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잘 모르는 단어이고, 생소한 내용인데도 술술 읽힙니다. 혹시 놓치는 게 있을까 싶어서 이마 잔뜩 찡그리고 읽다 보면 모르는 단어는 소리 내어 읽게 만들고 이것저것 검색해 보게 만들죠. 단서가 게임 안에도 있고, 밖에도 있는 이 독특한 몰입감이 30분, 1시간이 금방 지나갑니다.
전작 '이하나시의 마녀'로 놀라운 스토리텔링 능력을 선보였던 일본 동인 서클 '프라가리아'가 개발, 한국의 '스튜디오 케이지'가 협력하여 선보이는 SF 추리 비주얼노벨 '스텔라 코드'가 8월 17일 일본 '코미케 106'에 맞춰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현재 스팀 스토어에서 데모 버전을 플레이해 보실 수 있습니다.
SF 추리라는 독특한 장르가 가장 큰 특징입니다.
인공위성을 연구하는 대학교 4학년 '사토 다이치'가 의붓 여동생 '히토미'와 함께 대학 뒷산에서 원통형 물체를 발견하게 되고, 이와 함께 시작된 도시의 이상 현상의 해결과 예기치 않은 위기를 벗아나기 위해 수수께끼를 풀어 가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초반에는 인물들 소개를 겸하고, 게임의 방향을 잡아주면서 간단한 미스터리 일상물처럼 진행되지만 진실을 은폐하고자 하는 정체 불명의 조직이 등장해 긴장감 있는 어드벤처로 변모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대단한 비주얼 연출 없이도 극 중으로의 몰입감이 상당하다.
특히, 초반에는 BGM을 많이 안 썼나 싶을 정도로 단조로운 템포로 진행되다가 주인공 일행이 진실에 근접하게 되면서 덩달아 강렬해지는 비트는 상당한 긴장감을 줍니다.
이는 작중 인물들의 감정에 이입하기 쉬운 텍스트와 사건 전개에서 온다고 할 수 있는데요, 길고 답답한 문장 대신 간결한 문장과 단어의 배열로 소위 '읽는 맛'을 살린 번역의 힘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 게임에서는 무려 '파동'을 스킬이 아닌 물리학으로 이해하게 된다.
일러스트는 부드러운 질감을 살린 파스텔 드로잉 느낌의 일러스트가 특징입니다. Live 2D도, 눈 깜빡임이나 입 모양도 움직이지 않지만 등장 인물들의 다채로운 표정으로 사실상 이 상당량의 텍스트를 충분히 연기해 냅니다.
애초에 이 장르는 미연시가 아닌 비주얼노벨, 그것도 텍스트 한 자 한 자가 중요한 장르라서 크게 문제 되지 않습니다. 또, 적절하게 분위기를 반전시킬 만한 이벤트 CG가 주어지는 것도 아쉬움을 달래줍니다.
이 게임은 상황 설명과 주석 설명을 위해 주인공 '사토 다이치'의 독백이 많은 편인데, 재미없는 설명문이 될 수 있는 독백이 정말 플레이어가 지금 당장 떠올릴 만한 궁금증을 딱딱 짚어 주는 구성으로 오히려 필요한 곳을 긁어주는 영리한 기획이 돋보입니다.
얼핏 상당히 어려운 단어들과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 계속되는 것으로 보이지만, '인터스텔라'나 '삼체', '슈타인즈게이트'같은 SF물을 꼭 이과 연구원들만 보는 드라마가 아니듯이 이 게임 역시 이 어려워 보이는 우주 과학 속에서도 주어진 단서만으로도 충분히 가설을 세우고 입증할 수 있도록 스토리라인의 기본은 보통의 추리 어드벤처를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히토미가 하라는 것만 하면 어쨌든 해결은 된다.
주인공이자 화자이면서 평범함을 맡고 있는 '사토 다이치'의 존재로 인해 이 어려운 문제를 따라가기가 비교적 수월하고, 무엇보다도 '히토미'의 존재가 매우 독특합니다. 18살에 노벨상 수상 유력 후보라는 어마어마한 천재라는 역할을 떠맡으며 사실상 모든 단서와 힌트를 알려주는 그야말로 든든한 존재로 등장합니다.
또, 단순히 힌트를 던져주는 도우미적 포지션뿐만 아니라 작중 인물들 중 가장 이성적으로 과학적이어야 할 '히토미'가 과학적인 추리를 위해 가장 비과학적이고, 비논리적인 가설까지 제시하며 극을 이끌어가는 모습은 이것이 과학 소설이 아니라 '게임'임을 분명히 해주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또, 누구보다도 전문가이면서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분위기 메이커 모모짱의 리액션 역시 분위기를 풀어주는 데 딱이고 말이죠. 즉, 캐릭터들의 매력과 개성, 역할이 정석의 합을 이룹니다.

지나치게 사이 좋은 남매를 본 일반적인 반응
이 게임의 가장 큰 장점은 끊임없이 흥미로운 수수께끼를 던져준다는 점이고, 그 수수께끼를 풀어내는 주인공 일행의 영특함과 기발함에 감탄하면서 그 가이드를 따라 플레이어 스스로 풀어낸 수수께끼에 또 다시 고개를 주억거리게 된다는 점입니다.
우린 이미 많은 매체에서 SF 과학 장르를 즐겨봤습니다. 영화나, 드라마, 소설... 물론 게임도 그중 하나죠. 하지만 이러한 장르, 심지어 이런 고등 과학과 물리 이론을 비주얼노벨에서 시도할 수 있다는 점이, 심지어 이를 풀어내는 과정이 게임 본연의 흥미진진함을 잃지 않는다는 점이 무엇보다도 매력적입니다.
작가, 기획자를 인터뷰해 보고 싶은 충동이 격하게 일었다.
작중 등장하는 이 천재들이 미지의 존재를 상상해 내는 실로 놀라운 논리적 사고가 얼마나 유쾌하고, 그럴 듯하고, 또, 있을 법한 일인지를 상상하면서 플레이한다면, '스텔라 코드'는 정말 뛰어난 상상력의 SF 추리 작품이 되어줍니다.
단어나 표현, 스크린샷 하나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 자중하다 보니 그냥 소감만 적은 심심한 글이 되었습니다만, 그래도 역시 기대작은 다르다-고 평하고 싶습니다. 아, 그리고 한 마디 더. 이런 스케일의 작품을 깔끔하게 로컬라이징 해낸 '스튜디오 케이지'에게도 박수를 보냅니다.
개발/배급 프라가리아 / 스튜디오 케이지
플랫폼 스팀
장르 SF 추리 비주얼노벨
출시일 2025년 8월 17일 예정. 체험판 공개 중
게임특징
- 비주얼노벨계의 삼체, 인터스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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