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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을 바라는 사람들

운영자 2017.05.15 10: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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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을 바라는 사람들

  

얼마 전에 택시를 탔다. 백밀러로 힐끗 내 얼굴을 보던 기사가 말을 걸어도 괜찮겠다고 느꼈는지 입을 열기 시작했다.

“이렇게 좁은 공간에 갇혀 하루 종일 꾸겨져 있다 보면 더러 손님에게 하소연을 하는 걸로 스트레스를 풉니다. 한 말씀 드려도 되겠습니까?” 

“그러세요”

딱히 거절할 수도 없는 입장이었다. 그는 하루 열 두 시간을 열심히 운전해도 살아가기 힘들다고 한탄하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이렇게 결론을 맺었다.

“이 놈의 정부가 사람 좀 살게 해 줘야 할 것 아닙니까?” 

그는 정부에 대한 원망이 가득했다. 하루 열세시간을 일해도 십삼만원을 벌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그나마 노동자를 위한답시고 법으로 여덟 시간 이상 노동을 하지 못하게 해서 일 자체도 위법이라고 했다. 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 

밤늦게 택시를 타고 가는데 뜬금없이 기사가 “언제 이 사회체제가 뒤엎어질까요?”라고 했다. 그는 혁명을 요구하는 것 같았다. 카카오 톡으로 전해진 재미언론인 조광동씨의 글에도 그런 게 있었다. 그가 한국으로 와서 택시를 탔더니 기사가 “ 이놈의 나라 확 망하고 북한이라도 밀고 들어왔으면 좋겠어요.”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런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택시기사 만이 아니었다. 일 관계로 한 변호사를 만났다. 그는 시장 통에 작은 사무실을 마련해 법률사무소를 하고 있었다. 그는 내게 당당하게 이렇게 말했다.

“저는 이 개 같은 세상을 바로잡는 혁명이 목적입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주방용품 외판원을 했어요. 하루는 사장이 나보고 거래업체의 갑질을 하는 사람에게 가서 사과하래요. 뭘 잘못했는지도 모릅니다. 가서 무릎을 꿇고 빌었습니다. 그 분노를 가지고 공부해서 변호사가 됐어요. 지금은 더러운 법정의 권위주의 판사와 싸우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선거에 출마해서 정치를 할 겁니다. 저는 이 땅에 붉은 기가 날리게 하고 싶어요.”

그는 탄광의 막장에서 일하던 광부의 아들이라고 했다. 그 아버지의 마지막 죽음을 겨울날 눈 덮인 논에서 발견했다고 털어놓았다. 운동권출신의 한 방송국 작가는 성남의 골목골목에서 붉은 인공기가 휘날리는 걸 보는 게 소원인 적이 있었다고 했다. 그들은 양극화된 불공평한 세상에 대해 증오를 품고 있었다. 법률사무소로 찾아와 자신을 진짜 빨갱이라고 고백한 사람도 있었다. 노동자출신인 그는 어려서부터 북한의 대남방송을 듣고 스스로 공산주의자가 되었다고 했다. 그러다가 결심을 하고 중국을 통해 월북했다는 것이다. 그는 북한에서 방송을 통해 알던 사람들을 만나보고는 실망했다. 메시아의 모습이 아니라 이빨이 빠진 초라한 노인들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다시 남한으로 넘어와 월북한 사실을 자수하고 감옥에서 형을 다 치르고 나왔다고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북한사람들은 진짜 공산주의자가 아니었어요. 또 지금 이 사회에서 겉으로 좌파라고 표방하는 놈들은 다 엉터립니다. 이 사회의 진짜 골수 빨갱이들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요. 진짜 골수 빨갱이의 조건은 어떤 건지 아십니까? 진짜 노동자출신이어야 해요. 진짜 빨갱이 들은 세상에 노출되지 않아요. 대를 이어 출판사 같은 데서 평범하게 일하면서 혁명을 준비하고 있죠. 이 사회에서 겉으로 좌파를 표방하는 놈들도 다 짝퉁 같은 놈들 이예요. 나 같은 진짜는 따로 있어요.” 

양파껍질 같은 그들의 계보도 한 이 없는 것 같았다. 얼마 전 한 공기업 사장을 만났다. 그는 매일 머리에 붉은 띠를 맨 노조원들을 상대하는 게 업무였다고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협상테이블에 앉아 보니까 같이 같이 참여하는 임원이라는 놈들이 다 아무런 생각이 없는 무기력한 사람들이었어. 오히려 노조 측이 훨씬 똑똑한 거야. 노동운동을 한다면서 기업의 사정은 물론이고 외국의 노동조합사례까지 철저히 공부 했더라구. 당해내질 못하겠어. 나같이 낙하산으로 다른 분야에서 내려온 사장과 이기주의적 출세주의 임원들은 백전백패야. 이미 노조가 언론이나 공기업분야를 장악한 건 맞아.” 

  

혁명이라고 하면 박노해 시인이 떠오른다. 그는 열여섯살부터 노동자로 살았다. ‘박해받는 노동자’의 해방을 염원한다며 자신의 이름을 박노해라고 지었다. 그는 사회주의를 공개적으로 천명하고 <남한 사회주의 노동자 동맹>을 결성하고 사형을 구형받은 후 무기징역에 처해졌다. 시궁창 같은 현실에서 그는 보고 깨달은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는 감옥에 있을 때 한 여인이 이렇게 물은 경험을 했다고 글에서 쓰고 있다.

‘사회주의가 정말 그렇게 좋은 세상인가요? 그렇게 평등하고 경쟁 없이 편한 사회에서 누가 열심히 일하려 하겠습니까? 그렇게 정의롭고 도덕적인 사회에서 사람이 무슨 재미로 살겠습니까? 그렇게 좋은 사회가 누구의 힘으로 어느 세월에 이루어지겠습니까? 언제쯤 이기적인 노동자와 서민들이 그런 성인으로 변화하겠습니까?’

성실하게 땀 흘리며 살아온 한 여자가 온 삶으로 던지는 화두에 그는 아무 변명도 비껴섬도 없이 그저 정직하게 산처럼 무너졌다고 고백했다.

  

미움과 증오가 이 사회에 전염병같이 만연되고 있다. 아버지와 아들이 어머니와 딸이 시아버지와 며느리가 정치논쟁 으로 금이 가고 있다. 부자들 중에는 한 발은 미국에 두고 여차하면 도망갈 준비가 되어 있다. 가진 자들의 탐욕과 부정부패는 사납게 비판하면서 자신의 이기심과 작은 부정들은 보지 않는다. 제 자신이 먼저 참되고 선하고 정의롭지 않고서 어떻게 세상 평화와 정의를 바랄 수 있을까. 증오가 가시처럼 숨어있는 낡은 이념의 틀을 벗어나야 한다.

사람들의 상한 영혼을 어디서부터 고치면 좋을까. 가지지 못한 게 한이 아니라 안 갖는 긍지를 지닌 떳떳한 인간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룸 쌀롱에서 노는 부자집 아들보다 성경이 놓인 작은 책상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를 하는 노동자가 진짜 부자가 아닐까. 그에게는 감사가 있고 성취가 있기 때문에. 좋은 세상은 저절로 단번에 오지 않는다. 가난한 제 돈과 관심과 시간을 쪼개서 참여하는 생활 속의 작은 걸음들이 보여 좋은 사회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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