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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번역기] 늑대와 양피지 2권 - 서막, 1막(1)

ㅇㅇ(218.159) 2017.05.07 01:46:00
조회 2798 추천 6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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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밤의 그늘이 드리워진 어둠의 한가운데, 손을 문지르며 우물이 있는 정원으로 나왔다. 이곳에서 며칠 동안 끙끙 앓아 잠을 푹 잔 터라, 이처럼 일찍 일어나는 것은 오랜만이다. 머무른 곳은 상관(商館)으로 『시간은 금』이라는 상인의 말이 와 닿았다.
 우물 옆, 기대어져 있는 막대기를 사용해, 우물 바닥에 붙은 두꺼운 얼음을 깼다. 길어 오른 물은 시릴 정도로 차가웠고, 얼굴을 씻으면 칼로 깎아내는 것처럼 느껴져 졸음이 달아났다. 얼굴을 닦고 차가운 공기를 가슴 가득 들이마신 후, 하늘을 바라보니 웃음이 나올 것 같이 상쾌했다.
 언 땅에 무릎을 꿇었다. 모직 카펫을 깔 필요는 없었다. 추위와 고통을 감내해야 신에게 바치는 기도에 뜨거움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평온한 공기에 언제까지나 기도를 바치고 싶은 기분이 들었지만, 하늘이 밝아질 무렵이 되자 일찍 일어난 상인들의 얼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머뭇거리다간, 장사가 번창하길 기원하는 기도를 잘 부탁한다는 말과 함께 순식간에 줄이 늘어설 것이다.
 그렇게 돼서 몸 상태가 다시 좋지 않아지면 이득은 물론, 본전도 없다. 적당한 순간에 기도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온 후, 책상 위에 종이와 잉크를 올렸다. 늦었지만, 편지를 써야 했기 때문이다.
 편지의 목적지는 어린 시절부터 신세를 져왔던 부부에게였다. 내용은 여행의 상황을 알리는 것으로 자신들이 체류한 항구 도시에서 어떤 일에 연루되었고, 어떤 난리를 겪었는지를 담았다. 두 사람은 귀가 밝으니, 이곳에서 어떤 소동이 벌어졌는지는 곧 듣게 될 것이다. 그렇기에 자세히 적어 두는 것이, 그들의 걱정이 줄어들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편지의 내용은 단어를 고르며 신중하게 써내려갔다. 자신은 은인들의 외동딸을 맡은 중인 데다, 특히 딸의 안부에 안절부절못하는 아버지의 표정이 쉽게 상상이 됐기 때문이다.
 이르면 이제 시집을 가야 할 나이의 딸은, 상처 하나 없이 무사하다고 적었다. 아니, 과로로 쓰러진 자신을 부지런하게 돌봐준 여성스런 면모를 보게 되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먹성과 이기심, 그리고 장난기는 그대로였지만 용기와 지혜를 발휘해 줬고 그것에 도움을 많이 받았다는 것도 덧붙였다. 그리고…. 글을 쓰던 펜을 멈췄다.
 며칠 전, 난리를 치던 와중에 자신은 딸이 수년간 숨겨왔던 비밀을 알아버렸다. 그리고 딸의 어머니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고, 몰랐던 사람은 남자들뿐이었다는 것도 알았다. 딸의 아버지에게 그 사실을 전달해야 했지만, 펜을 멈출 수 밖에 없던 이유가 있었다. 왜냐하면 딸에게는 마음에 품은 남자가 있고, 그 남자는 여행을 함께 다니는 자신이었으니까.
 딸의 아버지가 이를 알게 된다면 딸이 늑대와 여행을 하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자신에게는 그럴 의도가 없으며, 티끌만큼의 실수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이 사실을 적어 보낸다면 쓸데없는 불안을 부추기게 될 거 같았다. 잠시 고민을 했지만, 결국 적지 않았다.
 여행은 무사히 계속될 거 같습니다. 신의 가호가 함께하기를.
 그런 구절을 쓴 후, 토트 콜이라는 자신의 이름을 서명했다.
 사실, 딸 뮤리의 서명도 넣어야 했지만, 그랬다간 뮤리는 틀림없이 이 편지를 보고 내용을 고치려고 들것이다. 일이 복잡해지는 걸 피하고 싶다.
 편지를 봉하면서, 뭔가를 속이는 꺼림칙함이 조금 드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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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 해가 떠오르자, 교회의 종소리가 강렬하게 울려 퍼진다.
 시장의 시작을 알리는 소리이자, 오늘 하루가 시작되었다는 뜻이다.
 물론 부지런한 직인이나 상인들은 종이 울리기 전부터 활동을 시작했지만, 종이 울릴 때까지는 모두가 어딘가에서 조심스럽게 지냈다.
 종이 울린 후엔 목소리를 죽이고, 발소리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한겨울이지만 집들의 나무 창문들이 열리며, 어젯밤 과음한 귀족의 셋째 아들도 침대에서 기어 나올 것이다.
 마을에 울려 퍼지는 종소리의 여운이 사라질 무렵, 읽고 있던 성전을 덮으며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뮤리!』

 이름을 부르자, 침대 위에서 웅크렸던 담요가 한순간 항의의 표현으로 흔들거렸다. 그 모습에 일어나려나 하고 생각했지만 금방 조용해졌다.
 한숨을 쉬며 의자에서 일어난 후, 함께 밤을 보낸 잠꾸러기가 머리까지 뒤집어쓰고 있는 담요를 벗겨냈다.

『으으….』

 찬찬히 담요를 드러내자, 햇살이 비추는 자리에 은빛 털이 작고 동그랗게 움츠려져 있다. 재에 은가루를 섞어 놓은 듯한 기이한 색상의 머리카락과, 같은 색의 따듯해 보이는 꼬리를 안고 있는 어린 소녀다.
 자신이 십 년째 신세를 지고 있는 온천마을 뇨히라의 공중목욕탕에서 여행을 떠났을 때, 집에 숨어 여행을 따라온 뮤리는, 부들부들 떨었고 아침 해가 눈 부신 것인지 머리를 팔로 감싸고 있었다. 뇨히라의 온천장에서도 흔히 본 광경이다.

『추워….』

 침대에 파묻은 얼굴 틈새 사이로 원망의 목소리가 새어 나왔는데, 머리를 감싼 손 틈 사이로, 모피 모자로 착각할 만한 짐승의 귀가 숨겨져 있다.

『일어나서, 아침을 먹으면 금방 따듯해집니다.』
『….』

 뮤리는 저항하듯 침묵했지만, 불현듯" 꼬르륵"하는 소리가 작게 들렸다. 아침이라는 말에 몸이 제멋대로 반응한듯하다. 뮤리의 이런 행동은 아기일 때부터 알고 있었기에 다루는 방법을 알고 있다. 헛기침하고 담요를 접으며 말했다.

『호밀빵을 벽난로의 불에 데웁니다.』
『….』

 뮤리의 팔 사이로 얼핏 보이는 짐승의 귀가 쫑긋, 쫑긋 움직였다.

『동시에 버터가 가득 발린 베이컨에 암염을 바르고, 양파를 함께 볶죠.  어젯밤에 먹다 남은 마늘 조각을 1, 2개 추가하는 것도 좋겠네요.』

 안고 있던 꼬리가 부들부들 떨기 시작하더니 누워 있던 몸이 스멀거렸다.

『마늘 향기가 사방에 감돌고, 베이컨이 충분히 구워지면, 거기에 신선한 달걀을 추가할 겁니다. 적ㄷ....』

 가볍게 침을 삼키는 소리가 났다.

『적당히 달걀을 휘젓습니다. 그걸 바삭바삭하게 기름에 구운 베이컨에 입히고, 노른자가 굳기 전에 불에서 떼어낸 후 빵 위에 올리면 됩니다. 약간 쌉쌀하고 신 호밀빵에 반숙의 노른자에 소금기 가득한 기름이 스며들면……. 덥석!』
『아아!』

 뮤리는 체념했는지 구부렸던 몸을 쭉 펴고 일어났다.

『오라버니는 심술쟁이야! 어차피 그런 아침밥은 없는 주제에!』
『아침은 먹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사치입니다. 어젯밤에 먹었던 순대는 아직 남아 있네요.』

 접은 담요를 침대에 놓아두자, 뮤리가 다시 잠의 유혹에 빠지려는 듯 보였지만 의식은 이미 아침 식사로 향해 있는 것 같다. 언짢은 듯이 침대에서 기지개를 켜더니 큰 재채기를 했다.

『자, 머리를 정리하세요. 옷도』
『다했어……. 훌쩍. 귀찮으니까 여기서 아침밥 먹고 싶은데…….』
『여기는 온천장이 아니며, 우리는 손님입니다. 직접 취사장으로 가서 먹어야 합니다.』

 담담하게 이야기하자, 뮤리는 화가 난 듯이 입술을 삐죽 내밀더니, 마지못해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아주 어릴 때부터 돌보고 있던 친동생 같이 느껴진다고 해도, 뮤리도 이제는 성숙한 나이기 때문에 옷을 갈아입는 중에는 등을 돌렸다.

『자, 오라버니. 다 입었어!』

 짜증 가득한 목소리가 들리자, 고개를 돌려 어깨 너머로 뮤리를 보았다. 토끼 가죽으로 만든 케이프를 어깨에 두르고, 곰의 모피로 만든 허리띠와 다리 밑부분까지 잘라낸 바지를 입었으며, 다리맵시를 강조하는 딱 들어맞는 아마포가 다리를 감싸고 있었다.
 사람이 가득한 항구 도시에서도 눈에 띄게 튀는 모습이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눈에 띌 것이 있기에 조용히 지적했다.

『귀와 꼬리도』

 라고 하자, 뮤리는 평범한 사람의 모습이 되기 위해 귀와 꼬리를 쓰다듬어 집어넣었다. 그 둘은 결코 가짜가 아니라 뮤리의 신체 중 일부였다.  세상에서는 악마에 빙의되었다고 불리는 사람들의 특징으로 뮤리의 어머니도 사람이 아닌 보리에 깃든 늑대의 화신인 것이다.
 그러나, 뮤리는 엉뚱하고 말괄량이인 장난꾸러기인 여자아이라는 것은 분명하며, 신의 저주라는 근거가 없다는 것은 단언할 수 있다.
 게다가 뮤리는 자신의 의지로 귀와 꼬리를 감출 수 있기에, 인간 세상에 살아가는 것에 큰 불편함이 없기 때문이다. 화가 나거나, 놀래는 등 감정이 크게 요동치면 멋대로 나와버리는 일이 있기에 살짝 곤란한 경우가 있지만.

『이제 됐어?』

 눈썹을 살짝 찡그리자, 뮤리도 똑같이 흉내를 냈다.

『아~, 배고프다~ 머리 손질은 나중에 할께….』

 배에 자그마한 손을 대더니, 눈썹꼬리가 아래로 쳐졌다. 아마 꼬리가 나와 있었다면 힘없이 쳐졌을 것이다.
 그런 뮤리가 앞으로 가로질러가 방에서 나가려는 것을 도와주려고 하자, 갑자기 소매를 잡고 강하게 끌고 있었다.

『응? 왜, 왜 그러죠?』

 자세를 바로 하자, 뮤리가 어이없다는 듯이 돌아보았다.

『지금은, 내 차례지?』
『…. 차례?』

 무슨 뜻인지 몰라 당황하고 있자, 뮤리가 슬쩍 이쪽의 팔 틈새로 안겨 온다. 어깨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얼굴에는, 흐림이 없는 미소가 번져있었다.

『이건 승부인데, 공평하게 해야 해. 혼자서 독차지하는 건 교활해.』

 뮤리는 순진한 미소를 지었지만,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지 이해하지 못했다.
 차례? 독차지?
 그 말들을 이어보려고 열심히 노력했던 차에, 뮤리는 손가락을 살며시 엮어온다.
 엄마로부터 물려받은 황갈색 빛을 띤 눈동자가 가까이 다가와 반짝반짝 빛난다.

『잊었어? 하느님과 나의 승부를? 오라버니가 하느님과 나, 둘 중 누구를 좋아할지에 대한.』
『….』

 나이는 12살 정도로, 미소엔 아직 앳됨이 듬뿍 담겨있었다.
 친동생이란 말 그대로, 아기 때부터 뒷바라지해온 그 뮤리가 언제부터인가 자신을 이성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건 불과 며칠 전 일이다.
 정말 좋아한다는 말은 자주 들었고, 동경의 대상이었음은 물론 알고 있었다. 뮤리와의 유대감을 의심한 적은 한 번도 없다.  하지만 이런 의미의 좋아한다는 말은 별개의 이야기다.
 무엇보다 자신은 성직자를 목표로, 금욕의 맹세를 했다. 그렇다면 더욱 뮤리의 마음을 받아줄 수가 없다. 뮤리에게도 그 점을 단호하게 말했다. 뮤리는 머리가 좋은 아이이기에 그것의 의미를 완벽하게 이해했다. 감정에 휩쓸려 떼쓰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것도 알고 있다. 문제는 뮤리의 머리가 너무 좋은 데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 것에는 아무런 주저도 없이 돌진한다는 것이다.

『오라버니와 나는 피가 이어져 있지 않아. 좋아하는 사이가 되는 것이 문제없다면, 이제 오라버니가 하느님보다 나를 좋아하게 되는 것만 남았잖아?』

 그런 말을 부끄럼 없이 이야기한다. 마음을 거절당한 후 훌쩍훌쩍 울며 위축되지도, 거리감이 생겨 불편해하지도 않았다. 여전히 밤에 담요로 슬금슬금 기어들어 와 안겨 오고, 이쪽에서 어떤 반응을 이따금 해주면, 귀와 꼬리를 내놓고 반가운 듯 살랑살랑 흔들어 댄다.
 오히려 마음을 털어놓고 나서 후련해졌는지, 뇨히라에 있던 시절보다 온몸으로 좋아한다는 것을 마음을 표현하고 힘껏 부딪혀온다.
 그것은 쨍쨍 내리쬐는 한여름의 태양과 같으며, 그런 호의 앞에서는 성직자로서 맹세한 금욕의 서약 등은 약간의 그늘에 몸을 숨기는 것에 불과하다. 끝내, 뮤리는 그 나무조차 베어 넘어트릴 기회를 노리고 있다. 뮤리는 아버지와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영특함을 이용해 경전을 구석구석 읽은 후, 하나의 결론에 이르렀다.
 즉, 성직자란 육신의 욕망에 져서는 안 되지만, 속세의 사람이 성직자를 좋아하게 되는 것까지는 금지하지 않았다는 것. 요점은, 성직자가 손을 대지 않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금욕의 서약을 지키려는 오빠는 아직 정식 성직자가 아니지 않은가!
 그런 억지를 부리더라도, 반박할 수가 없다.
 이론상으로는, 맞는 말이니까.

『저기 저기! 아침 먹으러 갈까? 암만 기도해봐야 하나도 들어주지 않는 하느님을 상대하는 것보다, 정-말 즐거울 거야!』

 자신만만하게 말을 하는 모습은 신을 믿지 않는 이들과 같은 말투지만, 얼핏 들으면 맞는 말처럼 들려 머리가 지끈거린다.
 뮤리의 미소를 곁눈질로 내려다보며, 질린 듯이 말했다.

『제 말을 듣지 않는 일이라면, 뮤리도 지지 않잖아요?』
『그럼, 붙어있는 내가 이긴 거네』

 집어넣었던 꼬리를 휙휙 흔들고, 짐승의 귀가 접히는 것도 신경 쓰지 않은 채 머리를 팔에 파묻어 온다. 성적 매력이 조금도 보이지 않는 꼬마 아이의 애정과 말이라고 생각해버리면 그만이다. 하지만, 뮤리가 최근 무리한 업무로 쓰러진 자신을 열심히 병간호해준 모습도 기억하고 있다. 몽롱한 의식 속에서, 이따금 바라본 그 걱정하는 표정이 거짓말이라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는다.
 끝이 보이지 않는 미소와 매서운 공격은 그만큼 자신을 걱정했다는 것을 반대로 표현하는 것일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냉정한 모습을 보이기가 어려웠다.

『응? 오라버니』
『……. 알겠으니까』

 꾹 누른 한숨을 쉬면서도, 대답해 주었다.

『하지만』

 라고 목소리 톤을 바꾸자, 뮤리는 재빨리 붙잡고 있던 팔에서 힘을 뺀다. 어떻게 하면 혼나는지를 알고 있고, 정말 혼날 일은 하고 싶지 않아 한다고 생각한다.
 잘 자란 딸인 것은 틀림없다.

『귀와 꼬리가 다시 나왔습니다.』
『아』

 뮤리는 황급히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어 귀를 가라앉혔고, 꼬리를 톡톡 치더니 집어넣었다.
 그 사이 이쪽은 문에 다가가 손잡이로 손을 뻗었다.

『그리고 또 하나.』

 라고 나오기 위해 종종걸음으로 쫓아오던 뮤리를 향해 문을 열면서 이렇게 말했다.

『너무 많이 먹지 않기.』

 뮤리는 멍한 표정으로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이빨을 보이고 웃었다.

『네에에』

 이것은 명백한 거짓말.
 하지만, 화낼 마음이 들지 않은 것은, 아마 소녀의 손바닥 안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체류하고 있는 데바우 상화의 상관은 오늘도 붐볐다. 
 큰 상사쯤 되면 일도 다양하지만, 휴식을 취하는 것도 눈치보지 않아도 된다. 취사장 옆에 놓인 너덜너덜한 키가 큰 테이블에 앉자, 견습생 아이들과 숙련된 상인들이 시간을 아끼기 위해 선 채로 밥을 급하게 먹은후 다음 일을 하기 위해 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런 바쁜 시간의 틈새로 뮤리는 느긋하게 빵을 스프에 담그면서 먹고 있었지만, 어린 아이들이 들릴때 마다 뮤리의 모습에 두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어떻게 저렇게 우아하고 부티가 나는 거지, 라는 것이 아니라 뮤리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상관의 견습생들과 함께 일을 했기 때문이다. 방금까지 같이 일한 동료가 실은 여자였다,라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란 것이다.

『내가 가장 일을 할때 베짱있게 했거든.』

 뮤리는 자랑스럽게 가슴을 폈지만, 곧 시집을 갈 나이임을 생각하면 좀 더 조신하게 굴었으면 한다.

『그보다 빨리 먹으세요.』
『왜?항상 서두르며 먹으면 화냈으면서.』

 뮤리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왜냐하면, 산적 마냥 빵과 고기를 양손에 쥔후 한꺼번에 입 안으로 넣은 다음 산으로 놀러가는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귀찮아, 라는 글자를 얼굴에 큼지막히 새긴 뮤리는 빵으로 그릇의 바닥에 남은 스프를 훔치며 입에 넣었다.

『그렇지만 오라버니는 한가하잖아? 마을의 소동은 무사히 마무리 됬는데.』

 마을의 소동은 과로로 쓰러져서 잠들어 버린 원인이며, 또한 자신들이 원래 아티프라는 항구도시에 오게 된 이유였다. 그것은 세계의 신앙을 총괄하는 교회와, 그 교회에 맞선 윈필 왕국 사이의 갈등 문제였다.
 천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권력의 정점에 있던 교회가, 신앙의 의미를 잊고 자신들의 욕망을 위해 권력을 휘두르고 있었다. 성직자들의 방탕과 파계는 말로 하자면 끝이 없다. 보이는 모든 것에서 세금을 쥐어짤수 있는 특권을 받고 있었다. 이를 요즘엔 십일조라고 부른다.
 원래는 이교도와 싸우기 위한 전쟁의 자금으로 징수되던 세금을, 이교도와의 전쟁이 끝난 지금도 억지로 걷고 있기에 전 세계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져 갔다.
 그런 상황에서 윈필왕국이 교회의 그런 횡포들에 맞서기로 한 것이었고, 자신은 그들의 협력자중 한명으로 산골에 있는 온천마을 뇨히라에서 나왔다.
 그리고 항구도시인 아티프의 교회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사건에 휩싸였던 것이지만, 그럭저럭 잘 마무리 지을수 있었다.

『한가하지 않습니다. 이 다음엔 교회로 가서 하이랜드님의 일을 도와주어야 합니다.』

 하이랜드는 윈필왕국 국왕의 사생아이자, 국왕의 혈육인 귀족으로 자신의 직접적인 고용주에 해당하는 사람이다. 고결한 의지를 가진 사람이며, 마을의 소동때에는 절망적인 상황에도 불구하고 믿음을 위해 스스로의 목숨을 담보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었다. 
 자신이 산속에서 끊임없이 공부에 매진했던 것은, 이런 이상적인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자 하는 바람때문이었다.

『에~....?』

 그러나 뮤리는 하이랜드의 이름을 듣더니, 노골적으로 싫은 티를 냈다.

『오라버니가 가지 않아도 되잖아....그 금발도 그랬어. 오라버니의 몸 상태 회복에 도움을 줄거라고. 그러니까, 이후에는 마을에서 산책하거나 방에서 쉬어.』

 뮤리는 하이랜드를 "그 금발"이라고 부른다. 

(스포일러 처리)

『이미 한주동안 푹 잠잤습니다. 게다가 교회의 악폐를 바꾸기 위해서는 할 일이 태산같습니다.』
『으~......』

 뮤리는 시시하다는 듯이 입을 둥글게 말더니 테이블에 푹 엎어졌다. 
 
『물론 당신이 이런 귀찮은 여행을 그만두고 뇨히라로 돌아간다면 전 찬성합니다만.』

 엎드린 채 잠깐 얼굴을 들어올린 뮤리는 화가 난 듯, 눈을 외면했다.
 아무튼, 뮤리에게는 지난 사건 당시 물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큰 도움을 받았다. 뮤리가 없다면 지금의 자신이 없다는 것은 분명했고, 그 강함과 지혜로움은 인정할 정도로 훌륭했다. 그래서 무조건 고향으로 돌아가라고 말한다면 오히려 잘못은 이쪽에 있다. 
 어린 아이 정도 나이의 여자가 여행을 다닐땐 알아야 할 것들이 많다는 것도, 자신보다 뮤리가 더 능숙하게 세상을 헤쳐나갈 것이기 때문에 설득력이 없다.
 그만큼 현명한 뮤리는 그 모든 것을 파악한 듯 가만히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알습니다. 알았으니까.』

 포기하며 그렇게 말하자 "뭐가?"라는 듯 비스듬히 올려본다.

『그렇다면, 여기 식기를 치우세요. 아니면 혼자 방에 계실래요?』
『그건 고약해.』
『그렇다면 식기를 정리하고 오세요.』
『알~았어.』

 뮤리는 귀찮은 듯 말하면서도 식기를 정리해 주방으로 향했다.
 잠시후 돌아왔을땐 입에 육포를 물고 있었다.
 여자가 서서 먹으면 안된다, 라고 주의 줄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럼 교회로?』
『그렇습니다. 아, 그 전에 스테판씨에게 인사 한번 하고 오죠. 누워만 있었기에 소동 이후 만난적 이 없으니까요.』

 스테판은, 북녘땅 곳곳에 지사를 둔 데바우 상회의 항구도시 아티프 지점의 책임자로, 자신은 그 데바우 상회의 상관 처마를 빌렸다.
 다만, 그 말에 뮤리가 농담이 아니라 진심으로 어이없어 했다.

『오라버니, 그건 안하는게 좋을꺼 같아.』
『네?』
『그 소동 당시에 상당히 위험했던 거 기억 안나? 그 수염은 우리를.....뭐랄까, 오라버니를 정말 무서워 하고 있었어.』
『.....』

 확실히 그 소란 당시에 하이랜드를 구하기 위해 스테판을 설득할 필요가 있었다. 이쪽에 협력하라고. 그때 취한 행동이 스테판에게 큰 착각을 불러 일으키는 것이었다. 반말로 자신들이 진짜 신의 말투처럼 말한 것이다. 
 포로가 된 몸이었지만, 감옥에서 깔끔하게 탈출한 것이 신의 거룩한 행동으로 보이게 한 것이 바로 그 작전이었다. 게다가 스테판의 앞에 나타난 자신 옆에는 이 땅에 신의 징벌을 대신 집행하듯, 은빛 늑대를 데리고 있었다. 곁에 보이는 것이, 하느님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알아보는 것은 쉬웠다.
 하지만 그 늑대는 하느님으로부터 벌을 받은 쪽에 가까운 뮤리였다.

『그 수염의 마음속 평온을 위해라도, 오라버니가 별로 상관하지 않는 편이 좋다고 생각해.』

 쓴 웃음이 섞인 뮤리는 "조금 불쌍한 녀석이야"라고 덧붙였다. 거기에는 장난이 과했다고 자각했을때 보여지는 독특한 표정이 있었다.

『그, 그럴까요?』

 라고 묻자, 어른스런 행동을 하고 싶어 견딜수 없어하는 여자 아이처럼, 어깨를 으쓱했다.

『......알겠습니다.』
『잘 생각했어.』

 사람의 마음에 상처를 내는 것은 자신이 바라는 바가 아니다. 

『그럼, 일단 교회로 향할까요?』

 뮤리는 말린 고기를 우걱우걱 씹으며 고개를 끄덕였던 것이었다.






 아침 예배가 끝나면 교회 안에 머물고 있는 이들은 은퇴한 노인들만 가득한 것이 동네 교회의 흔한 광경이다. 그럳게 믿고 있었기에, 입구에 문을 연 직후의 인파에 완전히 질려버렸다.

『나란히, 나란히 줄서주세요! 교회에 관한 것 이외의 진정은 참사회 쪽으로 부탁합니다.!』

 나무 상자위에 올라타고 있는지, 북새통 속에서 불쑥 튀어 나온 부제1)로 보이는 성직자가 성직자가 복도에서 필사적으로 외치고 있다. 복도도 그렇지만 군중 너머의 성당에도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다. 몰려든 사람들의 복장은 상인, 장인, 농민, 양치기 등 제각각이었고, 어떤 이유에서인지 건물에 깃발을 세우고, 조합의 상징을 들고 있는 사람까지 있었다.

『저기 오라버니, 이런 광경을 최근에 본거 같지 않아?』

 뮤리가 고개를 갸우뚱 하며 무슨 말을 하는 것지 모르겠다. 마치 교회 안에선 큰 축제라도 열리고 있는 지 
교회 안에선 큰 축제라도 열리는 듯한 모습에 완전히 어안이 벙벙해있자, 음, 이라는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뒤돌아 보니 뚱뚱하게 살이 찐 상인풍의 옷을 입은 사람이 있었다.

『이런 실례!.....응? 오, 교회 사람인가! 아주 좋아. 좀 들어주게. 포도주를 가지고 있는데, 포도주세 상담은 어디서 해야 하나』
『네?』
『주교님의 개혁이 있다고 들었기에, 우리 슈라제 골목 교구의 여관술집형제단은 예배용 포도주 헌납을 재고를 반드시 요청하고 싶어서.』

 남자는 슬픈 얼굴을 하며 큰 배에 손을 얹더니 머리를 조아린다.

『하아.....』 
『포도주는 수입시 세금이 부가되는 데다, 배의 사정으로 종종 구할수 없는 경우도 종종 있거든. 그래서 예배 때마다 헌납 하는 것도 꽤 어려워.....아, 이것은 우리의 교구의 자매들이 구운 빵과, 밀랍양초야. 꼭 교회에 납입 하고 싶네만.』

 일방적으로 말을 하더니 황급히 꾸러미를 꺼내더니 강요하는 투로 말한다. 자신은 성직자 풍의 복장을 한 것일 뿐인데, 완전히 교회사람으로 착각하고 있다.
 분명히 교회에 넘쳐나는 것은 사람들이다.

『아, 아뇨. 죄송합니다만 교회의 사람이 아닙니다. 여행객으로....』
『흐음? 오,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말이죠! 이 마을에 머무는 동안 슈라제 골목 교구에 위치한 여관에 묵으시지 않겠습니까! 맛있는 식사와 푹신한 침대를 준비하겠습니다. 그리고 꼭 주교님을 알현할때 저희의 진실됨과 경검함을 주교님께 전해주시고 포도주세(稅)에 대해 재고를 부탁드립니다! 아, 저, 잠깐!』

 이대로는 기가 센 마을 상인에게 속아 넘어갈것이다. 왠지 모르게 히죽거리고 있는 뮤리의 손을 잡고 "죄송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인파를 헤쳐나가 교회 안으로 향한다.
 며칠 전에 교회를 아우르는 난리의 여파는 더 큰 소용돌이가 되고, 마을을 온통 뒤집어 놓은 것 같다.
 간단히 말하면 자신들은 교회의 악폐를 규탄하기 위해 일어섰고, 주교를 설득하는 것은 잘못된 수라고 생각했으나 이는 성급한 판단이었다. 교회는 시정을 관장하는 시정참사회와 함게 마을의 운영에 큰 영향을 끼치는 곳이다. 교회의 규정에 따르면 마을 주민 모두에게 걷는 세금은 다양하다. 주교가 생각을 바꿀때 마다 많은 사람들이 민감하게 반응할수 밖에 없다.
 게다가 그 변화가 자신들에게 이익이 되려면 동네 사람들 모두는 너도나도 움직이게 된다.
 이 소동의 책임에 일조한 이 몸은 미안함과 송구함에 움츠리고 만다.
 하지만 자신의 진정한 목표는 북방의 한 도시에서의 사소한 변화가 아니다.
 천년 동안 쌓였던 교회의 악폐를 바로 잡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이 소동의 몇배, 아니 몇십배, 몇천배나 되는 소동이 일어날 것이다. 
 이만한 일로 떨고 있을 때가 아니다.

『....신이시여. 저에게 힘을 주소서.』

 중얼거리며 마음을 다잡았다.
 하이랜드는 이 소동의 중심에 있었기 때문에 교회의 회의실에 있는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며 주위를 둘러본다.
 사람의 흐름도 왠지 모르게 그쪽으로 향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인파를 헤집고 나아가 간신히 회의실의 입구가 보이는 곳까지 도달했다.
 큰 문이 열려있는 회의실을 가득 메운 군중속에서 양피지 꾸러미를 짊어진 하녀가 나타났다. 교회에 대한 경의를 표하는 지 머리와 얼굴에 천을 두르고 있었지만, 그 틈새 사이로 늘어뜨러진 긴 머리에선 피곤함이 느껴졌다. 하녀는 진정을 위해 몰려든 살기 가득한 사람들 틈새로 고개를 떨구며 미안해 하듯 나아갔다.
 묘하게 눈이 이끌리는 것은 흐트러진 머리카락이 멋진 금발이라는 점과, 약간 키가 컷기 때문이다.
 다만 너무 쳐다보면 실례가 되기 때문에 곧바로 시선을 거두었다.
 게다가 옆에 뮤리가 있음을 생각하자 왠지 모를 섬뜩함도 느껴졌다.

『무슨 일 있어, 오라버니?』

 라며 뮤리가 북새통에 방해가 되지 않게 움직이며 물었다. 이상하다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으므로 키 작은 뮤리에게는 하녀가 보이지 않았던 것 같다.

『아뇨. 아무일도 없습니다.』

 그렇게 대답했다. 낚시 바늘에 놓인 미끼를 바라보는 물고기 처럼 다시 하녀를 바라보았다. 무심코 벌어진 입을 다문 것은 이쪽의 시선을 느낀 그 하녀가 입술에 살며시 집게 손가락을 세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녀의 손이라고 느껴지지 않는 아름다운 손가락으로 교회의 안쪽을 가그키고는 이쪽이 뭔가 반응할 겨를도 없이 재빨리 그쪽으로 걸어갔다.
 어안이 벙벙했지만 뒤를 쫒아갈수 밖에 없다. 뮤리의 손을 잡고 사람들 사이를 헤쳐나갔다.
 하녀의 모습을 한 여자를 간신히 따라 잡은 곳은 인기척이 없는 교회의 종탑으로 이어진 계단 앞이었다.

『아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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