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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아픈 세상 고치는 약

운영자 2017.05.10 11:51:59
조회 176 추천 2 댓글 1
배 아픈 세상 고치는 약

  

나는 모임에 거의 나가지 않는 편이다. 대화가 모두 정치판의 얘기들이다. 인터넷 상에서 떠도는 악취 나는 얘기들을 듣고 돌아오면 가슴에 쓰레기가 찬 듯 불쾌하다. 단 한마디라도 울림이 있는 말을 듣고 싶은데 그걸 얻기가 쉽지 않다. 변호사를 하면서 그래도 이웃에 조금은 향내를 풍겨야 하나님한테 진 빚을 갚지 않을까 생각해서 몇 가지 시도를 해 봤다. 나름대로 조금 큰돈을 사회단체에 기부해 보았다. 돈을 준 후 그 단체와 철저히 거리를 두었다. 그게 맞는 태도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몇 년 후 그 단체내의 잡음이 들려왔다. 이사장 감투를 두고 욕심이 있는 사람들이 싸운다는 얘기였다. 그런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정말 선한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다른 단체를 도와봤다. 노숙자가 될 사람들에게 밥과 잠자리를 제공하는 단체였다. 거기서도 이사장이란 자리를 놓고 갈등을 겪고 있었다. 진짜 좋은 일을 하고 싶은 것인지 그런 일을 한다는 명예와 지위를 얻고 싶은지 의심스러웠다. 인간이란 어차피 그런 허욕으로 가득 찬 존재다. 이상스러울 것도 없었다. 그런 흙탕물에 빠져들지 말고 도망가는 게 낫다는 생각이었다. 소시민들의 조그만 기부로 밥을 얻어먹는 사람들을 살펴봐도 감사가 부족한 것 같았다. 내가 이렇게 된 건 세상 탓이고 너희 탓이니 이 정도 주는 건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 같았다. 서울역 앞에서 밥을 주는 목사가 얻어맞아 코가 부러진 걸 봤다. 전과자에게 잠자리를 주는 목사가 돈을 꾸어주지 않는다고 해서 그가 설교하는 도중 가스통을 터뜨리겠다고 협박하는 경우도 있었다. 배고픈 사람보다 남이 잘되는 걸 보면서 배 아픈 사람이 더 많은 세상이었다. 배 아픈 걸 고치는 영혼의 치유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었다. 변호사를 하면서 느낀 걸 짧은 글로 썼다. 수없이 많은 불행한 사람들을 만난다. 절망의 바닥에 떨어져 있는 그들이 간절히 바라는 행복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면 많은 사람들이 위로를 받을 것 같았다. 호송차에 실려가는 죄수가 차창을 통해 보는 세상은 행복 그 자체였다. 그는 시간에 쫓겨 종종걸음을 치는 샐러리맨이 가장 부러웠다고 했다. 독방에 갇혀있는 고독한 죄수는 아내와 심한 부부싸움을 하는 사람들이 정말 부럽다고 했다. 사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지옥 같은 세상이라도 살고 싶다고 했다. 목구멍으로 흘러드는 묽은 미역국물이 어떻게 맛이 있는 지 모르겠다고 했다. 존재 자체가 숨 쉬는 것 조차 감사라는 걸 전해주고 싶었다. 감옥을 다니면서 법정에서 보면서 느낀 걸 수필로 썼다. 여러 힘들어 하는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얘기를 들었다. 공명심이나 명예욕이 아니라 성령이 내 손을 움직여 달라고 기도하면서 원고지를 메워 나갔다. 내가 노동을 해서 번 돈으로 수필집을 만들었다. 그래야 세상을 의식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걸 얼마라도 읽을 수 있을 듯한 사람들에게 선물을 해 왔다. 며칠 전 나의 블로그에 이런 댓글이 달렸다.

‘잘 지내시죠? 제가 첫 학교 발령받고 변호사님이 보내주신 수필집 읽으며 감동받았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십년은 훌쩍 지난 것 같습니다. 여전히 학교에서의 생활을 즐겁게 이어가고 있습니다. 학교에서의 쓰임새가 늘어가면서 안부 전해드리는 것도 잊고 살았네요. 영혼이 맑아지는 유익한 글 감사드립니다. 꾸벅!’

선생님인 그는 학생들의 영혼을 맑게 하기 위해 열심히 마음의 샘물을 퍼서 나를 것 같았다. 배 아픈 사람이 많은 세상을 고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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