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타닐 끊었다던 고등래퍼 윤병호 마약 투약으로 또 체포 미국선 청장년층 코로나19보다 펜타닐로 더 죽었다 우리나라도 1020 사이에서 병원 처방으로 쉽게 구해
“펜타닐 중독자는 벌레다.”
예명 ‘불리다바스타드’로 활동하는 래퍼 윤병호는 2021년 3월 KBS 프로그램 ‘시사직격’에 나와 펜타닐 마약을 복용한 후 겪은 부작용을 털어놨습니다. 그리고 1년반도 채 안 된 2022년 7월 9일, 그는 자택에서 또다시 대마초와 필로폰 투약 혐의로 체포됐습니다. 경찰은 윤 씨가 소지하고 있던 필로폰 1g과 주사기 4개를 압수했습니다. 윤 씨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1차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습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마약을 사서 투약했다고 인정했습니다.
힙합 프로그램 ‘고등래퍼2’와 ‘쇼미더머니’에 출연한 그는 2020년 11월 마약한 사실을 경찰에 자수했습니다. 그 후 방송에서 “벌레처럼 기어다니면서 (펜타닐)부스러기라도 찾으려고 쓰레기통을 뒤진다”며 “펜타닐 때문에 치아가 삭아 내려서 어금니 4개가 없어졌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방송을 통해 “지금은 다 끊고 회복 중에 있는 상태”라고 했지만 다시 마약에 빠져 구속된 것입니다.
펜타닐이 도대체 뭐길래 그를 ‘벌레’로 만들었을까요. 1959년 만들어진 펜타닐은 마약성 진통제입니다. 말기 암이나 만성 통증 같이 극심한 고통을 겪는 환자를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병원에서 처방받을 수 있습니다. 헤로인의 100배, 모르핀의 200배 이상의 효능을 갖고 있어 주로 치료 마지막 단계에서 쓰입니다.
치료 목적으로 만든 약이지만 역설적이게도 미국 18~45세 청장년층의 사망원인 1위가 ‘펜타닐’이라는 약물입니다. 자살이나 총살, 차량 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보다 펜타닐 복용으로 사망한 사람이 더 많습니다. 2020년부터 2021년까지 18~45세 미국인 약 7만9000명이 펜타닐 과다 복용으로 죽었습니다. 그만큼 중독성이 강하고 2㎎라는 적은 양으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어 ‘악마의 마약’으로도 불립니다.
◇“미국선 길거리 접힌 지폐 줍지 말라고 해”
길바닥에 떨어진 돈을 보면 주울지 모른 척 지나가야 할지 고민한 적이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겁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가급적 줍지 않는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자녀들이 길에 떨어진 돈을 줍지 않도록 교육해주세요.” 2022년 6월 미국 테네시주 보안관실은 페이스북을 통해 바닥에 떨어진 돈을 절대 돈을 건드리지 말라고 당부했습니다. 바닥에 떨어진 접힌 1달러 지폐에서 펜타닐이 발견되는 일이 연달아 발생했기 때문인데요.
주유소 바닥에 떨어진 1달러 지폐를 주운 사람이 이리저리 접힌 지폐를 펼치자 정체불명의 흰색 가루가 나왔는데, 당국이 분석해 보니 '펜타닐'과 ‘메스암페타민’이었습니다. 메스암페타민은 강력한 각성제로 우리나라에선 ‘필로폰’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발표를 보면 미국에선 매일 150명 이상이 펜타닐 같은 마약성 진통제를 지나치게 복용해 사망한다고 합니다. 미 샌디에이고 카운티 수퍼바이저 위원회는 최근 펜타닐과 관련해 ‘공공 건강 비상사태’를 선포했습니다.
펜타닐의 중독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 미국에서 많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미국의 살인적인 의료비용이 한몫 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일반적으로 의료 비용이 너무 비싸 진통제가 사람들의 고통을 줄여주는 가장 쉽고 빠른 방법으로 여겨지곤 하는데요. 이 때문에 그 어떤 나라보다 미국에서 마약성 진통제 판매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한국도 1020 사이에서 펜타닐 사용 폭발적 증가
우리나라도 2~3년 전부터 펜타닐이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강력한 효능에 비해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청소년들이 쉽게 구할 수도 있습니다. 펜타닐은 주로 피부에 부착하는 형식인 ‘패치’로 처방 받는데요. 패치는 한팩에 10장가량이 들어있고 15만원 수준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청의 발표를 보면 10대 미성년자에게 처방된 펜타닐 패치 건수는 2019년 22건에서 2020년 624건으로 1년만에 약 27배나 증가했습니다. 20대의 경우에도 같은 기간 9567건에서 2만3878건으로 2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30대 이상의 펜타닐 패치 처방 건수는 비슷하게 유지되거나 오히려 줄어들었습니다. 펜타닐이 주로 말기 암 환자 등 중증 환자의 통증을 줄이기 위해 처방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10대와 20대에서 나타난 펜타닐 처방 건수의 변화가 무엇을 의미하는 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펜타닐을 구하기가 어렵지 않다는 겁니다. 2021년 5월에는 펜타닐을 마약 대용으로 투약한 10대 청소년 40명가량이 경찰에 적발됐습니다. 이들은 학교에서도 펜타닐을 복용했습니다. 경찰 조사를 받는 도중에도 끊지 못한 학생도 있습니다. 중독성이 그만큼 강하다는 이야기입니다.
학생들은 병원을 찾아가 허리가 아픈 척하며 펜타닐 처방을 받았습니다. 한 의원에서는 최대 9번까지 처방 받은 적도 있었습니다. 이들 중 3명은 또래 청소년들에게 1장 당 15만원, 2분의 1 크기는 7만~8만원에 팔았습니다.
◇의료쇼핑방지정보망 서비스 있어도 효과 의문
펜타닐 같이 마약 대용으로 쓰이는 의료용 약물은 몰래 구할 필요 없이 의사의 처방을 받으면 되기 때문에 다른 마약보다 구하기 쉽습니다. 그렇다 보니 처방 남용을 잡기도 어렵습니다. 최근 발간된 ‘대검찰청 2021 마약류 범죄백서’를 보면, 현행법상 의사의 처방이 있으면 의료용으로 사용될 수 있는 마약류인 향정신성의약품 성분 수는 180개에 달합니다.
관련해 정부는 의료용 마약 처방 남용 예방 시스템을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그마저도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1년 3월부터 “의료용 마약류의 과다·중복 처방을 방지하겠다”며 의사가 진료 시 환자의 투약 이력을 확인할 수 있는 ‘의료쇼핑방지정보망’ 서비스를 도입했습니다. 하지만 사용하는 의사가 극소수입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약사 출신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식약처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의료쇼핑방지정보망을 이용한 의사 수는 2038명에 불과했습니다. 현재 국내 의사 수가 약 11만명인데 이중 1.8%만 참여한 것입니다. 또 지난해 의료쇼핑방지정보망 이용 횟수는 3만1493회에 그쳤습니다. 이는 2021년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 한 종류에 대해서만 내린 113만 5797건의 처방 건수에도 턱 없이 못 미치는 수치입니다. 앞으로 마약류 불법 유통과 오남용을 막을 수 있도록 관련 법을 지속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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