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칼럼을 읽고, 이 기사를 쓰게되었다. "전문가들은 별로라는 티볼리가 어째서 계속 잘 팔리는 걸까"에 대한 내용이었다. 이 칼럼은 "조악한 장식물, 어수선한 인테리어 배치, 유행과 모장 사이를 넘나드는 정체불명의 스타일링, 설익은 주행 품질 등 이러한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이렇게 별로인 차가 과연 세상에 또 있을까 싶다"라며 내용이 시작된다.
이 칼럼을 읽은 독자들의 반응은 그리 좋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자동차 전문가들의 평가와 상반되는 자동차 판매량이 발생하는 이유와 문제점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전문가의 평가와 소비자 구매 동향 다른 경우 많아 대표적으로 티볼리와 SM6
칼럼 내용에 따르면, 티볼리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혹평을 넘어 악평에 가깝다. 물론 '전문가들의 평가'라는 기준 자체가 모호하긴 하지만, 칼럼의 내용에 따르면 그렇다.
실제로 티볼리의 판매량은 위 그래프에서 알 수 있듯 국산 소형 SUV 중 가장 많다. 2015년 출시 이후 꾸준히 높은 판매량을 유지하고 있고, 올해 상반기에는 현대 코나와 판매량 차이도 거의 없었다. 칼럼에서 이야기하는 전문가들의 평가와 정 반대되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르노삼성 SM6'도 비슷한 예시가 될 수 있겠다. 티볼리는 '전문가의 좋지 않은 평가와 달리 잘 팔리는 자동차'라면, SM6는 '전문가의 좋은 평가와 달리 판매량이 그리 좋지 못한 자동차'가 될 수 있겠다.
국내 첫 출시부터 지금까지도 르노삼성은 SM6의 스포티한 주행을 강조했고, 실제로 다수의 매체에서도 이와 같은 내용의 시승기를 보도한 바 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었다.
그러나 '탈리스만'과 달리 SM6에는 르노삼성이 잘못 설계한 후륜 AM 링크 서스펜션이 장착되어 스포티한 주행과는 전혀 거리가 멀었다. 실제 판매량도 출시 당시 신차효과 정도만 보았을 뿐이다.
국산 중형 세단 점유율 동향을 살펴보면 SM6는 출시 당시인 2016년에 27.1%의 높은 점유율을 기록했다. 당시 쏘나타의 점유율과의 차이는 불과 3%정도였다. 그러나, 2017년에는 18.6%로 떨어졌고, 올해 1월부터 9월까지는 13.2%를 기록하는 등 계속해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의 좋은 평가와 반대되는 판매량 사례다.
첫째, 자동차 전문가의 평가? 신뢰 잃은지 오래
그렇다면 왜 전문가의 평가와 판매량이 엇갈리는 것일까?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소비자들이 자동차 전문가의 평가에 대한 신뢰를 잃은지 오래라는 것이다. 규모가 큰 매체에서도 시승기를 대필 받아 보도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꽤 있다.
이러한 일부 비상식적인 행위를 하는 '가짜 전문가'들로 인해 '진짜 전문가'들에 대한 신뢰마저 잃어버린 소비자들은 이제 직접 정보를 찾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고, 시승도 직접 해보는 소비자들이 늘어났다. "광고인지 시승기인지 모를 정보를 보느니 차라리 내가 직접 여러 대의 차를 시승해보고 결정해보는 편이 낫겠다"라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났다는 이야기다.
둘째, 차량마다 다른 평가 기준 존재 갈피 못 잡는 자칭 타칭 전문가들
둘째는 자동차마다 평가 기준이 다른데, 자칭 타칭 전문가들이 그 기준을 모호하게 잡거나, 갈피를 못잡고 있다는 것이다. 자동차마다 중요하게 다뤄야 하는 부분이 다르다. 다른 차량과의 상대적인 평가를 위해 운동성능, 실용성, 경제성 등을 모두 다루는 것은 맞지만, 이들의 비중은 차량마다 달라야 한다는 이야기다.
예컨대, '토요타 프리우스' 리뷰에선 경제적인 부분의 내용이 가장 큰 평가 기준이 되어야 할 것이고, '캠리' 리뷰에선 편안함과 실용성에 대한 내용이 가장 큰 평가 비중을 차지해야 할 것이다. 또한 '현대 벨로스터 N' 리뷰에선 실용성보단 재미와 운동성능에 대한 내용이, S 클래스 리뷰에는 얼마나 럭셔리한지, 얼마나 뒷자리가 편안한지에 대한 내용이 가장 비중 있는 평가 기준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일부 매체들의 자동차 리뷰에선 초점이 제대로 맞춰지지 않은 내용이 다뤄질 때가 많다. 프리우스나 티볼리를 보고 "경쾌하지 않고, 스포티하지 않아서 좋지 않은 차"라고 평하는 사람도 있고, 벨로스터 N을 보고 "뒷자리가 넓지 않아서 좋지 않은 차"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위에서 언급했듯 차량마다 비중있게 다뤄야 하는 평가 기준이 다르다. 그러나 잘못된 기준과 내용 선정으로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주거나, 제조사나 자동차에 대한 프레임을 씌우는 내용의 시승기가 꽤 많다. 아반떼나 티볼리와 같은 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에게 서킷 랩타임이 중요할까, 얼마나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것인지가 중요할까?
셋째, 그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자동차' 소비자의 필요와 거리 멀어
일부 칼럼니스트나 저널리스트와 같은 '자동차 전문가'들은 그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자동차'가 있다고 한다. 인용해서 풀어쓰자면 "장식물이 조악하지 않아야 하고, 인테리어 배치가 어수선하지 않아야 하며, 스타일링은 유행과 모방 사이를 명확하게 구분해야 한다. 동시에 주행 품질은 매우 우수한 차"가 이상적인 자동차라고 한다.
과연 소비자들은 그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자동차에 얼마나 관심이 있을지 의문이다. 그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자동차에 해당하는 것들은 가격이 비싼 프리미엄 브랜드나 스포츠카 브랜드에게나 적합한 것들이다.
일반적인 소비자들의 선택을 많이 받는 이유는 간단명료하다. 괜찮은 디자인, 합리적인 가격, 합리적인 옵션, 우수한 안전성 등은 기본이고, 스포티한 주행 품질, 럭셔리한 승차감 등은 그 외의 부수적인 것들이다. 소비자들은 소형 세단에게 페라리와 같은 파격적인 디자인과 운동 성능을 요구하지 않는다.
차량의 가격과 포지션마다 적당한 품질과 운동 성능만 보여주면 된다. 물론 적당한 것보다 좀 더 우수하면 더욱 많은 선택을 받겠지만 말이다. 실용성과 합리성이 초점을 맞춘 소형 SUV에게 스포티하고 우수한 주행 품질을, 경제성에 초점이 맞춰진 하이브리드 차량에게 스포티한 움직임과 운동 성능을 원하는 것은 이상적인 자동차가 아니라, 자동차에게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히려는 것과 같다.
한국 자동차 산업에 얼마나 긍정적으로 기여했을까?
자칭이던 타칭이던, 소위 '자동차 전문가'라는 자들의 신뢰가 무너진 것은 그들의 업보다. 누구의 탓도 할 수 없다. 그들은 과연 한국 자동차 산업에 얼마나 긍정적으로 기여했을까? 앞서 말씀드렸듯 일부의 잘못과 안일한 행태로 '진짜 전문가'의 신뢰까지 무너졌고, 그들이 '긍정적으로 기여했을까?'라는 질문에 선뜻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도 몇 없다.
이미 많은 소비자들이 시승기를 가장한 광고를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문제는 그렇지 않은 객관적인 자료까지 소비자들의 의심을 사게 됐다는 것이다. 일부 올바르지 못한 전문가들은 자신들이 '자동차 전문가'인지, '홍보 마케팅 전문가'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지, 적어도 자신들이 자동차 전문가라면 국내 자동차 산업에 얼마나 긍정적으로 기여했는지, 그리고 이를 위해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올바른 비판 의식을 갖추고 있는지 생각해보아야 하지 않을까?
글 CCBB 오토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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