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판에서 가장 민감한 단어를 하나 꼽으라면 단연 불변성일 겁니다. 한 번 기록된 건 절대 바꿀 수 없다는 게 이 바닥의 철칙이라고 믿고(?)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그노시스 체인에서 벌어진 일은 이 철칙을 정면으로 건드리고 있어서 커뮤니티가 아주 시끌시끌합니다. 작년 11월에 발생한 밸런서 익스플로잇 사건으로 잃어버린 자금을 되찾기 위해 아예 체인 자체를 업데이트하는 하드포크를 단행했거든요.
1. 해커의 지갑을 잠가버린 운영사들의 결단
이번 하드포크의 핵심은 해커가 가져간 자금을 사실상 동결하고 통제권을 뺏어온 겁니다. 그노시스 인프라 책임자인 필립 쇼머스는 이번 조치로 자금이 해커의 손을 떠났다고 공식적으로 밝혔습니다. 덕분에 피해를 본 사람들은 크리스마스 전까지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 거라는 희망 회로를 돌리고 있죠. 하지만 기술적으로 보면 이건 굉장히 이례적인 일입니다. 특정 주소의 잔액을 강제로 조정하기 위해 네트워크 전체가 합의해서 길을 바꾼 셈이니까요.
2. 구출 작전의 영웅들에게 줄 보상은 누가 정할까
단순히 돈을 되찾는 걸로 끝나는 게 아닙니다. 지금 커뮤니티에서는 이 자금을 회복하는 과정에 기여한 화이트햇 해커나 기여자들에게 어떤 보상을 줄지를 두고 뜨거운 설전이 벌어지고 있어요. 솔직히 말해서 남의 돈을 찾아주기 위해 밤새 코드를 분석한 사람들에게 적절한 대우를 해주는 건 당연하죠. 하지만 그 기준을 누가 정하고 얼마나 떼어줄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중앙화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거든요.
3. 코드의 법보다 소중한 건 결국 사용자의 자산일까요
이번 사건을 보면서 예전 이더리움의 다오 해킹 사건이 떠오른 분들 많으실 겁니다. 그때도 해킹된 자금을 되돌리려고 하드포크를 했다가 이더리움 클래식과 갈라졌잖아요. 그노시스 체인도 비슷한 선택을 한 건데 이건 결국 블록체인이 기술적인 완결성보다 사용자의 실질적인 보호를 우선시했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물론 내 돈이 걸린 문제라면 가즈아를 외치며 환영하겠지만 장기적으로 체인의 신뢰도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지켜봐야 할 대목입니다.
4. 무결성이라는 이름의 성역이 무너지는 순간
개인적으로 이번 결정이 이해는 가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한 기분도 듭니다. 블록체인이 기존 은행과 다른 점은 누구도 내 자산에 손을 댈 수 없다는 믿음 때문이었잖아요. 그런데 운영 주체들이 마음만 먹으면 특정 지갑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게 증명된 셈이니까요. 이번 사례가 나쁜 선례가 되어 앞으로 사소한 사고 때마다 체인을 멈추고 되돌리자는 목소리가 커질까 봐 조금 걱정되는 게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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