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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갤문학] 프리스크 패러블 - 16 - (그릴비네)

유동문학(221.141) 2016.04.29 17:5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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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355446

11화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360221






 "차라에 대해 조사했다는 게 무슨 뜻이에요?"

 "말 그대로야, 꼬마. 책들을 뒤져보고 기록을 찾아보고, 여러가지 잠깐 바쁘게 쏘다녔지."


 너는 샌즈와 함께 스노우딘을 걷고 있었다. 너는 스노우딘을 둘러볼 기회가 없었으므로 샌즈와 대화하면서도 주변을 계속 돌아보았다. 도서판이라고 간판이 걸려있는 도서관, 온갖 장식이 달려 있고 선물이 놓여져 있는 크리스마스 트리, 멋진 글귀로 그릴비네라고 쓰여있는 바, 지나가는 널 보면서 '요! 너도 어린애구나! 줄무늬 티를 입었잖아!'라고 외치는 팔 없는 괴물, 여러 풍경과 괴물이 네 눈에 들어왔다. 너는 이 전원적인 풍경을 즐기고 싶다는 생각을 했으나, 그럴 시간은 없었다.


 "차라에 대해서 찾은 기록이 있어요?"

 "결론만 말하자면, 굉장히 적었어. 있긴 있었지. 차라라는 아이가 나오는 영상 기록물과, 간접적으로 그 아이와 관련된 것에 대해 지칭하는 기록이 몇 개 있었어."

 "영상 기록이요?"

 "사실, 말이 영상이지 소리밖에 안 나와. 의도적으로 그런 건지는 몰라도 카메라의 렌즈 뚜껑을 계속 닫아놨더라고. 하지만, 그걸로 뭔가 미심쩍은 걸 발견했지."


 미심쩍다는 얘기에 너의 귀가 쫑긋 서는 듯 했다. 플라위가 했던 말에 지금 너는 살짝 불안했기 때문이다. 플라위의 친구가 자기 머리 속에서 말하고 있는데, 굉장히 착하게 너 자신을 도와줘왔지만, 플라위가 했던 말과 그 말에 따른 나의 반응을 생각해봤을 때 아주 거짓말은 아닌 것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굳이 직접 물어보고 있진 않았지만, 나에게 뭔가 숨기는 것이 있고, 그 숨기는 것이 결코 훌륭한 일은 아니란 걸 너는 잘 알고 있었다. 샌즈가 그 답을 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아이 두 명이 찍은 영상이 있었지. 물론, 소리만 있었고, 정확히는 한 명의 목소리만만 들렸지. 한 아이가 어떤 계획에 대해 이야기하더라고. 이 계획은 하면 안 될 것 같다고 말하면서, 그만두자고 말리고 있었지. 버터컵 꽃에 대한 언급을 하면서 말야."

 "버터컵 꽃이라면…, 예쁘긴 한테 독이 있는 꽃이잖아요."

 "잘 알고 있네. 뭐, 이 정도 대화로 뭔가를 알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문제는 그 한 명의 목소리가, 말하는 꽃이 잠깐 냈던 그 목소리랑 똑같다는 거지."

 

 플라위가 나에게 말하면서, 자기가 누구인지 밝히는 와중에 냈던 그 목소리를 말하는 것이었다. 그 목소리, 내 친구였던 그의 목소리를 잊을 리가 없다.


 "문제는, 이 정도 정보로는 정확히 차라라는 애에 대해 알 수 없다는 거야. 아마, 본인한테 직접 듣는 게 가장 정확하겠지."

 "차라? 얘기해줄 수 있어?"


 프리스크, 집에 가는 걸 도와줄게. 그러니까 그거에 대해선 물어보지 말아줘.


 "차라가 말하기 싫어해요. 차라도 기억하기 싫은 것 같아요."

 "그래? 굳이 그렇다면 상관 없지만, 속내를 알 수 없는 녀석과 함께 있는 한, 너를 도와줄 순 없어, 꼬맹아."


 왜 이야기가 그렇게 되는 거야?


 "헤, 지금 꽤 당황하는 표정인데. 꼬마야. 생각해봐. 그 차라라는 애가 네 머리 속에 들어앉아 있고, 만약 어떤 식으로든 지하 세계를 벗어났다고 치자고. 그런데, 그 말하는 꽃이 한 말이 사실이라면, 꼬마 너가 무슨 짓을 하게 될지 잘 모르겠는데. 괴물들에게도 해를 끼칠 수도 있고 말이야. 꼬맹아, 너가 차라라는 이름을 입 밖으로 꺼내자마자, 말하는 꽃이 널 죽이려고 했어. 영혼을 취하려고 한 거겠지. 그런 꽃이 최고의 친구라고 부르는 녀석이 바로 차라야. 이해했어, 꼬마?"

 "네…."

 "그 아이가, 정말로 너에게 안전한 존재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스스로에 대한 얘기를 할 필요성이 있어. 그렇지 않나, 차라?"


 …, 그렇게도 원한다면, 그래, 얘기해줄게.


 "차라가 말해주겠대요!"

 "헤, 그럼 그릴비네나 가자고."

 "에? 우리 지금 뭐 사러 가는 거 아니었어요?"

 "그릴비네에서 사자."

 "네?"


  그러고나서 샌즈는 가던 걸음을 멈취고 뒤돌아서 그릴비네로 가기 시작했다. 너는 당황했지만, 그냥 샌즈의 말을 듣기로 했다. 왠지 샌즈의 말에는 토는 달 수 있어도 막을 수는 없었다. 어차피 듣으려고 하는 것 같지 않았다. 너는 샌즈의 은근히 빠른 발걸음을 종종걸음으로 따라갔고, 그릴비네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릴비네에 들어가니, 스노우딘 숲을 지키고 있던 개 경비대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이야기를 하거나 앉아서 쉬고 있었다. 토끼같이 생긴 술취한 괴물이, '샌지~'라고 말하며 반갑게 인사하고 있었고, 흉측하게 생긴 듯 하면서도 걸걸하고 호탕한 목소리를 내는 식물 괴물도 있었다. 샌즈는 그들에게 가벼운 농담을 던지며 분위기를 띄워줬다. 모두가 샌즈를 좋아하는 것 같았다.

 샌즈를 따라 의자에 앉았는데, 바텐더 복장을 한 괴물은 정말 신기했다. 걸어다니는 불이 옷을 입고 접시를 닦고 있었는데, 이유는 몰라도 안경을 끼고 있었다. 불에게 안경이 필요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꽤 분위기 있는 괴물이라고 넌 생각했다.


 "뭘 먹을래, 꼬마야? 뭐, 이따가 요리를 먹을 거니까 마실 거라도 시킬래?"

 "아, 아니에요. 전 괜찮아요."

 "이봐, 꼬마야. 음식점에서 음식을 시키지 않는 건 예의가 아냐. 그리고, 난 의외로 돈이 많거든."


 그러고나선, 샌즈는 걸어다니는 불에게 오렌지 에이드와 케첩을 달라고 말했다. 그 불의 이름은 간판대로 그릴비였다. 그릴비는 너와 샌즈를 잠깐 쳐다보더니, 다락 밑에서 케첩과 큰 컵을 하나 꺼냈다. 케첩은 그대로 샌즈에게 줬고, 컵을 들고는 구석에 있던 한 문으로 들어갔다. 음식은 저곳에서 만드는 모양이었다. 너가 옆을 쳐다봤을 땐, 기괴하게도 샌즈는케첩을 통채로 마시고 있었는데, 너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할 뻔 하다가 겨우 감췄다. 괴물들의 식성에 대해서 이것저것 신경쓰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샌즈는 멈추지 않고 계속 케첩을 마셔댔는데, 너는 생각보다 그렇게 맛이 나쁘진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다만, 굳이 그렇게 먹고 싶진 않았다.

 그 사이에 그릴비에 오렌지 에이드를 컵에 담은 채로 너에게 가져다 주었다. 너는 감사하다고 말했고, 그릴비는 아무 말 없이 제자리에 돌아가서 접시를 닦기 시작했다. 그리고 샌즈는 손에서 케첩을 놓았다.


 "자, 그럼 꼬마야. 그 애의 이야기를 나한테도 좀 들려줄래? 뭐, 중간에서 전달해주는 식으로 말이야."

 "아직, 차라는 아무 말도 안했지만, 어…."

 "주변 괴물들은 신경쓰지 마. 이래뵈도 남의 이야기를 훔쳐들을 정도로 나쁜 녀석들은 아니거든."


 그럼, 이야기해줄게.

 옛날 옛적에 한 인간이 폐허로 떨어졌습니다.


 "옛날 옛적에 한 인간이 폐허로 떨어졌습니다."


 떨어져 다친 인간은 도와달라고 소리쳤어요.


 "떨어져 다친 인간은 도와달라고 소리쳤어요."


 왕의 아들 아스리엘이 인간의 외침을 들었답니다.


 "왕의 아들 아스리엘이 인간의 외침을 들었답니다."


 "그 아이는 인간을 성으로 데려갔지요."

 



 *




 "그렇게 해서 왕과 왕비는 하루에 두 아이를 모두 잃었어요."

 "그렇게 된 거였군."


 샌즈의 눈이 번쩍였다. 


 "그렇다면, 차라라는 아이가 계획적으로 버터컵 꽃을 먹고, 아스리엘을 시켜서 지하 세계를 빠져나간 다음에, 그 힘으로 인간을 몰살하려고 했던 거라고 생각하면 되나?

 "맞아요, 샌즈. 전 인간을 모두 죽여버릴 생각이었어요."

 "…, 더 이상 내가 알던 꼬마가 아니군."


 너의 눈이 나의 눈이 되고, 너의 입이 나의 입이 되고, 너의 귀가 나의 귀가 되었다. 나는 샌즈를 쳐다봤다. 샌즈의 눈빛은 상당히 위협적이었다. 당장이라도 죽일 준비가 되어있다는 눈빛으로 노려봤지만, 그건 안 된다.


 "샌즈, 이 몸은 프리스크 거에요. 그러지 마요. 제가 프리스크의 입을 빌리고 있어도, 프리스크는 프리스크에요. 차라가 아니에요."

 "재밌는 말장난이네."

 "아스리엘이 꽃이 된 것까진 몰랐지만, 저 때문에 아스리엘이 죽었어요. 제가 아스리엘의 몸에 들어갔을 때, 전 인간을 죽이려고 했지만, 아스리엘이 그걸 막았어요. 그때는 엄청나게 화가 났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건 옳은 행동이었어요. 저 때문에 인간과 괴물 사이에 전쟁이 났을 수도 있으니까요."

 "인간을 죽이지 않아서 옳은 게 아니라, 전쟁이 나지 않게 하려는 행동이라서 옳은 건가?"

 "그런 뜻이 아니에요!"

 "헤헤."


 샌즈가 적의가 담긴 눈빛을 머금고 웃었다. 폐허에서 나오는 문 앞에서, 샌즈가 프리스크에게 보여주었던 신뢰가 사라져가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상황이 돌아가면 곤란했다. 나 때문에 프리스크가 얻은 친구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샌즈가 무엇을 두려워하고 경계하는지 알 수 있었다. 죽음에서 살아돌아오는, 의지의 힘을 나같은 애가 조종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그 힘으로 무슨 짓을 할지 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때의 내가 이런 의지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면, 인간을 모조리 죽여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이 의지는 프리스크의 의지였다. 영혼이 없는 나에게, 의지는 내가 이끌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 몸은 프리스크 거고, 의지도 프리스크 거예요. 제가 과거에 그런 짓을 했다고 해서, 그런 짓을 했던 인간이 프리스크의 영혼 속에 있다고 해서, 곧 프리스크가 이 힘으로 인간이든 괴물이든 다 죽여버린다는 뜻은 아니에요. 저는 감정이 없어요. 하지만 느낄 수 있어요. 다른 괴물들의 고통과, 제가 과거에 봤던 인간들의 슬픔이 느껴져요. 프리스크의 감정이에요. 프리스크가 저를 제대로 이끌어주었어요. 이 아이의 의지는 이 아이에 것이지, 제가 조종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지금 너가, 꼬마애의 입으로 말하고 있잖아."

 "이것도 프리스크의 의지일 뿐이에요. 제가 조종하는 게 아니에요. 제가 만약 여기 있는 컵을 부숴서, 샌즈의 머리를 부수려고 시도한다면, 저는 바로 주도권을 잃어버릴 거에요. 그건 프리스크의 의지가 아니거든요."


 샌즈는 흠, 하고 앓는 소리를 냈다. 불신이 가득한 저 표정, 안 돼, 샌즈가 없으면, 프리스크가 또 죽을 수도 있단 말야. 제발. 내 말 좀 믿어줘! 제발!


 "샌즈, 차라가 울고 있어요."

 "응? 프리스크니? 골아플 정도로 헷갈리게 하는구나, 넌."

 "네, 저에요. 방금 차라와 샌즈가 말하는 걸 들으면서, 차라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 봤어요. 바깥 사람들이 차라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그것 때문에 차라가 어떻게 느꼈었는지, 저는 차라의 마음 속에서 느꼈어요."


 너는 내가 너의 몸을 빌리는 순간, 내 마음 속을 들여다본 듯 했다. 인간들이 나에게 했던 짓을 잊을 수 없다. 말하기도 싫다. 에봇산 구덩이에 몸을 던져서 죽고 싶을만큼, 너무 끔찍한 기억이었다. 그래서 복수하고 싶었다.


 "저도 정확한 건 모르겠지만, 영혼이 없으면 감정도 못 느낀다고 했어요. 하지만, 차라는 분명히 지금 울고 있어요. 눈에 보이지 않아도, 차라의 눈에서는 눈물이 나고 있어요. 자기 때문에 샌즈가 저를 못 믿게 됐다고, 울고 있어요. 차라는 저한테 앞으로 죽지도, 죽이지도 않게 도와주겠다고 약속했어요. 샌즈가 다가와서 친절한 말을 건네줄 땐, 차라는 정말 기뻐했어요. 제가 샌즈와 친구가 됐다면서, 그 사실을 몇 번이나 저한테 알려줬어요. 그런데 지금은 샌즈가 그렇게 저를 쳐다보고, 의심하니까 차라가 정말 슬퍼해요. 제가 이렇게 몸을 다시 찾은 것도, 차라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아서 그랬어요."

 "그렇구나."


 샌즈가 케첩을 한 번 더 마시기 시작했다. 너도 가만히 샌즈를 쳐다보다가, 한 입도 대지 않은 오렌지 에이드를 마셨다. 시간이 조금 지났음에도 꽤 시원했다.


 "헤헤, 꼬마야. 너 꽤 의젓해진 거 아니야? 처음 봤을 때는 무섭다고 울어대기만 했으면서 말야."

 "그, 그때는 샌즈를 처음 봐서…."

 "살떨리게 무서웠겠구나. 나는 그런 감정을 잘 모르지. 살이 없거든."


 너는 순식간에 표정이 안 좋아지려는 것을 참고 같이 웃어주었다. 샌즈는 만족한 듯 했고, 눈빛은 평소처럼 온화했다.


 "프리스크, 생각해보니 네 이름을 차라한테서 처음 들었구나. 왜 지금까지 이름을 물어볼 생각을 안 했는지 모르겠다, 꼬마야."

 "헤헤, 별 상관 없어요."

 "자, 이제 돌아가자. 파피가 기다리고 있겠어."

 "그, 재료는 어떻게 해요?"

 "이미 샀어."


 샌즈의 한 쪽 손에 이미 채소나 고기 따위가 잔뜩 들어가있는 종이가방이 들려있었다. 도대체 언제? 샌즈는 깜짝 놀란 얼굴로 종이 가방을 보는 널 보면서 킬킬 웃어대고 있었다. 슬슬 샌즈가 왜 이러는지 알 것 같았다. 너의 반응이 너무 환상적이어서 그런 것 같았다.


 "나가자, 꼬마야."

 "네. 그, 제가 들게요."


 샌즈는 너의 말을 듣지 못 한 척하며 그릴비네를 나설 뿐이었다. 편안한 발걸음이었다.


 "차라, 샌즈도 널 믿어주는 것 같아."


 …, 미안해, 프리스크.


 "아니야. 난 너가 예전에 무슨 짓을 했든 상관 안 해. 너는 나를 도와주고 있고, 옛날에 있던 일 때문에 울었어. 그거면 돼. 하지만…."


 응? 왜 그래?"


 "플라위. 플라위에 대해선 조금 더 생각해봐야겠어. 지금 당장은 어쩔 수 없지만, 조금 더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


 맞아. 내가 그렇게 만든 거나 다름 없으니까….

 너는 나에게 더 이상 그런 식으로 생각할 필요 없다고 말하면서 그릴비네를 나섰다. 너는 너무 착한 것 같다. 이상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그랬다.


 "그냥, 집에 돌아가고 싶은 것 뿐이야, 차라."


 ….


 "내가 집에 돌아가는 것 때문에, 누군가가 다치거나 슬퍼하지 않길 바랄 뿐이야."


 너는 그러면서 샌즈의 뒤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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