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드래곤 다시 읽으면 무척 재미있다
그냥 글만 보고 재밌다하는게 아니라
그걸 읽으며 머릿속으로 속에 담긴 의미를 읽는 게 재미있음
예를들어
후반부 투명드래곤이랑 뒤크랑 싸울때 여자애가 투명드래곤 편을드니
'야! 너 왜 쟤 편 들어! 너 나 좋아했잖아!'
'사랑이 변했어.'
'말도 안돼! 저새끼는 보이지도 않잖아?'
'웃기셔! 사랑은 눈이 아니라 마음으로 하는거야!'
이렇게 나오는데 나 이거 읽고 충격받았음
초딩한테서 나올만한 플롯이 아니라서
분명 이 장면을 위해서 작가가 주제를 '투명' 드래곤으로 한 것 같다.
작품을 읽어보면 투명드래곤은 '파괴의 화신' 정도의 위치로 묘사되는데
이는 곧 사랑의 부재를 뜻함. 인간 신 다 죽이고 마지막에 가족으로써 마땅히 사랑해야 할 자기 형까지 죽이는 걸 보면 그렇지
(참고로 형 또한 파괴의 화신임. 마지막에 그게 극에 달해서 자기 자신을 파괴, 즉 자폭하는 것으로 생을 마감함. 이건 마지막에 변화한 투명드래곤의 최후와 대비됨)
그리고 투드가 이런 존재가 된 것은, 태어난 직후 작품의 안타고니스트인 '콜밥' 에게 핍박을 받았기 때문에 그런것임.
무에서 태어나 갓난아기처럼 순수한 상태인 투드는, 엄마아빠가 없다(사랑의 부재) 와 밥이 없어 배고파 끊임없이 밥을 원함(생에 대한 갈구)
그러나 그걸 짜증나게 여긴 '인간을 닮은' 콜밥이 그를 고통스럽게 하며 왕따(이 또한 연결, 사랑의 부재를 뜻함) 라고 매도함
그 때문에 투드는 엄마아빠 밥 죄다 잊어버리고 콜밥과 인간, 신 들을 증오하게 됨. (=화신화)
결국 투드는 죄다 때려부수는 괴물이 되고, 이 와중에 뒤크의 아버지를 죽이게 되며 뒤크의 증오를 삼. (증오의 연쇄고리)
그리고 나중가다 투명드래곤은 결국 콜밥과 싸우게 되지만, 너무도 압도적인 격차로 쳐발리게 됨.
상처를 입고 불시착한 행성은 공교롭게도 예전에 뒤크를 치료해주었던 여자애의 행성.
생애 다툼 말고 제대로 된 소통을 한 적 없던 투명드래곤은 여기서 그 여자애와 상호작용하게 되고
(투명해서 보이지 않다고 길을 헤매던 여자애를 지도해줌. 세상은 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며. 인간관계에 대한 작가의 통찰을 엿볼 수 있는 부분.)
여기서 왜 하필 '투명' 드래곤일까 하는 이유가 드러남. 투명은 은유였음.
투명드래곤은 파괴의 화신이기도 하지만, 사랑(연결)의 부재로 소외받는 자이기도 함. 그렇기에 다른 존재들이 인지할 수 없거나, 인지한다 해도 괴물로 여기고 죽이려들음.
하지만 작중의 흐름을 따라 성장하고 상호작용하면서 마침내 투명드래곤은 작중 내 모든 인물들이 인식할수 있는 존재가 됨.
죄다 잡아 족치는, 절대로 죽일 수 없을 것 같은 압도적이고 무지막지한 괴물일 뿐인 투명드래곤이, 드디어 다른 인물들과 평등한 존재가 됨.
그리고 마지막엔 결국 다른 인물들처럼 죽음을 맞이함. 그리고 후회하지 않음.
투명드래곤뿐만 아니라 뒤크 또한 흥미로운 캐릭터임. 뒤크는 투명드래곤의 정반대로 볼 수 있음.
아버지에 대한 복수를 위해 성장하는 뒤크는 매우 인간적인 면모를 보임.
뒤크의 아버지는 투명드래곤의 학살 중 허무하게 죽고, 뒤크는 그런 사실을 인정못해서 복수를 위한 여정을 떠남.
(작중 표현을 보면 울지도 절망하지도 않고, 용기를 가지고 수련을 떠났다고 함. 이건 인간의 긍정적인 면모를 보여줌)
그걸 눈치챈 투명드래곤은 뒤크를 매우 압도적으로 발라버림. 여기서 뒤크의 절망감이 생김.
이 절망감은 러브크래프트의 크룰루 신화의,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비인간과의 충돌에서 생기는 그것과 비슷함.
(이후 뒤크는 여자애한테 치료받고, 복수를 위해 떠난다고 함. 나중에 자신의 적 투명드래곤 또한 그렇게 된다는 것을 보면 재미있는 장면임.)
하지만 뒤크는 포기하지 않고 콜밥의 제자로 들어가 힘을 얻음. 여기서 인간을 초월하는 힘을 얻지만 복수심은 여전함.
그 후, 콜밥과 투드의 재대결에서, 투드를 다시 좆바른 콜밥이 아무렇지도 않게 죽이려 할 떄, 자신의 복수를 완성시키기 위해 콜밥을 막고 투명드래곤은 탈출함.
(투명드래곤은 자신의 초필살기 자폭피하기로 탈출하는데, 이 자폭 피하기 또한 재미있는 기술임)
(형의 기술 '자폭' 과 비슷하지만 이 기술은 상대를 파괴하면서 자신은 거기에서 초월해 멀어지게 됨)
(나중에 결국 파괴의 본성에서 벗어나게 되는 투명드래곤의 생애에 대한 복선.)
투드는 또 상처를 입고 여자애한테 가서 치료하려 하지만, 뒤크가 그를 막아섬. 하지만 뒤크는 또다시 쳐발림. (콜밥한테 두번 발린 투명드래곤처럼. 이것 또한 대비됨)
뒤크는 이제 완전히 절망하고 복수에 눈이 멀어버림. 하지만 그에게 미스테리한 책이 주어지고, 거대한 힘을 얻음.
이 책은 사실 콜밥의 책이며, 뒤크를 인간에서 비인간으로, 복수하는 인간에서 그저 단순한 복수와 '파괴' 의 화신으로 만들도록 돕는 장치임.
힘을 얻게 된 뒤크는 당장 복수하러 투명드래곤에게 가 싸움을 걸다가, 투드를 치료하러 온 여자애와 마주침.
여자애는 뒤크가 아닌, 투명드래곤을 치료하러 감.
이 부분이 중요함. 여자애한테 왜 그 괴물을 치료하러 가냐고 묻자, 여자애는 투명드래곤을 '사랑' 한다고 대답함.
투명드래곤에게 드디어 인간성이 부여되는 장면임.
이 장면 직후, 투명드래곤은 '훗 난 역시 짱이야' 라고 '생각함'.
투명드래곤은 존나 쎄고 대사도 "훗 좆밥들" 이라며 다른 이들을 깔보지만, 작중 속마음이 묘사될 때는 '아씨발 어떡하지:;;' 라며 고뇌하는 것밖에 없었음.
전형적인 외강내유형의 캐릭터임.
하지만 처음으로 자신의 존재 가치에 대해 확신을 가진 투명드래곤은 '역시' 난 짱이다라는 대사를 되뇌임.
이 장면 직후 투드는 뒤크에 의해 죽음을 맞지만, 후회는 하지 않음. 자신의 삶에 대해 확신했기 때문에.
이걸 또 묘사가 살려주는데, 투명드래곤의 유언은 작중 두 번 나옴. 투드가 죽을뻔하기 직전 내뱉는 대사와, 진짜로 죽음을 겪고 내뱉는 대사.
(작중 크게 상처입은 상태에서, 뒤크를 눈깔빔으로 조지고 내뱉는 대사)
"ㅋㄷㅋㄷ 그래도 죽기전에 잼난거 하나 했네. 아 역시 착한이의 죽음은
정말 비참하지 않고 거룩하군.. 훗.. 하긴 그동안 내가 좀 정의를 위해많이 싸웠지.. 그런 화려하던 나의 시절도 이제 가는건가.. 훗..."
보다시피 착함, 정의라는 단어를 강조하며 그동안 파괴만 해왔던 자신이 착하게 살아왔다 합리화함. 자신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는 상태.
가는건가.... 하고 흐리며 죽음을 받아들이기에 망설임. 마지막 대사가 훗... 하며 말줄임표로 끝남.
(죽음을 겪으며 내뱉는, 작품의 마지막 대사)
"그래도 난 참 화려한 인생이었어. 그간 누릴껀 다 누려봤지. 어쩌면
나는 나도 모르게 너무나 행복했었는지도 몰라. 하지만 이제 나의 시대는 갔어.
어쩌면 옛날에 갔을지도 모르지만, 정말 질기게 살아왔지..
그런 내가 드디어 죽는구나. 미련은 없다! 이정도면 난 멋지고
화려한 인생을 살아왔거든 크하하하하핫!!"
나의 시대는 갔어. 미련은 없다! 등으로 확실히 끝맺으며 삶에 대한 후회없음을 내비침.
크하하하핫!! 하고 느낌표로 끝맺음.
이로써 투명드래곤이란 한 캐릭터는 드디어 완성되며, 진정한 하나의 인간적인 존재로 각성하게 됨.
반면 뒤크는 후속작에서 존나 미쳐버리고, 콜밥을 죽이고 사람도 수십억명 죽이는 등 작품 '투명드래곤' 의 초반부 투명드래곤과 비슷해짐.
비인간적인, 파괴의 화신으로 변하는 것임.
따라서 '비인간' 이었던 투명드래곤은 '인간' 이 되고,
'인간' 이었던 뒤크는 '비인간' 으로 되는 것임.
정말로 재미있는 작품이 아닐 수 없음.
한줄 요약 : 투명드래곤은 명작이다.
댓글 영역
획득법
① NFT 발행
작성한 게시물을 NFT로 발행하면 일주일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최초 1회)
② NFT 구매
다른 이용자의 NFT를 구매하면 한 달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구매 시마다 갱신)
사용법
디시콘에서지갑연결시 바로 사용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