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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지월드 대작전] 블러드 레이븐 어프로치(수정)

삼치구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1.09.27 19:36:55
조회 41297 추천 138 댓글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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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미사르 코르반은 씁쓸히 굳게 닫힌 거대한 문을 바라보았다.
세라마이트와 플라스틸로 겹겹히 쌓힌 문은 포지월드 조병창과 지옥같은 바깥 전장을 구분하는 유일한 경계선이었다.
어지간한 화기로는 흠집도 내지 못할 단단한 벽이었지만 커미사르 코르반은 자기도 모르게 다시 한 번 체인 소드 끝으로 문을 툭툭 건드렸다.
바깥에서 무의미한 파괴와 살육을 저지르고 있는 오크들을 막기에는 너무 얇은 벽이다.

"걱정마시오 커미사르 코르반. 삼중벽은 오크 따위가 건드릴 수 없으니."

테크프리스트 골레오스는 씁쓸한 목소리로 말했다. 코르반은 고개를 저었다.

"오크들은 스키타리 연대가 지키는 그라이아를 감히 건들지도 못할 것이라는 말도 들어봤소."

대답하는 목소리 역시 썼다. 코르반은 뒤로 돌아섰다. 스무 명 남짓한 인원이 지금 이 거대한 조병창에 있는 전부였다.
스키타리 세명, 가드맨 다섯, 그리고 자신과 테크 프리스트. 남은 사람들은 엉겁결에 같이 들어온 민간인들일 뿐이다.
그라이아 방어전은 혼돈이었다. 오크는 너무나 갑작스럽게, 너무나 많이 찾아왔다. 
방어전은 어느새 퇴각으로 변했고, 퇴각은 혼란으로 변했다. 
코르반이 간신히 휘하 병사들을 추려 테크프리스트와 함께 퇴각했을 때, 그나마 안전한 곳은 이 조병창 뿐이었다.

"복스 캐스터는 아직도 말을 듣지 않소?"
"그렇소. 안타까운 일이지만."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지금 이 지하조병창은 황제 폐하의 군대가 사용할 수많은 무기로 가득했다.
단순히 가드맨들이 사용할 라스건에서 부터, 황제폐하의 죽음의 천사가 쓸 성스러운 무구들까지, 수많은 무기들이 잠들어 있다.
하지만 고작 복스 캐스터 하나가 말을 듣지 않아 이 스무 명의 인간들은 오로지 황제 폐하의 가호만 기다리고 있었다.

"역시 그 병사는 돌아오지 못한 거구려."
"그럴지도."

코르반은 말루트 상병을 떠올렸다. 이곳으로 도망치기 전, 말루트는 구조대를 요청한다며 홀로 오크가 우글거릴 무너진 시내로 달려갔다. 
그의 모습은 당당했다. 죽었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코르반도 내심 짐작은 하고 있었다.
바깥은 삶보다는 죽음이 많았다.
그 순간이었다.

[쿵, 쿵]

문에 울리는 금속음. 총을 쥘 수 있는 자들은 각자 개인화기를 쥐었고, 테크 프리스트는 황급히 조작판으로 달려가 무인 포탑을 가동시켰다.
지금 울리는 저 둔중한 금속음이 무엇을 뜻할지는 누구나 알 수 있었다.

"놈들이 온다! 무장하라! 우리는 황제 폐하의 이름 아래 죽는다!"

총을 쥐지 않은 자는 갓난아기 하나와 아기를 안은 노파 뿐이었다. 아이도, 여자도, 모두 어색하게 나마 라스건을 쥐고 문을 겨눴다. 
아이의 울음소리가 터졌다. 코르반의 이마 위로 땀 한방울이 흐르고 있다. 소리는 점점 커져 갔다.

"온다!"

문이 열리는 순간이었다. 볼트 피스톨의 방아쇠를 당길 뻔한 커미사르 코르반은 황급히 체인소드를 휘둘려 사람들을 제지했다.
바깥 빛이 자동화 조병창안으로 쏟아지듯 내려왔다. 열린 문 사이로, 빛을 막고 선 실루엣은 너무나 익숙했다.

"마, 말루트 상병? 자네인가?"

말루트였다. 오른팔에 붕대를 두르고 있지만, 온몸이 상처 투성이지만, 분명히 그 모습은 말루트였다.
잠시 후, 커미사르를 가린 그림자가 더 커져갔다. 이번에는 익숙하지 않은 실루엣이다. 
그 거대한 그림자를 보며 코르반은 하마터면 체인소드를 잊을뻔했다.

"황제 폐하..."

코르반은 간신히 말을 이었다.

"황제 폐하께서는 가호하신다!"

코르반의 흥분한 목소리가 거대한 조병창 벽에 울려 반사됐다. 
거대한 붉은 갑주를 입은채, 볼터를 든 거구의 전사가 말루트와 함께 조병창으로 들어왔다.
민간인들은 저도 모르게 무릎을 꿇었다. 전설의 존재, 죽음의 천사가 그들의 눈 앞에 현신했다.

"블러드 레이븐 4중대. 테크 마린인 마텔루스라 한다. 자네가 이곳의 책임자인가?"
"예, 각하! 커미사르 코르반입니다!"

마르텔러스는 마치 새처럼 보이는 헬멧을 쓰고는 주변을 돌아보았다. 그의 어깨에 달린 서보암이 그의 시선을 따라 움직였다.

"자랑스러워 해도 좋네. 자네 부하는 오크가 우글거리는 곳을 뚫고 복스캐스터로 우리에게 연락을 해 왔네."

말루트 상병은 쑥쓰러운 듯 그나마 성한 왼팔로 어색하게 라스건을 쥔 채 씩 웃었다.
이제 빛에 눈이 익숙해 졌다. 코르반은 마르텔러스의 뒤로 피처럼 붉은 썬더호크 한 대와 발키리들이 착륙한 모습을 바라보았다.
눈물이 흘렀다. 수많은 전투 끝에 눈물같은 건 약자나 품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눈에 다시 눈물이 흐르고 있다.

"자 가게나, 발키리를 타게. 자네들은 충분히 제 역할을 해냈네. 
황제폐하와 옴니시아의 이름으로 자네들은 이 신성한 무기고를 오크 놈들에게서 지킬 수 있었네." 
"황제 폐하시여... 감사합니다 각하."

곧 조병창 안에 있던 인원들은 황제의 가호와 블러드 레이븐의 용기에 감격하며 발키리에 올랐다. 
테크 프리스트에게 옴니시아의 이름을 들며 그가 조병창을 잘 보전했음을 칭찬한 마르텔러스를 뒤로한채로, 발키리는 하늘로 올랐다.


-------------------------------------------------

"갔냐?"

[예. 이제 보이지도 않습니다.]

"좋아. 시작하자 형제들이어."

남아있던 발키리와 썬더호크에서 붉은 갑주를 입은 블러드 레이븐들이 쏟아져 나왔다.
파워 아머를 입은 마린들은 손수레를 밀고 나왔고, 스카웃들은 어디서 가져온 건지 집게가 달린 하역용 센티넬을 타고 있었다.
마르텔러스는 그들에게 지시했다.

"서둘러라! 최대한 빨리 쓸만한 것을 모두 챙겨라! 그냥 평범한 무구는 무시해라. 시간이 없다! 인퀴지터가 오기전에 모두 털어야 한다!"

블러드 레이븐의 전투구호와 함께 마린들은 함성을 지르며 조병창을 향해 달려들었다.

"여기는 4중대 테크 마린 마르텔러스, X-435 조병창에서 징발작업 수행중!"
[여기는 마스터 오브 포지. 알겠다! 내가 보낸 조병창 구조도에 따라 값비싼 워기어부터 먼저 챙기도록!]

번쩍거리는 무기를 본 블러드 레이븐의 눈빛은 반쯤 뒤집혀 있었다. 
팔 한아름 파워병기를 챙겨오고, 값비싼 크라켄 탄환을 상자째로 수레에 싣는 그들의 모습은 마치 고철더미를 뒤지는 루타즈와도 같았다.
희번들 거리는 눈빛으로, 서전트 하나가 외친다.

"지식은 힘이니!"

그에 이어 다른 블러드 레이븐들이 화답한다.

"성심을 다해 이를 수호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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