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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싶다 메인갤!!)경태 이야기..기억하니?

첫사랑(121.129) 2017.05.31 17:41:24
조회 473 추천 15 댓글 0

 

  -어? 오늘도 안 읽었네..뭐야  지난주도 안 읽고..무슨일이 있나..

 

물기가 남아 있는 얼굴을 닦고 머리를 털어내던 경수는 자신이 보낸 메일이 아직 상대쪽에서 읽지 않음으로 표시되어 있는 것을 보고 중얼거렸다.

출근 준비를 해야하는 바쁜 시간임에도 수건을 목에 걸치고 의자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

처음 한 달은 매주 두 번씩 이메일을 통해 보고되는 것을 상대방이 확인하는 것을 보고서야 경수는 자신의 일에 몰두했다.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무척 궁금했지만 경환의 입을 통해선 어떤 말도 들을 수 없었다.

그래서인지 상대방에 대한 궁금증은 날이 갈수록 커져만 갔다. 혹시나하는 기대감으로 어쩌면 아주 짧은 문자라도 오지 않을까라는 기다림은 번번히 무너졌지만

회사가 정상화 되면서 더 더욱 자신을 위기에서 구해준 사람이 누구인지, 왜 자신에게 이런 선의를 베푸는 것인지 알고 싶었다.

 

그렇게 지내는 동안, 경환과 마음으로 조금은 가까워졌다.

하지만 여전히 경환의 웃음이, 그의 마음이 부담스러운건 사실이다.

 

-뭐해요?

-아, 깜짝이야. 언제 왔어?

- 무슨 생각을 하길래 사람이 들어오는것도 모르고 멍청하게 앉아 있냐구요. 무슨일 있어요?

 

경수의 집 비번을 알게 된 후로 경수는 아주 늦은 시간을 빼고는 이렇게 스스럼없이 경수의 집을 드나들었다.

수건을 목에 두르고 덜 말린 머리로 멍하니 앉아 있는 경수의 뒤로 슬그머니 다가간 경환은 경수가 들여다보고 있는 컴퓨터에 가까이 다가가 들여다보았다.

 

-아무것도 없는데..

-그러니까..메일 보낸지가 벌써 이틀짼데 안 읽네..

-그래요?..바쁜가보죠 뭐. 출근 안 해요? 머리도 안 말리고..어서 출근 준비해요. 그 쪽도 바쁜거 아닐까요?

-그런가..바빠서 그런거면 다행이지만..

-다행이지만?

-아니, 혹시 아픈게 아닌가해서. 이런일 없었는데.

-아프면 달려가서 간호라도 해주게요?

-할 수면 있다면야 못 할것도 없지. 날 살려준 은인인데. 그런데 도데체 어떤 사람이야. 이젠 얘기 해줘도 되지 않아?

-나참. 은인은 맞는데 지금은 출근이나 하자구요. 내가 알아볼게요. 이건 아침인사 하하하

 

경환은 경수의 볼에 입맞춤을 하고는 먼저 방을 나섰다.

순간 또 다시 멍해진 경수는 볼을 쓰다듬으며 헛 웃음만 삼켰다.

 

-꼭 연락해봐요. 어디 아픈건 아닌지.

-알았어요 알았다구요. 당신 나하테 그 말 밖에 할 말이 없어요?

-응? 뭐..

-당신요 당신 하하하. 우리 애인 아니였나..분명 애인하자고 한 것 같은데 하하하.

-어?..어..

-너무 긴장하지 말아요. 나 다음주에 돌아가요.

-다음주에? 아직 이주일은 더 있어야한다더니..왜 갑자기?

-그러게요. 나도 그러고 싶은데..당신하고 이렇게 더 있고 싶은데말이죠.

 뭐야 그 표정은..막상 내가 간다니 섭섭해요?

-......흐음..다음주라고 해봤자 오늘이 금요일이니..

-월요일에 들어오래요.

-그렇게 빨리?

-네..뭐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마음에 안 들어? 누가? 뭐가?

-몰라도 됩니다. 자 이제 일이나 열심히 하시죠 김경수 사장님.

-......

-뭐해요 안 들어가고. 문 열어줘요?

-아 아니 그게 아니라..괜히 내가 미안한 생각이 들어서..날 도와주러 온 사람인데. 내맘대로 내 좋을대로만 한 거 같아서말야.

-알면 됐어요. 하하하. 그럼 남은 3일동안 내가 하자는대로 해줘요. 나 하고 싶은거 많으니까.

 절대 안된다..아니면 우물쭈물하기도 없기..알았죠? 자 일 합시다 일!!

 

경환은 뒷통수에 닿는 경수의 시선에 뒤도 안 돌아보고 손을 흔들었다.

경환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경수는 그제야 사무실 문을 열었다. 그리고도 다시 한 번 경환이 사라진 쪽을 바라보고서야 천천히 문을 닫았다.

 

 

-네, 큰 고비는 넘겼으니 잘 할겁니다. 경수씨가 워낙 경영에 뛰어난 감각이 있어요. 선생님이 보신대로.

 선생님은..좀 어떠세요?

-많이 좋아지셨어요. 경환님이 보내주는 사진..아니 돌아와서 얘기하죠.

-저 그런데..일주일 정도만 더..

-그건 안될일입니다. 선생님이 요즘 통 잠도 못 주무시고, 식사도 제대로 못 하세요. 이게 다 누구 때문일 줄은 아실테니 더 다른 말씀은 안 드리겠습니다.

-......네....하지만 전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그런 건..

-한 말씀 드리자면, 선생님은 제가 알고 있는 것보다 아시는 것이 없으십니다. 한국에 제 지인이 있습니다. 여기까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하..지인요? 그럼 절 감시라도 하신건가요?

-그럴 의도는 없었습니다. 다만..워낙 자유로운 분이시니..하지만 전 경수님을 믿습니다. 제 믿음이 틀리지는 않았을거구요.

-무서운 분이시네요.. 그렇게까지.

-사람에게는 물건이든 사람이든 자신의 전부인 것이 있습니다. 사장님, 아니 선생님에게 물건, 돈, 명예가 아니라 사람이지요. 목숨과도 바꿀 수 있는 사람.

-......그럼 일주일이나 당겨 들어오라는 것도 혹시.

-제 생각입니다. 대신 벌써 다른 사람이 출발했습니다. 인수인계하시면 됩니다.

-선생님은 어디까지 알고 계세요?

-어디까지라는 말씀은..

-아니 그러니까..

-경환님의 마음이 움직이고 있는 정도만 알고 계십니다. 보내주시는 사진이나 메일의 내용등을 통해서요.

 제 노파심이지요. 절대 있어서는 안 될일입니다. 경환님이나 경수님이나 특히 선생님을 위해서도요. 무슨말인지 이해하셨으리라 알고 전화 끊겠습니다.

 

 

 

손에 든 핸드폰을 책상에 떨구고 경환은 넥타이를 풀어 책상에 내동댕이쳤다.

사랑..그까짓게 뭔데..당신들 사랑이 뭔데 도데체..

활짝 연 문을 통해 들어오는 바람에 숨을 맡겼다. 후후..당신이 생각하는 사랑이란게 겨우 이 정도야? 그러면서 날 보낸거야? 후후..하하하하.

그야말로 미친1놈처럼 창문에 기대어 웃었다. 경환은 궁금했다. 경수와 그..무슨일이 있었던 것인지..

그렇게 보고싶어 미칠 것 같이 몸부림치면서도 감히 나서지를 못 하는 사람과 영문도 모른 채 그런 그를 기다리고 있는 한 사람..

한 편으로는 어차피 이렇게 된거 농담삼아 애인이라 했던 것을 진짜로 만들어버릴까라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그런 것에 넘어갈 경수가 아니라는 것쯤은 능히 경험을 통해 알고도 남았다.

 

 

-그래서 뭐 하고 싶어요?

-글쎄..뭘 할까?..사실 꼭 하고 싶은 일이 있기는 한데..

-말해요. 가능한 일이면 뭐..

-여행가요 우리. 잠깐 가는 그런거말고. 오늘부터 일요일까지..

-여..행요? 여행이라면 지난 번에도.

-그게 무슨 여행이에요. 하루 그냥 논거지. 가요 여행. 다 들어준다면서요. 가요..갈거죠?

-......그래요 가요. 일단 집에 가서 준비 좀 하고.

-그냥 가요. 이대로..안 그럼 오늘 비행기 못 타요. 제주도가는 마지막 비행기 티켓이에요.

-하아..언제 이렇게까지.

-후후 뭐 이런거가지고 감동까지.

 호텔 예약도 했어요. 만약 경수씨 안 간다고하면 나 혼자라도 가려고.

-......

-차는 공항에 두고 가면 된대요. 어? 시간이 벌써..조금 더 빨리 가요 이러다 비행가 못 타겠어요.

 

경수는 인천으로 가는 길을 달렸다.

이제까지 나를 도와준 고마운 사람이니까..이 정도 호의는 베풀어도 되겠지?..너..나 오해하거나 그러지 않을거지?..

제주도..하필 제주도라니..

 

 

 

창 밖으로 보이는 불빛들이 낮게 일렁였다.

 

-일어나 거의 도착했어.

-어?..어..미안 미안해.

-뭐가..하필 너 바쁠때 가자고 한 내가 미안하지.

 호텔가서 실컷 자. 너 방해 안할게.

-방해 안 하고 너 뭐할건데? 설마 저 가방에 또 책만 잔뜩 들어있는건 아니지?

-아냐..책도 있고..옷도 있고..또..

-하하하. 으이그. 양태섭 진짜 하하하. 내가 잠만 잘 것 같으면 뭐하러 가겠냐? 너랑 같이 하고 싶은 일이 얼마나 많은데.

-무슨일?

-낙시도하고..캠핑도하고..또..이렇게 키스도 하하하.

-너..사람들 보면 어쩌려구. 안봐 안봐. 그리구 보면 좀 어때. 아 넌 좀 그렇겠다. 알았어 조심할게 눈 풀어 무섭다.

-정말 대책없어 너.

-귀여워 하하하.

-너 진짜..호텔가서 보자.

-그래 나야 좋지. 기대하고 있을게 하하하.

-......허..

 

 

-와 저 불빛 좀 봐. 태섭아 이리와봐.

-잠깐만 옷 좀 정리하고..오는 사이에 좀 구겨졌어.

-그냥 두고 이리와봐.

 

경수는 옷을 정리하며 투덜거리는 태섭의 손을 잡아 창가로 이끌었다.

베란다에 서니 그야말로 신세계가 따로 없었다. 하늘에 촘촘히 박혀 있는 별들과 멀리 바다에서 고기잡는 배들의 불빛들이 어우러져 그야말로 환상적인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

 

-멋있다. 흐음..바람 냄새..하아..좋다..

-그래. 진짜 좋다. 너와 같이 있어서 더 좋다 양태섭..

-그..그래..나두..

-왜 말을 더듬고 그래? 응? 가만 얼굴까지 빨개진거 같은..

-무..무슨..누가..시끄러 분위기 깨지말고 나 지금 기분 정말 좋단말야.

-누가 뭐래 그냥 그렇다구 하하하. 이리와봐.

 너 요즘 더 마른것 같다.

-몸무게는 그대로야. 니 덕분에 아침 저녁 잘 받아 먹고 있어서 살찔까 걱정이다.

 

태섭은 뒤에서 안아오는 경수의 가슴에 기대어 투정아닌 투정어린 목소리를 냈다.

경수의 숨소리에 간질거리는 귓볼은 점점 붉게 물들었지만 다행히 밤이라 더 이상 경수에게 놀림받을 일은 없겠다..라는 엉뚱한 생각도 하면서.

 

-우리 이렇게 살자. 별보며..하늘보며..누구도 우리 인생 이러쿵저러쿵 훈수두지 않게..우리끼리 사랑하며 그렇게 살자 태섭아.

-응..그래..그러자..그렇게 살자.

-너 그런데 배는 안 고파? 일찍 나오느라 점심도 제대로 못 먹었잖아.

-괜찮아. 분위기 깨지말고 가만 있어.

-그래 그럼..나야 좋지. 천국이 따로 없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보는 밤하늘..정말 낭만적이다 그치?..읍..

 

처음이였다. 태섭이 먼저 그렇게 다가온 것은. 어쩌면 분위기 깨는 경수의 입을 막으려 일부러 한 키스일수도 있지만..

어쩄든 그날 두 사람의 길지 않은 제주도 여행의 시작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넘 늦게 왔나? 두리번두리번 ㅋㅋㅋㅋㅋㅋ 좀 더 성실 연재를 해보도록 노력할게..라고 아무도 없는 갤에서 혼자 다짐...처음부터 번호를 붙여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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