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드라마 속의 변호사들

운영자 2011.04.14 14:24:15
조회 419 추천 1 댓글 0

사무실로 전화가 왔다. 최종태변호사라고 했다. 알지 못하던 사람이다. 그가 흥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신임 대한변협의 공보담당 상임이사라고 들었습니다. 원 이럴 수가 있습니까?”

 

뜬금없는 그의 항의에 깜짝 놀랐다. 그가 얘기를 시작했다.

 

“어제저녁 ‘욕망의 불꽃’이라는 텔레비전 드라마를 봤어요. 재벌의 가족회의를 하는데 집사역할을 하는 변호사가 나와요. 그런데 그 변호사는 자리에 앉지도 못하고 머슴 중에도 상머슴이 되어 양손을 공손하게 마주잡고 뒤에서 서 있는 거예요. 심부름꾼도 그보다는 나은 대접을 받을 겁니다.”

 

요즈음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변호사들의 모습은 지독히도 냉소적이다. ‘대물’이라는 정치드라마에서는 검찰의 전직 고위간부나 장관출신들이 범죄를 저지른 재벌회장의 수족이 되어 검찰청에 출두하는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 시청율이 높은 ‘마이더스’라는 드라마에서는 재벌회장의 불법상속이나 탈세를 처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은밀한 로펌이 등장한다. 악의 소굴이다. 연수원 수석을 한 변호사를 거액에 스카우트해서 철저한 현대판 삐에로를 시키고 있었다. 주가조작을 시키고 깡패들을 지휘해서 불쌍한 사람들을 진압하는 선봉장이었다. 전화 저편의 최변호사가 분노한 모습이 생생하게 전해져오는 느낌이었다. 그가 말을 계속했다.

 

“더 한심한 건 말이죠, 드라마에서 변호사가 재벌회장에게 두들겨 맞는 장면도 있어요. 이걸 대한변협차원에서 그대로 두면 되겠습니까?”

 

변호사의 이미지가 철저하게 부서지고 있다. TV매체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피디수첩의 광우병 프로는 백만명을 거리로 내몰았다. 드라마의 정신적 영향력은 더 크다. 이제 변호사들은 이 사회에서 철저하게 미움을 받고 무시당하는 부류로 전락한 것 같다. 전화를 건 최 변호사가 덧붙였다.

 

“나는 이미 나이가 칠십을 넘었어요. 모두들 일선에서 물러나니까 동창회는 제법 출석율이 높고 잘 되가는 편이예요. 그런데 사업에 성공하는 친구들이 우리 변호사들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전혀 달라졌어요. 예전에는 그래도 대접을 해 주는 편이었는데 드라마 탓인지 요즈음은 무시하고 경멸하는 기색이 역력하거든요.”

 

이런 현상들에 대한 책임이 과연 드라마 탓이기만 할까? 새로 쏟아지는 많은 젊은 변호사들 중에는 드라마 속의 신참 변호사가 억대의 수표를 받고 좋은 집과 스포츠카를 선물 받는 걸 보고 열광하는 사람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드라마 속의 재벌아들은 그 변호사를 보고 빈정댄다. 원숭이에게 옷을 입혀줬더니 자기가 사람인줄 착각한다고. 원숭이는 선물을 받은 젊은 변호사를 의미했다. 그렇다면 기성의 변호사들은 어땠을까? 나는 현실에서 더 비굴한 모습들을 직접 목격한 적이 있다.

 

1996년 황사로 세상이 흐릿하던 봄이었다. 전직대통령의 비자금사건과 관련해서 재벌회장들이 줄줄이 재판을 받고 있었다. 대법관, 장관을 마친 화려한 경력의 변호사들이 회장을 보필하는 모습이었다. 유감스럽게도 법정 주변에는 회장들이 재판 중 휴식을 취할 공간이 없었다. 화장실이 유일한 공간이었다. 소변을 보기 위해 그곳으로 갔다가 본 풍경을 평생 잊을 수 없다. 평소 우러러 보던 선배변호사가 한쪽 다리를 건들거리며 오줌을 누는 회장님의 소변기 옆에서 고개를 숙이며 “회장님”하고 아부를 하는 모습이었다.

 

그 후부터 나는 그런 선배들의 돈자랑도 경력과시도 재벌회장을 안다는 연줄도 절대 부러워하지 않기로 했다. 영혼을 파는 변호사는 법의 창녀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자존심을 지키고 정직해야 하는 직업 그게 변호사여야 하지 않을까? 

추천 비추천

1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경제관념 부족해서 돈 막 쓸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5/13 - -
515 한우물정수기 강송식 사장 운영자 11.06.30 583 1
514 어떤 치과의사 [1] 운영자 11.06.30 477 0
513 감옥갔다온 수의사얘기 - 희랍인 조르바가 된 부자수의사 [1] 운영자 11.06.30 352 0
512 사과 한 알, 우동 한그릇의 추억 [1] 운영자 11.06.28 279 0
511 김동리아들 김평우변호사 - 좋은 선배들 운영자 11.06.28 5302 0
510 티파니의 보석과 검정 슬리퍼 운영자 11.06.28 269 0
509 각오한 가난 뒤의 자유 운영자 11.06.23 418 0
508 변호사와 조폭 [1] 운영자 11.06.23 618 2
507 사법종사자들의 말과 태도 운영자 11.06.23 396 1
506 어느 무신론 철학지망생의 변신 운영자 11.06.21 257 0
505 위대한 유산 운영자 11.06.21 188 0
504 악령과 자유인 운영자 11.06.21 252 0
503 노르웨이바다에서 만난 두 선배 [2] 운영자 11.06.16 445 0
502 고 김대권검사 약전 운영자 11.06.16 1211 0
501 착한 부자의 분노 운영자 11.06.16 322 0
500 황혼이혼 - 아낌없이 주는 아내 운영자 11.06.14 455 0
499 좀도둑 아줌마의 소망 운영자 11.06.14 292 0
498 쇼생크탈출 운영자 11.06.14 620 0
497 들었다 놓더라구요 운영자 11.06.09 262 0
496 가족은 사랑입니다 운영자 11.06.09 235 0
495 검은딸기의 겨울 운영자 11.06.09 280 0
494 오윤덕 변호사의 돈 쓰는 법 운영자 11.06.02 663 1
493 시대의 양심 한승헌 변호사 - 4 [1] 운영자 11.06.02 290 0
492 시대의 양심 한승헌 변호사 - 3 운영자 11.06.02 241 0
491 시대의 양심 한승헌 변호사 - 2 [1] 운영자 11.05.31 359 0
490 시대의 양심 한승헌 변호사 - 1 운영자 11.05.31 450 1
489 변호사 저널리즘 운영자 11.05.31 205 1
488 내가 만난 어떤 천사 운영자 11.05.26 305 0
487 도둑엄마의 모정 운영자 11.05.26 218 0
486 어느 노화백의 곤혹 운영자 11.05.26 232 0
485 멍들어 버린 엄마의 사랑 운영자 11.05.24 247 0
484 박쥐장 명인의 서러움 운영자 11.05.24 238 0
483 어느 장군의 죽음 운영자 11.05.19 481 0
482 변호사를 그만 때렸으면 운영자 11.05.19 308 1
481 가수와 변호사 운영자 11.05.19 297 0
480 스승 변호사 운영자 11.05.19 250 0
479 예술인 K교수의 추락 운영자 11.05.17 351 0
478 법과 인간 사이에 낀 K부장판사 운영자 11.05.17 362 1
477 감옥희망자 땅꼬마 아저씨의 사연 운영자 11.05.17 255 0
476 어느 심부름센터 직원의 고백 운영자 11.05.13 839 1
475 마음좋은 쌀가게 아저씨의 수난 운영자 11.05.13 278 0
474 정말 돌아버릴 것 같아요 운영자 11.05.13 269 0
473 어느 공무원의 성급한 사랑 운영자 11.05.10 478 1
472 숨어서 함께 사는 천사 [1] 운영자 11.05.10 259 0
471 공장에 나가는 장군부인과 전기공 할아버지 운영자 11.05.10 406 1
470 작은 천사의 진짜사랑 운영자 11.05.05 258 0
469 어느 아버지의 절규와 냉냉한 법정 4 운영자 11.05.05 294 0
468 어느 아버지의 절규와 냉냉한 법정 3 운영자 11.05.05 268 0
467 어느 아버지의 절규와 냉냉한 법정 2 운영자 11.05.05 284 0
466 어느 아버지의 절규와 냉냉한 법정 1 운영자 11.05.05 351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