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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렘가와 난민촌속 한국인

운영자 2017.05.15 10:24:26
조회 181 추천 0 댓글 0
할렘가와 난민촌속 한국인

  

2016년5월28일 아직 어스름이 남은 아침 아파트 문을 열고 바닥에 떨어진 신문을 가지고 들어왔다. 토요일 섹션 상단 중앙에 사진 한 장이 커다랗게 나와 있다. 미국의 할렘가 좁고 더러운 골목길에 어깨가 떡 벌어진 동양인 남자가 팔짱을 끼고 서 있다. 옆의 벽에는 스프레이로 그린 낙서가 보이고 낡은 전선 케이블들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필라델피아 북쪽의 할렘가. 주민의 94%가 극빈의 흑인들이고 미국에서 살인사건이 제일 많이 발생하는 곳이다. 오래된 붉은 벽돌 건물들의 반은 버려져 있고 전기과 수도가 끊긴 음침한 그늘에서 불법거주자들이 득실거린다. 그 속의 더럽고 낡은 방에 한국인이 살고 있다. 그는 그냥 미국의 할렘가의 흑인들과 어울려 살고 있다. 아침엔 커피 한잔 들고 건물 앞 계단에 앉아 흑인들과 간단한 세상 얘기를 하고 누가 죽으면 장례식 자리에 참석해서 도와주기도 한다. 며칠 전 한밤중에 귀를 찢는 총성이 이어졌다. 열발이 넘는 것 같았다. 흑인 갱 두 명이 어떤 집에 들어가 총을 난사해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을 죽여 버렸다. 그런 동네였다. 그 동네로 잘못 들어온 차의 운전자들은 얼굴이 창백하게 된 채 겁에 질려 어쩔 줄을 모른다. 한국인 남자는 그들 속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태연하게 살고 있었다. 오히려 그는 극빈의 흑인들을 도와주고 있었다. 문맹인 흑인이 법원에 가야 한다면 같이 가주기도 했다. 먹을 게 떨어진 사람에게는 한국라면을 가져다주기도 하고 헌 옷들을 가져다 옷이 없는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기도 한다. 그는 서울대 미학과를 졸업한 이태후 목사였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목회를 꼭 교회에서 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복음을 전파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죠. 저는 교회로 오라고 하는 것보다 제가 그들과 함께 사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들을 위한 좋은 이웃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그걸 실행에 옮기고 있을 뿐입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 성직자의 모습이었다. 벌써 몇 년전이었다. 환갑이 되는 해에 유대광야에 간 일이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 성경을 읽던 중에 갑자기 어떤 충동이 일어났다. 모세가 그리고 예수가 고행을 하던 광야 바로 그 자리에 가고 싶었던 것이다. 우연히 광야를 이십년 떠돌던 한국인 순례자 이철수 목사가 그곳에 있다는 걸 알고 그를 만나서 함께 기도하러 돌아다녔다. 이철수 목사는 시리아 난민촌에서 난민아이들과 평범하게 어울리면서 무료 태권도 선생으로 일하고 있었다. 그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이곳에서 나는 목사가 아니 예요. 그냥 아이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쳐 주는 좋은 이웃이 되려고 할 뿐이죠. 무슬림 종교경찰들은 내가 혹시라도 예수를 전하지 않나하고 뒷조사를 철저히 합니다. 내가 예수의 예자도 입에서 꺼낸 적이 없는데 법에 걸릴 리가 없지요. 그들의 아픔과 고통에 말없이 옆에 있어주는 동양에서 온 한국인 이웃인 거예요.”

나는 그와 아랍인 무슬림들이 사는 여러 곳을 돌았다. 아랍인집에 들어가서 밥을 얻어먹기도 하고 무슬림의 안방에 까지 들어가 비스듬히 누운 채로 그들과 손짓발짓으로 대화를 하기도 했다. 좋은 이웃이 되기로 마음먹고 다가가는 사람에게는 어떤 벽도 무너진다는 걸 배웠다. 대화가 안 통하는 곳에도 마음의 다리는 금세 놓아졌다. 진정한 구원은 나와 타인사이의 관계와 평화가 아닐까. 성경속의 세상에 대한 예수의 가르침을 보면 결국 이웃사랑이다. 그걸 실천하는 사람이 가장 위대한 사람일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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