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앗간은 어쩐 지 오래된 느낌이다. 풍신한 바지를 입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몇십 년 된 나무 주걱으로 쌀가루를 내리고 고추를 빻는 풍경이 그려진다. 하지만 서울 도봉구 방학동에 위치한 시골방앗간의 풍경은 조금 남다르다. 30대 형제 둘이 주축이다.
이 방앗간은 다른 곳에선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물건들을 판매한다. 쑥, 흑임자 등 요즘 유행하는 곡물들로 만든 미숫가루부터 우유에 말아 먹는 과자와 어감이 비슷한 귀리퐁, 현미퐁, 서리태퐁 등을 직접 만들어 판매한다.
모든 제품은 주문받은 즉시 만들어 보낸다. 갓 볶은 곡물의 맛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서다. 젊은이가 만들지만 제품은 수십 년 경력의 장인 못지않다는 이 방앗간의 이야기를 방앗간 형제의 동생 김재광(30) 대표에게 들어봤다.
왼쪽부터 동생 김재광씨, 아버지, 형 김재성씨./ 김재광
-자기소개를 해달라.
“아버지, 형과 함께 시골방앗간을 운영하는 김재광입니다. 방앗간 일을 시작한 지는 3년 차고 방앗간 제품을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일을 주로 맡고 있어요. 물론 미숫가루도 만들고 참기름도 짭니다.” (웃음)
-방앗간을 젊은 분들이 주축이 돼 운영하는 게 색다릅니다. 이렇게 운영하게 된 배경이 궁금한데요.
“방앗간은 15년 전 아버지가 연 가게에요. 아버지는 석계역 근처에서 포장마차를 운영하셨어요. 장사가 잘 됐다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해서 문을 닫고 친척이 운영하던 방앗간에 들어가셨어요. 배달부터 시작해 기름을 짜고 고춧가루를 빻고 미숫가루를 만드는 기술을 배우셨어요. 이를 바탕으로 이 가게를 차렸고 저희 형제들이 합류하면서 삼부자가 함께 일하게 됐습니다.”
방앗간 일을 돌보는 형 김재성씨./ 김재광
-서른셋인 형은 8년 전부터 방앗간 일을 했다고 해요. 어린 나이였는데 어떻게 방앗간에서 일할 생각을 했을까요.
“형은 군 전역 후 대학을 졸업하기도 전에 아버지의 권유로 방앗간에서 일하기 시작했어요. 진로를 선택할 중요한 나이였죠. 형은 주어진 업무를 처리하고 정해진 월급을 받는 것보다는 제품을 직접 만들어 손님에게 판매하는 방앗간 일에 더 매력을 느꼈고, 가업을 잇는다는 의미 또한 있어 이 일을 선택했다고 합니다.”
-대표는 형보다 조금 늦게 합류했습니다. 이전 회사에서는 어떤 일을 했는지 궁금합니다.
“방앗간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친척 형이 운영하는 건강식품 쇼핑몰에서 3년 정도 일했어요. 직원이 두세 명에 불과해 한 명이 여러 가지 업무를 처리해야 했어요. 제품에 대한 이해부터 시작해 마케팅, 재고 관리, 포장, 고객 응대 등 전천후로 일했죠. 이 경험 덕분에 온라인 쇼핑몰을 어떻게 시작하고 운영해야 하는지, 트렌드를 어떻게 읽고 이를 마케팅에 활용해야 하는지 등을 배웠어요. 방앗간 브랜드 ‘구수한 사람들’의 인터넷 쇼핑몰, SNS 채널 등을 관리할 때 정말 많은 도움이 됩니다.”
왼쪽부터 형 김재성씨, 아버지, 동생 김재광씨./ 김재광
-형제가 방앗간 합류를 결정했을 당시 주변의 반응은 어땠나요?
“아버지는 방앗간 일을 먼저 제안해주셨기 때문에 굉장히 좋아하셨어요. 겉으로는 좋은 티를 잘 내지 않지 않는 분인데 주변에 굉장히 자랑을 많이 하셨다고 해요. 친척분들은 가업을 잇는 모습을 부러워하셨고요. 형 친구들이나 제 주변 친구들은 사실 방앗간 일이 생소하잖아요. 그냥 무덤덤하게 잘해보라고 했습니다.”
-동생이 방앗간에 합류하면서부터 온라인으로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고요.
“제가 합류하기 전까지는 일반적인 식자재 장사였어요. 가게에 오시는 손님들을 상대로 소매 판매를 하고, 식당에는 물건을 도매로 납품했죠. 온라인 판매 경험이 있는 제가 합류하면서부터는 온라인으로 물건을 홍보하고 판매하기 시작했고요.”
-온라인 판매를 위해 한 노력이 따로 있었나요.
“원래 방앗간에선 선식을 한 가지 종류만 판매했어요. 온라인 판매를 준비하면서부터는 귀리, 검은콩, 팥, 현미, 율무 등 대표적인 다섯 가지 곡물을 선정해 미숫가루 제품을 만들었고요. 지금은 총 18가지 제품을 취급하고 있어요. 제품군은 고객들이 남겨준 리뷰, 댓글들로 파악한 수요를 보고 확대했어요. 고객 반응을 세심하게 살핀 것이 사업 운영에 굉장히 보탬이 됐습니다.”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가 5만명이나 됩니다. 팔로워 수가 늘면 아무래도 홍보와 매출을 올리는 데 유리할 것 같은데요. 팔로워 수는 어떻게 늘린 건가요.
“인스타그램은 쇼핑몰을 열 때부터 시작했어요. 도움이 많이 돼요. 처음에는 구수한 사람들의 콘셉트를 최대한 드러내기 위해 당일 볶은 곡물들을 매일 찍어 올렸고, 댓글이나 메시지를 통해 고객 반응을 확인하면서 게시물 내용을 조금씩 바꿔 게시했어요. 제품을 활용할 수 있는 레시피 등도 공유했고요. 자연스럽게 팔로워가 늘어나더라고요.”
-제품을 개발할 당시 어려움은 없었나요. 가장 개발하기 힘들었던 제품은 무엇인가요.
“아버지와 형이 방앗간을 운영하며 쌓은 경험이 있어 미숫가루를 만드는 건 어렵지 않았어요. 다만 한 가지 곡물이 아닌 혼합 곡물로 만드는 제품은 영양 비율과 맛 등을 맞추는 데 시간이 많이 필요했어요.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린 제품은 쑥 미숫가루와 흑임자 검은콩 미숫가루였습니다.”
-주문을 받으면 바로 만들어 보내준다고 해요. 손이 많이 갈 것 같은데 이렇게 하는 이유가 있나요. 미리 만들어도 밀봉만 잘해놓으면 괜찮을 것 같은데요.
“미리 만들어 놓으면 정말 편하겠지만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은 갓 만든 제품이에요. 구수한 사람들의 콘셉트 자체도 주문하면 바로 만들어 보내준다는 것이고요. 갓 만들어진 제품은 확실히 마트에 진열된 미숫가루들과는 차원이 다른 향과 맛을 냅니다. 곡물 자체의 향을 그대로 간직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런 이유로 새벽부터 나와 제품을 준비해요. 갓 만들어서 보내드리면 소비자들이 굉장히 좋아하기 때문에 기쁜 마음으로 하고 있습니다.”
-현미퐁, 귀리퐁, 서리태퐁을 개발한 배경이 궁금합니다. 어떻게 만드는 건가요. 이름에 ‘퐁’을 넣은 것도 상당히 재미있네요.
“현미퐁, 귀리퐁, 서리태퐁은 사실상 ‘볶은 곡물’이에요. 볶은 귀리 또는 볶은 현미라는 키워드는 어디에서든 구매할 수 있는 흔한 느낌이 들어서 제품명 끝에 퐁을 넣어 봤어요. 단독으로 드실 수도 있지만 조리퐁 과자를 우유에 말아먹듯 미숫가루에 넣어서도 먹을 수 있거든요. 친숙한 단어인데다 입에 잘 붙기도 해서 이름을 그렇게 지어봤습니다.”
보리차와 옥수수차 사진./ 김재광
-곡물을 사용한 제품들을 만들다보니 원물의 품질이 가장 중요할 것 같습니다.
“맞아요. 질좋은 원물을 구하는 게 정말 중요해요. 저희는 농가에 찾아가 직접 곡물을 보고 품질이 좋은 것들로만 공급을 받고 있어요. 직접 가서 보기 힘든 곡물의 경우에는 곡물 도매 거래처를 통해 구해요. 도매처는 여러 사장님들을 만나보고 결정했는데 곡물에 대한 지식이 많고, 자부심이 강한 분이 운영하는 곳이에요. 역시나 물건이 좋더라고요.”
-연매출은 어느 정도인가요. 더불어 오프라인 매장만 운영할 때와 비교하면 매출이 어느 정도나 차이가 나는 지 궁금합니다.
“연 매출은 온라인만 따졌을 때 10억원 이상이에요. 오프라인만 운영했을 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두 배 이상 매출이 올랐죠.”
-앞으로의 목표와 계획이 있다면요.
“생각보다 곡물을 쉽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아요. 보다 많은 분이 입맛에 꼭 맞는 곡물을 맛있게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제품을 개발할 계획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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