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번역 핫산] 이어지는 시간 (3)

초보핫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7.01.25 16:36:23
조회 6547 추천 120 댓글 51
														


viewimage.php?id=34b2c534ebd335a3&no=29bcc427b28677a16fb3dab004c86b6fae7cfdc6a7b48adb39a3dfda202daf9e55b77c7e2eed519ba6dc9d95ae2c8dde9d000254313a3ba8b637



본 게시글은 픽시브 'ダニエル'님께서 투고하신너의 이름은. 애프터 시리즈」의 1편 '이어지는 시간'입니다.

너의 이름은. 애프터 시리즈」는 총 18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원작자 분과의 협의 하에 번역 뒤 게재 중입니다.


너의 이름은. 애프터 시리즈

1편 '이어지는 시간' - Part 1 / Part 2 / Part 3 픽시브 원작 링크

2편 '여행의 종착점' / 픽시브 원작 링크

3편 '처음 만나는 옛 친구' / 픽시브 원작 링크

4편 '새로운 집의 첫 방문자' / 픽시브 원작 링크

5편 '두 사람의 기념일' / 픽시브 원작 링크

6편 '단풍과 온천과 두 사람의 술자리' - Part 1 / Part 2 / 픽시브 원작 링크

12편 '두 사람의 달콤하고도 기나긴 하루' / 픽시브 원작 링크

번외편 '달콤한 한 해의 시작에' / 픽시브 원작 링크

13편 '두 사람의 귀갓길' / 픽시브 원작 링크

14편 '신혼 부부의 그날 밤은' / 픽시브 원작 링크

15편 '남쪽 섬에의 신혼여행' / 픽시브 원작 링크

16편 '미츠하 집에서의 하룻밤' / 픽시브 원작 링크

17편 '미래의 한 형태' - Part 1 / Part 2 / 픽시브 원작 링크




---


「안녕! 미츠하 씨」

도심으로부터 약간 떨어진 미츠하 집. 그 근처의 렌터카 대리점 앞에서 타키와 만나기로 약속한 미츠하는, 타키의 목소리에 뒤돌아본다. 

기다리기 시작한지 얼마 안 되어 온 타키는, 바람이 통하지 않을듯한 두꺼운 외투를 입고 커다란 등산용 배낭을 맨 본격적인 등산용 복장을 하고 있었다. 

「응 타키군. 준비는.. 괜찮아 보이네」

「응. 미츠하 씨도, 역시 잘 챙겨 왔구나」

「물론이지! 이 배낭도 일부러 샀다니까?」

타키에게 등을 돌려, 새로 산 배낭을 보여준다. 이토모리에 있을 때에 쓰고 있던건 집과 함께 사라져버렸고, 그 날 이후 등산용 배낭을 쓸 일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일부러 샀구나. 에, 그 머리끈..」

「이거? 설마 안 어울려?」

오늘은 빨간색과 주황색을 베이스로 하고, 중간 부분을 하늘색 실로 짠 끈을 머리에 묶었다. 

고등학생 때부터 차고 다녔던 이 끈은 꽤나 맘에 들어서, 지금도 가끔씩 쓰곤 한다.  

확실히 타키와 만났던 때에도 이걸 차고 있었다. 오늘은 오랜만에 이토모리에 돌아가는 거였지 하고, 왠지 모르게 차고 싶어져 매고 왔던 것이다.  

「아니, 어울린다고 생각해. 예쁘다고 생각해서..」

「그, 그런가? 그럼 다행이네. 에.. 그럼 출발할까!」

「응! 에, 운전 잘 부탁 드립니다..!」

미안한듯이 말하는 타키에게, 신경쓰지 말라고 웃으며 미츠하는 차에 올라탔다. 조수석에 앉은 타키는 짐들을 발밑에 두고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그럼 출발한다!」

운전 중에는 계속 볼 수 없으니까, 라고 생각하며 미츠하는 타키를 잠시 쳐다본 뒤 엔진을 켰다. 

목적지는 히다산맥의 고산지, 그리운 뒷산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오랜만의 귀향에 들떠있던 미츠하였지만... 


「하아.... 이렇게 힘들었었던가....」

그로부터 수 시간 후, 미츠하는 가쁘게 숨을 내쉬며 떨어지지 않는 발을 억지로 움직여 산길을 오르고 있었다. 

그리웠던 산길은, 도쿄의 포장도로에 익숙해져버린 발에게는 상상 이상으로 가파랐던 것이다. 

예전에는 잘만 다녔던 산길인데, 움직이지 않는 발이 원망스럽다. 몇 년 도쿄에 살았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되어버리다니, 놀라울 정도다.

「아,  짐 좀 들어줄까? 나는 뭐 괜찮으니」

앞서가던 타키가 멈춰서 뒤돌아본다. 운동같은건 타키도 하지 않았을텐데, 그런데도 멀쩡한 얼굴로 있을 수 있는 건 역시 체력의 차이 때문인가. 

「미안, 이제 좀 살것같다.. 역시 타키군도 남자구나-」

가장 무거웠던 물을 배낭에서 꺼내 타키에게 건넨다. 

차를 등산로 초입 근처에 두고 나선지 2시간쯤 지났으려나, 웃자란 잡초들과 울퉁불퉁한 자갈로 가득한 산길은 역시 힘들었다. 

「뭐 이정도야. 조금만 더 힘내자!」

계속 쉬고 있어봤자 오히려 더 힘들어지니까, 라는 타키의 말에 끄덕이고 미츠하는 다시 한발짝 한발짝 내딛는다.

「그래도 반갑긴 하다- 전부, 예전 모습 그대로야.」

그냥 산길이라고는 하지만, 역시 주변 경치는 그리 변하지 않았다. 

바뀐 것은 호수가 하나 늘어난 것 정도로, 멀리 보이는 능선도 나무들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그런 경치를 보고 있으면, 자연스레 발걸음도 가벼워진다. 뭐 가벼워 진건 짐이 줄었기 때문이겠지만, 

어쨌든 그 덕분에 비슷한 페이스로 걷게 된 두 사람은 순조롭게 산길을 걸어갔다.


「아, 도착했다. 여기지? 미츠하 씨가 말했던 곳」

타키가 먼저 정상에 올라서고, 미츠하도 그 뒤를 따라 마지막 한 걸음을 내딛었다.

「응, 맞아. 역시 여기도.. 옛날 모습 그대로네...」

할머니와 몇번이고 봤던 모습에, 향수를 느낀다. 

하지만 미츠하의 고향은 이미 사라져 버렸고, 예전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이 곳에도 분명 몇 년동안 아무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 

애초에 미야미즈 가문밖에 들어올 수 없던 장소였던 것이다. 그래서 더욱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대로인 걸까.

조용히 사당을 바라보고 있는 미츠하를, 타키는 기다려주었다.  

눈가에 배어오는 눈물을 소매로 닦아낸 미츠하는, 눈물을 숨기기 위해 일부러 밝게 말하며 걸어나간다.  

「자, 가자!」

「응, 괜히 미끄러져서 구르지나 말라고-」

「쓸데없는 걱정을!」

타키도 그리 말하며 뒤따라 걸어온다. 

비탈길을 따라 내려오니, 사당으로 되어있는 커다란 바위와 우뚝 솟은 나무를 감싸고 있는듯한 연못이 있다. 

튀어나와있는 돌들을 징검다리로 삼아 건너 반대편 물가에 닿는다.

「여기부터는 저승...인가」

아무 생각없이 중얼거린 미츠하. 그런 미츠하의 말을 듣고, 타키가 이상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그거... 어디서 들은 적이 있는듯한 느낌이 드는데...」

「할머니께서 말씀하셨던 건데, 여기부터는 저승이니까, 돌아올 때에는 소중한 무언가를 두고 오지 않으면 안 된다고. 」

하지만, 이 말을 들은게 언젯적 일이었던가, 어릴 적이었나? 아니면 고등학생 때였나?

 어째서인지 떠올려내질 못 한다. 애초에 왜 들은 적이 있다고 말했는지, 그것조차 모르겠다. 

「미츠하 씨의 할머님이 하신 얘기라니, 알고 있을 리가 없는데, 뭐 비슷한 말을 영화 같은데서 본거려나?」

「에-, 글쎄. 있으려나, 이런 이야기?」

「글쎄..」

이런 말들을 하며, 둘은 커다란 바위의 아래로 나 있는 길로 들어선다. 계속 방치되어져 있었을 터인데, 안은 미츠하가 기억하는 대로였다.

그런데

 

「어라? 왜 뚜껑이 열려 있지?」

예상 외의 일에, 미츠하는 허둥대며 사당 안을 돌아다닌다. 

봉납되어있던 쿠치카미자케. 요츠하와 함께 바쳤던 술병이, 어째서인지 한 쪽만 뚜껑이 열려 비어있는 것이다.  

「에.. 어느 쪽이 내꺼였더라..」

애매한 기억을 더듬어보지만, 8년도 지난 일인지라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기억이 나지 않는달까, 미츠하에게는 이걸 두러 온 기억 자체가 없다. 그러고보니 이걸 언제 봉납했던가 하고 고개를 갸웃거린다. 

「왜 그래?」

「아니, 예전에 여기 술을 2개 바쳤었는데, 누가 한쪽을 마셔버린듯해서... 아니.. 대체 왜??」

봉납한 그 술이 쿠치카미자케라는걸 모르는 타키는, 미츠하가 왜 그렇게 반응하는지 알 길이 없었다. 

그런 타키를 내버려두고, 잠깐 고민하고 있던 미츠하였지만 

「뭐, 누가 마셨는지 모르니까 오히려 괜찮으려나..」

떨떠름하게 생각해내는 것을 포기한다. 애초에 마셨을 그 누군가는 여기에는 없을테니. 

거기에 동물이 넘어트리며 뚜껑도 열리고 술도 넘쳐흘렀을지도 모른다. 아니, 분명 그럴거다.  

자신을 납득시킨 미츠하가 술병을 똑바로 세우고, 둘 사이에는 잠시 침묵이 흘렀다. 

안 그래도 고요한 장소에, 들리는 것은 두 사람의 숨소리뿐. 바람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곳에서, 미츠하와 타키는 정적에 귀를 기울인다. 

「...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구나」

갑자기 타키가 중얼거렸다. 무슨 일이 일어나진 않는 걸까. 안개가 끼어버린 기억이 돌아오는 것은 아닐까 하고 와보았지만, 사당은 침묵을 지키고만 있었다. 

「역시 그럴 리가 없나-」

「이제 어떻게 할래? 슬슬 돌아갈까?」

「음- 뭐 그래야지. 가자.」

약간 미련은 남지만, 여기에 계속 있다고 해도 별 일 없을거라고, 미츠하는 생각했다. 

밖으로 나오니 이미 하늘은 빨갛게 물들기 시작하고 있어, 생각했던 것보다 오래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우와, 벌써 이런 시간이라니」

「어두워지면 위험하니까 서둘러야겠네」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미츠하는 칼데라의 가장자리에 서서 고개를 둘려 두 개의 호수로 변해버린 이토모리를 먼발치에서 바라봤다. 

저녁놀이 하늘을 물들이는, 황혼의 시간³ . 미츠하의 가슴 속이 들썩거리며, 무언가 떠오를듯한 기분이 된다. 

「있잖아, 타키군」

「아, 응... 왜?」

「왜.. 그렇게 슬퍼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는거야?」

타키의 표정은 미츠하와 마찬가지로, 무언가 아주 소중한 것을 찾고 있었고, 그게 눈앞에 있는데도 손이 닿지 않는듯한, 그런 표정을 하고 있었다. 

「미츠하도 마찬가지잖아, 뭔가 슬퍼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어. 그런데 어째설까.. 여기서 보이는 경치를 보고 있으니 엄청」

외로워, 타키는 그렇게 조용히 말했다. 그 때

「아」

미츠하의 머리끈이, 사르르 땅으로 떨어졌다. 머리카락이 바람에 나부껴, 손으로 급히 매무새를 가다듬었다. 미츠하는 허리를 굽혀 끈을 주으려고 하며 

「어라, 잘못 묶었던건가, 으아-」

「어이쿠」

바람에 날려가던 끈을, 타키가 낚아챘다. 위험해 위험해라고 말하며 웃음짓고, 타키는 끈을 한쪽 끝을 잡은 채 다른 쪽을 던져준다.  

그걸 미츠하가 에잇, 이라 말하며 손을 뻗어 공중에서 움켜잡았다. 그리고 그것과 동시에, '띵'하고 무언가가 튕기는듯한 소리가 났다. 


『에?』

타키와 목소리가 겹친다. 그리고 미츠하는 그것을 깨달을 새도 없이, 끈을 통해 무언가가 몸 속으로 들어왔다는 감각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눈 앞에 여러 모습들이, 사람들이 흘러간다. 

본적 없는 학교와 친구들, 가본 적도 없는 레스토랑의 주방이나 점원들. 그리고, 알고 있었을, 하지만 모르고 있던 이토모리에서의 나날들이. 

그렇게 흘러가는 모습들에, 그저 농락당한다. 모르고 있었음에도 그리운 풍경이나 장면들이, 다시 이 황혼의 시간, 다시 이 장소로 돌아오고 있다. 

「타키...군?」

「미츠하..?」

미츠하는 자연스레, 그 이름을 입에 담는다. 끈으로 이어져 있는 그의 이름. 황혼의 시간, 이 장소에, 서 있는 것은 확실히 그 때의 타키이다. 

「타키군이다.. 타키군이 있어..」

「미츠하... 미츠하...」

미츠하의 볼에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린다. 

다시 불어오는 바람에 미츠하의 짧은 머리카락이, 그리고 교복 치마가 살짝 흔들린다. 

어느새 고등학생 때의 모습으로 되어 있었는데, 미츠하에게 그것을 신경쓸 겨를따위 없었다.   

기쁜데, 정말 기쁜데, 속절없는 눈물은 멈출줄을 모른다. 조금이라도 그의 모습을 눈에 담고 싶은데, 눈물이 눈앞을 가려 뿌예져만 가는 것이 너무도 슬프다.  

「타키군... 진짜로 타키군인거지...?」

「응, 나야 미츠하. 미츠하.. 무사해서 다행이다...」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껴안는다. 별이 떨어지지 않는 이 장소에서, 미츠하는 타키와 9년만에 재회했다. 

등을 감싸는 타키의 팔에 힘이 들어간다. 약간 아프지만, 그래도 지금은 이 아픔까지도 기쁠 뿐이다.

「타키군, 고마워. 만나러 와줘서...」

「응, 그렇게 아슬아슬하게 왔던거.. 미안」

「뭐 그런 말을.. 타키군이 와줘서, 정말 기뻤어.」

괴로워 보이는 표정으로 사과하는 타키에게, 미츠하는 울던 것도 잊고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그 때에 얼마나 기뻤었는지는, 말로 다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그렇구나, 다행이다.. 그런데 어쨰서...? 기억도, 몸이나 옷도..」 

「사당의 힘...이려나. 황혼의 시간에, 이 자리니까.」

「황혼의 시간... 그렇네」

생각났다는 듯이 타키가 저무는 해를 잠시 바라보고, 조금 슬퍼보이는 표정을 짓는다. 

그걸 보고 하늘을 바라보니, 이미 해는 거의 산등성이 너머로 숨어들고 있었다.  

「조금 더, 얘기하고 싶었는데.」

「그렇네... 그래도, 이렇게 다시 만난 것만으로도, 정말 기뻐.」

이번에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의 몸을 떨쳐놓는다. 마치 그 때를 재현하는듯이. 미츠하는 조용히 타키와 마주했다. 

그 때 모습 그대로인 두 사람. 하지만, 오늘의 별들은 떨어지지 않고, 그저 멀리서 빛나고 있을 뿐이다.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많지만, 그러나 그게 너무나도 많아서, 목이 매여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런 미츠하를 대신해서, 진지한 표정의 타키가 입을 열었다.

「미츠하. 나, 그 때 말하지 못한게 있어서. 지금 말해도 소용없을지 모르지만..」

「응, 뭔데? 듣고싶어」

말을 재촉하며 대답한다. 타키는 잠시 망설였지만, 각오를 다진 듯 주먹을 쥐고 말했다.  

「네가 세상 어디에 있다 하더라도, 반드시 만나러 갈거라고. 그 때 말하려고 했었어. 그런데...」

타키가 그 때 말하려고 했던, 하지만 말하지 못했던 한 마디 말. 

그 말에 얼마나 많은 감정이 담겨있을지는, 미츠하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미츠하는 그 말을 되뇌이며, 이번에는 얼굴을 들어올렸다.

「응... 만나러 와줘서, 고마워. 사실은 나도 타키군에게 말하고 싶은 게 있어.」

「응, 뭐야?」

이번에는 미츠하 차례. 그 때 손에 적어준 말의 대답을, 미츠하는 지금 해주고 싶었다. 그 날의 고백을, 그 때 모습인 채로 전하고 싶었다.

「나도, 좋아해!」


두 사람의 사이를 바람이 갈라놓으며, 어둠이 다가온다. 

짧았던 황혼의 시간의 끝. 일순간 어두워져서, 미츠하는 눈을 꿈뻑거리며 앞을 바라본다. 

눈앞에 있는 것은 약간 키가 자란, 어른이 된 타키라고 생각했을 때,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라, 우리」

「이건..」

놀란 타키와 눈이 마주치고, 미츠하는 확신했다.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잊지 않을거야!!』

미츠하는 마치 어린애처럼 외쳤다. 타키도 한목소리로 같은 말을 외치며, 이번에는 더욱 뜨겁게 끌어안았다.

「타키군, 타키군, 타키군!!」

「미츠하, 미츠하, 미츠하!!」

잊지 않음을 확인하려는 듯 서로의 이름을 계속 불러댄다. 잊지 않은, 점점 되살아나는 기억. 

어째서 잊어버렸을까하고 생각하며, 자신의 기억이라는 확신을 가져간다.

몸이 바뀌던 때에도 눈치채지 못한, 사소하고 작은 기억까지도 미츠하에게 넘쳐흐르고 있다.

「기억하고 있어... 전부. 혜성으로부터 타키군이 지켜준 것도, 전부 다.」

「응, 나도 기억하고 있어. 미츠하를 찾으러 여기에 온 것도, 텟시나 사야찡도.. 전부 다..」

확인해보듯 추억들을 이야기해 본다. 그렇게 얘기한다면 더 이상 잊지 않을거라는, 그런 소원을 담아서.

「츠카사군이나 타카키군도, 3명이서 갔던 카페도, 아르바이트도, 그리고... 그 날의 일도 기억하고 있어.」

잊지 않았다. 무엇 하나 잊지 않았다. 

무엇이 일어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황혼의 시간, 이 자리에서, 

서로를 잇고 있던 끈으로 다시 이어진 것이다. 분명 그런 것일거라고, 미츠하는 생각한다.  

이유같은건 어떻든 좋다. 온몸으로 느껴지는 타키군의 감촉이 그저 너무도 사랑스럽고 기쁘다.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이런 일... 정말 기적같아...」

「응.. 진짜로. 하지만 그렇게 말한다면 몸이 뒤바뀐 것부터가 기적같은 일이었지」

「그렇네, 우리들, 기적같은 일들만 계속 일어나네.」

미츠하가 한숨을 지으며 위를 바라보고, 이제야 타키군의 얼굴이 코앞에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에.. 타키군.. 나...」

끌어안은 채로 눈을 마주친다. 엷게 얼굴을 붉히는 타키는 진지한 눈빛이여서, 미츠하는 그런 타키의 눈길을 피할 수 없었다.  

「미츠하......」

타키가 미츠하의 이름을 부르고, 미츠하는 지긋이 눈을 감는다. 어둠 속에서 시간이 멈추어버린듯한 순간. 

입술의 따뜻한 감촉이 와닿는다. 

그것은 정말 짧은, 그야말로 수초에 지나지 않는 시간이지만, 이 순간은 평생 잊을 수 없을거라고, 미츠하는 생각했다.

「아....」

살짝 타키군과 떨어져, 아쉽다고 느끼면서도, 그래도 이 이상 껴안고 있다가는 정말 어떻게 되어버릴듯해, 미츠하는 몇 걸음 더 뒷걸음질쳤다. 

「에... 그....」

손가락을 펼쳤다가 쥐었다가, 그러고 싶은게 아닌데도, 몸이 말을 듣질 않는다. 

점점 얼굴이 달아오르는 게 느껴진다. 마치 마음 속의 브레이크가 고장나버린 것 처럼.

「손... 잡지 않을래?」

타키의 떨리는 목소리와 함께 내뻗는 손에, 미츠하는 얼굴을 들었다. 손을 뻗으면서도 눈길을 피하는 타키의 옆얼굴은, 어쩐지 불안해 보였다. 

그래서 떨리는 그 손을, 미츠하는 살며시 맞잡았다. 

미츠하와 비교하면 역시 커다란, 그리고 조금 거친 손. 다시 안심한듯한 타키는,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이 말을 꺼냈다.

「에.. 미츠하. 이제 어떻게 할래?」

「어떻게 할거냐니..?」

그걸 듣고, 미츠하는 그러고보니 그랬지, 라고 떠올린다. 

애초에 하룻밤은 자고 갈지도 모르겠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그 때에는 아직 기억이 없었고, 타키군과의 관계도, 아직 친구사이 정도였다. 

그래서, 새로운 관계를 다진 지금, 어떻게 하면 좋을까를 생각하며, 미츠하는 약간 머뭇거렸다.  

「에, 지금부터... 일단 오늘 말이지?」

「으, 응. 에.. 꽤나 늦은 시간이고, 지금부터 돌아가기엔 힘들지 않을까 해서..」

「그, 그렇다는건..」

얼굴이, 손이 다시 달아오른다. 

완전히 예상하지 못한 말은 아니었지만, 그 가능성이 현실로 다가오니, 미츠하의 사고가 가볍게 정지해버린다. 

그런 미츠하의 반응을 보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 타키는 당황하며 변명을 늘어놓는다. 

「에 에 에 그... 이야기하고 싶은 것도 많고, 따, 딱히 이상한 의미가 아니라..」

「이, 이상한 의미... 아니구나..」

그렇게 말하는 목소리에 아쉬움이 묻어나오는걸 느끼고, 그런 내 자신에 또다시 얼굴이 뜨거워진다.

 이 열이 손을 통해서 전해지진 않을까 하고 걱정할 정도로, 

미츠하는 뜨거워진 얼굴을 식히기 위해 살짝 한숨을 내쉬고, 어떻게든 평정심을 되찾았다.   

「에, 그래서 어디 갈만할 곳이라도 있는거야?」

「응. 저번에 왔을 때 묵었던 여관이 있어서.. 빈 방이 있으면..」

「그, 그렇구나... 에, 나는 내일 딱히 예정 없으니까. 그리고 운전하느라 좀 피곤해진 것도 같고..」

「그, 그래? 그렇구나.. 피곤한데 또 차 타고 돌아가긴, 좀 그렇지? 응. 그래..」

이런 어색한 대화를 해가면서, 어떻게든 묵고 가는 명목은 세웠다. 맞잡은 손으로 느껴지는 타키군의 감정은, 분명 나와 같을거니까. 

「그럼, 가볼까?」

적어도 지금만큼은 연상답게 하자. 그렇게 생각하며, 타키를 뒤로 하고 미츠하가 먼저 걸어나간다. 

말끝이 약간 흔들린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것까진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각주]


³ カタワレ時 (카타와레토키) : 황혼의 시간; 기적의 시간.




추천 비추천

120

고정닉 31

0

원본 첨부파일 1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어떤 상황이 닥쳐도 지갑 절대 안 열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5/20 - -
공지 너의 이름은 갤러리 통합 공지 [112] mitsuh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03.31 60859 96
공지 너의 이름은 갤러리 이용 안내 [90] 운영자 17.01.03 147263 62
2309597 심심한사람만 악역영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5 19 0
2309596 방금 처음 봤는데 이름 까먹는 이유가 그래서 뭐임? [3] 너갤러(39.7) 05.25 32 0
2309594 오늘 랏도콘 올림픽공원에서 느붕이들이랑 찍은 사짐 공유 [2] MacAllister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5 34 0
2309593 랏도는 쎅스다 그냥 [1] Vulca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5 28 0
2309592 페미 존나 많네 [2] 망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5 27 0
2309591 랏도콘에 느붕이들 보소 [2] Vulca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5 53 0
2309590 오랜만에 왔더니 계정 다 날아갔노 [1] 너갤러(223.38) 05.25 28 0
2309589 ㅇㅂㄱ lif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5 23 0
2309588 피아노 쳐봄 [1] ldun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4 33 1
2309586 븅신들이 지할말 다 해놓고 마지막에 중립기어 박는단건 왜 하는건지 [3] Fever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4 80 0
2309585 아무로 불륜녀 [10/1] MacAllister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4 124 0
2309584 좆됨 6922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4 39 0
2309583 ㅇㅂㄱ lif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4 35 0
2309582 감기걸린것같음 6922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4 35 0
2309581 정진우(가명) 꽁까이를 좋아하는 이유 [3] Deckard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4 75 0
2309579 내년 유베 기대되는이유 [10] MacAllister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3 110 0
2309578 나 내일출근 아니야 [1] 순강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3 70 0
2309577 짤설명좀 [4] 키미노나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3 94 0
2309576 연습용 수류탄 손에서 터지는 짤이 있네 망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3 81 0
2309575 ㅇㅂㄱ lif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3 35 0
2309574 홍우햄 중력절 기념 뛰어내려야지? Deckard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3 42 0
2309573 훈련용 수류탄 더블클릭 했었는데 [2] 바다가들린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3 149 0
2309572 우흥 Deckard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3 42 0
2309571 아무로 성우 불륜에 폭행에 낙태강요는 씨발 [1] 블라디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2 105 0
2309570 좆냥이 [2] 참치(223.39) 05.22 83 0
2309568 퇴근시켜줘 Vulca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2 41 0
2309566 매드먝스가 머하는영화인지도 모르는데 Fever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2 45 0
2309565 하야오같은 퇴물 영감탱이 은퇴하든 뒈지든 상관없음 [2] 블라디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2 98 0
2309564 오래 기다렸다 [3] 블라디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2 109 0
2309563 와 쓱에 독립리거 쪽바리 오네 [1] MacAllister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2 72 0
2309562 현금흐름 막고지낸지 반년째 [2] 키미노나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2 77 0
2309561 재개봉 실화냐 ㅅㅅㅅㅅㅅ [4] #366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2 135 0
2309560 ㅇㅂㄱ lif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2 41 0
2309559 나의 강철 위장이 [2] 알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2 55 0
2309558 "외계 침공?" "너의 이름은?"…밤하늘 '번쩍' 머리 위 가로지른 [1] 너갤러(220.86) 05.22 80 0
2309557 정진우 이새끼 이대남시절엔 어그로 잘끌었는데 Deckard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2 51 1
2309556 그저 쓰레기통 [3] 순강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2 89 0
2309555 전라도에 핵폭격 MacAllister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2 60 0
2309554 데레그랄식ppt MacAllister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2 52 0
2309553 요즘 논란이되는 합성사진 [1] MacAllister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2 73 0
2309552 프로포즈 MacAllister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2 48 0
2309551 가슴에 쇼타를 새기다 [2] MacAllister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2 69 0
2309550 오늘응 비교적 [1] 순강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2 72 0
2309549 아타시 [12] 순강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2 93 0
2309548 포체티노 첼시 상호합의계약해지 [1] MacAllister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2 58 0
2309547 으르렁 [2] 순강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2 70 0
2309546 어떻게 게임 오픈이 중력절 [2] 블라디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2 77 0
2309545 누녜스 이새기 개푸씨네 [2] Fever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2 59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