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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의 테러와 이스라엘의 반격', Gimmie Shelter

kcv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10.11 23: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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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 이야기 21 - 하마스의 테러와 이스라엘의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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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의는 있다.


“順天者存, 逆天者亡.” 순천자존, 역천자망. 하늘의 뜻을 따르는 자는 흥할 것이며 하늘의 뜻에 역행하는 자는 망할 것이다. 맹자에 이르길 천하에 도가 있을 때는 큰 덕을 가진 자가 작은 덕을 가진 자를 부리며, 큰 현자가 작은 현자를 부린다. 그러나 천하에 도가 없을 때는 작은 자가 큰 자에게 부려지며, 약한 자가 강자에게 부려진다.


맹자는 성선설을 주장한 것으로 유명하다. 사람은 본디 태어날 때 선하게 태어나며 본능적으로 선을 행한다는 것. 다만 선한 존재임에도 환경과 사회에 의해 악하게 될 수 있으며 주변에 의해 더욱 선한 존재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맹자는 사람의 선을 위해 환경과 사회를 중요시 여긴다. 현대에는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유전자로 사람의 기질이 판단되기도 하지만, 환경과 사회의 중요성은 몇 번을 강조해도 부족하다. 괜히 맹자의 어머니가 세 번이나 이사를 간 것이 아니다.


그런 맹자이기에 맹자는 인의를 주장하였다. 어짊과 이로움으로 상호관계를 형성하고 단순한 이득이 아닌 규범을 통해 이끌어가는 것. 그것이 세상이 올바르게 돌아가고 사람들이 서로를 도우며 성장하는 과정이 되는 것이다. 그랬을 때 하늘의 뜻을 따르는 순천자가 흥하고 하늘의 뜻을 역행하는 역행자가 망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환경과 사회가 올바르지 않다면 어짊과 이로움은 작동하지 않으며 개인의 이익만을 따지게 된다. 그때 천하에는 도가 없어지며 큰 자들, 강자들이 약하고 작은 자들을 부려먹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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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은 먼 인의에


가까운 사람들과 작은 사회에서는 인의로 움직이는 것이 가능하다. 서로 역할이 정해져 있고 서로 얽힌 것들이 많다. 오랫동안 접해왔기에 서로 융화될 수 있는 지점도 있다. 그러니 스스로의 이익만을 따지기보다 인의를 따라 서로 규범을 지키고 존중할 수 있다. 물론 안 그런 경우도 많지만, 서로 전혀 모르는 사이에서보다는 좋은 사회와 분위기를 만들 가능성이 더 높다. 바깥 사회에서 보기에는 이상할지 몰라도 그들만의 규범이 나온다. 스위스의 칸톤, 중국-조선의 조공 체계, 영국의 연합왕국 등이 그렇다. 알게 모르게 그들만의 인의가 형성되어 있기에 오랜 시간 동안 유지되고 있다. 내 행동을 부끄러이 여기며 위대한 도를 실천하는 메타인지적 사고는 내 자신을 알 수 있을 때 일어난다.


하지만 새로운 사회와 만나다 보면 갈등이 만들어지고 갈등은 이내 충돌로 이어진다. 대표적 사례가 바로 영국과 청나라의 아편 전쟁이다. 영국은 자국 내에서라면 절대 안할 짓-인의에 따르면 나올 수 없는 아편 판매-을 하였고 청나라도 자국 내에서라면 작동할만한 예의-삼배구고두-를 외국에게 요구함으로써 갈등이 유발됐다. 둘 사이에서 인의가 작동하려면 내 행동을 돌아볼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서로 너무 다른 세계기에 내 행동을 돌아보기 힘들다. 그렇다면 상호간의 존중과 이해가 필요하지만 모두가 잘 알다사피 존중과 이해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영국은 조금 더 빠른 해결책을 선택했다. 일단 두둘겨 패는 것이다. 패고 패고 열심히 패다 보면 해결책이 나왔고 그 결과가 아편전쟁이었다. 청나라와 영국 사이에 인의를 따지고 서로를 존중하게 되는 데에는 아편전쟁 이후 약 1세기 가까운 시간이 필요했다.


오늘날 세계는 제국주의와 두 차례의 세계대전, 그리고 인종학살을 겪은 뒤 한참 더 성숙해졌다. 국제연합은 세계가 온전하게 굴러가기 위해 만들어낸 현대의 인의이자 국가 사이의 환경이다. 국제연합이 그렇게까지 완벽한 곳이냐 물으면 글쎄올씨다라 답하겠다만은 그 국제연합이 나선 결과 한반도에서 자유를 누리며 살아가고 있는 입장에서 그들의 가치는 인정하고 가야 한다. 국제연합을 하늘이라 평할 수는 없지만 오늘날 가장 큰 천하의 도를 주장하는 존재임은 분명하다.


국제연합의 헌장 1조는 아래와 같다.

1. 국제평화와 안전을 유지하고, 이를 위하여 평화에 대한 위협의 방지·제거 그리고 침략행위 또는 기타 평화의 파괴를 진압하기 위한 유효한 집단적 조치를 취하고 평화의 파괴로 이를 우려가 있는 국제적 분쟁이나 사태의 조정·해결을 평화적 수단에 의하여 또한 정의와 국제법의 원칙에 따라 실현한다.

2. 사람들의 평등권 및 자결의 원칙의 존중에 기초하여 국가간의 우호관계를 발전시키며, 세계평화를 강화하기 위한 기타 적절한 조치를 취한다.

3. 경제적·사회적·문화적 또는 인도적 성격의 국제문제를 해결하고 또한 인종·성별·언어 또는 종교에 따른 차별없이 모든 사람의 인권 및 기본적 자유에 대한 존중을 촉진하고 장려함에 있어 국제적 협력을 달성한다.

4. 이러한 공동의 목적을 달성함에 있어서 각국의 활동을 조화시키는 중심이 된다.


국제연합은 ‘더 많은 자유 속에서 사회적 진보와 생활수준의 향상을 촉진할 것을 결의’하고 이 목적을 위하여 관용을 실천하고 선량한 이웃으로서 상호간 평화롭게 같이 생활하며, 국제평화와 안전을 유지하기 위하여 우리들의 힘을 합하며, 공동이익을 위한 경우 이외에는 무력을 사용하지 아니한다는 것을, 원칙의 수락과 방법의 설정에 의하여, 보장하고, 모든 국민의 경제적 및 사회적 발전을 촉진하기 위하여 국제기관을 이용한다는 것을 결의하면서,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우리의 노력을 결집할 것을 결정’하고 있다. 즉 넓은 의미에서의 천하의 도와 인의를 주장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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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약삼분지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가 강하게 비판받는 부분이 여기에 있다. 국제연합의 일원이자 상임이사국으로서 타 국가의 모범이 되어야 마땅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하는 행위를 벌여 평화를 파괴한 것이다. 이는 2003년 이라크 전쟁에서 국제연합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전쟁을 밀어붙인 미국에게도 적용된다. 천하의 올바름을 이끌어야 마땅할 국가들이 부당하고 부끄러운 방법으로 전쟁을 일으켰다. 매우 큰 잘못이다. 가장 높은 나라들이 천하를 어지럽히는데 밑의 이들이 무엇을 보고 배우겠는가? 당연히 천하가 어지러진다.


그래서 국제연합은 창설 이래 천하를 어지럽힐 지역들을 서둘러 관리하였다. 상당한 지역이 비극으로 끝났지만, 절충안을 내놓고 협상장을 꾸렸으며 존중해주는 자세를 견지했다. 그러나 천하는 이미 만들어놓은 화약고로 가득했고 언제든 폭발할 위기였다. 화약이 굴러다니는 환경은 화약이 지배하는 사회다. 화약 위에 잠을 잘 수는 없다.


세계에는 세 개의 거대한 화약고가 있다.냉전의 최전선이던 유럽, 흐릿한 죽의 장막이 쳐진 동아시아, 그리고 중동. 유럽의 갈등은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재점화 되었지만 냉전 시대 대비 평화로워졌다. 유럽의 위기는 두꺼운 방폭문 안에 갇혀있다. 동아시아의 화약고는 언제든 대분화를 일으킬 수 있지만, 어쨌든 지금은 최악이 아니다. 한국전쟁과 국공내전은 뭐냐 물을 수 있겠지만, 어찌되건 대만은 살아있고 대한민국도 상흔을 치료했다. 동아시아의 화약고는 대나무숲 속에 가려져 있다. 언제나 가장 불빛이 깜빡이는 곳은 중동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문명들이 만들어졌고 거대한 종교들이 만들어졌고 수많은 인종과 문화가 오간 지역. 그리고 가장 자주 싸우며 보수적인 공간이다. 이곳의 문제는 유럽과 동아시아보다 훨씬 복잡하다. 두 지역은 서로 드라마를 보고 대화를 나누며 역사를 공유하고자 하지만 이 지역은 서로 드라마나 대화는커녕 미사일을 나눈다.


중동은 갈등의 원인과 분쟁의 소지도 아주 다양하다. 이슬람교의 분파인 수니파와 시아파의 갈등, 국가 사이의 전쟁, 내전, ISIS, 탈레반, 폭탄테러. 하지만 가장 민감한 건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사이의 분쟁이다. 다른 국가들 사이의 갈등도 만만치 않고 이스라엘은 시리아, 이란과도 사이가 나쁘다. 그러나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사이의 분쟁은 다른 국가들과의 분쟁과 궤를 달리한다. 다른 국가들 사이의 분쟁은 근본적으로 ‘단순한 혐오’라면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사이의 분쟁은 영토를 걸고 벌어지는 ‘절멸전’에 가깝다. 다른 국가들과는 서로 멸망하건 말건 살아야 할 땅의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둘 사이에는 땅이 걸려있다.


세상만사 가장 소중한 것 중 하나가 부동산이라 했다. 국가의 3대 요소도 영토, 국민, 주권이다. 영토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국민들이 살 곳이 없고 주권이 제대로 행사될 수 없다. 유대인들이던 팔레스타인인이건 이를 잘 이해하고 있다. 국가를 세우기 위한 영토를 쟁취하는 전쟁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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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두 개의 레반트


유대인들은 수천 년 동안 그들만의 영토를 가지지 못했다. ‘디아스포라’라 불리는 유대인들을 향한 박해는 유대인들을 고향에서 쫓아냈다. 고향에서 쫓겨난 유대인들은 다른 지역들에서 토착민들에게 또다시 업신여겨졌고 수전노 취급을 당했다. 끝내는 모든 나쁜 일의 배후로 지목되어 홀로코스트 대학살을 겪어야 했다.


팔레스타인인들도 그들만의 국가를 가질 수 없었다. 로마 제국과 오스만 제국이 팔레스타인을 지배했고 제국들의 오랜 지배는 팔레스타인의 주권을 가로막았다. 자신의 땅에서 지배를 당하며 살아갔다. 팔레스타인의 사람들은 몇 차례 분리 및 독립을 시도했지만 번번히 실패하고 말았다.


둘은 국가를 만들 수 있다면 어디든 손을 잡고자 했고 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과 손을 잡아 국가를 만들고자 했다. 하지만 영국도 유대인들과 팔레스타인 모두에게 국가를 만들어줄 것이라 약속했고 이는 이중 계약이었다. 이중 계약은 실패했다. 1차 세계대전 이후 레반트 지역에 독립된 팔레스타인 국가와 유대인 국가가 만들어지지 않았다. 이 문제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에야 해결됐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국제연합이 나서서 양쪽 모두에게 국가를 만들어주겠다 나섰다. 하지만 국제연합의 중재안은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긴 어려웠고 더군다나 유대인들과 팔레스타인인들은 서로 양보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둘은 레반트의 토박이가 아닌 새로운 아파트의 새로운 세입자들이나 다름없었다. 서로 양보할 수 없다면 조금 더 빠른 해결책을 사용하면 된다. 둘은 전쟁을 벌였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현재 2023년의 중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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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시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에서 지금까지 계속 승리해온 건 이스라엘이다. 이슬람교를 믿는 아랍인 국가들이 삼면을 포위하고 있는데도 이스라엘이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이스라엘이 승리해왔다는 걸 증명한다. 혹자는 서방, 특히 미국의 지지가 있었기 때문에 살아있다 하지만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한 법이다. 이스라엘은 지금껏 벌어진 중동전쟁에서 모두 승리해왔다. 결국 이집트와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등은 이스라엘과 타협했고 시리아나 레바논 등은 이스라엘의 실력을 인정하고 더는 자극하지 않기로 했다. 허나 전쟁과 분쟁은 계속되고 있다. 중동전쟁 자체는 1973년 4차 중동전쟁(욤 키푸르 전쟁으로도 불린다)이 마지막이었지만 1982년 레바논 침공, 2006년 레바논 전쟁 등도 거대한 전쟁이었다.


냉전 시대까지 정치적, 종교적, 지정학적 모멘텀은 이스라엘에게 있었다. 어찌되건 거의 모든 중동전쟁에서 승리하였고 언더독으로서 동정 혹은 선망의 대상이기도 했다. 이스라엘의 생존과 모멘텀에 미국의 영향이 결정적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지만 미국을 빼놓고 생각해도 이스라엘은 대단했다. 군사전략 및 교리에서도 다양한 전술과 개념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다. 물론 그 때문에 치명적인 피해를 보기도 했지만 그 피해조차 이겨냈다는 점도 시사할 부분이 컸다. 알게 모르게(사실 모두 다 알게) 핵무기를 개발해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도 천재적이라 부를 수 있다. 대한민국에서도 여전히 이스라엘의 전략과 전술에 관심이 많다.


이스라엘이라 하면 이를 가는 중동 국가들은 국력 및 군사력 강화를 위해 힘썼고 특히 서방이 지원하는 이스라엘에 반대해 소련으로부터 많은 무기를 구입해왔다. 소련은 특히 이집트를 많이 지원했고 이집트가 이스라엘 서쪽에서 압박을 하면 시리아가 북쪽에서도 압박하며 양면으로 압박해냈다. 두 국가의 공통점은 상대적으로 강력한 국력과 이스라엘과의 지정학적 접근성이 강점이다. 그리고 여기에 이스라엘 동쪽의 요르단이 약한 국력이나마 견제해주며 이스라엘을 삼면으로 압박했다.


그럼 이 과정에서 팔레스타인은 어떤 역할을 했느냐 묻는다면,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팔레스타인은 지리산 빨치산 같은 존재였다. 실체가 있는 듯하면서도 없으며 호응해주면 뭔가 할 것 같으면서도 결국 결정적인 건 없는 존재. 지원을 해주기에도 밑빠진 독에 불과하고 바로 옆에 더 커다란 존재들이 있다. 그리고 재수없으면 핵무기를 가진 이스라엘의 성질만 돋구는 불쏘시개가 된다. 메리트라고는 하나도 없다. 오히려 만국의 평화를 이야기하는 올림픽에서 애먼 선수단만 죽이겠다고 날뛰다가 국제적 경멸을 당했다. 그래서 팔레스타인은 냉전이란 거대한 판에서 마이너리그 언저리에 위치한 존재나 다름없었다.


베이루트를 폭격하고, 베카 계곡을 가로지르며, 바시르와 왈츠를 추다가, 전차와 미사일을 만나곤 했던 시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신경 쓸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주변 국가들은 이스라엘을 인정하지 않았고 이스라엘도 팔레스타인을 인정하지 않았다. 생존을 위한 대결에서 더 강한 자만이 살아남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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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의 시간


그러나 걸프전과 이라크 전쟁으로 중동의 독재자 사담 후세인이 축출되고 중동전쟁 동안 가장 적극적이던 이집트도 캠프 데이비드 협정 이후 얌전해졌다.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나 이란의 하메네이도 다소 조용히 자국 내에서만 은밀히 학살을 저질러왔다. 점차 정치적, 종교적, 지정학적 모멘텀은 이스라엘이 아닌 팔레스타인으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사실 냉전이 막바지에 이르던 1987년 이스라엘에 항거하는 인티파다 운동으로 팔레스타인은 자신들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수 년 동안의 갈등은 숱한 희생자를 냈지만 1993년 오슬로에서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를 인정하는 오슬로 협정이 맺어졌다.


팔레스타인의 독립 투쟁 단체 팔레스타인 해방 기구 PLO는 뮌헨 올림픽 참사의 이미지를 벗어던지는데 성공했다. 이스라엘의 존재를 다소 인정하는 대신 자치 정부를 통해 팔레스타인의 영토를 둘러앉았다. 요르단강 서안 지구와 가자 지구가 그들의 영토가 되었다.


한편 이스라엘은 2000년대 초반 부침을 겪었다. 2000년대 초반 반미 정서를 타고 미국의 일방적 지원을 받는 이스라엘이 비난의 도마에 올랐으며 2006년 레바논 침공에서 헤즈볼라를 축출하지 못하며 패배하기까지 했다. 가자 지구 공습 때 쏟아낸 대량의 백린탄과 포격은 수많은 민간인 피해자를 낳고, 그걸 언덕에서 구경하는 이스라엘 국민들이 지탄받았다. 팔레스타인이 동정의 대상이 되며 2000년대부터 2010년대를 걸쳐 수많은 팔레스타인을 향한 동정의 시선들이 쏟아졌다. 팔레스타인이 마이너리그 언저리에서 메이저로 서서히 올라오기 시작했다.


2012년 팔레스타인이 국제연합의 옵저버로 입회하며 사실상 국가로 인정받게 됐다. 2012년과 2014년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를 향한 대규모 공습과 전투가 발발했지만 이를 끝으로 둘 사이의 대결은 점차 줄어들었다. ISIS가 준동하고, 시리아 내전이 발발했으며, 예멘 내전과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문제들이 더 커졌다. 이란 핵협상처럼 불길한 일도 있고, 카타르 월드컵처럼 즐거운 일도 있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세계가 멈춰선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이스라엘은 국제적 지탄과 국력 소모만 계속되는 직접적인 침공보다는 거대한 아이언 돔을 건설해 돔구장 아래에서 평화를 유지하고자 했다. 팔레스타인은 이제 안정된 체제 아래 정착촌과 팔레스타인의 권리를 찾는데 집중했다. 소소한 폭탄테러와 칼부림은 언제나 있었지만, 국제뉴스 1면을 며칠 동안 차지할 수위는 아니었다.


함축되고 압축된 역사지만 이 상황은 두 세력이 힘의 논리로 밀어붙이던 시절이 점차 멀어지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서로가 서로를 인정할 수 없고, 서로를 한 사회에 넣을 수 없었기에 둘은 끝없는 대결과 갈등을 보였다. 검은 9월이 올림픽을 덮어버렸듯이 말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천하의 도를 서로 인정하고 천하의 뜻을 따라 평화를 향해 나아갔다. 그들 나름대로의 인의를 만들며 말이다. 서로가 생각했을 땐 인의가 맞냐 반문할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 겸상할 생각도 않던 둘을 모아놓고 대화를 나누고, 둘에게 동일한 투표권을 주고자 하며, 길을 가다가 미사일이나 폭탄테러로 목숨을 잃을 일을 안 만드는 것만으로도 일종의 평화가 될 수 있다. 그들만의 규범이 되고 행동 준칙이 되어 일상을 만들고, 그 일상 위에서 올바른 환경과 사회가 만들어지는 걸 꿈꿀 수 있다.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면 말이다.


그리고 보통 이런 이야기가 다 그렇듯 이야기는 비극으로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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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국가로의 귀환


사실 1993년 맺어진 오슬로 협정과 1995년 맺어진 2차 오슬로 협정은 양측의 이해를 모두 반영한 듯 하지만 반영하지 못한 불만족스러운 협정이었다. 골프를 하고 싶다는 사람과 테니스를 하고 싶다는 사람이 있는데 절충해서 야구를 시킨 셈이다. 스트라이크가 들어갈 리가 없다. 하마스는 팔레스타인의 더욱 심각한 과격 단체로 변모했고 이스라엘에서도 이츠하크 라빈 총리가 협정에 불만을 품은 자들에게 암살당했다. 이스라엘의 이츠하크 라빈 총리와 시몬 페레스 총리, 그리고 팔레스타인의 야세르 아라파트 세 사람은 타임지 선정 올해의 인물이자 피스메이커로 얼굴을 남기고 노벨평화상을 받지만 그건 단순한 종이이자 금박지에 불과하다.


평화로워진 이스라엘은 그 평화를 주변에 뻗기보다는 극단적 유대주의가 득세하기 시작했다. 다른 나라들에서도 AfD, QAnon 등이 득세하는 동안 이스라엘도 마찬가지였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수십 년에 걸쳐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졌고 강경한 행보, 그러면서도 극단적이지는 않는 결정으로 이스라엘 주변과 팔레스타인 문제를 다뤘다. 라마단 기간에 모스크를 들이닥치거나 팔레스타인 거주지 내에 유대인 정착촌을 건설하며 혼란만 선물했다. 내부 사법 갈등은 나타냐후에게 긍정적이지 못했고 미국도 평화롭게 소란스러운(반어법이다) 이스라엘보다는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집중하며 이스라엘 옆의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관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평화로워진 팔레스타인은 목소리를 내려고 해도 누가 경청하지 않았다. 마이너리그에서 올라왔지만 만년 꼴찌팀이나 다름없고 같은 연고지의 팀들보다 입지조건이나 유치 가능한 인프라가 떨어진다. 그럼 유망주라도 키워야겠지만 팔레스타인의 불안한 입장과 분위기는 평화를 이야기하기 난감했고 평화를 주장하는 유화파 및 온건파는 약화됐다. 국력이 압도적인 이스라엘이 평화롭게 소란스러운(여전히 반어법이다) 압박을 가해왔다. 그 사이 하마스는 더욱 강경노선으로 나섰다. 팔레스타인의 유망주들은 강경파이자 극단주의자로 나서고 있다. 하지만 성과가 필요하다. 극단적 상황인만큼 자신들을 지지해달라 말하더라도 이스라엘은 돔을 펼쳐놓고 로켓만 떨구고 있다. 팔레스타인 내부의 거대 정치 세력을 쥔 하마스는 성과가 절실하다.


두 평화로운 국가는 평화를 견디지 못했고 인의를 기다리지 않았다. 2023년 4월 5일 이슬람교의 성지 알아크사 모스크를 두고 충돌이 발생했다. 알아크사 모스크를 두고 벌어진 충돌에서 사망자는 나오지 않아 어찌보면 그렇게까지 심각한 사건은 아니었다. 그러나 인의가 끝났고 두 국가가 공유하는 천하의 도는 사라졌다. 하늘이 무너졌으니, 하늘로부터 죽음이 내려올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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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으로부터의 죽음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의 국경지대 근처에서 벌어진 레임 음악 축제에 낙하산들이 내려앉는다. 축제의 장소에 내려앉은 낙하산은 보통 나쁜 결말로 끝나지 않는다. 하지만 낙하산에서 내린 사람들은 배우도 아니었고 축제의 팬도 아니었다. 칼라시니코프 소총으로 무장한 그들은 하마스였고 축제를 훼방놓기 위해 내려왔다. 하마스는 총으로 축제 현장을 학살 현장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비슷한 시각, 수천 발의 로켓들이 가자 지구에서 날아올라 이스라엘을 향해 날아갔다. 이스라엘의 아이언 돔이 대응에 나섰지만 예상 범위를 넘어선 막대한 양의 로켓 공격에 아이언 돔의 뛰어난 요격률도 중과부적이었다. 동시다발적으로 수많은 하마스 대원들이 국경을 넘어 이스라엘군 기지와 이스라엘인 정착촌 공격을 시작했고 조직적인 학살극이 벌어졌다. 공중으로부터 죽음이 내려앉았다.


욤 키푸르, 이스라엘인들의 안식절을 노린 공격이자 이스라엘군 주력 병력들이 요르단강 서안 지구에 묶여있는 틈을 노린 하마스의 공격이다. 가깝게는 1973년 4차 중동전쟁, 조금 멀게는 1968년 베트남 전쟁의 테트 공세, 조금 더 멀게는 1950년 한국전쟁의 시작과 같다. 적의 허를 찌르는 압도적인 공격으로 밀어붙여 정치적 압박과 혼란을 주고 심리적 충격을 주겠다는 거다. 하마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체급을 감안하면 테트 공세와 유사점이 있고 삽시간에 중요한 지역을 파고들어 수많은 인질을 잡고 도시를 헤집어놓겠다는 것이 목적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어느 지점에서 하마스식 케산 전투, 조금 더 하마스식 회로대로면 하마스식 디엔비엔푸 전투를 노리는 것이다.


하마스의 공격은 철두철미했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는 하마스의 공격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고 이스라엘군도 감지하지 못해 경계가 허술했다. 하마스는 드론과 땅굴처럼 이스라엘이 대응하기 어려운 수단을 적극 활용하고 이스라엘군을 사살한 후에는 복장과 무기, 차량을 뺏고 깊숙히 침투해 이스라엘군인 척 민간인들을 속여 사살을 이어갔다. 또 외국인들과 인질을 붙잡고 가자 지구로 돌아와 이스라엘군의 대응에 훼방을 놓고자 했다. 하마스의 공격으로 이스라엘이 입은 피해는 4차 중동전쟁에 비견될 정도다.


딱 한 순간 하마스의 케산 전투를 만들어내면 이제 완벽해진다. 이스라엘군 일부라도 하마스에게 난도질당하듯 패배하고 나면 정치적으로 불안한 네타냐후의 이스라엘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하마스를 은밀히 지원하는 예멘 반군이나 이란 혁명수비대 등도 하마스를 위해 더 좋고 강력한 무기를 지원해줄 수도 있다.


하지만 하마스의 철두철미한 공격에는 문제가 있다. 첫 번째로 하마스는 팔레스타인 하면 바로 떠오르는 집단이란 점에서 북베트남이 베트콩과 비슷하지만 그래봐야 규모가 현저히 작다는 것. 두 번째는 이스라엘은 이 전투를 수십 년째 하고 있어 이골이 났다는 것. 세 번째는 베트콩은 라오스-캄보디아-중국 등을 오갈 수 있었지만 하마스는 팔레스타인 거주 지구에 밀집해 고립된 상태라는 것. 무엇보다 중요한 네 번째는 하마스의 시대에는 와이파이가 잘 작동하고 있다는 것. 네 가지 문제는 하마스의 목을 제대로 졸랐다.


틱톡과 X를 통해 퍼진 하마스의 학살 현장과 희생자들의 모습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비견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우크라이나를 네오나치라 규정하는 러시아조차도 민간인 희생이 발생하면 어떻게든 눈 가리고 아웅이라도 해보려고 하지만 하마스는 그럴 생각도 없다. 러시아와 같은 국가의 실적은 승리라면 하마스의 실적의 학살이니까. 그래서 그들은 한층 더 잔혹한 행위를 저질렀고 불행히도 이스라엘은 우크라이나보다 더 미디어가 발달된 국가다. 세계로 퍼져나간 레임 음악 축제와 정착촌에서의 학살극은 전세계가 하마스를 지탄하도록 했다. 하마스는 원래부터 테러 단체지만 영상들을 통해 더욱 고립되었다. 앞서 언급한 모멘텀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음에도 민간인 학살은 용서받을 수 없는 문제였다.


하마스에게는 기회가 있었다. 지금은 우크라이나 구국의 영웅마냥 불리는 아조프 연대도 네오나치 단체로 서방의 지탄과 견제를 받았던 것처럼 하마스도 개선할 수 있었다. 상대적으로 팔레스타인에게 유리한 모멘텀에서 팔레스타인을 주도할 방법은 다른 것도 있었다. 팔레스타인의 여당 파타가 불만이라면 그들의 세력을 끌어올 수도 있었고 국제사회에 더 어필해볼 수도 있었을 거다. 하지만 대신 모은 유망주들로 사람들을 죽이러 다녔다. 하마스는 이제 상종할 가치가 없는 테러단체가 되었고 그들이 가자 지구, 팔레스타인에 숨어 암약하는 만큼 이스라엘도 더이상 견뎌줄 이유가 없어졌다. 군화를 신고 총을 쥔 이스라엘 군들이 가자 지구를 향해 포신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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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또 공중으로부터의 죽음


수많은 다윗의 별이 날아올라 가자 지구 위에 쏟아졌다. 부수적 피해는 아랑곳하지 않고 강력한 포탄이 가자 지구를 난타했다. 이스라엘은 루프 노킹이라 불리는 방식으로 민간인들의 대피를 미리 권고해왔지만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 하마스 시설로 의심되는 곳은 정말한 폭격으로 날려버리고 의심되는 곳은 지정된 시간까지 빠져나가라 선언 후 초토화시켰다. 미국이 팔루자의 이라크 반군을 소멸시킬 때처럼 나섰다.


지금껏 소극적이었던 이스라엘이 눈 뒤집힌 채 공격을 개시하는 건 이번 하마스의 공격이 그들만의 9.11 테러이자 테트 공세이기 때문이다. 정치적으로 불리한 입지의 네타냐후건, 예비군으로 징집된 이스라엘 군인이건, 학살에 가족을 잃은 이스라엘 사람들이건 모두 이번 공격으로 큰 충격을 받았고 더 나아가 더 큰 위험이 다가올 수 있다 믿었다. 납치된 비행기가 더 있지 않을까라는 공포, 케산이 미국의 디엔비엔푸가 되지 않을까라는 공포가 전염될 것처럼 또다른 터널과 낙하산에서 하마스가 나와 축제를 학살극으로 바꾸지 않을까라는 공포. 공포는 이스라엘을 삼켰다. 그렇기에 전례없는 공격을 가자 지구에 쏟아붓고 있다. 공중으로부터 죽음이 내려앉고 있다.


하마스는 자신들을 지지해주는 세력들에게 실력을 증명하는데 성공했다. 가자 지구가 얼마나 크고 복잡한데 이스라엘이 지상군을 투입하더라도 뾰족한 수가 없다 믿고 있다. 하지만 9.11 테러와 테트 공세 모두 결과적으로 훨씬 더 많은 탈레반과 베트콩의 피로 물들었던 것처럼 가자 지구는 평탄화 여부와 관계없이 하마스의 피로 물들기 시작할 것이다. 그 중에는 하마스가 아닌 팔레스타인인들의 피도 너무 많겠지만 가자 지구는 너무나 좁다. 또다른 학살극이 시작될 것이다. 그리고 아마 그 학살극은 이스라엘 사람들보다 훨씬 많은 피를 흘리겠지만 사람들의 관심을 사지 못할 것이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예측과 달리 가자 지구로의 지상군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과거에는 수 만 명 단위였다면 지금은 30만 예비군을 소집해 규모 자체가 다르다. 가자 지구는 그 무질서함과 험난함으로 벌집이라 불렸지만 이스라엘은 지금이 벌집을 청소할 기회로 보고 있다. 이스라엘의 전차에 맞서는 팔레스타인의 돌멩이가 어느 순간 또 사진에 잡히겠지만, 이미 사진은 틱톡 영상에 덮인 뒤일 것이다. 그 돌멩이가 전차에 부딪혔을 때 아무 일 없이 돌멩이는 튕겨나가고 전차는 정속으로 길을 지나갈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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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흥하고 누가 망하고,


레임 음악 축제가 하마스의 후에였다면 가자 지구는 이스라엘의 미라이가 될 것이다. 레임 음악 축제에 내려온 테러리스트들이 그들의 아메리카항공 11편이라면 가자 지구에 진입한 이스라엘군은 그들의 킬 팀이 될 것이다. 그럼 뭐가 남을 것인가?


이스라엘은 제2의 레임 음악 축제를 막고자 더 편집증적이고 보수적으로 변할 것이다.


가자 지구는 항전을 외치며 더 하마스를 부여잡고 테러리스트 소굴이 될 것이다.


요르단강 서안 지구의 팔레스타인은 언제든 죽을 수 있다 공포에 떨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엑스포 유치 실패의 가능성에 속을 부글부글 끓일 것이다.


이란은 이스라엘을 핑계로 시위 여파로 어지럽던 내부 단속을 강화할 것이다.


아랍 세계의 나머지들은 엉망이 된 팔레스타인 난민 불똥이 날아올까 걱정할 것이다.


러시아는 서방의 시선이 이스라엘을 향하는 사이 우크라이나를 더 찔러넣을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더 찔러오기 전에 기회를 잡고자 공격적일 것이다.


미국은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한편으로 중동 문제에 또 들어가야 하냐 머리를 싸맬 것이다.


중국과 대만은 이 분쟁의 끝이 냉전의 세 번째 화약고가 될 수도 있다.


북한과 한국은 그 화약고 옆에 있고 어떤 의미에서는 더 큰 화약고가 될 수도 있다.



국제연합은 창설 이래 냉전을 겪은 시기가 훨씬 길다. 그렇기에 이 엉망진창인 천하에 어짊과 이로움을 주장하며 인의를 만들고자 할 것이다. 그게 그들의 존재 이유니까. 하지만 다시 돌아온 세계가 그리 유쾌하진 않을 것이다. 근 몇 년여 동안 벌어지는 분쟁은 국제연합의 천하에 크나큰 손상을 주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하마스의 테러는 서로 연결되는 지점이 있다. 이게 무슨 카를로스의 글로벌 테러 네트워크를 의미하는 건 아니지만 두 개의 화약고에서 불 냄새가 난다면 나머지 한 개의 화약고도 체크해봐야 한다. 한국이 곧바로 9.19 군사합의에 대한 파기 혹은 무력화를 시도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앞으로도 대만과 중국의 불안도 염두해둬야 한다. 대만 총통 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네타냐후의 정치적 위기 및 선거 문제가 차이잉원에게 되풀이 되어도 이상할 것 없다.


천하가 어지럽다. 화약의 뇌관이 거리로 나오고 사회 곳곳에 유황 냄새가 난다. 아직 이곳에서 노린내가 진동하지는 않겠지만 중동에서는 확실한 냄새를 맡을 터이다. 사태가 길어지면 또 누군가 다치고 죽고 멸망에 가까워질 것이다. 그렇게 옆으로, 옆으로 다가오면 알아차리게 된다. 맹자 어머니가 그렇게 싫어하던 묘지가 바로 옆에 있음을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하마스의 테러와 이스라엘의 분노는 빨리 사그라들어야 한다. 지금 누가 흥하고 누가 망하느냐를 따지기에는 세계가 정신없다. 이건 오락도 아니고 전쟁도 아니고, 그냥 비극이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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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


"언젠가는 트로이도, 프리아모스 왕과 그를 따르는 모든 전사들과 함께 멸망하리라." 우리에게 트로이 전쟁으로 유명한 《일리아스》에서 트로이의 왕자 헥토르가 중얼거린 말은 그저 서사시, 혹은 제대로 기록되지 않은 역사의 어딘가에 위치하고 있는 말이다. 그저 옛날 이야기 속 지나가듯 읊조린 말에 불과하다.그 안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아도 괜찮다. 비극을 예견하고, 결국 비극이 실현되고, 비극으로 마무리되는 전형적인 그리스 비극의 한 페이지다.


3차 포에니 전쟁에서 카르타고를 완전히 멸망시킨 로마의 장군 스키피오 아이밀리아누스, 통칭 소(小) 스키피오는 폐허가 된 카르타고를 보며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소 스키피오는 헥토르의 말을 그대로 떠올리며 한때 강성하던 카르타고의 멸망을 회상했고 그 멸망은 언젠가 로마에게도 찾아오리라 떠올렸다. 로마 제국의 멸망은 소 스키피오의 사망 이후 500년은 더 이후에나 일어나지만 시간의 흐름 속에 거대한 로마 제국이 결국 무너지고 말았음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로마가 카르타고를 멸망시키지 않았던 것도 아니다. 로마를 멸망시킨 게르만족도, 오스만 튀르크도 모두 그 비극의 문장을 실천으로 옮겼고 그들을 멸망시킨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독일도 그 문장을 잘 알면서도 유대인들과 집시와 슬라브인들을 손댔다. 하마스와 이스라엘도 그걸 알 것이다. 파괴된 가자 지구를 올려다보며, 학살이 벌어질 축제 장소를 내려다보며, 언젠가는 이스라엘도, 하마스도, 대통령들과 그를 따르는 모든 전사들과 함께 멸망하리라는 걸. 그렇지만 생각해보면 이것이야말로 참 비극이 아니겠던가. 그걸 알고도 낙하산을 곱게 접고 총부리를 사람들에게 겨눴다. 그게 하늘의 뜻인마냥. 그건 운명에 맞서 최후까지 투쟁한 것이 아니다. 묘지에서 곡소리를 흉내낸 걸로 모자라 곡소리를 만든 것이다. 이들의 이야기는 그리스 비극조차 아니다. 하늘에서 죽음이 내려와 하늘의 뜻의 순행과 역행을 구분할 수도 없으니, 그저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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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슬프고 어처구니가 없는 일입니다.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 일어난 것이죠.


다들 9.11 테러를 많이 떠올리던데 저는 베트남 전쟁이 떠오르더라고요.


가자 지구는 이스라엘만의 햄버거 힐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합니다.


빨리 세상이 평화로워지면 좋겠어요.



출처: 군사 갤러리 [원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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