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상향의 두 경계의 속성 정립의 새로운 가능성 - 이중결계와 종 구분, 근대적 분리를 중심으로
1.서론
졸작 <연석박물지에 관한 해설과 분석>(https://gall.dcinside.com/touhou/4490985)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환상향의 두 경계, 환상과 실체의 경계와 하쿠레이 대결계의 역할은 각각 '환상과 실체'와 '상식과 비상식'을 나눈다고만 했을 뿐 두 경계가 구체적으로 수행하는 역할은 실질적으로 구분되지 않았다. 환상과 실체의 문제는 상식과 비상식의 문제와 혼용되는 한편 두 경계의 기능 또한 나눔, 불러들임 등등이 뒤섞여 있어, 두 경계의 속성과 기능은 부득이하게도 뭉뚱그려져서 설명되어왔던 것이다.
필자는 이번 천공장의 도요(土用; 토용), 문화첩 서적의 환상의 음각, 하쿠레이 신사에 대한 설명, 그리고 보조 자료로서 종 분류의 특성, 그리고 그로부터 도출되는 경계의 근대성을 통해 이러한 상황을 타파하고 환상향의 두 경계의 속성과 기능을 명확히 정립하는 데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2장에서는 우선 동방에 나타난 이중 결계의 존재를 도요의 예를 포함해 설명한다. 3장에서는 종의 분류를 통해 이 구조를 분석하고, 여기에 내포된 바깥세계적, 렌코적인 근대성을 밝힌다. 4장에서는 이것을 실제로 환상향의 두 경계에 적용하여 두 경계, 특히 하쿠레이 대결계의 속성과 기능을 정립한다.
2.이중의 결계
도요는 각 계절의 완충역할을 하는 제5의 계절이다. 사실 계절은 단절적인 경계를 갖고 전환되는 것이 아니다. 이에 도요를 계절 사이사이에 집어넣어 완충지대로 삼는 것이다.(cifer, 엑스트라 스테이지 5번째 계절의 의미 https://gall.dcinside.com/touhou/5645671 참조) 어떤 의미에서 도요는 그 자체로 하나의 경계로 기능한다고 할 수 있다. 도요는 계절과 계절 사이의 경계다. 하지만 이것은 매우 점진적이며 명확하지 않고 연속적이다. 여기에는 두 번째 경계가 끼어들 틈이 있다.
문화첩 서적 정발판 기준p.91의 환상의 음각 '꿈과 현실의 경계'(<몽위과학세기> 수록)는 이렇게 말한다.
이 곡 자체가 경계라는 역할을 가지면서, 실은 경계 자체는 곡 안에도 담아두었습니다. 이중의 결계인 셈이죠. 그것도 인트로까지는 명백히 꿈인 것을 의식하고, 메인 멜로디 자체는 현실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곡은 두께가 있고, 그것은 하나의 경계를 형성한다. 곡은 두께가 있고, 여기에는 두 번째 경계가 끼어들 틈이 있다.
환상의 음각에서 스스로 언급하였듯이 이미 동방에서 레이무와 유카리의 스펠카드(몽부「이중결계」, 몽경「이중대결계」, 경계「이중탄막결계」, 망량「이중흑사접」) 등으로 이중 경계가 인지되고 나타나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중 경계에서, 느슨한 것 사이에 끼어들 다른 하나는 어떤 속성을 가지고 있을까?
3.근대적인 경계 짓기
경계 내부의 경계, 경계 짓기 위한 경계는 이산적이고 배타적인 성질을 갖는다. 이에 관해서는 분류학의 종 구분을 예로 들어볼까 한다. 졸작 <동방에서의 앨범의 위치-7.<토리후네 유적>>(https://gall.dcinside.com/touhou/2799794)과 <자가선 14화의 자시키와라시에서 본 환상향의 두 경계의 진화적 격리성>(https://gall.dcinside.com/touhou/3119655)에서 볼 수 있듯이 생물학에 착안한 논의는 동프학에 있어서 도움이 될 때가 많다. 리처드 도킨스는 <지상 최대의 쇼>에서 이렇게 말한다.
진화의 핵심 논리에 따르자면, 가령 오스트랄로피텤스와 호모 속 사이에서 정확하게 경계선에 놓인 개체들이 한때 반드시 존재했어야 한다. 플레스 부인(필자 주: 유명한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두개골 화석)과 현대 호모 사피엔스의 두개골을 놓고, "그래, 두 두개골은 틀림없이 서로 다른 속에 속해"라고 말하기는 쉽다. 하지만 오늘날 거의 대부분의 인류학자가 믿는 대로, 호모 속의 모든 개체가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속에 속했던 선조들로부터 유래했다면, 한 종에서 다른 종으로 넘어가는 연쇄의 어느 지점에선가는 정확하게 경계선에 놓인 개체가 적어도 하나는 있었어야 한다는 말이다.
(중략)
이제 '트위기'라고 불리는 두개골을 살펴보자. 트위기도 요즘은 보통 호모 하빌리스로 분류된다. 하지만 주둥이 부분이 상당히 돌출된 것을 볼 때, 1470이나 1813(필자 주: 호모 하빌리스로 비정되는 두개골 화석들)보다는 플레스 부인에 더 가까운 느낌이다. 한때 어떤 인류학자들은 트위기를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속에 넣고 또 다른 인류학자들은 호모 속에 넣었다는 말을 들어도 여러분은 이제 별로 놀라지 않을 것이다. 사실, 세 화석 각각이 과거 다양한 시점에 호모 하빌리스로도, 오스트랄로피테쿠스 하빌리스로도 분류되었다.
(중략: 1470이 비정받은 종은 하빌리스 말고도 하나 더 있으며, 이 종도 호모 속과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속에 비정된 일이 있음)
이렇게 학명에 혼성이 있는 것이 진화과학에 대한 확신을 갉아먹는 일일까? 그 반대다. 이런 생물들이 모두 진화적 중간 형태고, 한때 '잃어버린 고리'라고 불렸지만 지금은 찾아낸 고리들이라면, 충분히 예상할 만한 일이다.
(중략)
우리가 현대 호모 사피엔스의 계통을 따라 올라가면, 언젠가는 반드시 살아 있는 사람들과 너무 차이가 나서, 가령 호모 에르가스테르라고 다른 종명을 붙여야 하는 때가 올 것이다. 그렇지만 과정의 각 단계에서 모든 개체는 제 부모자식과 같은 종으로 취급하기에 충분할 만큼 아주 비슷했을 것이다.(중략: 호모 에르가스테르를 더 거슬러 올라가면 호모 하빌리스라 부를 만한 때가 올 것) 더 거슬러 올라가면, 언젠가는 개체들이 현대의 호모 사피엔스와는 크게 차이가 나서, 가령 오스트랄로피테쿠스라고 다른 속명을 붙여야 하는 시점이 올 것이다.
문제는 '현대의 호모 사피엔스와 상당히 다르다'는 것과 '최초의 호모와 상당히 다르다'는 것은 별개의 이야기라는 점이다.(중략)최초의 호모 하빌리스 표본이 태어났을 때를 생각해보자. 그 부모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였다. 자식이 부모와 다른 속에 속한다는 말인가? 그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그러나 분명한 사실이다.
현실이 잘못된 게 아니라, 모든 생물을 이름표 달린 분류체계에 밀어넣으려고 하는 인간의 고집이 잘못된 것이다. 현실에서는 최초의 호모 하빌리스 표본이라는 생물 따위는 없었다.
(중략: '중간 형태'는 지극히 많이 발견되어 있음)
중간 형태일 가능성이 있는 화석이라도 뭐든 호모 속 아니면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속 둘 중 하나로 분류되어야 한다. 따라서 중간 형태는 없게 된다.
하지만 앞서 설명했듯이, 이것은 세상의 현실이 아니라 동물학적 명명의 규범에 따른 불가피한 결과다.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완벽한 중간 형태라 해도 호모나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중 하나에 쑤셔넣어야 한다. 고생물학자들 중 절반은 그것을 호모로 부르고 나머지 절반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로 부를 것이 틀림없다.
(중략)
박물관 안내문에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와 호모 하빌리스의 중간쯤'이라고 쓰는 것은 허락되지 않는다. 역사 부인주의자들은 이런 명명상의 관행을 현실에서 중간 형태들이 없다는 증거로 해석한다.
여기서 핵심은, 명확한 경계 짓기가 근대적인 행동이라는 것이다. 분류학은 카를 폰 린네가 정립하였으며 그는 18세기 서양의 사람이다. 이러한 근대성의 확립은 도요와 계절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현대 기상청에 도요는 없다. 각 계절의 시작은 명확한 기준이 있으며, 가을의 마지막 날 다음날은 겨울이다.
분류하는 근대는 실제로 그러한 경계가 존재하지 않음을 간과하지 않는다. 사실 조상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어느새 종이 다르다고 해야할 정도로 달라지는 구역이 있다는 것, 계절이 명확한 경계를 두고 변하지 않는다는 것 자체는 사실이다. 그러나 근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느슨한 경계 안에 하나의 명확한 경계를 더 넣기로 한다. 느슨한 경계는 객관성을 담보할 수 없으므로.
물론 실제로 근대가 온전히 그런 것은 아니다. 역사학자가 들으면 (여러 가지 방면에서) 까무러치리라. 그러나 분리/분류/격리의 맥락에서 근대는 거의 이렇게 한다. 조선의 도자기는 국가적인 변란을 고려하고서라도 점진적으로 변화했지만, 고고미술사학자들은 그것을 알면서도 조선 도자기의 전기와 후기를 1592년에서 칼 같이 나눈다. 또한 동방 내에서 렌코로 표상되는 근대-현대도 분명 그러하다. <몽위과학세기> 트랙7 '밤이 내려온다'에서 메리는 렌코에게 이렇게 구술한다.
너같은 구시대(필자 주: 메리와, 비봉의 배경이 되는 미래의 입장에서)적인 사람은 꿈과 현실을 반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좀 더 좀 더 머나먼 옛날 사람은, 꿈과 현실을 구별하지 않았다고 해.
결론적으로 이중의 경계 중 두께가 있는 경계는 느슨하고 어렴풋한 데에 반해, 그 가운데의 경계는 근대성으로 무장하여 명확하게 존재하고 양편을 분리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4.하쿠레이 대결계에의 적용
환상향연기에서 하쿠레이 신사의 위치는 이렇게 묘사된다.
하쿠레이 신사는 환상향과 바깥 세계의 경계에 세워져 있기 때문에 양쪽 세계에서 신사에 갈 수 있다.
이 신사는 바깥 세계와 환상향의 경계에 존재한다.
*4 엄밀히 말해 이 신사가 있는 곳은 환상향이 아니다.
이것은 문화첩 환상의 음각에서 제시된 이중 결계의 구조와 일치한다. 즉, 하쿠레이 신사가 '두께가 있는' 경계 속에 있으며, 그와 연관된 하쿠레이 대결계는 경계 안의 이중 결계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반대로 환상과 실체의 경계는 두께가 있는 쪽이 된다.
이러한 점은 대결계의 설치 맥락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1885년 설치된 대결계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근대에 대응해서 설치되었다. 이에 관해서는 추가로 설명이 필요하리라 생각되지 않으며, 환상과 비상식을 자가선 14화의 자시키와라시에서 본 환상향의 두 경계의 진화적 격리성>(https://gall.dcinside.com/touhou/3140400)과 <자가선 9화의 레이무 발언에 대한 해설>(https://gall.dcinside.com/touhou/3174054)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환상향은 엄밀히 말해 환상과 비상식의 세계가 아니라 대립실체와 대립상식의 세계이므로, 또한 이를 대립근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하쿠레이 대결계는 그 설치로부터 자신의 두께없는 경계성을 스스로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근대에, 근대에 대응해서 만들어졌다. 왜 하필이면 1885년인가? 1945년을 기준으로 해서 60년 전? 청과 일본의 텐진 조약?(청과 일본의 첫 대등 조약은 1871년 청일수호조약이니 가능성은 낮다) 무엇이든 상관은 없다. 다른 사람들은 다른 연도를 고를지도 모르겠지만 그것도 상관이 없다. 중요한 것은 단 1년, 하나의 연도를 선택해 잘랐다는 것이다. 느슨한 경계의 입장에서 근대는 당연히 서서히 시작하고 진행했지만, 명확한 경계의 입장에서 동방은 시작의 지점을 1885년으로 지목한다. 이것은 두께 없는 분리의 경계의 속성을 스스로 표상한다. 정반대로 환상과 실체의 경계는 명확한 설치 연도가 지목되지 않는다. 환상과 실체의 경계는 500여년 전 설치되었다고만 두루뭉술하게 알려져 있다.
따라서 하쿠레이 대결계는 분리/격리의 경계이다. 이 경계는 명확하며, 경계 양 편을 서로 배제한다. 환상향의 두 경계가 갖고 있던 속성 중 '격리와 분리'는 하쿠레이 대결계에 부과되어야 한다. 하쿠레이 대결계의 설치 이전에 환상향은 그 바깥과 격리되지 않았다.
또한 따라서 환상과 실체의 경계는 두께있는 경계이다. 이 경계는 느슨하며, 경계 양 편은 서로 연속적이며 분리되지 않는다. 환상향의 두 경계가 갖고 있던 속성 중 '환상을 불러들임'은 환상과 실체의 경계에 부과되어야 한다.
5.결론
이로써 환상향의 두 경계의 속성이 명확히 확립되었다. 하쿠레이 대결계는 환상향을 바깥세계로부터 분리/격리한다. 환상과 실체의 경계는 환상을 불러들인다. 이러한 결과는 여태까지의 의문도 상당수 풀어줄 수 있었다.
<자가선 9화의 레이무 발언에 대한 해설>에서 있었던 혼선은 "요괴가 환상으로 실체가 없지만 환상향 안에서는 환상이 실체가 됨으로서 실체를 얻는 것이라면, 환상향이 생기기 전 환상이 살아있을 때의 요괴는 실체가 있었나 없었나"였다. 필자를 포함해 많은 이들은 이 문제에 답하지 못하고 보류하였다. 그러나 환상과 실체의 경계가 느슨하고 두께있는 경계로, 분리의 역할을 하지 않고 연속적인 구조를 가진다는 이 글의 결론을 보면 그것이 당연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결계 설치와 분리 이전에 환상과 실체 사이에는 (그것도 15-16세기 이후에나) 느슨하고 연속적인 경계만 있었을 뿐으로, 서로 구분되지 않았던 것이다. 요괴가 실체를 가졌는가 단지 환상이었는가에 대한 논의는 쓸모없었을 뿐더러 결론을 내릴 수도 없는 문제였던 것이다. 사실 이 문제는 결계 속성 확립 이전에도 힌트가 있었다.
좀 더 좀 더 머나먼 옛날 사람은, 꿈과 현실을 구별하지 않았다고 해.
이미 위에서 인용하였다.
또한 환상이 환상향 안에서 실체이고 비상식이 환상향 안에서 상식인 매커니즘에서의 혼선은 하쿠레이 대결계가 선을 그으면서 환상과 실체의 경계의 문제도 함께 처리하는 것이 옳지 않나 싶다. 말하자면, "환상을 안에서 실체로 함은 환상과 실체의 경계'와 하쿠레이 대결계에서' 나온다"고 하면 무리있는 주장은 아닐 것이다.
이러한 결론은 <연석박물지에 관한 해설과 분석>에서 두 경계의 기능 중 '격리'에 하쿠레이 대결계의 '상식'이 단독으로 연결되고 있다고 파악한 바에 일치한다. 주제 의식에서의 동방의 일관성을 확인한 데에도 의의를 둘 수 있겠다.
경사스러운 133계(132계)
ZUN 탄생 이래 40년
동방 프로젝트 시작 이래 21년
환악단 결성 이래 15년
8월 31일 한밤중
동프학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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