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가사리
한국 요괴 중에서 도깨비나 구미호만큼 대중적이진 않지만 그래도 나름의 마이너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한국 요괴야
불가사리는 밥풀이나 사람의 때를 뭉쳐서 만들어지는 요괴인데 쇠를 먹어치우다 보면 몸집이 점점 커져서 나중엔 나라를 무너뜨릴 정도로 파괴적인 힘을 갖게 되는 괴수지
사람이 직접 빚어서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어떻게 보면 괴수형 골렘에 가까운 존재라고 볼 수 있어

그런데 이 괴수 요괴가 정말 의외로 인간 여성의 모습으로 등장한 문헌이 존재하는데 바로 1892년(추정)에 편찬된 야담집 《계압만록》에 그 이야기가 실려 있어
고려 말, '불가사리'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가 개경 시내를 돌아다니며 쇠붙이를 모조리 강에 던지는 사건이 발생했어
당시 그 지역에서 벼슬을 하고 있던 이성계는 사람들을 시켜 여자를 잡고 문초한 후 죽이려 했지

"너는 가정의 쇠붙이를 다 집어 강에 던지니 필시 요물이다!"
"여봐라! 당장 이 여자의 목을 베어라!"

그 말에 불가사리는 오히려 웃으면서 이성계에게 답했어
"제가 쇠붙이를 모아 강에 버린 건 제 즐거움을 위한 것이 아니라 대인을 위해 한 일이었습니다"
"제가 버린 쇠붙이들은 대인의 앞날에 요긴하게 쓰일 것입니다"

이 말뜻을 알게 된 이성계는 만족스럽게 웃으면서 여인을 풀어주었어
그리고 훗날 조선을 건국한 뒤 불가사리가 강에 던진 쇠붙이들을 건져서 나라의 방비를 위해 요긴하게 써먹었대

쇠를 먹고 성장해 나라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리는 괴수 불가사리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지만 의외로 공통된 부분이 있는데
쇠를 먹는 건 아니지만 이성계를 위해 쇠붙이를 모은다는 식으로 '쇠'라는 공통된 요소가 있고 괴수 불가사리처럼 직접 나라를 휩쓴 건 아니지만 혁명을 일으킬 자를 조력하는 식으로 고려의 멸망에 기여했다는 점도 민담 속 불가사리와 상당히 유사해
그래서 이 《계압만록》 속 불가사리의 이야기가 민담으로 퍼져서 쇠를 먹는 괴물로 변모했다는 주장도 있다고 하네

여담으로 불가사리가 특이하게도 인면수(사람 얼굴을 한 짐승)로도 언급된 문헌이 있어
한국 문헌이 아니라 근대 중국 신문인 '점석재화보'(1884~1898)의 조선 취재 기록에 실린 이야기야
충청도에서 말의 머리에 호랑이 몸을 한 식인 괴물이 나타났는데 그 지역에 살던 노인들이 말하길 고려 말엔 사람 머리에 짐승 몸을 한 괴물이 나타나 나라의 쇠를 다 먹어 치우다 불에 타 죽었고 그 후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했다는 전설을 이야기했다는 거야
그러면서 지금 나타난 이 식인 괴물은 또 어떤 새로운 징조를 의미하는지 의아해했다는 내용이 중국 신문에 기록되어 있어
요즘 불가사리는 주로 코끼리 형상으로 묘사되곤 하지만 옛 문헌을 보면 소, 개, 말 같은 짐승부터 인간이나 인면수까지 다양하게 등장하는 등 쇠와 관련된 성질은 공유하면서도 외형은 변화무쌍하다는 게 참 독특한 요괴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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