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슬로건(slogan) ‘I·SEOUL·U(이하 아이 서울 유)’를 바꾸기로 했습니다. ‘아이 서울 유’가 탄생한 지 7년 만입니다. 서울시는 “지금 사용하고 있는 브랜드에 여러 문제점이 제기됐고, 코로나 이후 서울시 위상도 격상됐기 때문에 이에 걸맞은 새 브랜드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변경 이유를 밝혔습니다.
서울시는 2022년 1월부터 5월까지 도시 브랜드 변경을 위해 테스크포스(TF)팀을 운영해왔습니다. 시는 전문가 논의를 통해 새로운 도시브랜드 후보들을 도출하고 차후 시민들의 설문조사를 통해 최종안을 선정할 예정입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대략적인 일정 정도나 나왔을 뿐, 브랜드와 관련한 구체적인 논의가 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새 브랜드 설정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2023년 1월부터 새로운 브랜드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합니다.
◇서울시 슬로건 변천사
2023년에 적용할 슬로건은 서울시의 세 번째 슬로건이 됩니다. 서울 도시 브랜드는 지난 2002년 이명박 전 시장이 ‘하이 서울(Hi Seoul)’을 내세우며 첫선을 보였습니다. 2002년부터 2015년까지 10년 넘게 사용했습니다. 2006년 오세훈 시장은 하이 서울 아래 ‘소울 오브 아시아(Soul of Asia)’ 문구를 추가했습니다. 브랜드 자체를 바뀌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오 시장이 무상급식 논란으로 중도 퇴임하고 박원순 전 서울 시장이 당선되면서 브랜드 변경을 논의하기 시작했습니다. 박 전 시장은 ‘미래형 브랜드’가 필요하다면서 시민공모 형식으로 브랜드 변경을 추진했죠. 그렇게 2015년 서울시의 두 번째 브랜드 ‘아이·서울·유’가 탄생했습니다.
서울시는 이 슬로건이 ‘너와 나의 서울’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홍보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시민 공모를 할 때부터 논란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나름 괜찮다’는 평가와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아이유(가수)냐’는 혹평이 엇갈렸죠. 외국인들 사이에서는 ‘아이 러브 뉴욕’을 연상케 하는데, 문법적으로 어색하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고유명사인 ‘서울’을 타동사로 사용해 그대로 해석하면 ‘나는 너를 서울한다’로 해석돼 이해할 수 없다는 말도 많았습니다.
◇국민의힘 다수, 시의회 동의 얻을 것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해 4월 보궐선거 당선으로 서울시장에 복귀한 직후부터 슬로건을 변경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습니다. 명함에서 ‘I·SEOUL·U’를 빼기도 했죠.
오 시장은 올해 초부터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아이 서울 유’가 문법적으로 문제가 많아 바꾸고 싶지만 이를 변경하려면 조례부터 바꿔야 한다”며 “더불어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한 시의회에서 동의를 해주지 않아 시도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서울시 브랜드 개정을 위해서는 조례 개정이 필요합니다. 2018년 서울시의회 의석수는 총 110석 중 더불어민주당 102석, 국민의힘 6석으로 더불어민주당이 우세했습니다. 그러나 2022년 이번 지방 선거에서 오세훈 시장이 속한 국민의힘이 시의회 다수당을 차지하면서 시의회 동의를 구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힘들게 적응했는데 또 바꿔?”
시는 슬로건 변경을 추진하지만 이를 향한 여론이 마냥 긍정적이지는 않습니다. 새로운 슬로건에 적응하는 데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기 때문입니다.
‘아이 서울 유’ 문구 개발에만 8억원이 들었습니다. 이후 각종 조형물 제작과 홍보비 등에 쓰인 비용은 또 따로죠. 여기에 적응하는 시간도 굉장히 오래 걸렸습니다. 논란 속 탄생한 ‘아이 서울 유’는 처음에는 시민들에게 외면당했습니다. 2015년 성인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한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새 도시 브랜드인 ‘아이 서울 유’에 찬성한다는 의견은 11.9%였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서울시 브랜드로 잘 어울린다는 의견이 늘었습니다. 2021년 4월 온라인 투표·조사 서비스 ‘더폴’이 진행한 조사에서 ‘아이 서울 유’가 서울시의 브랜드로서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40% 이상이 ‘잘 어울린다’고 답했습니다. 어울리지 않는다고 답한 사람은 23.3%였습니다. 새 브랜드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친숙하게 만들기까지 6년이 걸린 셈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제 막 서울시민들에게 익숙해진 브랜드를 굳이 비용과 시간을 들여 또 변경하는 것에 대한 비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또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자지체 슬로건을 자주 변경한다는 문제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지자체장 교체 때마다 바뀌는 슬로건의 운명
국내 지자체는 도시를 대표하는 브랜드 및 슬로건을 4년 주기로 변경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지자체장이 바뀔 때마다 추구하는 비전이 달라지고 또 이를 슬로건에 반영하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용인시의 경우를 살펴보았습니다. 용인시의 첫 도시 브랜드는 2004년 민선 3기 이정문 시장이 제정한 ‘에이스(ACE) 용인’입니다. 이후 민선 4기(세계 최고 선진용인), 민선 5기(함께하는 행복한 용인), 민선 6기(사람들의 용인), 민선 7기(사람 중심 새로운 용인)에 걸쳐 바뀌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슬로건이 이렇게 자주 바뀌면 브랜드 인식도가 떨어진다고 말합니다. 또 변경한 로고가 시원찮거나 제대로 되지 않아 비난을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2019년 대구시는 3억5000만원을 들여 도시 브랜드 개선안을 마련했습니다. 당시 로고도 바꾸었는데, 기존 로고에 색상만 변경했습니다. 수억원의 예산을 사용한 것에 비해 결과물이 좋지 않아 논란이었습니다.
우리나라와 달리 해외에서는 한 가지 슬로건을 꾸준히 사용하는 곳이 많습니다. 이런 도시들은 자국은 물론 해외에서도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를 롤모델로 삼아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대표적으로 미국 뉴욕의 ‘I♥NY’(아이 러브 뉴욕)이 있습니다. 아이 러브 뉴욕은 1977년 미국의 그래픽 디자이너 밀턴 글레이저(Milton Glaser)가 고안한 슬로건 및 로고입니다.
미국 뉴욕은 1970년대까지만 해도 경제 침체로 암울한 분위기와 갈수록 높아지는 범죄율 등으로 빈곤과 범죄의 상징이었습니다. 관광객은 줄고 투자자는 이탈했죠. 1975년 뉴욕시 상업국은 관광객에게 뉴욕의 매력을 어필하기 위해 광고 전문가, 그래픽 디자이너 등이 참여하는 도시브랜딩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여기서 탄생한 것이 아이 러브 뉴욕입니다. 슬로건과 로고가 만들어진 후 이를 꾸준히 사용한 결과 성공한 도시 브랜드 사례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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