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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전쟁 -33-

김유식 2003.04.02 14:48:44
조회 2867 추천 0 댓글 0
2000년 2월 16일. 수요일. 오후 2시 10분(영국시간) 런던 소호.

  "위치를 알았습니다."

  전화를 끊고 난 명성맥주 직원의 외침에, 뉴몰든으로 돌아가던 김응진은 어떻게 해야할 지 망설이다 이광혁에게 전화했다.

  "형님. 접니다. 그 녀석들이 있는 주소를 알아냈는데요. 어떻게 하지요?"


  "주소 알려주고 그 근처에서 기다리도록 해. 어떤 녀석들인지 얼굴 좀 봐야겠다."

  "알겠습니다. 그럼 빨리 오세요."

  김응진은 뒷좌석의 이승영과 김근태를 바라다보며 드디어 몸 풀 시간이 왔다고 알려주었다. 김근태가 웃으며 말했다.

  "그 씨불눔덜 한 대 쳐서 뒈지면 어쩌지라?"

2000년 2월 16일. 수요일. 오후 2시 40분(영국시간) 런던 노스 액톤.

  22세의 노무라는 투덜거리며 식료품과 술 등을 차로 날랐다. 아버지가 시킨 일임에도 입은 삐죽 나와 불만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아버지의 옛 친구라는 사람이 느닷없이 찾아와 집을 비워줄 것을 요구했는지, 가족들은 다른 곳으로 거처를 옮겼고 방 다섯 개 짜리의 집은 인상이 좋아 보이지 않는 사람들로 가득 차게 되었다. 그 뿐이었으면 그나마 다행이었을 텐데 아버지는 이들의 수발까지 들도록 시켰다. 슈퍼마켓에서 쌀과 빵을 사다 나르는 것도 그런 일들 중 하나였다.

  오늘 아침에는 기분 나쁜 일도 있었다. 아끼고 아끼는 소니 게임기의 조이패드와 게임 시디를 어떤 뚱뚱한 녀석이 밟아 박살냈던 것이었다. 그 뚱뚱한 녀석은 한국인이라 했다. 노무라는 눈물이 나오도록 아까웠지만 말은 하지 못하고 속으로만 끓고 있었다.

  차를 몰고 집으로 가던 노무라는 집 근처에서 한 대의 로버 승용차 안에 네 명의 동양인이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 * *

  "저 안에 몇 명이나 있는 건지 여기서 알 수가 있나?"

주택가의 한 이층집을 노려보며 꺼낸 김응진의 말에 김근태는 주먹을 흔들며 말했다.

  "광혁 형님 오시기 전에 나가 다 조져 뿌리지라."

  "조용히 좀 있어라. 싸움도 제일 못하는 게 말은 좆나게 많아요."

  김응진 대신 이승영이 한 마디 했다. 김근태는 약이 바짝 올랐다. 고등학교 때만 하더라도 맞장 뜰 적수가 없다고 자부하던 그였는데 신목포파에 들어온 이후에는 오히려 실력이 준 것 같았다.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나중에 싸움이 일어나면 멋진 모습을 보여주리라 다짐했다.

  김근태가 고개를 돌렸을 때 옆으로 지나가는 차를 보았다. 차를 운전하고 있던 동양인은 자신들을 쳐다보며 지나가고 있는 중이었다.

  "형님! 형님!"

  김근태의 외침에 김응진과 이승영이 그쪽을 바라보았다.

  노무라는 차안에 앉아있는 사람들이 자신을 보고 떠들자 집에 들어와 있는 일본인들이거나 아니면 한국인들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부서진 게임패드를 떠 올렸다. 주의를 주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 그는 차를 세우고 윈도우를 내려 정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에노 나카노 모노오 갓테니 사와라나이데 구다사이 오네가이시마스.(집안의 물건을 함부로 손대지 말아주세요. 부탁합니다.)"

  말을 마친 노무라는 그들의 눈빛을 보고 자신의 말을 알아듣고 있지 못하는 것을 느꼈다. 그렇다면 한국인일 것이라고 생각한 그는 상대가 영어를 알아듣는지 어떤지 판단한 겨를도 없이 같은 내용의 말을 영어로 쏘아댔다.

  "워매. 저 씨불눔이 뭐라고 떠드네요잉?"

  김근태가 중얼거리는 동안 김응진과 이승영은 명성맥주 직원을 쳐다보았다. 무슨 말을 하는지 알려달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일본인 특유의 묘한 액센트를 알아듣지 못한 명성맥주 직원도 뜻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웠다.

  "집에 있는 사람들을 건드리지 말라는 것 같은데요?"

  "워매. 그럼 저 씨불눔이 시방 혼자 와서 협박하는 겨?"

  누가 말릴 틈도 없이 김근태가 차 문을 열고 나갔다.

  차에 몰래 숨어있는 자신들을 어떻게 알아냈는지 김응진과 이승영은 궁금해했다. 하지만 더욱 급한 것은 김근태의 행동이었다. 그는 차 밖으로 나가 노무라가 타고 있는 앞좌석의 문을 강제로 열었다. 노무라가 무어라 외쳤으나 김근태는 이를 못 들은 척하고 주먹을 들어 한 대 후려치려는 기세였다.

  노무라는 위급한 상황에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무기가 될만한 것이 없나 찾았지만 눈에는 아무 것도 띄지 않았다. 와인은 모두 트렁크에 넣어두었고 차안에 있는 것은 봉제인형 한 개뿐이었다. 자신의 멱살을 잡고 끌어내려는 김근태를 절망적인 눈으로 쳐다보다가 끌려나가지 않으려고 발에 힘을 주었다. 엉덩이가 의자에서 30센티미터 가량 떴다가 주저앉고 말았는데 그 덕택에 노무라의 오른쪽 발이 차의 악셀러레이터를 힘껏 밟게 되었다. 김근태의 손에 잡힌 노무라의 셔츠가 주욱 찢어지면서 요란한 소리와 함께 차가 급출발했다.

  김근태는 앞으로 끌려나가듯이 몸을 틀며 쓰러졌다. 그 다음엔 차 밑으로 멱살을 잡았던 손이 빨려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차의 뒷바퀴에 김근태의 왼팔이 깔리려는 찰나에 그는 급히 손을 빼냈다. 황급히 일어나 보니 옷도 더러워져있는 데다 앞으로 끌려나간 부분의 살점에서는 피가 맺혀있는 것을 보았다.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었다.    

  룸미러를 통해 뒤에서 정신없이 쫓아오는 김근태의 모습을 본 노무라는 계속 가속 페달을 밟았다. 바퀴에서 흰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을 때 노무라의 차는 집 정원까지 도달했고 집 벽면에 살짝 부딪히며 섰다. 노무라가 재빨리 좌석문을 열고 집 현관에서 벨을 눌러댔다. 김근태가 인상을 쓰며 거의 다 따라온 순간이었다. 노무라가 집의 현관문을 세차게 두들기고 있을 때 김근태의 왼손이 노무라의 어깨에 닿았다. 김근태의 오른손은 뒤로 한껏 젖혀져 있었다.

  김근태의 주먹이 육중하게 휘둘러졌을 때 현관문을 연 미키는 아연실색했다. 친구의 아들인 노무라 히데아키가 처음 보는 동양인의 주먹을 맞고 비틀거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것저것 따질 겨를 없이 미키가 발을 들어 김근태를 걷어찼다. 그와 동시에 집안을 향해 큰소리로 외쳤다.

  "데키다!!(적이다!!)"

  미키의 발이 김근태의 배에 꽂혔다. 김근태가 흠칫거리며 다시 주먹을 쥐고 공격하려 하다가 배를 움켜쥐고 쓰러졌다. 노무라는 이틈을 이용해 집안으로 들어왔고 2층에 있는 자신의 방으로 뛰어올라갔다. 미키가 재차 김근태를 공격하려고 현관문을 나섰다가 뛰어오는 김응진과 이승영을 보았다. 이승영은 누군지 몰라도 김응진은 일면식이 있는 인물이었다. 미키의 얼굴을 퉁퉁 붓게 만든 장본인에다 보기 드문 실력파 파이터이지 않았던가. 미키에게도 적개심이 불타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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