려질 거라 믿고 숨으려는 이들까지. 지금의 홍마관은 불신으로 칠해진 밤길과도 같았다.

물론 이해는 간다. 단순한 강함이라면 어디에 내놓아도 꿀리지 않을 레밀리아도, 환상향의 관리자인 유카리도, 마음을 읽는 사토리마저도 당했다. 불안하지 않다면 그게 이상하리라. 하지만, 불안이 이성을 좀먹는다면 상황은 더 위험해질 뿐이었다.

‘어떻게든 인요들을 모아야 해.’

우선 스이카와 아야의 화해를 먼저 시켜볼까. 방금 전만 해도 텐구들은 속이 시커멓다느니, 혼자서 범인을 때려잡겠다니 오니들은 전부 멍청한 거냐며 싸우던 두 요괴를 화해시킬 생각으로 레이무는 발걸음을 옮겼다.

-

죽일 거야.

그 광대가 나를 죽일 거야.

내로라하는 대요괴들도 살아남지 못했는걸.

나처럼 힘없고 약한 요괴는 얼마 지나지 않아 시체가 되겠지.

그렇다면 차라리…….

-

”아, 카센.“

“레이무구나……. 혹시 스이카를 보지 못했어?”

“그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이야. 스이카랑 아야가 싸워준 덕분에 다른 사람들까지 뿔뿔이 흩어졌다고.”

레이무의 말처럼, 둘이 싸우면서 내뿜는 기세 덕분에 지레 겁먹은 이들이나 험악한 분위기에 질려 흩어진 이들도 더러 있었다. 그 사실을 익히 아는 카센은 마치 자기 잘못인 것마냥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으으……. 미안해, 대신 사과할게. 나중에 스이카는 내가 제대로 설교해둘 테니, 일단 둘을 먼저 찾도록 하자.”

레이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카센과 함께 스이카와 아야를 찾기 시작했다. 한참이나 홍마관의 방문을 열고 닫던 중, 좀 떨어진 곳에서 카센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까아아아악!”

레이무가 황급히 달려가자, 거기에는 등이 칼에 찔린 채 죽어있는 아야의 시체가 있었다. 주변 벽에까지 튄 피가 묻어있을 정도로 아야의 등은 처참하게 찢겨있었다.

“이게 무슨…….”

“이 방의 문을 열어보니, 이렇게 칼에 찔린 아야가…….”

“카센! 무슨 일……. 어?”

“스이카?! 너 여태까지 어디 있었어!”

비명소리를 듣고 달려온 이는 스이카였다. 아야의 시체를 보고 얼빠진 표정을 지은 채 서있는 스이카에게 레이무는 직설적으로 말을 꺼냈다.

“네가 죽였어?”

“아니, 아니야! 내가 아무리 저 텐구와 싸우긴 했어도, 죽일 정도까진 아니었다고!”

강하게 범인임을 부정하는 스이카를 보며 레이무는 자신이 갖고 있던 의문을 던졌다.

“그래, 일단 그건 그렇다 치고. 여태까지 어디 있었어?”

“저 텐구랑 싸우고 나서 범인을 찾아보다 화장실에 갔었어. 화장실에서 나오자마자 카센의 비명소리가 들려서 여기로 달려온 거고.”

“흠…….”

“진, 진짜야! 나는 오니라고. 거짓말은 하지 않아! 아, 그렇지. 모리야 신사의 무녀와 두 신에게 물어봐. 아까 저택 뒤의 정원에서 마주치고 오는 길이니까!”

“아니, 의심하려던 건 아니야. 미안해.”

레이무의 말은 사실이었다. 오니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느니, 그런 말은 제쳐두고서라도 스이카 정도면 구태여 칼로 아야를 찔러 죽일 이유가 없었다. 의심을 피하기 위해 그랬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면 스이카의 알리바이가 성립하질 않았다.

아야가 살해당한 곳은 1층의 개인 대기실이었는데, 그동안 카센과 레이무는 1층에서 스이카와 아야를 찾고 있었다. 그리고 아야의 피가 벽에까지 묻어있을 정도로 격렬하게 흩뿌려져 있었고, 만약 스이카가 살인하자마자 사나에를 만났다면 당연히 사나에와 두 신이 스이카를 붙잡았을 것이고, 화장실이나 샤워실에 가서 피를 지우고자 했다면 자신들과 마주쳤어야 정상이다.

그렇다면 진짜 범인은 누구일까. 역시 그 광대일까. 레이무가 착잡한 기분을 밀어내고 범인을 생각하고 있을 때, 카센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봉래인형…….”

“뭐?”

“지금까지는 반신반의 했는데, 아야의 죽음을 보고 확신이 섰어. 범인은 봉래인형의 정직자들이 살해당하는 것과 똑같이 여기의 인요들을 살해하고 있어.”

“그 기분 나쁜 설화를 신봉하는 미치광이가 아직도 이 환상향에 남아있었다니.”

레이무가 탄식하며 머리를 부여잡자, 카센이 거기에 동조했다.

“그런 미치광이가 남아있으니까 더더욱 인요들을 한자리에 모아야지. 나랑 스이카는 바깥에 있는 다른 인요들을 찾아볼게. 레이무 넌 저택 안을 살펴봐줘.”

“알았어.”

“조심해. 아무리 네가 강하다 해도 적은…….”

“알고 있어. 너희들도 조심해.”

카센이 가볍게 끄덕이고는 스이카의 손을 붙잡고 밖으로 뛰어나갔다. 스이카는 여전히 자신이 단독으로 범인을 붙잡고 싶어하는 모양새였지만, 아야의 죽음에 그 나름대로 책임을 느끼는지 별 저항을 하지 않고 가만히 끌려갔다. 레이무는 멀어지는 둘을 바라보고는 한숨을 쉬며 저택을 뒤지기 시작했다.

-

“일단 저택 안에 있는 인요들은 이게 전부인가…….”

실의에 빠진 홍마관의 인요들을 최초로, 여러 인요들이 간신히 다시 홍마관 1층의 식장으로 모여들었다. 아직 오지 않은 인요들도 조만간 카센이 데리고 오겠지. 레이무는 카센을 찾기 위해 식당 밖으로 나갔다. 레이무가 나간 식당 내부는 놀라울 만큼 조용했다. 가장 먼저 범인을 잡겠다며 분노를 쏟아내던 사쿠야는 침통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있었다.

“저어, 사쿠야 씨. 커피라도 드세요.”

그나마 메이린이 나서서 기운을 북돋아주려 했으나 그녀 또한 우울한 기색이 배어나왔다. 당연한 일이리라. 그들에게 있어서는 주인이자 가족인 이가 살해당했으니까. 사쿠야가 먼저 말없이 커피를 홀짝였다. 그때였다.

“모두! 바깥의 인요들을 모두 모아왔…….”

레이무와 카센이 식당으로 들어옴과 동시에 털썩, 하는 소리와 함께 사쿠야가 쓰러졌다. 홍마관 안에 있던 인요들도, 지금 막 카센을 필두로 들어온 인요들도 놀라움과 두려움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커피를 가져다 준 메이린은 완전히 겁에 질린 채 벌벌 떨고 있었다.

“사쿠야 씨! 사쿠야 씨!”

메이린이 달려가서 사쿠야를 흔들어봤지만 헛수고였다. 사쿠야의 숨은 이미 멈춰있었다. 홍마관 내부에 있던 인요들이 싸늘한 시선으로 메이링을 바라보았다. 특히 파츄리와 소악마, 플랑드르는 더더욱.

“아냐! 내가 아니라고! 내가 왜 사쿠야 씨를…….”

메이린의 눈에서는 여러 감정이 묻어나왔다. 슬픔, 두려움, 억울함. 당혹감. 메이린은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그리고 그런 메이린을 바라보는 홍마관 요괴들의 시선은 더더욱 싸늘해졌다. 마치 저 모습이 모두 가식이라는 듯.

“그만.”

싸늘한 침묵 속에서 레이무의 목소리만이 울려퍼졌다. 좌중의 시선이 사쿠야를 끌어안은 채 울고 있는 메이린에게서 레이무에게로 옮겨갔다.

“메이린은 범인이 아닐 거야. 아마도, 그 광대가 범인이겠지. 메이린 몰래 커피에 독을 탔을 거야. 그놈은 지금 봉래인형의 순서대로 인요들을 살해하고 있어.”

“레이무의 말이 맞아. 실제로 이미 아야도 죽었고. 사쿠야는 아마 커피에 있는 독으로 인해 죽었겠지.”

“잠깐만요, 아야 씨가 죽었다고요?!”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모미지였다. 아야와는 악연이라면 악연일 사이였으나 모미지는 고개를 숙인 채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

“대체……. 어째서…….”

“칼에 찔려 죽었어. 넌 바깥에서 인요들을 감시하고 있었으니 몰랐겠지만.”

카센의 말에 모미지는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자신이 옆에 없어서 아야가 살해당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좌중이 이내 침묵으로 물들었다. 침묵에 향신료를 더하듯, 두 요괴의 흐느낌만이 슬픔을 연주할 뿐이었다.

“그나저나 레이센이 없잖아. 그 토끼는 또 어디 간 거야?”

“……아마 자살을 시도했겠지.”

카센이 어두운 표정으로 중얼거리자, 레이무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이내 레이무는 위화감을 느끼고는 카센에게 질문했다.

“잠깐, 뭔가 이상하잖아. 왜 ‘자살 시도’야?”

“레이무, 너 봉래인형 설화를 제대로 안 읽었구나. ‘가장 겁쟁이인 나’는 자살을 시도하다 실패해서 다시 태어난다는 구절이 있어.”

“그럼 아직 살아있다는 소리네. 빨리 구해야 하는 거 아냐?”

“……일단은. ‘가장 경계심이 강한 나’가 나무에 못 박힌 채 죽고, ‘가장 일찍 일어나는 나’가 햄에그를 먹고 독살당하기 전까지는 살아있겠지.”

“그럼 빨리 구하자고. 다른 희생자가 나오기 전에.”

“별로 추천하고 싶진 않아. 지금은 밤이니까. 거기다가 밖은 붉은 안개도 끼어있어서 한치 앞도 안보일거고. 아무리 몰려다닌다고 해도, 지금까지의 행보를 보면 놈에게는 이런 나쁜 환경에서 우리 한둘 암살하는 건 일도 아닐걸.”

“그럼 어떻게 해?”

“일단은 이 식당에서 교대로 불침번이라도 서면서 잠을 자야겠지. 불침번도 여러 명이 같이 서는 걸로 하자.”

카센의 말대로 주변은 어두워져 있었다. 결국 카센의 의견에 따라 모두가 수면을 준비했다. 단체로 몰려가서 침구를 가져오고, 식당의 의자를 치워 잘 공간을 만든 뒤 이불을 깔았다. 파츄리는 식당에 감시마법을 깔아놓아 침입자를 방지했다. 독살의 위험 때문에 저녁조차 굶은 채, 인요들은 악몽 속으로 빠져들었다.

-

“……무슨.”

관내의 모두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분명히 불침번을 섰음에도, 식당의 창문을 통해 보이는 거목에는 파츄리가 못 박힌 채 죽어있었고, 사나에는 입에 햄에그가 쑤셔 넣어진 상태로 목이 잘린 채 죽어있었다. 잘린 목의 단면에서는 익지 않은 계란 노른자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놀라운 일은, 실종되었던 레이센이 식탁 위 샹들리에에 목을 매단 채 죽어있는 모습이었다.

“어째서?! 분명히 파츄리가 감지마법을 걸고 잤잖아. 어떻게 된 일인데!”

레이무의 외침에 대답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형언할 수 없는 공포에 잠식당한 그녀들은 그저 벌벌 떨 수밖에 없었다. 더 이상 이곳에는 분노와 슬픔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거대한 공포만이 침묵을 휘저었다.

“레이무. 바깥을 봐. 안개가 걷히고 있어.”

카센의 말에 레이무가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그 말 대로였다. 어느새 안개는 사라지고 찬란하게 빛나는 햇빛만이 싸늘하게 식은 파츄리의 시체를 쓰다듬고 있었다.

“……나가자. 이야기는 신사에서 마저 하도록 하자. 여기에 있다가는 미쳐버릴 것 같으니까.”

레이무의 말에 모두가 말없이 동조했다. 반쯤 도망치듯 인요들이 홍마관을 빠져나가자,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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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갤했던 Gehrman임. 신작 나온다길래 오랜만에 팬픽 써봤다. 이번 모팬대에서 제일 중요한 핵심어를 꼽으라면 당연히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사구메나 모티브 지문의 주인공인 비봉을 주인공으로 넣자니 너무 뻔해서 내 나름대로 고심해서 써봄. 테마는 불완전함, 찝찝함. 왜 이런 테마냐면, 범인에 대해 상상력을 갖게 하고 싶어서임. 어쩌면 범인이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해도 되고. 그리고 제목을 말 그대로 생각해줬으면 좋겠음. 작품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주최자와 마찬가지로 나도 해석은 자유라고 생각하니까 심사위원들도 자기만의 관점으로 이 팬픽을 평가해줬으면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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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시발 왜 크롬으로도 익플로도 글이 안써지냐 덕분에 폰으로 옮겨서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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