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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핫산] 단풍과 온천과 두 사람의 술자리 (2)

초보핫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7.02.02 22:27:17
조회 4117 추천 95 댓글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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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게시글은 픽시브 'ダニエル'님께서 투고하신너의 이름은. 애프터 시리즈」의 6편 '단풍과 온천과 두 사람의 술자리'입니다.


너의 이름은. 애프터 시리즈」는 총 18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원작자 분과의 협의 하에 번역 뒤 게재 중입니다.


너의 이름은. 애프터 시리즈

1편 '이어지는 시간' - Part 1 / Part 2 / Part 3 픽시브 원작 링크

2편 '여행의 종착점' / 픽시브 원작 링크

3편 '처음 만나는 옛 친구' / 픽시브 원작 링크

4편 '새로운 집의 첫 방문자' / 픽시브 원작 링크

5편 '두 사람의 기념일' / 픽시브 원작 링크

6편 '단풍과 온천과 두 사람의 술자리' - Part 1 / Part 2 / 픽시브 원작 링크

12편 '두 사람의 달콤하고도 기나긴 하루' / 픽시브 원작 링크

번외편 '달콤한 한 해의 시작에' / 픽시브 원작 링크

13편 '두 사람의 귀갓길' / 픽시브 원작 링크

14편 '신혼 부부의 그날 밤은' / 픽시브 원작 링크

15편 '남쪽 섬에의 신혼여행' / 픽시브 원작 링크

16편 '미츠하 집에서의 하룻밤' / 픽시브 원작 링크

17편 '미래의 한 형태' - Part 1 / Part 2 / 픽시브 원작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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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꽤 넓구나」

가족이 쓰는 걸 상정해두고 여러 명이 쓸거라 생각한건지 두명이 들어가기엔 충분하고도 남을 정도로 넓은 욕실이었다. 

「어, 미츠하 왔어?」

「응. 생각보다 꽤 넓네」

타키는 등을 돌리고 샤워기로 몸을 깨끗이 닦고 있었다.

다행이다, 일단 몸을 닦고 있는 모습은 보이지 않을 수 있을듯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 나도 일단 씻을테니까, 이쪽 보지마? 절대로?」

「아, 알았어. 다 끝나면 말해」

이렇게 말해두면 괜찮겠지. 타키와 반대쪽의 샤워기 앞에 앉은 미츠하는 재빨리 몸을 닦는다.  

밤이 다 되도록 땀을 흘릴만한 일을 하지 않았으니 구석구석 씻을 필요는 없겠지. 무엇보다 너무 오래 씻어버리면 타키에게 미안하다. 

라고 생각했지만 이 뒤에 타키랑 온천에 들어간다고 생각하니 미츠하는 결국 무의식적으로 꽤나 오래 씻고, 다 씻어갈 쯤 타키는 이미 샤워를 끝낸지 오래였다.   

「에, 좀만 더 저쪽 봐줘..? 탕에 들어갈 때에는 타올 두르면 안 된다고 했으니까...」

「아, 응. 어쩔 수 없네 그럼」

타올을 몸에서 떼어내 개어 욕실 가장자리에 둔다. 투명한 목욕물로는 아무래도 몸을 가리기 어려울듯하다고 생각하면서 욕탕 안으로 들어간다. 

최소한의 저항의 표현으로 팔로 가슴을 가린 미츠하는 뒤를 돌아보고 타키에게 말한다. 

「이, 이제 괜찮아. 미안해 기다리게 해서...」

「아니 뭐 괜찮아. 들어갈게」

미츠하의 왼편으로 타키가 들어온다. 살짝 조심하고 있는건지 약간 떨어진 거리. 타키가 들어오며 물이 살짝 온천 밖으로 흘러넘친다.

「이야, 기분좋네..」

「응. 이렇게 넓은데 우리 둘만 있다니, 뭔가 좀 사치를 부리는 느낌도 들고..」

「그렇기도 하네」

철썩, 하고 타키가 웃는 몸짓에 맞춰 온천물이 흔들린다.

「아, 별...」

눈을 어디에 둬야할 지 모르겠어서 시선을 위로 올린 미츠하의 눈에 별로 가득한 밤하늘이 비추인다. 

역시 깊은 산중이라 그런지 도쿄에서 보이는 밤하늘과는 격이 다르다. 미츠하의 말에 타키도 하늘을 올려다 바라본다.

「진짜네, 와 엄청 많네...」

「응, 이런 밤하늘 보는거 오랜만이네」

그 날의 밤하늘이 떠오른다. 하지만 하늘에는 꼬리를 흐뜨리던 혜성이 아니라 멀리서 빛나는 별들만이 반짝거리고 있다. 

「그렇네, 이토모리에서라면...」

「응, 언제나 이런 밤하늘이었지. 그래서 좀 반갑기도 하네」

「그렇구나」

그 말을 하고 타키는 몸을 오른쪽으로 움직여간다. 어깨가 닿을 정도의 거리. 미츠하는 몸을 살짝 기울여 타키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다. 

「조용하네..」

「뭐, 우리 둘만 있으니까」

그저 그렇게 하늘을 바라본다. 

옛날에 보았던 별이 총총이 박힌 이토모리의 하늘에 향수를 느끼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미츠하가 지금 그립다고 생각하지 않는건 분명 타키의 온기를 느끼고 있기 때문이겠지.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몇 분이라는 느낌도 들고 한 시간 가깝게 지났다는 느낌도 든다. 미츠하는 하늘로부터 눈을 돌리고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역시 보이는건 부끄러우니까..」

「에?」

미츠하는 앉아있는 타키의 앞쪽으로 다가가, 기대앉았다. 이렇게 하면 서로의 몸은 보이지 않을테니까.   

「에헤헤, 이러면 부끄럽지 않겠지?」

「아니... 이건 이것대로 더 부끄럽지 않아? 뭐 상관없지만..」

타키의 팔이 미츠하의 어깨를 감싸 안는다. 조금 부끄럽긴 하지만, 이런 자세는 지금까지 곧잘 해왔으니까 괜찮을거라고... 미츠하는 생각한다. 

「아, 이상한 데 만지지 마-?」

「아, 안 만져! 아무리 그래도 이런 데에서는 좀...」

「하여튼, 무슨 생각 하는거야」

머리를 뒤로 젖혀 가슴팍에 살짝 부딪치게 해 항의의 표시를 한다. 

「그건 그렇고 진짜 예쁘네.. 방에 있는 노천탕에서도 잘 보일 테니까 달구경하면서 술도 마실 수 있겠네」

「아, 나도 온천물에다가 쟁반 띄워놓고 술 마시는거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 내일 해볼까?」

「오, 아까 샀던 컵들 써서!」

내일이 기대되는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무수한 별들과 단풍을 보면서 술을 홀짝거리다니. 그런 분에 넘치는 일은 그리 쉽게 하지 못하겠지.  

「우웅- 기대된다! 있잖아 타키군은... 에 타키군!!!」

고개를 돌린 미츠하는 큰 소리를 내고 만다. 

「응?」

「응? 이 아니라, 코피 나잖아!」

주르르 타키의 얼굴에 피가 흘러내린다. 많은 양은 아니지만 너무 오래 탕에 들어와 있던 걸까. 

「우오, 진짜다. 에 이럴 때에는 일단 탕에서 나가야하나..?」

「아, 아마 그러고, 그 다음엔 다음엔... 머리를 위로 치켜드나...??」

애매한 지식을 어떻게든 떠올려본다. 

당황해서 탕에서 나온 타키는 허리춤에 타올을 두르고 편백나무 울타리에 기대 손으로 코를 막는다. 미츠하도 타올을 급히 걸치고 상태를 살펴본다. 

「괜찮아?」

「아직 좀 나는거같아. 아 맞다, 좀 누워 있으면 괜찮아지는거 아닌가?」

라고 말했지만 여기는 온천탕, 벤치는 있지만 거기에 그냥 누우면 머리 위치가 낮아져서 별 소용이 없다. 

베고 있을만한 건.... 미츠하는 하나 적절한 게 생각난다.  

「이, 일단은 여기. 응. 여기 머리 눕혀」

「에?」

벤치에 앉은 미츠하는 자기 허벅지를 두드린다. 

솔직히 타올 하나 겨우 걸치고 무릎베개라니 부끄러워 죽을거 같지만 그런 걸 신경쓸 겨를이 아니다. 여러가지 의미로.

「나.. 난 괜찮으니까... 빨리!」

「미, 미안...」

쭈뼛주뼛 타키가 몸을 눕힌다.

「흐읏...」

「에 왜그래?」

「아니, 조금 놀랐을 뿐이니까 괜찮아」

타키의 머리카락이 닿아 목소리가 나와버린다. 콕 콕 찌르는 머리카락이 맨살에 닿으니 약간 간지럽다. 

「그래도 이거 좀... 아니, 솔직히 꽤 부끄러운데...」

「나, 나도 부끄럽지만, 그래도 좀 안정시켜야 나아지니까... 그리고 무릎베개는 저번에도 해줬었으니까..」

「그렇긴 한데.. 뭐 괜찮나, 바람도 기분좋게 불어오고..」

온천으로 달아오른 살갗을 밤바람이 간지럽힌다. 가을의 시원한 바람은 오랫동안 온천 속에 있던 몸에 딱 기분 좋게 와닿았다. 

「좀 오래 들어가 있었나보네」

「응, 미안. 코피 평소에는 거의 안 나는데..」

미묘히 눈을 어디 둬야 할지 모르겠는지, 눈동자가 계속 돌아가는 타키의 얼굴에는 확실히 약간 붉은 기운이 감돌았다. 

아마 미츠하의 얼굴도 아마 새빨개져있을 테지만, 부끄러워하는 타키가 너무 귀여워서, 타키가 점점 더 사랑스러워져만 간다. 

「그런데 이렇게 보니까.. 미츠하 꽤 있구나」

「잠깐, 어딜 보는거야!?」

「아니 뭐 어떻게 해도 시야 안에 들어오는데...」

「그, 그건 그렇겠지만...」

그렇다 해도 일부러 말할 것까진 없지 않나, 애초에 그리 큰 편도 아니라고 생각하고. 

「나는 뭐 시야 안에 들어와서 좋지만.. 슬슬 멈춘거 같으니..」

「히얏, 가, 갑자기 움직이지 말라고!」

「아 미안. 그리고 이제 멈췄으니까 괜찮아」

타키 머리카락의 감촉에 또 이상한 목소리를 내버린다. 부끄러워 굳어버린 미츠하 옆으로 타키가 일어난다. 

「그, 그러면 뭐... 으음, 확실히 멈췄네」

미츠하가 타키의 얼굴을 살짝 만져보고 확인한다. 

사실은 조금 더 무릎베게를 베고 있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다. 게다가 그 이상 계속했다면 미츠하가 코피를 흘렸을지도 모른다. 

「그럼 돌아갈까, 아무래도 돌아가면 바로 자야겠지?」

「응, 꽤 피곤하니까..」


옷을 갈아입고 프론트에 온천 정리를 부탁드린 뒤 방에 들어와 내일 일정을 확인한다. 

일어날 시각에 알람을 설정해둔 타키와 미츠하는 이제 늦었으니 전등을 끄고 침대에 눕기로 했다.  

「.... 침대, 진짜 크네」

「혼자 자면 양 팔을 다 벌려도 남을 거 같은데,」

실제로 침대에 올라와보니 그 넓이를 더욱 실감한다. 왜냐하면 타키에게 달라붙지 않아도 괜찮을 정도로 넓으니까. 

집에 있는 침대가 그리 작지는 않지만... 이 침대의 넓이를 알고 나니 더더욱 작아 보이는걸지도 모른다. 

「음... 타키군, 조금 더 그쪽으로 가도 돼?」

「에, 이렇게 넓은데?」

「응, 타키군한테 꼭 붙어 있어야 잠이 잘 오는걸..」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미츠하는 타키가 대답하기도 전에 몸을 돌린다. 

타키의 몸에 닿은 손가락 끝에서 마치 타키의 온기가 전해지는 듯 미츠하의 체온도 점점 올라간다.  

「뭐 상관은 없는데.. 후아.. 이 침대 진짜 푹신푹신하네...」

「응..」

「으-음, 잘 자 미츠하...」

서서히 타키의 목소리가 작아져 간다. 미츠하의 눈꺼풀도 점점 더 무거워져서 저항은 어려울 듯 했다.

「응, 잘 자 타키군」

미츠하도 잠결에 그리 대답하고 눈을 감았다.

타키가 말한 대로 푹신푹신한 침대는 미츠하의 몸에 작용하는 중력까지 삼켜버리는 듯해, 미츠하는 의식의 끈을 놓고 잠에 빠져버렸다. 



그 다음날은 말 그대로 관광객다운 하루였다. 

유리공방 체험도 하고, 쿠사츠 온천들을 여기저기 돌아다녀보기도 하고, 

한나절동안에만 온천 다섯 곳을 들어갔다 나왔더니 쭈글쭈글한 손가락이 펴질 틈이 없다. 

미츠하는 이런 노인분들이 좋아할법한 관광계획에도 꽤나 만족하는 타입이지만, 지금은 타키 혼자 돌아다니고 있다. 

미츠하는 료칸에서 전신미용 서비스를 받고 있고 그 사이에 타키는 괜찮은 술을 적당히 골라 이 뒤에 있을 술자리를 준비하고 있다.

「역시 이왕 마실거라면 일본주가 좋겠지」

료칸 안에 있는 찬장의 일본주를 보며 타키가 중얼거린다. 숙박시설 안에 있는 가게임에도 불구하고 꽤나 물건이 갖추어져 있어 이것저것 찾아보고만 있어도 재미있다.

「음, 너무 도수 높은건 좀. 아, 매실주도 걔가 좋아했는데.. 」

타키는 그다지 단 술은 좋아하지 않지만, 매실주 정도라면 허용범위 이내이다. 

너무 많이 사면 다 마시지 못할거라고 생각하며 타키는 꽤 오래 가게 앞에서 고민하고 있다. 

「그래도 일본주가 나을거같다고 했으니 역시 일본주로 가야하나, 그러면 이게...」

‘나카구치’라는 상표가 붙어있는 술을 한 병 들어올린다. 쿠사츠 지역의 토산주인지 겉면에는 ‘쿠사츠’라고 크게 인쇄되어 있었다.

「도수도 그리 높아보이지 않고 이거면 괜찮으려나」

어차피 술에 대해 그리 잘 아는 것도 아니고 점원 분이 권하고 있는 이거면 문제 없을거라고 생각해 두 병을 집어들고 계산대로 향한다. 

계산을 끝내고 방으로 돌아온 타키는 아까 샀던 술을 냉장고에 넣어두고 소파에 앉는다.

휴대폰을 꺼내들어 일기를 적고 있는데 방문을 열고 싱글벙글한 미츠하가 들어온다.

「갔다왔어 미츠하? 어땠어?」

「응, 진짜 진짜 좋았어- 타키군은 술 잘 골랐어?」

「나카구치라는 토산주로 사왔어, 지금은 냉장고에 들어있고」

일어서서 냉장고에서 술병을 꺼내들어 상표에 ‘토산주’라고 쓰여있는 부분을 보여준다. 

「와, 맛있겠다! 에, 그러면 들어갈...까?」

「으, 응」

둘 다 방금 전에 대욕탕에서 몸은 씻고 나온 참이라 몸에 물을 끼얹기만 하고 온천에 들어갈 수 있는 상태이다. 

탈의실이 좀 좁아 미츠하가 먼저 안에 들어가고 타키는 미츠하가 욕실에 들어간 뒤 옷을 벗기 시작한다. 

「이 물은 살짝 색이 흐리네」

「응. 이러면 그다지 부끄러우지 않으려나」

미츠하는 물속에서 어깨만 드러내고 점점 몸을 움츠리고 있었다. 

타키도 어서 들어오래서 미츠하와 마주보는 위치에 목만 내놓고 온천물에 몸을 담갔다.

「아- 대체 오늘만 몇 번을 들어오는지 모르겠지만 온천은 역시 기분좋네..」

「후후, 뭔가 타키군 아저씨같아. 그러면 쟁반그릇 띄워놓고...」

겨드랑이에 끼우고 있던 그릇을 물 위에 띄우고 어제 샀던 도자기잔과 유리잔, 그리고 아까 산 술을 따라 넣어놓을 호리병을 놓는다.

술병을 놓으면 아무래도 무거워서 잠겨버릴거 같아 술병은 온천 가장자리에 놓아두었다. 

옆을 돌려다보면 조명을 받아 은은히 빛나는 단풍과 반짝이는 별과 달이 반긴다. 너무도 호화로워 어디를 봐야 좋을지 모르게 되버린다.

「자, 타키군 받아」

「응.. 오케이 그정도. 그럼 미츠하도」

「고마워」

차가운 일본주를 따라내 잔을 든다. 건배라고 외칠 것도 없이 살짝 잔을 맞댄 뒤 입술에 갖다댄다. 

「아, 맛있다」

「응, 맛있네」

딱 좋게 찬 기운이 감도는 일본주가 따땃한 몸 속으로 퍼져나간다. 깔끔한 뒷맛과 은은한 향기로 마시기 좋은 술이다. 

「맛있는 술에 예쁜 풍경에 타키군까지.. 행복하다...」

「하하, 고마워. 그나저나 단풍은 조명을 받으니 더 에쁘네..」

비어버린 미츠하의 술잔에 술을 더 따르며 주변 경치를 둘러본다. 

빛을 받고 있는 단풍은 낮과는 다른 분위기로 바뀌고 그림자가 서로 대비되어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응, 뭔가 로맨틱해. 술도 진짜 맛있고..」

「확실히 맛있긴한데 너 치고는 꽤 빨리 마시네, 괜찮아?」

「아무리 그래도 이 정도론 안 취해- 그나저나 따뜻한 물속에서 이렇게 시원한 술 마시는게 이렇게 좋을줄은 몰랐네」

아무래도 미츠하도 타키와 같은 감상에 취해있는 듯 했다. 고민해서 술을 고란 보람이 있다. 

「마음에 들어해줘서 다행이다..」

「에헤헤, 맛있어서 계속 마시게 되네, 자 타키군도!」

「응, 고마워」

미츠하가 다시 술을 따라준다. 그걸 받고 있던 중 호리병이 다 비어버린다.

「아, 다 따랐나보네. 더 넣는다?」

「응, 벌써 다 마신건가」

역시 페이스가 평소보다 빠르다. 하지만 뭐 숙소 안이니 미츠하가 취하면 내가 데려다 눕히면 되겠지.

「오케이, 이 호리병도 뭔가 귀엽네. 잔도 예쁘고..」

호리병은 술을 살 때 빌린 것인데 온천 마크가 박혀있어 묘하게 귀엽다. 

미츠하는 달빛에 비추어보듯이 술잔을 들어올렸다. 짙은 하늘색 잔이 달빛을 반사해 살짝 빛난다. 

「그거 진짜 맘에 들었나보네」

「응, 고마워. 이거 예쁘잖아, 타키군은 그거 맘에 안들어?」

「아니, 나도 마음에 들어. 푸른 계열 색들 좋아하니까」

타키도 미츠하를 따라 잔을 들어 달빛에 비추어본다. 잔 안에 담긴 달빛이 흔들려 마치 등불같다고 타키는 생각한다.

「에헤헤, 그럼 다행이다. 아, 단풍이」

단풍이 온천으로 떨어진다. 타키는 그 단풍으로 손을 뻗는데  

「앗, 미안」

마찬가지로 손을 뻗은 미츠하와 손이 닿아버려 다시 손을 거둔다.

「그렇게 바로 손 뺄건 없잖아.. 우우..」

「아니 그냥, 근데 너 설마 취했어?」

「음... 안 취했어..? 아 맞아」

안 취했다는 듯 불만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지만 분명히 취해있다. 그걸 증명하려는듯 뺨이 빨갛게 물들고 있다.

그러고 보니 저번에 집에서 취해서 엄청나게 달라붙었던게 생각난다. 

설마 벌써 그 정도로 취해버린건가, 따뜻한 물에 덥혀진 술이 몸에 돌아 취하기 쉽다고는 하지만 약간 빠른 감이 있다.  

「타키군이다-」

미츠하는 그렇게 말하며 물에 떠있는 그릇이 쓰러지지 않도록 살짝 물리면서 타키에게 다가갔다. 

갑자기 접근해와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머리 회전이 되질 않는다. 

그 와중에 쟁반은 뒤로 물려두는게 묘하게 냉정하구나, 그렇다면 아직.. 이라고 현실도피해보지만 미츠하는 벌써 코앞까지 와있었다. 

눈앞에 멈춘 미츠하에 맞추어 수면이 살짝 흔들려 철썩하고 탕 밖으로 물이 흘러넘친다. 

「어, 어이 미츠하」

「왜에-? 그냥 부른거면 타키군, 술 따라줘..?」

「으, 응」

어째서인지 묘한 박력에 눌려버려 술을 따른다. 그걸 맛있다는 듯이 단숨에 비워버리는 미츠하. 

하지만 너무 기세좋게 마셔버린 탓일까, 입술 끝에서 흘러나온 술방울이 목을 타고 내려와 가슴으로 흘러내린다. 

그 모습이 너무도 농염해서 무심코 눈을 돌려버린다. 

「아, 타키군 왜 옆에 보는거야- 사랑하는 연인이 눈앞에 있으니까 제대로 봐줘야지!!」

「미, 미안해 미안해. 알았으니까 좀 떨어져..」

「으으.. 타키군은 내가 가까이 있는게 싫은거야...??」

울어버릴듯한 얼굴을 하고 들이대는건 정말 너무 치사하다. 마치 그렇게 하는게 당연하다는 듯이 타키는 자연스럽게 미츠하를 끌어안는다.

「그럴 리가 없잖아. 계속 이렇게 하고 싶은걸 참고 있었으니까..」

「그래...써?」

「응, 그랬어」

미츠하의 눈물진 눈동자를 지긋이 바라보며 타키는 살짝 얼굴을 가까이한다. 미츠하의 입술은 평소보다도 더, 불타는듯 뜨거운 느낌이었다.

「에헤헤, 타키군 뭔가 평소보다 더 뜨겁네」

「너도, 엄청 뜨거웠어」

「타키군이 더 뜨거웠는걸~」

확인해보려는 듯이, 이번엔 미츠하가 타키의 목에 팔을 두르고 고개를 들어올린다. 두 번째 입맞춤은 첫 번째보다 더 길게, 그리고 더 뜨겁게. 

「역시 타키군이 더 뜨거운거같은데에..」

「아니 니가... 아, 뭐 됐다」

세 번째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길고 긴 입맞춤을 끝낸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다시 얼굴을 맞댔다. 

여행을 매듭짓는 마지막 밤은 아직 길다.  



「하아... 시간 겨우 맞췄네. 마지막 날에 늦잠이라니..」

「그건 그거때문이잖아... 우우....」

도쿄로 향하는 전차 안에서 미츠하는 어젯밤 일을 떠올린다. 

기억에 또렷이 남아있다. 너무 또렷이 남아있어서 더더욱 타키 얼굴을 바라보기가 어렵다.  

「뭐 평소답지 않은 미츠하 볼 수 있어서 좋았어」

「제발 그 얘긴 하지마.. 진짜 부끄러워... 빨리 잊어버려 타키군!」

미츠하는 예전에 집에서 취했을 때 안 일이지만, 아무래도 취하면 누구한테 달라붙는 타입인 것 같다. 

친구들이랑 마실 때에는 그러지 않으니 타키군한테만 그런거 같긴 하지만.

「이야- 엄청났지, 음. 집에서 취했을 때보다 훨씬 더..」

「우우... 당분간은 술 안 마실거야...」

애초에 술을 그렇게 좋아하지도 않는다. 그저 타키군이랑 마시는 술은 더 맛있을 뿐. 

뭐, 그렇다면 결국 타키와 술 마시는 게 좋아서 피할 수는 없겠지만.

「뭐 그래도 온천 기분 좋았고, 또 가고싶네」

「그건... 응. 겨울에 가보고싶다-」

이번 겨울에는 무리겠지만 내년 겨울이라면 돈도 어느 정도 다시 모여 있을 터이다. 

「아- 겨울이라, 괜찮겠네」

「그렇지? 눈 내리는거 보면서 노천온탕 들어가면 진짜 기분 좋을거야-」

「오, 그러면 내년 겨울을 목표로 열심히 저축해볼까!」

응! 하고 미츠하가 고개를 끄덕인다. 

이제 막 돌아가는 도중인데 다음 여행을 생각한다는 게 좀 웃기지만 그래도 상상하는 것만으로 즐거워진다. 

「내년도 그 다음 해도, 우리 둘이 같이 가면 좋겠다-」

「우린 분명 갈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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