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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감평] 일단 세개만 스르륵 감평합니당...모바일에서 작성

ㅇㅇ(211.36) 2021.02.13 20:20:23
조회 251 추천 1 댓글 2
														


다른 것도 다 재미있고 쓰고 있는 중이었는데 내용도 맘에 안들고 시간도 그만 지나가버렸습니다... 쓴거 몇개만 그래서 후다닥 올립니다. 게을러서 죄송합니다...
  
1.돌과 종이와 아이패드 pro가 전한다.
  
‘티피톱의 우울’을 겪는 레이무의 이야기입니다. 환상향의 관찰자인 레이무에게 있어 요괴와의 화합은 세계관의 역전입니다. 인간의 안전이라는 방향으로 도는 팽이를 추구하는 레이무에게 있어 요괴와의 화합은 그의 목표와 어긋나는 것 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관측자의 인식과는 달리 위아래를 바꾼 팽이는 여전히 같은 방향으로 돕니다. 인요의 화합이 궁극적으로 인류의 안전으로 이어진 지금의 환상향처럼 말입니다. 퇴치를 업으로 살아온 그에게 있어서 티피톱의 운동은 세계관이 무너지는 경험일터이고 고로 그는 그 두려움에 돌발적으로 행동합니다. 유카리는 그에 대해 다른 시점에서 사고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으로 그러한 현기증을 극복할 것을 조언합니다. 영화 ‘트루먼 쇼’는 내가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을 비틀어 보는 상상력을 기를 수 있게 합니다. 레이무의 입장에서 방향을 바꾼 것처럼 보이는 것도 팽이의 시점에서는 여전히 같은 방향일 수 있습니다. 사람들도, 환상향도 그렇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형식을 눈여겨보았습니다. 레이무의 변화를 매체의 변화를 통해 서술하기 때문입니다. 소설의 초반, 기도문과 기사에서 레이무는 ‘관측’ 되는 존재입니다. 그러나 후반부에서 레이무는 일기를 쓰고 별점을 다는 것으로 관측의 대상에서 주체로 격상됩니다. 과거의 전달지향적 매체가 오늘날의 참여지향적 매체로 변화하는 과정, 돌과 종이의 시대에서 아이패드pro의 시대로 발전하는 과정이 인간성의 회복으로 이어진다는 주제를 그에 알맞는 형식에 결부시켜 표현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2. 마음의 지동설
  
그렇게 메리는 자신이 스스로의 중심이 아님을, 자신이 타인에게 이끌리는 위성임을 고백합니다. <어린 왕자>의 길들여짐이 떠오르는 대목입니다. 길들여짐이란 타인에 대한 종속이며, 나 자신의 불완전함의 고백으로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자존심을 버리고 자신을 기조로 한 마음의 천동설을 폐기합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그러는 편이 더 진실되고, 행복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이 글은 고백에 끌려오는 아늑한 수치심과 그럼에도 만남을 소망하는 메리라는 위성의 공전을, 우수어린 문체로 근사하게 표현해 냅니다.  짧은 글임에도 소재의 양이나 사용하는 난이도가 상당합니다. 메리성, 지동설, 나침반과 꿈 속의 소망과 소망 뒤의 소망. 소재들을 솜씨 좋게 배열하여 주제를 드러내는 전개 역시 단편에 대한 글쓴이의 오랜 관록을 보여줍니다. 배울 점이 많은 글입니다.  


하지만 3번 지문 채용을 팽이를 원관념으로 하는 비유 몇 개로 퉁치고 넘어가려고 한 것은 주최자 입장에선 조금 섭섭할 것 같습니다...


3.상해홍차관  
  
글쓴이의 다른 작품에 비교해볼때, <상해홍차관>은 글쓴이의 장점만을 모아 쓰여진 소설 같습니다. <살별>이나 <가속기>등에서 약점으로 지적되어 왔던 오리지널 캐릭터와 너무 관조적이어서 감정이입이 어려운 심리묘사를 거의 배제하고, 동 작품들에서 보여주었던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핍진성과 전문성을 최대한으로 살려 썼습니다.
  
그 결과 <상해홍차관>은 두손 두발 다 들어 무장해제된 상태로 공부하듯 읽어야 합니다. 어렵습니다. 역사와 문학에 관한 높은 식견을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여러번 돌려 읽다 얻을 수 있는 지적인 감흥은 ‘쉬운 글이 좋은 글’이라는 일련의 미신을 순식간에 비웃음거리로 만들 정도로 강력합니다.


강력함은 주제와 형식이 부합하는 데서 옵니다. 소설은 세 스타일의 문단이 반복되는 구성을 취하고, 세 문단은 하나의 파트가 되어 등장인물을 설명합니다. 화살촉과 화살몸, 깃으로 구성된 화살을 여러발 쏘는 모습이 연상되는 플롯입니다. 인류 항해의 역사가 운을 띄우면, 레밀리아와 홍차관의 누군가의 대화가 이루어지고, 다음 파트에서 그가 겪은 항해의 경험을 서술하는 식입니다.
  
세 부분이 정확히 맞물려 서로가 서로의 근거로 제시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느슨하게 감정적인 에너지를 주고받아 이야기에 설득력을 부여해냅니다. 역사적 기억으로부터 상기되는 항해의 두려움은 압제가 다다른들 이제까지 그랬던 것처럼 사람들은 어찌되었건 살아갈 것이라는 파츄리의 냉소와 선거민주주의라는 좀 더 나은 미래를 낙관하는 메이링의 말을 신뢰하고 싶도록 합니다. 한 편, 파라오가 원하기에 배에 올라타는 신하의 이야기는 레밀리아를 지지하는 사쿠야의 행동에 문장으로 쓰여진 것 이상의 당위를 부여합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는, 인류의 항해에 대한 기억을 여러 번 제시함으로써 레밀리아의 항해를 감정적으로 납득시킵니다. 그런데 이것은 이 글의 가장 이상한 점이기도 합니다. 이 글에서 항해는 이상화되지 않습니다. 그러기는 커녕 건조하고 현실적인 문장 위에서 살아내기 위해 택하는 호구지책으로 보일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려움과 두려움에 대한 막막함을 드러내는 이러한 서술이 결과적으로 항해를 긍정하도록 만듭니다. 왜 이런 효과가 발생할까요? 섵부르게 말하자면, 어딘가로 떠나고 정착하는 것이, 그리고 그곳에서 번영하거나 파멸하는 것이 인간 본연의 ‘운명’임을 자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엄밀히 말하면 이 글은 항해를 긍정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자연의 섭리로 격상시켜 독자로 하여금 그것에 순응하게 만드는 셈입니다.


항해가 종종 가리키곤 하는 ‘파멸의 운명’에서 연상되는 것은 오이디푸스 비극입니다. 오이디푸스는 자신의 파멸을 예감함에도 불구하고 진실을, 라이오스 왕의 살해자를 찾는 노력을 그만두지 않고 그 결과로서 파멸합니다. 그러나 그가 자신의 운명을 피하거나 부정하지 않고 똑바로 직시했다는 점에서 그는 운명과 싸운 셈이고, 운명이 가져온 자신의 죄에 책임을 다함으로서 그는 운명을 지배하는 자가 됩니다.  항해는 파멸을 담보로 추구되는 행위이라는 점에서 그리스 비극의 운명과 조응합니다. 그러므로 ‘운명을 조종하는 정도의 능력’을 가진 레밀리아가 항해에 동의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입니다. 인류는 진보한다는 이성주의의 로망을 인류의 거대한 운명으로 놓을 때, 홍차관의 가장 오래되지 않은 항해는 인류의 오랜 운명을 반영합니다.
  
물론 이때 현실적인 측면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실제 역사에서 이러한 로망이 제국주의의 수많은 비극을 잉태했다는 걸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제국의 엘리트가 제국의 전부는 아니'듯이, 역사적 비극만을 이성주의의 결과로 단정지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그렇기에 제국의 한 귀퉁이에서나마 존재했을 일말의 낭만은, 제국이 내세운 가치와 명분이 소진된 시대에도 살아남아 항해를 계속합니다. 제국의, 탐험가의, 쓰러져 난파된 유령선들과 더 나은 미래를 찾아 떠난 일군의 무리의 꿈을 이어 꾸겠다고 선언합니다. 그리고 글은 옛 토고요의 바다를 넘어 어느 섬에 도착했던 이들과 정착하기를 떠나고 다시 길을 떠난 이들을 묘사하는 데 다다릅니다. 이 장면에서 과거와 현재, 환상향의 이야기와 현실의 역사는 거의 하나로 보입니다. 계속해서 반복했던 항해라는 모티프는 양자를 구분하는 경계를 부수어 거의 동일한 것으로 만듭니다. 설령 팬픽일지라도 현실의 세계를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을 가진 이들에게 <상해홍차관>의 경계 무너뜨리기는 훌륭한 선례로 남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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