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실종됐던 조유나 양 일가족이 식구들이 타던 아우디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조 양은 지난달 ‘제주 한 달 살기’를 하겠다며 교외 체험학습을 떠난 뒤 한 달 넘게 행방을 알 수 없었습니다. 조 양의 부모는 지난해 3월부터 6월까지 1억3000만원을 코인에 투자했다가 2000만원가량 손실을 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정황상 하락장에 많은 돈을 잃은 부부가 자식을 살해한 후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투자 실패에 따른 자살이 전체적인 자살률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서울대 공동 연구팀이 2021년 발표한 논문을 보면, 2008년 10월 증시 폭락 이후 11월 한 달간 국내 30∼60세의 자살률은 평소보다 최대 2배 이상 높아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당시 주식 붕괴에도 실업률은 낮은 수준을 유지했던 점을 고려할 때, 실물경제와 자살률은 상관없어 보인다고 했습니다.
최근 주식 시장이 붕괴하는 와중에 개인 투자자들의 정신건강 관리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주가는 오르기도 내리기도 합니다. 폭락하면 언젠가는 상승합니다.
주식시장은 베어마켓(Bear market)에 진입했는지 여부에 따라 하락장 시작을 판단하곤 합니다. 베어마켓이란 지수가 고점보다 20% 이상 하락한 상태를 말하는 경제용어입니다. 곰이 싸울 때 앞발로 찍어내리는 모습이 주가가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걸 연상시킨다해서 붙은 명칭입니다.
2022년 6월 미국 주식시장은 2년 만에 베어마켓에 접어들었습니다. 스탠다드앤푸어스(S&P) 500지수는 1월 3일에 세운 사상 최고가보다 21% 이상 하락했습니다. S&P 500은 미국 신용평가사 S&P Global이 미국에 상장된 시가총액 상위 500개 기업의 주식들을 모은 지수입니다. 미국의 3대 증권 시장 지수 중 하나입니다. 1928년 이후 S&P 500을 기준으로 가장 길었던 베어마켓을 비롯해, 어떤 주요 약세장들이 미국 주식시장에 있었는지 살펴봤습니다.
◇20개월 최장기 폭락…‘니프티 피프티’의 붕괴
역사상 가장 긴 약세장은 1973년 1월 11일부터 1974년 10월 3일까지 이어진 ‘니프티 피프티(Nifty Fifty)’ 주식 붕괴입니다. 약 20.7개월간 S&P500지수가 48.2% 하락했습니다. ‘니프티 피프티’란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 초반까지 미국 주식시장에서 잘나가던 종목 50개를 의미합니다. 요즘으로 치자면 ‘FAANG(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이나 MAGA(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구글·애플)과 비슷합니다.
당시 미국 투자자들은 우량주라 불리던 니프티 피프티 50종목에 집중 투자했습니다. 니프티 피프티의 대표 종목으로는 코카콜라, IBM, 제너럴일렉트릭(GE), 존슨앤드존슨(J&J), 맥도날드, 화이자, 월트디즈니 등이 있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익숙한 기업들입니다. 이들 회사 주가는 10년 동안 꾸준히 상승했습니다.
그러던 니프티 피프티의 장세는 1973년 발생한 1차 석유 파동으로 충격을 받고 붕괴합니다. 1차 오일쇼크가 시작된 1973년 이후 6~7년 사이에 원유 가격이 8배나 폭등했습니다. 니프티 피프티가 시가총액 최상위권의 우량주들이다 보니 S&P 500 지수 또한 반 토막 났습니다. 이 당시 주식 거품이 빠질 때 코카콜라 주가는 57%, GE는 59%, J&J는 40%, 맥도날드는 64%, 화이자는 48%, P&G는 34%, 월트디즈니는 77%씩 하락했습니다.
◇역대 두 번째로 길었던 더블딥(Double dip)
두 번째로 길었던 미국의 약세장은 1980년 11월 28일~1982년 8월 12일입니다. 약 20개월 동안의 주식 침체를 겪는 동안 지수는 27.11% 떨어졌습니다. 이때 하락장을 ‘더블 딥’이라고 합니다. 경기가 두 번 떨어진다는 의미로, 경기침체가 발생 후 잠시 회복세를 보이다가 다시 침체로 접어드는 현상을 말합니다. 그래프가 영문자 'W'를 닮아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첫 번째 하락은 1980년에 일어났고 잠시 회복세를 보이다가 두 번째로 1981년 7월부터 1982년 8월까지 또 떨어졌습니다.
1980년대 베어마켓은 당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연준) 의장이었던 폴 보커의 긴축 정책 영향이 컸습니다. 1970년대 미국은 경기 침체 속에 물가가 치솟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폴 보커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1979년 10월 6일, 이례적으로 토요일 밤에 기자회견을 열고 연 11.2%였던 정책금리를 4%포인트나 올렸습니다. 이른바 ‘토요일 밤의 대학살(Saturday Night Massacre)'로 불립니다. 1980년 4월에는 금리가 17.6%까지 올라갔고 1981년에는 기준 금리가 20%대를 넘어섰습니다.
무려 3년에 걸쳐 진행된 금리 인상으로 미국 경제는 어려워졌습니다. 이와 맞물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유가를 대폭 인상하자 경제성장마저 부진해졌습니다. 당시 자동차와 기계장비업체, 건설회사 등 제조업 분야에서 일어난 대량 해고로 미국 실업률은 10%대까지 상승했습니다. 고금리에 반대하는 정치권의 원성은 물론, 폴 보커의 퇴진을 요구하는 기업인과 노동자, 농민들의 시위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IT 기업의 몰락, 닷컴 버블(Dot-com bubble)
미국에서 세 번째로 길었던 약세장은 546일동안 지속됐습니다. 2000년 3월 24일부터 2001년 9월 21일까지였습니다. 경기 침체와 시장 쇠퇴의 주요 원인은 2000년 미국 닷컴 버블의 붕괴였습니다. 닷컴 버블이란 인터넷 분야가 성장하면서 많은 IT 관련 벤처기업이 생기고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폭등한 현상을 말합니다. 당시 IT 기업들은 정유나 자동차 회사들을 밀어내고 주식시장 상위를 휩쓸었습니다.
2000년 3월 10일 미국 나스닥이 5000선을 넘어 최고점을 찍었습니다. 불과 5년 전 1000 안팎을 오가던 나스닥은 1996년 야후와 1997년 아마존이 상장하면서 달아올랐습니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준 의장도 이 당시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이라는 경고도 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정점에 도달한 버블은 예고 없이 꺼지기 시작했습니다. 2001년 9∙11테러까지 터지면서 주가는 곤두박질쳤습니다.
◇가장 빠르게 떨어졌던 약세장은?
가장 낙폭이 컸던 약세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입니다. 2007년 10월 9일부터 2009년 3월 9일까지 17개월 동안 S&P 500지수는 56.8% 폭락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많은 일들이 겹쳐 터졌습니다. 당시 미국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 돈을 풀었습니다. 6.5%였던 금리를 1%까지 빠르게 낮췄습니다. 금리가 1%까지 떨어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대출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은행들은 대출 이자가 낮으니 더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해 가장 낮은 신용등급인 ‘서브프라임’ 등급인 고객에게도 집을 담보로 대출을 해줬습니다. 소득과 자산을 증명하지 않아도 돈을 빌릴 수 있었습니다. 시장에 많은 돈이 풀리고, 경제가 살아나자 미국 정부는 다시 금리를 올려야 했습니다. 2004년 1% 수준이던 금리는 2006년 5%대로 높아집니다.
금리가 크게 오르자 빚을 낸 사람들은 이자 상환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가장 신용등급이 낮았던 서브프라임 등급부터 파산이 시작됐습니다. 또 은행이 만든 20~30년 짜리 장기 대출 상품이었던 MBS(Mortgage Backed Securities·주택저당증권)도 부도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은행들은 돌려줄 돈이 없어 파산했고, MBS 투자자들도 연쇄적으로 무너졌습니다.
그리고 2008년 9월 15일 새벽 2시, 160년의 역사를 가진 세계 4위 투자은행인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했습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과 파생상품 손실에 따른 부채는 무려 6130억달러에 달했습니다. 이후 10년간 주식시장은 침체기에 접어들고 세계 경제는 어려운 시기를 보냈습니다.
◇약세장보다 강세장 3배 길어
베어마켓의 반대말은 무엇일까요. 주가 상승이 긴 강세장을 ‘불 마켓(Bull Market)’이라고 합니다. 황소가 영어로 불(Bull)입니다. 황소가 뿔을 밑에서 위로 치받으며 공격하는 모습이 마치 주가가 밑에서 위로 올라가는 것을 연상시킨다고 해서 붙었습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최소 2개월 동안 주가가 20% 이상 상승하는 시장을 불 마켓으로 정의합니다.
역사적으로 황소와 곰의 싸움에선 황소가 승리했습니다. 1928년 이후 S&P 500을 보면, 26번의 약세장 다음에는 27번의 강세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강세장은 약세장보다 훨씬 오래 지속됐고 약세장에서 얻은 손실보다 훨씬 더 큰 이익을 냈습니다. 평균적으로 강세장은 약 991일 동안, 약세장은 약 289일 동안 이어졌습니다.
물론 과거의 경험치, 그것도 미국의 사례만으로 우리나라 시장의 미래를 예단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다시 좋은 날이 올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힘든 시기를 이겨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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